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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명, 북한은 깡패국가가 아니라 자폐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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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채널예스와 인터뷰를 했다. 당시에는 사진 공개를 꺼렸다. 5년 전 인터뷰는 어땠나.

채널예스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인터뷰를 하고 나면 며칠 동안 고민에 빠진다. 하지 말아야 하는데 해버린 말과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한 말이 오래오래 생각나더라. 기사를 보면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나의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고. 하지만 그런 방식을 통해서 독자와 내 생각의 작은 조각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커다란 축복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다 해도 컴퓨터 모니터에서 내 사진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사진을 보면 화들짝 놀라기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근황이 궁금하다.

내 생활은 아주 단조롭다. 아침에 일어나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작업실로 나가 하루 종일 머문다. 내내 글을 쓰는 것은 아니고 빈둥거리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딴짓을 하기도 한다. 퇴근시간이 되면 퇴근을 하고 가끔 저녁 운동을 하기도 한다.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 대부분과 별로 다르지 않은 생활이다.


『뿌리 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별을 스치는 바람』이 과거의 이야기였다면, 『천국의 소년』은 현재 이야기다. 현재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나.

다른 작품들을 과거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해서 쓴 것이 아닌 것과 같이 현재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해서 『천국의 소년』을 쓴 것은 아니었다. 다른 소설들처럼 『천국의 소년』또한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었던 이야기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의 씨앗을 가슴 한구석에 심어 두고 적당한 물과 양분(지속적인 관심과 꾸준한 자료 조사)을 주면 어느 순간 스스로 자라나 꽃이 피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제 마음의 이야기 정원에는 지금도 싹을 틔우지 못한 씨앗들과 막 움트는 새싹들과 약한 대궁이로 자라나는 이야기들이 있다.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말라 죽어버리는 씨앗과 새싹들도 많고.


자료 조사를 탄탄하게 한 뒤 집필하기로 유명하다. 『천국의 소년』은 북한이 전면에 등장하는 소설이다. 북한에 관한 정보에 접근하기 쉽지 않았을 듯하다. 집필 과정은 어땠나.

북한이란 체제와 그 체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체제를 벗어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꽤 오래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 우리시대에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모르는 장소의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마치 조선시대나, 더 멀리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 혹은 로마시대의 갈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처럼 상상력을 동원해야 했다. 상상의 재료는 결국 탄탄한 사실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팩트에 뿌리내리지 않은 상상은 허황할 뿐이니까. 10여년 이상 북한의 실상과 탈북인 관련 서적과, 신문기사는 물론 다양한 탈북자들의 수기 등 거의 1,000점에 이르는 길고 짧은 자료들을 탐독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몇몇 탈북인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사전 작업이 길어졌지만 그 때문에 집필 과정은 오히려 큰 어려움 없이 진행했다.




주인공인 길모가 수학 천재다. 이야기에 자연스레 수학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정명 작가 전공은 국문학이다. 수학을 이야기에 녹이는 게 북한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기만큼 쉽지 않았을 듯하다. 원래 수학에 관심이 많았나.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수학은 공포의 과목이었고 수학 시간은 지옥 같았다. 시험을 볼 때마다 전 과목 평균 성적을 20점씩 깎아먹고, 반평균을 떨어뜨리는 골칫거리였다. 직장 생활을 한참 하고 있던 30대 중반 쯤, 우연히 EBS 수능 강좌를 보게 되었는데 마침 수학 강의시간이었다. 학창 시절 그렇게 골탕 먹이던 수학의 정체가 도대체 어떤 것인지 궁금해 계속 봤다. 묘한 흥미가 생기더라. 그때부터 EBS 수능강좌의 수학 문제 풀이를 보기 시작했고 수학과 관련된 다양한 책들을 읽으며 ‘수학이 이렇게 아름답고 놀라운 학문인가’ 하는 늦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요즈음도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면 교육방송의 수학 문제 풀이를 보기도 한다. 수학이 결코 골치 아프고 지겨운 과목이 아니라 아름다운 학문이며 숫자들이 수많은 이야기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청소년들이 알게 되기를 바란다.


긴박한 전개, 반전 등 ‘천국의 소년’은 마치 영화 시나리오 같았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흥미로울 듯한데. 혹시 영화화 한다면 길모나 영애, 날치, 윤소장 역에 어떤 배우가 어울릴까.

영화를 만들기 위해 『천국의 소년』을 쓰지는 않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구체적인 배역을 생각해보지는 않았는데 원빈씨의 순수한 눈동자가 기억에 남아 있다. 날치 역을 생각하니 조정석씨의 장난스런 표정이 떠오르고 윤소장을 생각하면 김윤석씨의 능글거리는 얼굴이 떠오른다.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당사자들께는 죄송하다. (웃음)


프로필 사진이나, TV에 출연한 모습을 보면 검정 계통의 어두운 색을 선호하는 듯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꼭 검은 옷을 입으려 한 것은 아니다. 편한 옷차림을 좋아하다보니 정장이라고는 봄, 가을, 겨울 공용의 검은 정장 한 벌이 전부였다. 15년 쯤 전에 어떤 면접을 위해 샀는데 정장임에도 편해서 행사나 중요한 자리에 입고 나가다 보니 특별히 검은색을 선호하는 것처럼 비취진 것 같다.


소설이 북한에 관한 이야기다. 현재 남북 관계나 동북아시아 정세를 어떻게 보나.

길모와 그의 행로는 북한이라는 나라의 폐쇄성과 고립성을 드러내는 설정이다. 하나의 국가, 혹은 체제와 한 개인을 비유하는 것이 온당치 않을지도 모르지만 국제사회에서 흔히 북한을 ‘떼쓰는 아이’나 ‘깡패국가’로 비유하는 것처럼 ‘자폐국가’라는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해보고 싶었다. 주인공 길모는 일반인들이 느끼는 인간 본연의 희노애락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몸에 닿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북한은 국제 사회와의 교류를 거부하거나 서툴고, 대화를 하더라도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 자폐적 성격을 지닌 체제다. 상하이, 마카오, 서울, 뉴욕에 이르는 길모의 여정은 자폐의 공화국인 북한이 다양한 자본주의 사회를 경험하며 인생과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길들여야 할 깡패국가’나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할 버릇없는 아이’라는 시선 대신 ‘자신의 세계에 갇혀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북한과 대화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인가. 다음 작품이 아니더라도 꼭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덤으로 독자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도 함께 얘기해 달라.

앞서 밝혔듯 나의 생각의 정원에는 수많은 이야기의 씨앗들이 뿌려져 있다. 온도와 습도, 햇빛의 양에 따라 어떤 씨앗이 먼저 싹을 틔우고 열매 맺을지는 나 자신도 알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그 씨앗들과 새싹들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과 양분을 제공하고 지켜보고 있는 일뿐이다. 그러다 보면 꽃을 피우려는 씨앗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그 꽃을 독자들보다 조금 먼저 바라보고 그 꽃의 향기와 냄새와 아름다움을 독자들에게 전하는 정원사이고 싶다. “주인님! 오래 전에 정원 모퉁이에 심어 두었던 씨앗이 오늘 꽃을 피웠습니다. 그 꽃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채널예스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훌륭한 책들이 너무도 많지만 몇 권만 소개하자면.
1. 아홉번째집 두 번째 대문(임영태)은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상처와 치유가 함께하는 삶의 단면을 보고 말았다.
2. 화첩기행(김병종)은 그림을 통해 글의 싹이 돋아나고 글이 다시 그림을 부르는 아름다운 여정이었다.
3. 왕의 하루(이한우)-역사의 책갈피에 잠자고 있던 한 순간을 날카로운 통찰과 박력있는 문장으로 단칼에 잘라 선연하게 보여주었다.
4. 나의 안토니아(윌라 캐더)-황량한 불모지에서 펼쳐지는 거친 과거의 삶속으로 간절히 돌아가고 싶어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5. 도구와 기계의 원리(데이비드 맥컬레이)-바퀴와 도르래와 나사와 스프링과 파동과 전자로 이루어진 모든 기계와 도구의 작동원리를 설명한 책. 생각이 복잡할 때 이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이 눈에 보일 듯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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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소년이정명 저 | 열림원
조용한 주택가에서 일어난 한밤의 살인사건, 현장에서 체포된 단 한 명의 용의자, 묵비권을 행사하는 용의자와 조사관들의 치열한 두뇌싸움. 그는 과연 냉혹한 살인자인가? 순수한 수학 천재인가? 오로지 수를 통해서만 세상을 해석하고, 수식을 통해서만 인간을 이해하고, 수학 퍼즐을 통해서만 타인과 교류하는 자폐증 수학 천재.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그가 왜 냉혹한 살인자가 될 수밖에 없었나…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사진작가 조던 매터 “무용수들은 나만큼 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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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조던 매터



빨간 우산을 쓰고 공중으로 뛰어오른 여자.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의 표지를 장식한 이 사진은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전 세계 블로거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작품이다. 조던 매터가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이 작품은 세계적인 사진 전문지의 ‘오늘의 사진’ 블로그에 소개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2009년 무용수의 홍보용 사진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평범한 환경 속에서 일상복을 입고 춤추는 무용수의 사진’으로 발전했고, 포토샵 없이 오로지 무용수의 동작만으로 작업한 사진집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은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반스 앤드 노블에서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이 됐다.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에 실린 사진들은 지하철역, 횡단보도, 술집, 도서관, 사무실, 욕실 등 우리 일상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간들이다. 평범한 공간을 배경으로 특유의 몸짓을 선사하는 최고 무용수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요가 동작을 하기도 하고, 허공에 몸을 날리기도 한다. 서핑을 즐기러 바다로 향하는 남자, 지하철에서 내려 기대에 들뜬 채 낯선 곳으로 달려가는 사람 등 익숙한 풍경 속에서 무용수들이 보여주는 몸의 감각들은 아찔하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강렬한 인상을 선사한다.

조던 메터에게 ‘좋은 사진’이란, 관객으로 하여금 사진이 찍힌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궁금하게 만드는 사진이다. 프랑스 사진저널리스트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에 영향을 받은 조던 메터는 “그의 사진에서 가장 강력한 점은 이미지가 말하는 이야기다. 일상이 멈추는 순간, 삶의 이야기는 춤이 된다”고 말한다. 조던 메터는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무용수들을 찍고 있고 최근 새로운 프로젝트 ‘Athletes Among Us’을 시작했다. 웹사이트(www.athletesamongus.com)에서 프로젝트의 초기 사진들을 볼 수 있다. 또한 2014년에 출시될 벽걸이용 달력 ‘Dancers Among Us’ 작업에 한창이다. 오는 7월 24일부터는 아시아 최초로 서울 종로 사비나미술관에서 ‘조던 매터 사진전’이 열린다. 전시에 앞서 23일에는 조던 매터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의 퍼포먼스가 펼쳐지며, 27일 오후 7시에는 서울시청 광장에서 서울댄스프로젝트의 ‘게릴라 춤판’이 벌어질 예정이다.



「들꽃이 되어」 캐서린 스칸시아 / 일리노이 주, 롱 그로브



아이디어

작품을 구상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이디어를 위해 집중하는 시간이 따로 있나요?

제 작업이 늘 그렇듯이,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을 작업하는 과정 내내 뜻밖의 재미에 의존했습니다. 저는 제작 준비 과정을 거창하게 만드는 데 관심이 없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 도착해서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펴보는 게 더 보람이 있습니다. 제 사진이 연출된 게 아니라 신선하고 자연스럽게 보이기를 원합니다.


촬영

주어진 상황에 맞춰 작업을 진행하는 편이라고 밝혔는데, 그렇다면 아무런 밑그림을 그리지 않은 채, 무용수(모델)들과 만나나요?

도시에 도착할 때 무용수와 만날 장소 외에는 어떤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함께 차에 타고 내가 시각적으로 흥미 있는 것을 발견할 때까지 여기저기를 드라이브합니다. 시각적으로 흥미 있는 것은 버려진 기차, 아름다운 나무, 혹은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 모퉁이도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보기 전까지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내가 장소를 발견하면 무용수와 시나리오를 의논합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날마다 무엇을 할까? 사람들의 이 행동들을 어떻게 무용수의 포즈에 연결시킬 수 있을까? 저는 무용수가 자신의 최고 능력을 보여 줄 수 있는 포즈를 취하도록 용기를 줍니다. 그 포즈가 운동력을 필요로 하는 점프이든,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몸선(lines)이든 상관없습니다.


무용수

사진의 모델이 세계 각국의 최고 무용수들입니다. 선호하는 무용수들의 특징이 있나요?

처음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을 시작했을 때, 폴 테일러 댄스 컴퍼니(Paul Taylor Dance Company)를 통해 세계 최고의 무용수들 몇몇과 일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그들은 내가 지금까지도 지니고 있는 매우 높은 기대치를 만들어 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운동신경이 아주 좋은 무용수를 선호합니다. 저는 사진작가가 되기 전에 대학 야구선수였고, 그래서 무용 사진에 접근하는 방식은 운동선수였던 경험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험을 쌓아 가면서, 좀 더 미묘한 아름다움을 가진 표현을 무용수에게 제안할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사진을 찍었던 무용수들은 대부분 페이스북, 트위터, 저의 웹사이트로 연락을 해 왔습니다. 제가 새 도시에 갈 때, 무용수들은 종종 자원해서 내 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차를 몰고 옵니다.



「도시에서 서부로」 코너 윌시 / 텍사스 주, 휴스턴


공간

어떤 공간에서 찍는 사진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시골이든 산업 지역이든 상관없이, 시각적으로 흥미 있는 장소를 대개 고릅니다. 전원이나 모래가 있는 장소를 더 선호하기는 합니다. 또한 모든 도시에 있는 인지할 만한 랜드마크를 발견하기를 좋아해서 그것을 사진에 포함시킵니다.


사고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사진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요. 사진을 찍으면서 사고가 난 적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이미지들을 디지털로 변형하지 않기 때문에, 사진 장면이 위험해 보인다면 아마 실제로도 그랬을 것입니다. 무용수들은 나만큼 미쳤습니다. 너무나 충격적인 내 생각에 “NO”라고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웃음). 다행스럽게도 누구도 상처를 입지 않았습니다. ‘High Roller’라는 제목의 사진에서는 무용수를 4층 높이의 허공에 떠 있는 화재 대피용 비상 사다리에 매달았습니다. 이 이미지를 출판사에 보냈을 때, 출판사 직원들은 제가 무용수들과 감내하는 큰 위험에 대해 심각하게 지적했습니다.


찰나

찰나의 순간을 사진으로 담고 있는데요. 작가님이 기억하는 가장 강렬했던 찰나는 언제였나요?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했던 순간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하루 종일 사진을 찍고 나서 비행기로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해서 밤새 사진을 찍었을 때였습니다. 24시간 동안 강도 높은 사진 작업을 계속했는데요. 가장 강렬한 장면은 ‘Out in the Cold’였습니다. 우리는 시애틀에서 대형 눈보라에 갇혔고, 저는 빨리 공항으로 가야 했지만 사진을 찍기를 원했습니다. 무용수와 저는 밝은 빨강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Mission’이라는 간판이 있는 도로 위를 거의 뛰다시피 했습니다. 완벽한 장소였지요. 그녀는 제 손이 얼어붙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눈보라 속에서 점프하고 또 점프했습니다. 훌륭한 장면이었고 저는 10분 만에 간신히 비행장에 도착했습니다.




보통 한 작품을 만들어내기까지 평균적으로 몇 컷을 촬영하나요? 

결정적인 순간을 얻기 위해 걸리는 촬영 회수는 극적으로 다르고, 시나리오의 환경은 갑자기 변할 수 있습니다. 일상적인 환경을 사진으로 찍은 뒤로 이 환경들은 끊임없이 변해 왔습니다. ‘Rise Above It All’에서는 세 차례의 촬영 이후에 공원 벤치가 완전히 비었습니다. 많은 사진들에서 좋아하는 장면을 얻기 전까지 수백 차례 셔터를 눌렀습니다. 대개는 무용수들이 지칠 때까지 찍고, 그 뒤로 약간 더 찍습니다(웃음). 사랑하는 장면을 얻었다면, 확신을 갖기 위해 그것을 다른 관점에서 다시 찍습니다.


「예술가」 조던 매터 / 뉴욕 주, 뉴욕


사진

가장 찍기 힘들었던 사진은 어떤 사진인가요? 반대로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쉽게 찍었던 사진은 무엇인가요?

찍는 게 가장 어려웠던 사진은 아마 ‘Prayer’였을 것입니다. 나는 교회를 사용하는 데 허락을 받지 않았고, 경비원이 저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연습 없이 바로 장면을 연출해야 했습니다. 무용수가 제단 앞으로 달려갔고 저는 경비원이 멈추라고 외치기 전에 재빨리 세 차례 사진을 찍었습니다. 우리는 5초 만에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편으로 ‘Cram Session’도 어려운 장면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뉴욕 공공도서관의 허락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곳은 매우 조용했고 내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마다 큰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막는 사람은 없었고 우리는 30분 동안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이

책에 두 아이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표현하셨는데요. 아이들 사진은 책에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책을 출판할 계획은 없나요?

두 아이의 사진은 이 책의 서문에 등장합니다. 아들은 이 책의 몇몇 사진의 배경에서 나타납니다. 저는 아이들 사진을 찍는 것을 사랑합니다. 우리 꼬맹이들의 사진을 사례로 삼아서 아이들을 사진 찍는 방법을 알려 주는 촬영기법에 대한 책을 출판할 생각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서 우선 순위가 아닐 뿐입니다.


아내

아내가 준 아이디어로 찍게 된 사진도 많은 것 같습니다. 아내는 작가님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아내는 많은 방식으로 영감을 줍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그녀는 스스로에게 매우 진실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내는 수의사 훈련을 받았지만, 만일 달리 선택했더라면 훌륭한 사진작가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녀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고, 저는 그녀의 제안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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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조던 매터 저/이선혜,김은주 공역 | 시공아트
일상의 한 순간만을 기록할 수 있는 사진 한 컷에 인생의 의미를 담는다? 말은 그럴듯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사진집은 지하철역, 횡단보도, 술집, 도서관, 사무실, 욕실 등 우리 주위의 공간에서 최고 무용수들이 춤추는 순간들을 포착해서 삶의 진정한 모습들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화려한 기교 대신 가슴 따뜻한 모습과 생기 있는 동작을 선택한 젊은 무용수들은, 소박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손빈희 변호사, 내 꿈은 화성인이 아니라 국제 거래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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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와 끈기로 최고를 꿈꿔라』출간을 축하한다. 근황이 궁금하다.

올해 1월 변호사시험을 치렀다. 4월에 합격자 발표가 난 후 모교인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특강을 부탁한다고 연락이 왔다. ‘글로벌 시대의 꿈과 열정’이란 제목으로 한 차례 강연을 하고 언론사 인터뷰를 하면서 바쁜 날을 보냈다.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도 출연하여 이른 나이에 대학생이 된 비결을 공개하기도 했고. 이후 여러 차례 방송 출연을 했지만 방송에서 미처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모아 『오기와 끈기로 최고를 꿈꿔라』원고 집필에 들어갔다. 로스쿨 동기 언니 오빠들은 모두 취직하여 회사 생활로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나는 유학을 결심하여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다. 6월 중순 경에 혼자 미국으로 왔다. 9월에 미국 필라델피아의 Temple 대학교 로스쿨의 L.L.M.(Master of Laws) 코스가 시작되기 때문에 7월부터 학교에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어린 시절 중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지만, 미국 경험은 새로울 듯하다. 중국 유학 시절과 미국 유학 시절을 비교한다면?

나라도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지만 외국 유학생의 입장에서는 중국이나 미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타지에 적응하는 일은 평생 쉽지 않을 것 같다. 확실히 요즘은 어릴 때 아무 두려움도 없이 떠났던 중국 유학 시절이 그리워지고 있다. 사실 그때가 지금보다 훨씬 막막하고 어려운 시기였는데 말이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부모님 두 분이 모두 한국으로 돌아가고, 우리 세 자매만 중국에 남아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어쨌든 그 시절의 경험 덕분에 독립심과 책임감을 기를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여동생들과 똘똘 뭉쳐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었던 반면, 지금은 혼자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 다 큰 성인이 된 후에 혼자 외국어와 외국법을 공부하러 한국을 떠나오니 마음이 무겁고 걱정스럽다. 한편으로는 곧 9월이면 미국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변호사들과 함께 공부를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기분 좋은 긴장감이 몰려온다.


이번에 낸 책이, 약간 자서전 느낌의 책이다. 이미 많은 걸 이루긴 했지만 어린 나이에 자서전을 낸다는 데 대한 부담은 없었나.

사실 주변에서 무슨 책을 냈냐고 물어보실 때면 약간 머쓱해하며 대답하곤 한다. 자서전이라는 것이 인생의 모든 목표를 이루고 나서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내가 지나온 길보다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무슨 대단한 교훈이나 엄청난 성공담을 담지는 않다. 적성이나 목표를 고민하고 있는 또래들이나, 집안 문제로 고심하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에게, 목표를 이루고 싶지만 좌절하고 낙심했던 경험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오기와 끈기로 최고를 꿈꿔라』라는 제목도 이와 같은 경험을 배경으로 했다.

아버지는 나를 길거리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경험을 쌓아온 ‘스트리트 파이터’라고 불러줬다. 검정고시 출신으로, 지방대 출신으로, 어리니까 사회경험이 부족할 것이라는 남들의 선입견에 맞설 때마다 나는 아직도 항상 이 말을 마음속에 새긴다. 대단한 계기나 특별한 배경이 없이도, 상처받고 일어서고 다시 상처받고 일어서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꿈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 우리 집은 부자도 아니고 나는 명문대 출신도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남들보다 두 배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동등한 0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고, 네 배 더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플러스가 되는 날이 온다.


책을 집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지금 인생의 2막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학생으로 살아왔다면 이제는 변호사로서 책임감을 갖고 더욱 강한 다짐을 해야 하기에, 1막을 정리해본다는 생각으로 책을 냈다. 오랜만에 지난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 개인적으로도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다.




책으로 독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22세 최연소 변호사’라고 하면 마냥 ‘대단하다’, ‘천재 아니냐’라는 반응을 흔히 보이더라.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아직까지도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이를 이야기할 때면 짧은 시간 안에 나를 설명하기가 힘들다. 검정고시를 본 것부터 로스쿨 졸업까지의 과정을 잘 풀어내야 하니까. 그래서 ‘22세 최연소 변호사’라는 타이틀 안에 성장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기로 결심했다. 이 책으로 검정고시와 홈스쿨링을 선택하게 된 계기, 그 길을 선택할 때 필요했던 용기,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 온 탓에 흔히 받았던 오해와 극복해야 했던 편견, 앞으로의 마음가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런 이야기가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여러분과 똑같은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목표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흔히 이야기하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나는 평범하니까 안 돼”, “저 사람은 나와는 달라”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는 사람들이 평범함의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듯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런 이들이 책을 읽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최근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해 공부 비법을 소개했다. 화성인 바이러스에는 어떻게 출현하게 된 건가. 방송과 전후로 생긴 에피소드가 있는지.

사실 미국 유학 준비로 바빠서 합격 발표 후에 방송 출연은 계획에 없었다. 하지만 합격 기사가 나가고 댓글에 집안 환경이나 로스쿨에 대한 오해의 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로스쿨에 대한 인식도 돈이 많아야만 학교에 다닐 수 있고, 쉽게 변호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제도란 식으로 받아들여졌고. 합격 소식 기사를 마냥 기쁜 마음으로 지켜볼 수는 없었다. 혼자 속앓이를 하고 있던 중에 <화성인 바이러스> 작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로스쿨에 다닐 때에도 몇 번 섭외가 왔는데 줄곧 거절만 했던 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전화통화 내내 마음에 ‘콕’ 하고 박히는 게 있었다. 작가 또한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았다며 이참에 방송에 나가서 할 말을 다 해보라는 거였다. 그것도 전국적으로. 결국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출연 결정을 내렸다.

방송 후의 반응은 예상외였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지라도 같은 로스쿨 출신들은 공감하고 이해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로스쿨에 대한 오해가 조금이라도 풀려 로스쿨 출신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가장 친한 주변인들부터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 <화성인 바이러스>를 선택했다는 것에 아쉬움을 표현할 것이라는 것은 각오한 바였다. 예상과 달리 일반인의 반응은 호의적인데 비해, 오히려 변호사가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프로그램에 나갔다는 이유로 같은 로스쿨 출신들의 비난을 들었다.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도 있었겠지만 여타 프로그램은 틀에 박힌 인터뷰를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래도 방송을 보고 용기나 희망을 얻은 사람들이 있다면 나의 방송 출연 의도는 성공적으로 전달된 것 같다.


남는 시간에도 왠지 공부와 관련한 활동을 할 것 같은데, 취미나 관심사를 알려 달라.

자주 듣던 질문 중 하나다. 물론 공부가 적성에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직도 나는 공부하기 싫다, 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루고자하는 꿈이 있어 공부를 하고는 있지만 그 외에는 또래와 비슷하다. 친구들과 만나서 하루 종일 수다를 떨기도 하고 쇼핑하는 것을 좋아한다. 취미는 장르를 망라하여 영화보기다. ‘제인 에어’나 ‘오만과 편견’ 같은 고전 영화를 보고 그 시대상황을 상상해보고 인물 해석을 하며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곤 한다. 미국에 와서도 새로 사귄 미국인 친구와 영화를 보고 토론을 즐겨 하는데, 영화를 보는 시각이나 가치관에서 오는 차이를 비교해보는 것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책 후반부에서 로스쿨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해 줬다. 그런데 로스쿨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로스쿨 졸업자의 구직난, 로스쿨의 비싼 학비 등등. 로스쿨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한 게 졸업 후 진로일 것 같다. 실제로 어떤가.

등록금 문제는 비단 로스쿨의 문제만이 아니라 모든 대학생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로스쿨 제도는 과도기 상태다. 아직 시행 초기단계라 성과를 보여 주기에는 이르다. 사회적으로나 법조계 내부에서도 로스쿨이 정착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으니 차츰 로스쿨의 설립 의도대로 전문적인 법조인을 길러내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안에서 보고 느끼는 미래의 로스쿨 변호사들을 보면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훌륭한 법조인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이력의 출신이 많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대에 맞게 법학 공부 외에도 외국어나,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게 사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이들을 보면서 나도 많은 자극을 받는다.


책 읽고 독후감 쓰기를 공부 비법으로 꼽았다. 채널예스 독자를 위해 책을 추천해 준다면?

검정고시 공부를 하면서 홍정욱의 『7막 7장』과 고승덕 변호사의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를 읽고 유학생활을 꿈꾸었다. 책을 읽고 ‘나도 저렇게 될 거야!’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다보면 비교 대상이 없어 스스로에게 자신을 확인하고 질문을 던져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럴 때는 자기계발서나 성공한 이들의 에세이를 읽으며 동기부여를 하곤 했다. 또 같은 고향으로 충주 출신인 반기문 총장님의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를 보고 글로벌 인재에 대하여 생각했다. 이런 분들의 책을 읽으며 꿈을 키워가는 데 큰 용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우리가 만들어갈 ‘사회’에 대해 생각했다. 도덕적 딜레마에 빠졌을 때 결론을 내리는 데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결정들이 어떤 배경에서 나오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변호사로서의 생각을 일깨우고 사고력을 신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 책이다.


앞으로 어떤 법조인으로 활동하고 싶나. 법무 활동 외에 사업이라든지 여행 등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건 없나.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법조인이 되고 싶다. 예전에 아버지가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정의를 실천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정의도 중요하지만 선한 변호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아 무엇이든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계속해야 할 것 같다. 사업 쪽은 워낙 겁이 많아 아직 생각해본 것이 없다. 여행은 무척 좋아해서 로스쿨 입학 전 18살에 혼자 중국 배낭여행을 하기도 하고, 국내에서도 여러 지방을 다녀봤다. 일을 시작하고 여유가 생긴다면 세계를 배낭여행하고 싶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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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와 끈기로 최고를 꿈꿔라손빈희 저 | 미다스북스(리틀미다스)
이 책은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대변인이 되고 싶은 변호사 손빈희가 99%의 평범한 사람에게 들려주는 꿈을 향한 치열한 도전의 기록이다. 변호사 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하여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손빈희가 방송 출연에서도 미처 다하지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 책으로 펴냈다. 재혼가정이라는 주위의 시선을 받으며 가족 모두가 단칸 월세방을 전전하는 가운데 최연소로 대학에 합격하고, 이후 나이 어린 지방대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여 마침내 최연소 로스쿨 입학, 최연소 변호사 시험 합격이라는 결과를 일구어낸 스물두 살 소녀 손빈희 양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문혜진 “엄마가 되니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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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나쁜 연애』『검은 표범 여인』에서 강렬한 시어를 선보였던 시인 문혜진이 첫 동시집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을 펴냈다. 실제 두 아이의 엄마인 문혜진은 돌쟁이 아이를 키우며 웃고 울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애정 어린 입말과 재미난 의성어, 의태어에 신나는 운율을 더해 24편의 동시를 만들어냈다. 동시집의 그림은 스위스의 ‘가장 아름다운 책 상’, 뉴욕타임스 ‘우수 그림책 상’ 등을 수상한 그림책 작가 이수지가 그렸다. 성우 김아영이 낭독한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오디오 CD는 엄마들이 동시 읽기를 훨씬 수월하게 한다.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를 만나는 동안, 엄마는 육아의 고달픔을 잠시 내려 놓고 위안의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 세상에서 내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 당신들은 엄마라는 이름으로 충분히 숭고하고 아름다워요. 이 책은 그런 엄마의 마음으로 한자 한자 써내려 간 사랑의 고백들이에요. 동시를 읽고, 보고, 들으면서 세상의 모든 엄마와 아기들이 반짝반짝 아름다운 이 시간들을 오롯이 누리고,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시집 『질 나쁜 연애』『검은 표범 여인』에서 야성의 냄새를 풍기는 언어들, 억압적인 제도에 반기를 드는 불온한 진술들을 공격적이고 도발적으로 표출한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전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동시집을 출간하게 됐습니다. 동시를 쓰게 된 이유가 있었나요?

내 안에는 야성적이고 도발적인 나도 있고, 한없이 순하고 천진한 어린 아이와 같은 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 아기 때는 시를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불안한 탓에 아기의 예쁜 순간을 오롯이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둘째 아기는 훨씬 마음이 편안해졌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데로 살았습니다. 내가 야성만큼이나 모성이 강한 엄마라는 것도 깨달았고, 이때가 아니면 다시는 이런 동시를 쓸 수 없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기와 매일 주고 받는 눈빛, 먹고 자고 놀면서 몸으로 나눈 대화들, 가장 여리고 보드라운 살결, 살 냄새, 숨결, 교감들, 웃음 소리, 그 반짝반짝한 순간들이 너무 벅차고 아름다워 동시로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아기와 살을 부비며 하루하루 여물어 가는 것을 오롯이 살피고,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에서 의성어, 의태어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동시를 쓸 때 작가가 선택하는 시어는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아기들은 처음 말을 배울 때 의성어, 의태어를 통해 소리나 모양을 흉내 내고 익히며 말의 영역을 확장해 나갑니다. 이 동시집에서는 단순히 의성어, 의태어에 주목한 동시들이 아니라 아기들이 노래처럼 따라 부르기 쉽게 엄마와 매일 주고 받는 말, 소리, 리듬에 주목했어요. 내 아기에게 매일 속삭여 주고 싶은 아름다운 엄마의 사랑 고백과도 같은 가장 원초적이고 아름다운 ‘아기말’의 시어 선택에 공을 들인 동시집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우리 말의 소리와 리듬이 너무 아름다운데, 시 쓰는 엄마로서, 그 아름다움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시를, 그 운율과 리듬을 아기 때부터 매일 들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엄마와 아기가 주고 받는 호흡 같은 동시, 엄마의 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동시를 아기에게 선물하고 싶었죠. 아기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부비부비 코코, 새콤달콤 꼬스름, 까르르까르르 뿡뿡, 오동보동 포동이와 같이 두 개의 의성어나 의태어를 붙여 더 재미나고 생동감 있고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동시를 아이에게 들려줬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합니다. 작가 엄마의 음성으로 듣는 동시는 아이에게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둘째 석현이가 두 돌이 되었는데, 새콤달콤 꼬스름, 까르릉까르르 뿡뿡은 말의 소리가 재미있는지 자꾸 따라하더라고요. 이 책의 개구쟁이 아기 모습이 재미있는지 그림 펼쳐놓고 오디오 북을 들으면서 잠드는데, 잠잘 때 위안이 되는지 동시를 따라 하다가 잠이 듭니다. 첫째 우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인데, 책 앞에 헌사를 보고 색다른 느낌이었나 봐요. 책 앞에 자기 이름이 나오고 엄마의 보물이라고 쓰여지니 더 뿌듯해 해요. 학교 적응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잘한다, 괜찮아, 사랑한다, 이런 격려와 긍정의 말을 동시집을 통해 책으로 오디오 북으로 매일매일 들려주고 또 많이 안아주니까 아이들과 더 많이 교감하고 친밀해진 느낌이에요. 동시는 짧은 시어에 리듬도 있고 소리의 재미도 노래처럼 따라 부르고 몸 놀이를 하면서 부모와 친밀해지기에 가장 좋은 장르가 아닐까 생각해요. 엄마 뱃속에서부터 리듬감 있는 동시를 들려주면 아기가 안정감을 느낀다고 하는데요. 아름다운 우리말을 자연스레 체득하고 언어감각을 익히는데 동시만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이번 책에 실린 동시 중에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시는 무엇인가요?

‘살구 웃음’이라는 동시를 가장 좋아합니다. 앞니만 두 개 난 아기가 살구를 한 입 베어 물고 시다고 도리질 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잖아요. 유월 햇살 가득한 살구 나무 아래, 아기가 살구를 한입 베어 물면 앞섶에 뚝뚝 물이 떨어지고, 시어서 찡그린 듯 웃는 얼굴이 너무 사랑스러워 아기스러우면서도 감각적인 동시를 써보고 싶었어요. 살구에 이빨 자국이 콕콕 찍힌 것이, 새가 지나간 발자국 같아 너무 이쁘잖아요. ‘부비부비 코코’도 우리 아이들과 자주 하던 놀이인데, 노래하듯이 ‘엄마 코, 아기 코 부비부비 코코’하면서 코를 부비면 아기가 노래 하듯 이어가고 큰 아이도 랩하듯이 따라 부르며 춤추고 노는데, 지금도 재미있어 해요.




살구 웃음

살 살 살구 먹고
살 살 살구 웃음

살구 먹고 잼잼
살구 물이 뚝뚝

시어시어 살살살
살구 웃음 살살살


부비부비 코코

엄마 코 아기 코
부비부비 코코

엄마 코끼리 아기 코끼리
끼리끼리 코코

두 아이의 엄마이신데요. 육아를 시작한 후, 문학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셨나요?

문학에 대한 자세나 기본적인 생각이 크게 변한 것은 없어요. 예전에는 폭풍 같은 마음에 이탈을 꿈꾸고 자주 들썩이곤 했는데, 이제는 아이들과 주어진 현실의 굴레 속에서 매일매일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가 되어 아이들과 밀착되어 보니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 같아요. 아이들도 고유성을 가지고 자신의 성정대로 자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를 통해서 아기 동시나 그림책을 많이 접하다 보니 저도 성장하는 느낌이 들고, 기존의 한계나 제약에서 벗어나 시야가 더 넓어진 느낌이에요. 가수로 치자면 다양한 음역대를 아우르게 된 느낌이에요.


작가의 육아법이 궁금합니다. 특별한 육아 노하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아기가 어릴수록 엄마가 품어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물처럼 그저 품어주고 안아주고 다독여주면 아기는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건강하게 잘 자란다고 믿어요. 어릴 때 예술적 감수성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미술관이나 도서관에 데려가는 것도 좋지만 어릴수록 엄마가 무릎에 앉혀 책 읽어주고 그림 그리고, 만들기를 하면서 몸으로 놀아주는 것이 가장 큰 교육이 아닐까 생각해요. 큰 아이가 유치원 때부터 자주 동네 친구를 불러 동시를 쓰기도 하고 자연관찰이나 그림 그리기를 하면서 놀았어요. 우리 집은 아이들 그림과 낙서가 집안의 장식인데요. 덕분에 엄마랑 동시 쓰는 것이나 그림 그리기, 그림책 읽기를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 같아 저도 좋았죠.


아이들은 어렸을 때 동시를 짓는 수업을 많이 받게 되는데요. 학교에서 동시 수업을 할 때, 교사들이 어떻게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소리가 아름다운 동시도 있고, 의미가 좋은 동시도 있는데, 선생님이 지속적으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동시를 소개하고 느낌이나 생각을 나누는 것도 좋겠지요. 자주 접해야 친숙하고 재미있어지잖아요. 처음에는 선생님과 친구들과 말놀이 하듯 게임처럼 편을 갈라 어울리는 시어를 고르고, 같이 동시를 써보는 공동창작을 해보는 것도 흥미를 유발하기에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게임하듯 놀면서 기발한 생각을 나누고 자유롭게 연상하고 상상력을 끌어내다 보면 자연스레 언어감각도 체득되고 표현력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러다 보면 자기만의 동시를 써보고 싶고 무엇인가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 들겠지요. 집에서도 엄마 아빠와 어떤 주제를 정하고 스무고개나 끝말잇기 하듯 연상되는 시어를 늘어놓고 발굴하고 조합하다 보면, 아이의 어휘력도 풍부해지고 상상력도 뻗어나갈 거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동시가 갖는 매력, 짧지만 아름답고 리듬감 있는 우리 동시의 아름다움에 눈뜨고 즐길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노빈손』 시리즈도 지속적으로 집필 중이신데요. 책을 소개해주신다면? 앞으로도 시리즈가 예정되어 있는지요?

노빈손 시리즈도 20대 후반부터 집필해온 애정이 가는 시리즈인데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노빈손이 펼치는 엉뚱하고 기발한 모험담 속에서 학습적인 재료들을 녹인 스토리물입니다.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과학, 역사, 세계사, 예술사 등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죠. 저는 『노빈손 계절탐험 시리즈』 4권과 『노빈손, 괴짜동물들의 천국 갈라파고스를 가다』, 『미술탐정 노빈손 마네의 행방을 추적하라』의 집필에 참여했는데요. 지금은 아기에게 동시 쓰고 들려주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느라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언젠가 문학사, 시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시리즈를 써볼 예정입이에요.


작가님이 좋아하는 시인과 작품은 무엇인가요?

『대설주의보』부터 말놀이 동시집까지 폭넓고 독창적인 시 세계와, 『말놀이 동시집』으로 동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한 최승호 시인을 좋아합니다. 『말놀이 동시집』을 읽어보면 리듬이 너무 좋고 재미있고 뭔가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말놀이 동요’도 쉽고 아이랑 따라 부르기 재미있고요. 아이가 참 좋아합니다. 또 테드 휴즈의 강렬하고 독창적인 시 세계를 좋아해요. 특히 동물을 소재로 한 공격적인 시들을 좋아하고요. 또 그림책 작가로는 영국의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의 화려한 색채와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동물 그림을 좋아해요. 특히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의 그림을 그린 이수지 작가의 팬이라 이번 작업이 더욱 소중하고 뜻깊었습니다.


앞으로의 집필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동시도 계속해서 쓰실 생각이신가요?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에서 못다한 동시들을 더 펼쳐보고 싶어요. 동시를 쓰면서 맑아지고 아기와 더 가까워지고 스스로도 치유되는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았거든요. 아름다운 동시로 세상 많은 아가들과 엄마들을 만나고 싶어요. 또 내년에는 아주 강렬하고 멋진 시 세계로 세 번째 시집도 묶을 계획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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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문혜진 글/이수지 그림 | 비룡소
엄마의 사랑을 따듯하고 생동감 넘치는 시와 그림으로 담아낸 동시집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입니다.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인 문혜진의 동시와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이수지의 그림이 한 몸처럼 어우러진, 이 동시집은 엄마와 아이의 소소한 일상을 생생하게 보여 주면서 아이에게 무한한 사랑과 응원을 전합니다. 실제로 두 아이의 엄마인 문혜진 시인과 이수지 작가는 정성을 듬뿍 담아 이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사랑 노래를 만들어냈습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석우 “웹툰 작가 안 됐으면, 애니메이션 감독 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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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감성이라고는 애당초 없었는데 두 편의 학원물을 그렸다. 판타지 로맨스 『17살, 그 여름날의 기적』에 이어 순정 로맨스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연재하고 있는 석우 작가. 그는 오래 전부터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뱀파이어라는 정체를 숨긴 채 일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여고생 ‘백마리’의 이야기다. 마리는 인간을 좋아하지만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들킬 까봐 스스로를 세상 속에서 소외시킨다. 석우 작가는 마리의 성장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속삭인다. ‘너의 비밀을 알게 되도 너를 좋아할 거야’.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어떻게 탄생한 작품인가요? ‘뱀파이어와 로맨스’를 학원물로 다뤘다는 점이 색다릅니다.

차기작을 선택하던 중 우연히 나온 작품입니다. 차기작 중 하나였던 뱀파이어 가족의 이야기를 짜보다가(<아담스 패밀리> 분위기의) 딸의 이야기를 쓸 때 즈음 학교에서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딸의 심정이 마치 사회에서 차별당하는 소수자, 그리고 더 넓게는 다문화 가족 아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아 그 후, 그 콘셉트에 맞춰 시놉을 여주인공 중심의 성장이야기로 다시 재정비하기 시작했고, 『오렌지 마말레이드』란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뱀파이어 로맨스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뱀파이어와의 로맨스는 많이 나온 상태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특이할 만한 점이라고 한다면 여자 뱀파이어와 인간남자의 사랑이야기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웃음).


뱀파이어 학원물인 셈인데 주인공은 퀸카, 킹카이고 밴드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그리면서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나요?

차별화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밝은 분위기로 이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 구조도 아니었고 밴드부의 이야기를 크게 부각시킬 생각도 없었거든요. 제 목표는 단 한 가지. 여자주인공 마리의 성장이었습니다. 만약 여주인공 마리가 정체를 모두에게 밝히고 사회에서도 존재를 인정 받은 상태였다면, 학원물 분위기에 맞게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더 해보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소녀감성을 갖고 웹툰을 그리는 게 힘들다고 말하셨는데요. 소녀감성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는 부분이 있나요?

작품을 시작하기 전엔 소녀감성의 만화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습니다. 대사 하나 행동 하나에도 엄청난 신경을 써야하더군요. 조금만 노선에서 어긋나 버리면 느낌이 확 달라져 버려서요 가끔은 작품의 감성에 맞지 않는 저의 남성스러운 대사나 행동들이 나와 버려서 곤란할 때도 있었습니다(웃음). 그래서 매주 스토리를 갈아엎고 다시 쓰고를 반복하죠. 주로 새벽에 스토리를 쓰는데 이 시간 때가 사람이 감성적이 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얼굴 표정에 가장 많은 신경을 씁니다. 대사와 감정에 맞는 표정을 그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죠. 캐릭터의 표정을 통해 독자들이 보다 더 캐릭터의 처한 상황이나 감정에 공감하고 또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들고 싶거든요. 그리고 습관이라고 하면 그림을 그리면서 저도 모르게 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불러서 같은 작업실을 쓰는 동료 작가들이 매우 심기 불편해 만들고 있죠(웃음).




주인공 백마리는 뱀파이어라는 정체성을 숨기고 학교생활을 하는데요. 작가님도 혹시 숨기고 싶은 정체성 같은 것이 있나요?

딱히 크게 숨기고 싶은 건, 아쉽게도 없네요(웃음). 다만 우리 주위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죠. 그런 관심들이 제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간 것 같습니다.


마리를 좋아하는 정재민은 킹카이고 훈남인데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훈남’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훈남은 “못생겼지만 정이 가는 남자를 일컫는 말”이라고 하네요(웃음). ‘정재민’이란 캐릭터는 정말 잘 생긴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음, 제가 생각하는 훈남의 정의는 외모가 딱히 모나지 않고 잘생겼다고 하기엔 약간 모자란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전작 『17살 그 여름날의 기적』도 그렇고 사랑, 우정, 연애 같은 부분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요.

사랑이야기에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웃음). 학원물도 그렇게 좋아하진 않고, 본 작품도 많은 편은 아니에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학원물을 연달아 두 작품 하게 되었네요. 아마 다음 작품을 하게 된다면 이제까지의 작품들과 분위기가 많이 다른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 감독 지망생이었는데, 웹툰 작가가 안 됐다면 어떤 직업을 가졌을 것 같나요?

애니메이션 감독의 꿈은 꿈으로 남겨둔 지 오래입니다. 제가 감당하기엔 너무 어려운 직업이고 능력도 많이 모자라죠. 지금도 열심히 애니메이션 쪽의 일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고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약 웹툰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도 계속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는 성격이거든요(웃음).


<웹툰 라디오> 진행을 맡고 계신데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신다면? 팟캐스트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꼭 초대하고 싶은 작가가 있다면요?

<웹툰 라디오>의 DJ는 모두 현재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만화가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5개의 채널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만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으며 방송은 팟캐스트나 팟빵, 그리고 <웹툰 라디오> 블로그와 카페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거나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라디오의 매력은 자주 접할 수 없는 웹툰 작가들의 생각들을 들어볼 수 있다는 거고요. 또한 유명작가들을 섭외해 인터뷰를 하는 ‘추궁 60분’이란 채널을 통해 DJ들 외에 여러 작가들의 작품적인 이야기와 노하우 등도 들어 보실 수 있습니다. 매우 재밌다고 하더군요(웃음). 초대하고 싶은 작가는 『미생』의 윤태호 작가님. 존경합니다. 또 『방과후 전쟁활동』의 하일권 작가님, 『창백한 말』의 추혜연 작가님, 『치즈인더트랩』의 순끼 작가님 등을 좋아합니다. 제가 너무 재밌어 하는 작품은 영향을 받을 까봐, 또 질투심에 일부러 보지 않는 것도 있는데, 이 작가님들의 작품들 역시 보지 않게 되더군요. 음, 참 이상한 답변이네요. 아, 보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안 본거지 아예 안 본 건 아닙니다(웃음).


현재 대한민국의 웹툰 시장을 작가로서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웹툰 시장은 지금 현재 황금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작품들의 이름이 사람들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으며 또한 영상화 진행도 되고 있는 작품들도 많고요 관심도가 매우 높아진 상태죠. 그리고 웹툰의 유료화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데요. 우려했던 바와 달리 독자들 사이에서 유료화의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완화된 것 같아서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이 꾸준히 나와 주고 독자 분들의 기대에 부흥할 수만 있다면 웹툰 시장의 미래가 밝지 않나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시나요? 웹툰작가는 연재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을 텐데요.

보통 술로 풉니다. 동료 작가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작품에 대한 생각을 잠시나마 지우려고 노력하고 있죠. 매주 스토리를 짜내려면 머리를 비울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요즘엔 술도 조금씩 버거워지기 시작해서 게임을 해볼까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어떤 일본 작가를 보니 게임에 빠져 마감을 안 한다고 하던데, 무섭지만 한번 시도해볼까 생각합니다. 평소 취미는 영화보기 입니다. 마감을 하고 집에서 프로젝터로 영화를 보며 휴식을 즐기고 있죠. 보통 작가들이 작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에 취미생활을 하기가 어려운데 그나마 내 스케줄에 맞춘 가장 적절한 게 영화를 보는 거더라고요. 마감을 하고 나면 그냥 누워 있고만 싶어서(웃음).


앞으로 꼭 그리고 싶은 작품과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밝고 풋풋한 내용을 많이 해서 그런지 반대되는 장르에 갈증을 많이 느껴 다음에는 그동안과 분위기가 많이 다른 공포물을 해보고 싶습니다. 짜놓은 시놉시스 초안은 있지만 아직 공개 할 수는 없고요. 공포와 스릴러가 섞인 한 인간의 처절한 복수극이라는 것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번에 『오렌지 마말레이드』가 단행본으로 출간되고 나서, 굉장히 뿌듯했어요. 자신의 작품을 종이책으로 본다는 게 컴퓨터로 볼 때랑 느낌이 남다르더군요. 책으로 예쁘게 엮어주신 세미콜론 출판사 정말 감사 드리고,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좋아해주시는 독자 여러분이 실망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열심히 작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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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마말레이드석우 글,그림 | 세미콜론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재민과 마리의 사연 있는 밀당, 그리고 다른 존재들과 어우러지는 방법을 배워가는 소년소녀의 풋풋한 성장담이 펼쳐지는 학원 순정 만화이다. 뱀파이어라는 이질적인 존재가 등장하지만, 도시 속 뱀파이어 가족의 일상, 뱀파이어와 가족을 이룬 인간들을 등장시켜 판타지적 요소보다는 각 캐릭터가 갖고 있는 현실성 있는 고민과 순정 만화 특유의 정서를 최대한으로 보여준다. 또한 작가가 직접 편집을 하고 부록을 추가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구성된 단행본은 독자들을 위한 작가의 노력과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100여 개 도시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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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친한 사람과 가면 더 자주 싸운다. 친하기에 감정을 스스럼 없이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도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은 휴식이 아니라 고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30세 아들과 60세 엄마가 세계여행을 떠났다. 다 큰 아들과 나이 든 엄마, 그리고 세계여행. 한 달짜리 여행도 아니고 300일짜리 여행이다. 어떤 여행일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나도 처음에는 꿈같은 얘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음먹으니까 떠나게 되더라. 사실 친구나 애인과 떠나는 것보다 더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어차피 피로 엮인 사이, 이판저판 싸우다 인연 끝낼 일 없다고 생각했다.”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의 저자인 태원준 씨의 말이다. 본인은 쉽게 결정으면서도 다른 사람에게는 추천하지는 않았다. 엄마와 마트 가는 일도 버거워할 이 나라의 아들을 배려해서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재미있게 읽으면서 감동도 느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책 출간을 축하한다. 어쩌다 이런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나.

다소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엄마의 환갑을 앞두고 누나와 환갑선물이나 환갑잔치에 관해 많은 의견을 나누었다. 그러다 여행을 선물하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계획에 살이 붙어 ‘세계배낭여행’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이 여행이 실현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구체적인 계획도 잡지 못했다. 해가 갈수록 엄마가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희박해질 것이라는 위기 의식이 강해졌다. 이 여행으로 평생 엄마에게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들자 망설일 이유가 없어졌다. 개인적으로도 30살 즈음이 1년 정도 여행을 떠나기엔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너무 먼 곳까지 발 딛지 않은 나이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여행 계획에 집중했다. 누나도 도와줬다.


평소 어떤 아들이었는지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엄마는 절친한 친구고, 스승이다. 지나침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항상 자유를 허락했다. 생각보다는 행동과 실천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준 스승이다. 학창시절 공부하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 없다. 대신 어머니는 복지시설이나 장애우 단체에 데리고 다니면서 나누고 베푸는 즐거움을 가르쳐주었다. 함께 행동하고 함께 느끼며 친구처럼 많은 걸 공유했던 덕에 어머니와는 소통하기 어렵지 않았다. 이런 서로에 대한 끈끈한 믿음이 있었기에 이번 동행이 가능했다.


세계여행을 꿈꾸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행 준비하면서, 여행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경비를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둘이서 300일간 여행한 것치고는 많은 돈을 쓰지 않았다. 일단 여행가기 전에 2년 여간 여기저기서 일하며 모은 돈을 모두 쏟아 부었다. 대략 중소기업의 1년 반 정도의 월급이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래도 장기 여행이었기에 호텔에서 자고, 좋은 음식을 먹고, 비행기로 이동하며 여행할 수가 없었다. 경비를 아끼기 위해 호스텔 도미토리와 저렴한 현지음식으로 숙식을 해결했고, 20시간 이상 걸리는 버스를 타기도 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정말 잘 버텼다. 귀국일자를 정하지 않고 떠난 여행이라 한 푼이라도 아껴야 했다.

엄마와 세계여행을 하겠다는 마음을 굳힌 뒤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여행에만 집중했다. 하던 일을 관두고 그간 모은 돈을 모두 은행 적금에 묶어두었다. 그리고 바로 엄마가 운영 중인 작은 식당으로 갔다. 엄마도 이미 세계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굳혔기에 가게를 내놓은 상태였다. 가게가 팔릴 때까지 엄마와 함께 식당을 운영했다. 엄마의 은퇴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워낙 불경기라 수개월이 지난 뒤에야 겨우 가게를 처분할 수 있었다. 가게가 나간 뒤에는 모든 게 일사천리였다. 주변에 여행 사실을 알린 뒤 바로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소식을 접한 모두가 경악했지만 누나는 서울에 남아 여러 가지 지원을 했다. 가게를 판 뒤 한 달 반 만에 엄마와 나는 중국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블로그가 여행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떠나긴 했으나 여행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확신도 없었다. 실제로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로 위기가 찾아왔고, 동남아로 넘어 가자마자 급격한 기온 변화에 엄마는 탈진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까?” 수십 번을 물었지만 그럴 때마다 엄마는 이를 악물고 벌떡 일어나 길 위에 섰다. 뭉클했던 에피소드들이 이어질 때마다 그 순간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매일 블로그에 우리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30세 아들과 60세 엄마라는, 워낙 특이한 조합인 데다 예측 불가능한 에피소드들이 늘어가면서 블로그가 입소문을 타게 되었다. 수많은 이들이 댓글과 쪽지로 우리를 응원해줬다. 엄마도 지칠 때면 응원 댓글을 보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다시 한 번 그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블로그가 제법 유명세를 타자 여행 중반쯤 한 출판사에서 첫 출판 제의가 왔다. 책을 낼 생각이 전혀 없고 쓸 여력도 없어 정중히 거절했다. 그러다 여행이 끝날 때쯤 두세 군데의 출판사에서 다시 제의가 왔고 블로그에도 책 낼 생각은 없냐는 댓글이 늘어났다. 이쯤 되자 우리의 이야기가 얼마나 특별한지를 깨닫게 되었고, 한 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300일 뒤에 여행을 마치고 서울에 왔을 때는 이미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었다.


300일 동안 50개국, 100여 개 도시를 돌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도시를 꼽는다면?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갈 만한 여행지도 알려달라.

여행 후 가장 많이 들으면서도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여행지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좋아할 듯한 나라는 단연 터키다. 엄마도 터키를 가장 좋아했다. 터키에는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대자연, 화려한 도시, 소박한 시골 마을, 로마의 고대 유적은 물론 기암괴석과 석회층이 춤을 추는 자연의 신비로움까지 어느 하나 빠질 게 없는 나라다. 그중 한 도시를 꼽으라면 카파도키아 지역. 이미 많은 여행자들에게 알려진 곳이다. 기암괴석이 지천에 널려 있고 거대한 협곡과 동굴이 쉴 새 없이 나타난다. 새벽녘에 동시에 떠오르는 수백 개의 열기구 또한 장관이다. 몬테네그로의 ‘코토르’라는 작은 마을은 숨은 보석 같은 곳이다. 아드리아 해와 수백 년 된 옛 시가지를 품은 도시로, 코토르 성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풍경은 압도적이란 말이 부족할 정도다. 웅장한 바위산과 아름다운 바다, 광활한 하늘이 동시에 눈앞에 펼쳐지고 붉은 지붕을 가진 수천 개의 집들과 하얀 보트들이 눈앞에 넘실댄다.




책에 사진이 굉장히 많다. 자연, 인물, 사물 등 다양한 피사체를 담았더라. 자신만의 사진 철학이 있나? DSLR을 들고 갔는데, 들고다니기 번거로웠겠다.

사진 쪽에서 일한 경험도 있고 사진을 좋아하기도 해서 여행 중 사진을 많이 찍는다. 여행 전 쓰던 준전문가용 DSLR을 팔고 작고 가벼운 보급형 DSLR로 바꿔 가져갔다. 어느 곳에 가든 늘 카메라가 목에 걸려 있어 때론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사진 찍는 걸 좋아해 번거롭다고 느낀 적은 없다. 오히려 귀국 2주를 앞두고 카메라가 고장이 났는데, 현지에서 하나 사야하나 고민까지 할 정도였다. 특별한 사진 철학은 없다. 다만 파인더 안의 모습을 카메라뿐만 아니라 머릿속에도 동시에 기록한다. 여행 후 발바닥이 근질거릴 때마다 여행 때 찍은 사진을 보곤 하는데, 무작위로 한 장을 뽑아도 어느 나라, 어느 도시의 어느 곳이다, 라고 말 할 수 있다. 한 컷의 사진을 찍을 때마다 한 개의 추억이 쌓인다. 이번 여행에선 무려 15만개의 추억을 만들어 왔다.


300일이라는 시간이 늘 한결같을 순 없었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누나와 벌인 깜짝쇼가 이번 여행 중 최고의 순간이었다. 여행 세 달째 접어들 때쯤 어버이날이 찾아왔는데 서울에 있던 누나가 그때에 맞춰 휴가를 내고 방콕으로 날아왔다. 당연히 엄마에겐 알리지 않았고 누나와 둘이 몰래 연락을 주고받으며 거사를 준비했다. 누나가 오는 날, 나는 일부러 무리한 일정을 강행해 엄마를 지치게 만들었고 엄마는 예상대로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피곤에 쓰러졌다. 그때 숙소를 빠져나와 누나와 재회한 뒤 몰래 숙소로 잠입했다. 자고 있던 엄마의 눈앞에 서울에 있는 줄만 알았던 딸이 나타났고, 엄마는 이게 꿈이냐 생시냐, 하며 숙소가 떠나갈 듯 비명을 질렀다.


기회가 닿는다면 엄마랑 또 여행할 계획이 있는지?

사실 이번 여행은 동유럽에서 끝날 계획이었는데 엄마의 의지로 인해 북유럽과 서유럽까지 연장되었다. 최종 목적지인 런던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남미로 갈 경제적 여유가 있는지 물었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못 가본 나라들이 더 많은 걸 안타까워했다. 이런 상황에 내가 무슨 결정권이 있겠는가? 기회가 닿는다면 또 떠나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아니면 누가 엄마를 커버하겠는가? 다만 절대 이번처럼 오래 여행하고 싶지는 않다. (웃음) <꽃보다 할배>의 이서진 씨를 보면서 나는 온 마음으로 공감했다. 하하.


이번 여름 휴가 계획, 따로 생각해 둔 게 있나.

아직 계획은 없다. 기회가 되면 가족과 제주도 한편에 위치한 우도를 찾고 싶다. 우도는 10년 전 여행을 갔다가 넋을 뺐던 곳인데 그때와 많이 달라져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도 아찔할 정도로 멋진 여행지들이 정말 많다. 개인적으로 전라남도와 제주도에 참 멋진 여행지가 많이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국외로 여행을 자주 다닌다. 여행하다 보면 우리 사회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선이 길러질 듯하다. 대한민국, 어떤 곳인가.

일단 우리나라는 정말 모든 것이 편리하다. 많은 곳이 24시간 영업을 한다. 자정이 넘어도 원하는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고 새벽 2시에 전화 한통이면 피자와 치킨이 배달된다. 적어도 서울에서는 슈퍼마켓도, 까페도, 음식점도, 술집도 24시간 연중무휴인 곳이 허다하다. 하지만 삶이 ‘편안’하지는 않은 것 같다. 위의 사실을 바꿔 말하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돌아다니다보면 우리나라처럼 일을 많이 하고 개인시간이 부족한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느 도시에서는 오후 7시면 상점 문이 다 닫혔고, 어느 도시에서는 여름을 맞아 한 달씩 여름휴가를 떠난 상점 주인들이 많았다. 부럽더라. 삶의 질이 높다고 일컬어지는 나라들을 방문하면 사람들의 표정에서부터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여행 중 카우치서핑이라는 커뮤니티를 통해 현지인의 집에서 지낼 일이 많았는데, 그들은 현재의 삶을 즐기려 노력하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무언가를 배우거나 사교활동에 열심이고 쉬는 날에는 가족들과 공원이라도 산책을 하려 노력했다. 한국에서는 가족을 위해 더 많이 일을 하는 편이라고 말하자, ‘그럼 그 일할 시간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 되잖아.’라고 말하던 친구가 생각난다.

우리 어머니만 해도 일단 젊을 때 열심히 벌고 아이들 다 챙긴 다음에 삶을 즐기고 여행도 해야지, 하는 전형적인 한국의 어른이었다. 어머니야 다행히 어느 정도 꿈을 실현했지만 이런 케이스가 흔치는 않다. 100살까지 백 가지의 재미를 쓸 수 있다고 할 때, 우리나라는 100가지 재미를 안 쓰고 끝까지 모았다가 나이 들고 체력도 떨어졌을 때 한꺼번에 쓰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1년에 한 가지씩 100년에 걸쳐 재미를 추구하는 나라가 더 많다는 걸 여행하며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리고 하나 더, 우리나라는 편견이 굉장히 심하다. 이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우리가 유독 심하다. 직접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하면 꽤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유럽하면 우선 동경하며 바라본다. 하지만 중국과 동남아시아는 멋진 곳이다. 그들의 오랜 역사와 눈부신 유적을 들여다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때로는 우리나라가 너무 초라해 보이기도 할 정도다.

우리나라가 훗날 세계 경제 1위 대국이 된다고 하더라도 최빈국이라 일컬어지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유적’ 같은 세계적인 수준의 방대한 역사유적을 가질 수는 없다. 비록 시민의식이 자리 잡혀 있지 않은 곳이 있기도 하지만 무시당하고 괄시받을 만큼 심각한 곳은 없다. 오히려 푸근한 정이 넘치는 곳이 훨씬 더 많다.

모든 나라에는 찬란한 유산이 있고 존경받아야 할 문화가 있다. 우리나라를 벗어나면 우리는 모두 손님이다. 머리색과 피부색,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현지인들이 그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배운다는 자세로 현지인들을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건 여행자의 의무다. 가보지 않고, 혹은 단편적인 사실로 한 나라를 판단하는 건 사람을 얼굴만 보고 단정 짓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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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일단 가고봅시다!태원준 저 | 북로그컴퍼니
어느 한 곳, 어느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여행 이야기로 채워진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동의 이야기를 먼저 엮은 것으로, 여행 1막에 해당한다. 책 속에는 ‘정말? 과연? 실제로 그랬어?’ 싶은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여행 내내 엄마에게 재롱잔치라도 부리는 듯한 아들의 조금은 철이 없는, 하지만 훈훈한 속내가 가득해 읽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엄마미소를 짓게 만든다. 더불어 여행의 여운이 생생하게 담긴 사진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여행 2막인 모로코에서부터 런던까지의 이야기,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는 오는 10월 출간 예정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12년 만에 내는 소설, 류소영 작가는 스마트폰보다 문학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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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라는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소설가 류소영이 첫 소설집 『피스타치오를 먹는 여자』를 낸 뒤 두 번째 소설집을 내기까지 걸린 시간이기도 하다. 첫 소설집을 내고 그녀는 결혼생활과 육아, 교직생활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틈틈이 소설을 써왔다. 그 결과물이 바로 『개미, 내 가여운 개미』다.

이번 소설집 전반에 흐르는 정서는 ‘상실’이다. 우울한 책이겠거니 생각하면 금물. 총 8편의 단편을 실은 이 소설집에는 상실, 부재를 다루면서도 경쾌함을 잊지 않은 작품도 있다. ‘윤미와 춤을’, ‘꽃마차는 달려갑니다’가 그렇다.




12년 만에 소설집을 낸 기분이 어떤가, 첫 소설집을 낸 이후 어떻게 지냈나.

시원하고 기쁘다. 쑥스럽기도 하고. 첫 소설을 냈을 때가 결혼한 지 두 달이 지난 때였다. 이제 열한 살, 아홉 살 된 두 딸아이를 키우고, 중학교 8년을 거쳐 고등학교에서 7년째 근무하며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짬짬이 소설도 썼고. 더 바쁜 순간이 올 수도 있겠지만, 내 생애 가장 바쁘고 에너지를 많이 쓴 때가 아닌가 싶다.


이번에 출간된 두 번째 소설집 『개미, 내 가여운 개미』에는 8편의 단편이 실렸다. 그중 어떤 작품에 가장 애착이 가는가.

첫 번째 수록작 「물소리」다. 나는 항상, 줄거리로 간추릴 것도 없는, 정말 별것 아닌 평범한 글감으로, 사람들 마음속에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 글을 쓰고자 한다. 독자가 어떻게 읽을지 모르겠지만, 그 목표에 가장 근접한 글이 아닌가 싶다.


이소연 문학 평론가도 지적했듯, 이번 단편집은 ‘상실’과 ‘부재’로 가득 차 있다. 「물소리」는 댐 건설로 사라지게 될 공간을, 표제작인 「개미, 내 가여운 개미」는 폭식증에 시달리다 고인이 되어버린 형수의 동생을, 「옷 잘 입는 여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이 든 심야에 일하는 사람을, 「또 밤이 오면」은 가출한 시어머니를 그렸다. 이렇듯 상실과 부재를 집중적으로 표현한 이유는 무엇인지.

무언가 결여되어 있을 때 사람이 근본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고독이나 아집, 진정한 내면 같은 게 잘 드러나지 않나 생각한다. 학생들에게도 늘 일상의 빈틈을 즐겨라, 심심해져라, 하고 말한다.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나이에 비해 좀 구식인 것 같긴 하지만, 나는 스마트폰이 싫다. 일상에서 부재한 것, 빈틈, 공허한 순간 같은 걸 아예 봉쇄시키는 괴물 같아서다.


책 표지에 나온 소개대로, ‘서울의 국립대’를 나왔고, 지금은 교단에 있다. 공부를 잘했을 것 같은데, 학창 시절이 궁금하다.

머리는 좋은 것 같지 않고, 공부는 그냥 열심히 했다. 어린 마음에 억척스런 사투리를 쓰는 부산이 싫었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기 때문에, 유학비와 사립대 학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부산을 뜰 수 있는 방법은 국립대에 진학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한 것 같다. 하지만 문학 작품은 꾸준히 읽었다. 고등학교 연합 문학 동아리의 열성 멤버였다.


부산에서 태어나서 작품에 한 번 정도는 바다가 등장할 줄 알았다. 그런데 「꽃마차는 달려갑니다」에서 아주 잠깐 공간적 배경이 된 것을 제외하면, 작품 대부분이 건조한 도시가 배경이다.

내 머릿속에 있는 부산은, 뭐 물론 지금은 어디서 부산 사람을 만나면 마냥 반갑고 기쁘지만, 지독한 교통 체증, 문화의 불모지, 밀수, 사투리, 생활의 맨얼굴…… 같은 것으로 이미지화되어 있다. 서울을 동경했고, 서울에 올라온 이후에는 한강변에 나가 생각을 정리하곤 했다. 조계사, 계동과 가회동 일대의 골목길, 한강, 대학로 같은 곳들은 애착을 갖는 공간들이다.




등단 이후 두 권의 소설집을 냈다. 장편소설을 쓰고 싶은 욕심은 없는지 궁금하다.

문학 활동을 시에서 출발해서인지 소설도 항상 시적인 착상에서 출발한다. 특별히 장편소설에 대한 욕심이 있다기보다는 언젠가 그에 맞는 호흡을 갖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출판계, 문학계에 ‘문학의 위기’ 담론이 심상치 않게 나온다. 요약하자면, 사람들이 점점 더 책을 안 읽고 소설을 안 읽는다는 내용이다. 12년 전에 소설집을 냈을 때와 비교했을 때, 이런 분위기를 체감하는지. ‘문학의 위기’를 어떻게 보나.

원래 구석자리가 문학의 자리라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좀 섭섭하긴 하다. 남동생이 모 통신사에서 LTE 폰을 연구하는 연구원인데, 그런 거 자꾸 연구하지 말라고 농담조로 말하곤 한다. 내 소설에 대한 반응도 물론 피부로 느낀다. 연성화되어 발을 맞추기보다는 차라리 좀 더 깊어지고 치열해져서, 변화된 문화적 환경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감당해야 할 것 같은데…… 어렵다.


집필 활동과 교직 생활만 해도 매우 바쁘겠다. 혹시 특별한 취미생활이 있다면?

작가 소개에도 썼듯이 야구 경기를 시청하거나, 직접 응원하러 가는 것을 즐긴다.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가장 정교한 스포츠가 야구가 아닌가 싶다. 그것 말고도 인체가 건강하게 살아 움직이고, 무언가 전략이 돋보이는 경기를 지켜보는 게 좋다. 테니스 선수 노박 조코비치의 팬이기도 하다.


패색이 짙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응원하는 게 좋다고 했다. 올 시즌 전반기를 롯데가 6위로 마쳤다. 올해 프로야구, 어떻게 보나.

이 인터뷰를 쓰는 순간 5위로 올라갔다. 올해 좋은 전력이 아닌데 항상 기를 쓰고 100%를 보이려고 하는 모습을 좋아한다. 늘 열심인 유격수 신본기 선수, 2루수 정훈 선수의 팬이고, 떠나온 고향에 대한 애증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작가와 즐겨 읽는 장르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가리지 않고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한참 열심히 쓰셨을 때의 최윤 선생님, 그리고 요즘 활발히 쓰고 있는 작가로는 편혜영, 강영숙을 좋아한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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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내 가여운 개미류소영 저 | 작가정신
과거에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폭식증을 앓고 있는 여성, 큰 체구에 어색한 몸매를 가졌으나 개미처럼 위축된, 신중한 몸가짐을 한 그녀의 흔적을 더듬는「개미, 내 가여운 개미」,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옷차림을 강박적으로 고수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옷 잘 입는 여자」, ‘입안에 빨대 많이 꽂아넣기’ 종목에 출전하는 한 남자에 대한 기록을 담은「기록」, 자신에게 걸려오는 유령 같은 전화의 목소리를 통해 전화번호의 전 주인 ‘강미현’의 정체를 이모저모 추리해가는「기억할 만한 지나침」등 우리의 일상을 류소영 특유의 문체를 통해 감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저자 모리사와 아키오 “작가의 유언은 작품 속 메시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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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타인은 바꿀 수 없어도 미래와 나는 바꿀 수 있어요.” 


악성 림프종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아내 요코는 남편 에지에게 유서 대신 선물을 남기기로 한다. 홀로 남겨진 집에서 쓸쓸하게 살지 말라고, 남편답게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도록 돕기 위해 두 통의 편지를 남기기로 한 것. 한 통은 유언지원회에 의해 전달되는 편지, 다른 두 통은 아내의 고향 마을 우체국에 가야 받을 수 있는 편지다. 남편 에지는 아내의 유언에 따라 편지를 찾으러 가는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마치 죽은 아내가 준비해놓은 듯한 여러 사람과 인연을 맺는다.


『당신에게』는 ‘제2의 아사다 지로’라고 불리는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 모리사와 아키오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당신에게>의 소설판을 제안 받고 일본 구석구석을 직접 걸어 다니며 오랜 취재 끝에 소설을 완성했다. 소설 속 주인공 구라시마 에지는 도야마에서 출발해 서부 해안을 따라 일본 남단 나가사키 현 히라도 시의 우스카까지 1,000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여행했다. 작가 역시 이 길을 걸으며 길 위의 풍경들은 고스란히 소설에 담았다. 한국판 『당신에게』의 역자 이수미는 번역을 하던 도중, 에지가 도야마에서 출발하여 우스카까지 갔던 여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고 말한다. 일본의 유명 관광지가 아닌 내륙을 지나 구불구불 이어지는 생경한 곳들은 아내를 떠나 보낸 에지의 쓸쓸한 감성과 함께 따뜻한 연민을 느끼게 한다. 누군가의 죽음을 받아 들이기 힘들 때, 에지처럼 여행을 떠나 보면 어떨까. 비록 요코의 편지가 없을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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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저자 모리사와 아키오 작가


영화 <당신에게>가 제작되고 있는 중에 소설 작업을 의뢰 받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원작을 가지고 영화화를 하는 경우는 많아도 제작 중인 영화를 소설로 집필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요. 


일본의 보배라는 말로 칭송 받는 배우 다카쿠라 겐 씨가 주연을 맡을 영화의 소설판을, 영화 제작과 동시에 써달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제게는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어서 기쁜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지요. 영화로 만들기 위한 대략적인 줄거리가 원래 존재했고, 그 줄거리를 바탕으로 나름대로 대폭 변화를 주어 집필한 것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소설과는 꽤 다르기 때문에 영화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봤습니다. 볼수록 깊이가 느껴지는 영화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영화와 소설이 많이 다르니 비교해서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작품을 쓰시면서 일본 구석구석을 직접 걸어 다니며 취재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지역은 어디인가요? 


원래 방랑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본은 구석구석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당신에게> 취재를 위한 여행지 중에서는 나가사키(長崎) 현의 우스카(薄香) 항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작품 속에도 짧게 넣었는데, 우연히 만난 동네 할머니들이 풍로에 생선을 구워서 먹여주셨지요. 그런 따스한 만남이 있는 여행을 무척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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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우스카 항에서 만난 마을 주민. 생선을 구워주신 고마운 분들이다. 


소설에서 주인공 에지는 아내 마지막 편지를 찾기 위해 아내의 고향에 있는 우체국을 찾아가는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요. 작가님께서 지금까지 받았던 편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편지는 무엇인가요?


기억에 남는 편지를 많이 받았습니다만, 굳이 하나를 선택하라면, 췌장암으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독자에게 받은 편지를 꼽겠습니다. 그 편지에 “모리사와 씨 작품을 읽고 나서, 인생의 마지막 날까지 나답게, 생명이 있음에 감사하면서 살 수 있게 되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어요. 그 편지를 읽었을 때, 진심으로 작가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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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나오는 다케다 성(上)

소설에 나오는 우스카 항의 거리(下)


작가님께서 유언으로 한 사람에게만 편지를 남겨야 한다면 누구에게 쓰고 싶나요? 


한 사람만 선택할 수가 없네요. 가족 모두에게 남기고 싶습니다. 그보다 내가 여태까지 써온 작품에 담긴 메시지야말로 가장 나다운 유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소설 속 요코의 좌우명이 ‘타인과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나와 미래는 바꿀 수 있다’인데요.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 문장입니다. 혹시 작가님의 신념이신가요?


네. 영화에는 나오지 않고 소설판에만 나온 문장입니다. 물론 제 신념이기도 합니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 내가 하는 노력은 매우 간단합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을, 좋은 부분도 싫은 부분도 모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눈앞의 해야 할 일에만 전력을 다하는 것이지요.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결과는 신에게 맡깁니다.


전작 『무지개 곶의 찻집』에서 인물들이 찻집에서 위로를 받았다면, 『당신에게』의 에지는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위로하고 또 치유를 받습니다. 작가님은 무엇을 통해 위로를 받나요?


가족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치유 받고 있습니다. 원래 인간이라는 단어는 ‘사람 사이(人間)’라는 뜻이지요.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나는 자연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바다, 강, 숲에 나가서 자연 속에 푹 잠긴 채 놀다 보면 치유가 됩니다.


‘행복’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집필하고 계신데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행복이란 앞으로 만들어갈 것이 아니라, 깨달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해지고 싶어, 행복해질 거야! 하고 안달하는 사람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불행한 상태 그대로이지요? 그렇게 되고 싶어 한다는 건, 아직 그렇지 않다는 뜻이니까요. 반대로 작은 것에서 행복을 깨닫는 사람은 그 순간부터 행복한 것입니다. 발 밑에 아무렇게나 핀 들꽃이 예쁘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만으로 이미 행복하지요.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밥을 먹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 휴대전화가 있어서 행복하다, 가게 점원이 방긋 웃어줘서 행복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내가 아직 살아 있어 행복하다, 눈으로 볼 수 있으니 행복하다, 책을 읽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 이렇듯 여러분 주위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행복이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그걸 하나라도 더 많이 발견해낼 수 있는 ‘행복을 깨닫는 천재’가 되길 바랍니다. 『무지개 곶의 찻집』이나 『당신에게』의 등장인물들 모두 자기 주위에 존재하는 행복을 깨달음으로써 멋진 인생을 걷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내가 정말 좋아하는 한국의 독자 여러분이 제 작품을 읽고 자꾸자꾸 행복해지기를! 여러분과 졸저의 기적 같은 만남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이 궁금합니다. 한국 독자와 만나본 적이 있으신가요? 


10년 정도 전에 몽골로 향하던 도중, 비행기가 급유를 위해 서울의 공항에 임시로 착륙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공항 내에서 머문 적이 있을 뿐, 한국을 제대로 여행한 적은 없습니다. 언젠가 꼭 제대로 된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한국에 계신 독자와 만난 적은 없지만,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독자 분과는 만난 적이 있습니다. 내가 만난 한국인은 모두 무척 다정하고 지혜롭고 좋은 분들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집필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 10개 작품의 출판이 결정되어 있습니다. 마감이 다가오는 것부터 쓰고 있지요. 오랜만에 그림책도 한 권 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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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모리사와 아키오 저/이수미 역 | 샘터 | 원서 : あなたへ
사별한 아내가 띄운 마지막 편지, 그 유서가 보관된 아내의 고향 우체국으로 향하는 남편의 여행. 《당신에게》는 사별한 아내가 띄운 마지막 편지, 즉 유서가 보관된 아내의 고향 우체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한 남자의 여행을 그린 소설로,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2012년에 개봉하였다. 영화 [철도원]의 주연으로 익숙한 일본의 국민 배우 다카쿠라 겐 주연, 다나카 유코, 쿠사나기 츠요시(초난강), 기타노 다케시 등 호화 캐스팅으로 주목받았고, 영화와 소설 모두 호평을 받았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짱뚱이 오진희 작가 “자연과 놀아야 진짜 창의력 생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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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구들은 참외를 껍질째 먹어요. 참외 껍질은 향기도 좋고, 속살보다 영양분이 더욱 많이 들어 있대요. 그리고 애써 농사지은 것을 함부로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할머니는 사람들이 혼자만 먹으려고 싹쓸이를 하니까 산나물, 들나물 들도 점점 사라진대요. 그래서 배고픈 고라니랑 산토끼가 사람들이 먹는 밭작물을 훔쳐 먹는 거래요. 사람도 동물도 서로 혼자만 먹으려고 욕심을 부리면 어떻게 될까요? 서로 사이좋게 나눠 먹는 방법은 없을까요?”
MBC <아빠! 어디 가?>에 출연 중인 도시 아이들은 여행지에서 아이스크림 대신 미숫가루, 과자 대신 감자, 옥수수를 간식으로 먹는다. 햄을 찾던 아이들은 어느새 찐 감자가 주식인 마냥 맛있게 먹는 모습이다. 좋아하는 반찬이 없으면 밥을 잘 먹지 않았던 아이들도 자연 속에서 뛰어 놀다 보니, 자연의 맛을 알게 됐다. 부모들이 훨씬 더 자연과 가깝게 살았는데도,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이 부모들보다 더 거리낌 없이 자연에 적응하고 있다. 『자연을 먹어요』를 집필한 오진희 작가는 “TV 속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는 인공적인 놀이공원이 아니라 자연 속에 있다”고 말한다.

『자연을 먹어요』는 어린이를 위한 몸살림 교과서다. 자연이 준 건강한 먹거리를 살펴보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법을 소개한다. 오진희 작가는 “무심히 지나치는 풀잎에도 신맛, 단맛, 쓴맛, 매운맛이 골고루 있다”고 말한다. 『자연을 먹어요』봄 편에는 괭이밥, 냉이, 삘기, 돌나물 등을, 여름 편에서는 산딸기, 살구, 비름나물, 참외, 매실 등의 유래와 조리법을 보슬이와 보람이네 가족을 통해 친근하게 전한다. 

“자연을 잠깐의 체험학습과 짧은 여행으로밖에 경험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자연의 선물을 한 움큼 입에 넣어주고 싶었어요. 봄과 여름 편에 이어서 가을, 겨울 편도 완성이 될 거고요. 가을이 되면 고구마 밭에 엎드려서 한 달 동안은 농사일에 매달릴 것 같아요. 겨울이 되면 농사지은 고구마를 맛있게 구워 먹으며 생태, 평화와 관련된 그림책이나 동화들을 계속 쓸 거예요. 책을 쓰다가 지루하면 가끔 내년에 농사지을 밭에 퇴비를 만들기도 하고요. 종이를 많이 쓰면 나무를 너무 많이 베어 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니까 천천히 조금씩 꼭 써야 할 책만 써야겠지요.”




그동안 많은 작품을 통해 자연 이야기를 해오셨는데, 『자연을 먹어요』에는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다양한 과일, 채소 등을 직접적으로 소개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감성을 전달하고 싶으셨나요?

저는 자연에서 노는 걸 워낙 좋아해요. 산과 들에 놀러 다니면서 봄에 나오는 들나물을 시작으로 여름엔 텃밭에서 풋고추, 가지, 호박, 오이를 날마다 한 바구니씩 따 먹어요. 그런데 혼자 먹으려니 인스턴트 패스트푸드만 먹는 어린 친구들이 안쓰러웠어요. 좋은 것은 나누어 먹어야 하잖아요. 많은 친구들과 나누려면 우선 어떤 것이 얼마나 좋은지도 알려 줘야 하죠. 제가 어릴 때는 삶에서 스스로 터득했는데 요즘 친구들은 대부분 도시에 살거나 시골에 살아도 아파트에 사니까요. 책으로라도 알려 줘야지요.


봄나물, 여름 과일 등 여러 가지 먹거리를 소개하셨는데요. 딸기는 6월에 먹어야 좋은 과일인데, 겨울에 대부분 먹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제철음식이 또 있나요?

요즘은 모든 과일과 채소들이 모두 제철엔 먹을 수 없고 하우스 재배를 통해서 일찍 시장에 나온 것들을 먹습니다. 빨리 키워서 일찍 시장에 내놓아야 더 좋은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도 어린이들의 먹거리가 시장 논리에 의해서 지배된다는 사실이 안타깝지요. 옛날에는 오이도 7-8월이 제철이고 참외도 7월 말, 8월에야 밭에서 나온 것들을 먹었지요. 밭 딸기는 5월 중순이 넘어야 익기 시작해요. 우리 몸의 건강을 책임지는 먹거리가 때를 거슬러 나오면서 우리 몸도 반란을 일으키고 있으니 참 걱정입니다.


『자연을 먹어요』에 소개된 음식 중에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작가님이 어린 시절 즐겨 먹었던 음식에 대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어린 시절 여름 내내 호박을 먹었어요. 애호박이 열리면 된장국도 끓여 먹고, 호박에 새우젓을 넣고 볶아 먹고, 장마에 줄기가 무성해지면 호박잎을 쪄 먹고, 풋호박이랑 호박 줄기로 들깨탕을 끓여 먹고 비오는 날은 애호박 썰어서 호박전 해 먹고요. 그때는 날마다 먹는 호박이 질려서 먹기 싫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호박이 사랑스러워요. 헤헤헤.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우리 집 호박이 잘 안 열려서 무척 안타깝습니다. 무성하게 자란 호박잎만 먹고 있어요.


지리산 자락 작은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셨는데, ‘짱뚱이’로 불렸던 어린 시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재밌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여름에 냇가에서 놀다가 보면 물속에 있는 고기랑 다슬기가 눈에 보여요. 그러면 물놀이를 하다가 다슬기를 잡기 시작하지요. 고무신을 벗어서 잡은 다슬기를 양손 가득 들고 맨발로 집에 가는 거예요. 날쌘 애들은 손으로 고기를 잡았어요. 손으로 잡을 만큼 고기가 많기도 했고요. 그렇게 잡은 고기를 모레를 파서 연못처럼 만들어 놓고 보고 놀다가 풀어 주기도 하고 많이 잡으면 풀줄기에 꿰어서 들고 집으로 가져가 저녁 반찬을 했지요.




강화도 생활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도시 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을 누리실 것 같은데요.

놀고, 먹고 일하고요(웃음). 시골 생활은 마음만 달리 먹으면 도시에서 누릴 수 없는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지요. 지금 우리 집 마당엔 오이, 호박, 파, 고추, 가지, 토마토가 있어요. 처마 밑엔 주먹만 한 박도 열려 있어요. 장마가 그치면 김장용 배추와 무를 심을 거예요. 그렇게 살아요. 자연에 살다 보면 겸손해져요. 농사를 짓는 일은 부지런히 시절을 따라 일하지만 결과는 오직 하늘(자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요. 장마와 태풍을 견딘 곡식들이 가을에 어떤 결실을 맺을지 기대도 되고요.


여름철, 아이들이 먹으면 좋을 자연식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의 먹거리 때문에 고민이 많은 부모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가장 좋은 음식은 제철에 나온 것들을 가장 간단하게 조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름엔 햇감자를 굽거나 쪄서 실컷 먹이세요. 감자에 있는 비타민은 다른 채소와는 달리 굽거나 쪄도 잘 파괴되지 않는답니다. 우유니, 버터니 이런 것 넣지 말고요. 그냥 순수한 감자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먹는 것이지요. 그것이 가장 건강한 먹거리가 아닌가 싶어요.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하고 계신데요. 아이들이 환경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들의 무관심은 어른들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해요. 환경 교육을 하다 보면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훨씬 더 잘 받아들여요. 어른들이 먼저 잘해야 해요. 지금 어른들은 미래 아이들이 써야 할 자원이나 에너지들까지 끌어다가 쓰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무엇을 물려줄지 어른들이 더 깊이 생각하고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입에 머리에 넣어 주는 대로 자라잖아요. 어른들이 문제지요.


그림책과 만화책의 글 작업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만화책이나 그림책을 할 때나 그림을 생각하는 것은 비슷해요. 글을 쓸 때 크게 다르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만화는 아무래도 대사가 많지요. 만화는 그림책 한쪽을 필름처럼 나누어서 좀 더 천천히 자세하게 표현한다면 그림책은 생략이 많고요. 저는 그림책을 쓸 때, 독자의 상상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느낌이나 생각을 독자에게 맡기려고 노력했어요. 만화보다는 덜 친절한 느낌이지요. 만화가 그림의 양은 훨씬 더 많지만 글의 영향력은 그림책보다 더 큰 것 같아요.




강연회를 통해 독자들을 만나시는데, 아이들에게 주로 말씀을 하시나요?

엄마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놀려라, 놀아라!”예요. 누구나 공부로 일등이 될 수는 없잖아요. 잘 노는 아이가 행복하고, 행복한 아이가 공부만 해서 일등 하는 아이보다 더 잘 살 수 있어요. 우리 사회는 도대체 뭘 위해서 하는지도 모르고, 휩쓸려서 아이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녀요. 창의성은 책이나 학원에서 가르쳐 주지 않아요. 자연 속에서 놀면 가장 최고의 창의성이 생겨요. 논술, 논술 하는데 애들이 생각할 시간이 있어야 논리적 사고를 하지요. 내 스스로 해 봐야 내 논리가 생길 것 아닌가요? 제가 주로 하는 얘기들은 이런 것이에요.


『자연을 먹어요』를 읽을 예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척 더운 여름입니다. 지난 33년간 북극의 빙하가 절반이나 녹아 버렸대요. 죄송합니다. 어른들의 잘못입니다. 여러분은 어른들이 저지른 잘못을 그대로 닮지 마세요. 지구를 지켜 주세요. 기후 변화로 위기에 빠진 지구를 지키려면 먼저 우리들의 먹거리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 땅, 내 몸이 태어난 곳, 자연에서 나온 먹거리들을 알고 먹어야 건강한 몸으로 지구를 지킬 수 있답니다. 자연을 알고 자연을 먹고 자연을 누리면서 지구를 지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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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먹어요! 봄오진희 글/백명식 그림 | 내인생의책
사계절 내내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로 준 먹을거리가 무엇이지 알아보고, 서로서로 나누어 먹으며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나게 해 주는 어린이를 위한 몸살림 교과서입니다. 어떻게 하면 자연이 준 건강한 먹을거리를 계속 먹을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흙과 물과 햇빛과 바람이 만들어 내는 여러 가지 자연의 맛을 느껴 보세요.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스마트폰 화면보다는 공감과 위트 있는 책이 더 낫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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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을 말씀해 주세요.


김은주 작가(이하 김) : 가로수길에 있는 외국계 광고 대행사인 TBWA에서 종종 야근을 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원래 올빼미형 인간인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네요. 그래도 잠깐 프리랜서로 일하다 다시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는데, 더 집중할 수 있고 에너지도 얻는 것 같습니다.

양현정 작가(이하 양) : 프리랜서로 캐릭터 디자인과 일러스트 작업을 하며 개인 작업도 함께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7살이 넘은 고양이 하루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허류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자  에너지의 원동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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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작가 


기존의 『1cm』가 해외번역 수출되고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지금의 1cm 는 어떻게 달라졌는지요.

 

김 : 일러스트와 짧은 글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같지만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달팽이 안에 달』이라는 책도 출간했고,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이라는 책의 번역과 카피라이팅 작업도 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또 조금 더 살아온 인생이 더해져 더 다양한 시각이 생겼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1cm 플러스』  를 만들었습니다. 1cm에는 신선함이 있었다면 1cm 에는 신선함 더욱 깊어진 크리에이티브가 담겨있습니다. 또 일러스트 작가와 함께 작업한 덕택에 일러스트의 완성도도 더 높아졌습니다. 첫 책에서는 신경쓰지 못했던 여러가지 디테일한 부분까지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러한 점을 많은 독자가 알아줘서 정말 기쁩니다. 


양현정 작가와는 원래 알던 사이였나요?


김 : 저와 양현정 작가가 만나게 된 과정은 마치 지구 위 두 남녀가 만나는 과정과 비슷했습니다. 마치 겹겹이 이루어진 페스츄리 빵처럼 여러 우연이 겹쳐져 만나게 되었는데요. 한 때 북유럽 인테리어에 매력을 느껴 여러 사이트를 검색하다 커먼키친이라는 인테리어 소품 사이트에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양현정 작가의 일러스트 포스터를 봤어요. 첫 눈에 사랑에 빠졌습니다. 현정 작가는 당시 허즈베리라는 가명을 쓰고 있었고, 일러스트도 매우 신선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당연히 외국 일러스트 작가인 줄 알았어요. 이후에 검색을 해보고 블로그를 찾아냈답니다. 기쁜 마음에 러브콜을 보냈고 그렇게 1cm 가 시작되었어요.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인테리어 소품 사이트를 운영하는 분이 현정 작가의 동생이라 현정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고 있었던 것이었어요. 제가 북유럽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현정 작가의 동생이 소품 사이트를 운영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만남조차 운명적이면서 위트 있지요? 게다가 첫 날 똑같은 머리 스타일, 똑같은 스타일의 블랙 코트에 디자인이 완전히 같은 구두를 신고 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나이도 똑같고 생일도 똑같이 겨울이고, 취향도 비슷해서 아 이건 '운명이다'라고 느낄 정도였죠.


양현정 작가님은 책 작업은 처음인데요. 어땠나요.


양 : 책이라는 매체로 일러스트로써 이야기하고 그 느낌을 전달하는 것은 또 다른 설렘과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김은주 작가와 함께 아이디어와 표현에 관해 재미있고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해봤습니다. 새로운 도전이었죠.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여러가지 스타일로 표현할 수 있어서 더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며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힘과 위로를 받았기에 더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었고 그 마음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책이 다른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김 : 무엇보다 저는 모든 것에 초탈한 현자도 아니고 나이가 많아 세상의 이치를 모두 깨달은 도인은 더더욱 아닙니다. 야근으로 녹초가 되기도 하고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독자와 똑같이 생활하는 사람입니다. 똑같이 꿈을 좇고 좌절도 하고 사랑하고, 또 힘들지만 스스로를 다독여 일어서는 사람이기에, 제가 발견하고, 배우고, 힘을 얻은 것들을 독자들이 더 공감할 수 있고, 또한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작가로서, 지나칠 수 있는 인생의 부분들을 포착하고 거기에서 잊고 있었던 의미들,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가치들에 대해 재조명하고, 공감하고, 다시 돌이켜보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지요.


『1cm 플러스』를 만드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 : 책을 쓰면서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위트와 공감입니다. 공감에 대해서는 위 질문에서 대답을 했으니 위트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위트는 다른 말로 소통이고 또한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나르시시즘이나 권위주의에 매몰된 사람은 위트를 가질 수 없습니다. 남은 신경 쓸 필요 없이 오직 자기 자신만 즐거우면 되고 세상의 중심은 자신입니다. 그에 반해 위트는 다른 사람을 향하고 있습니다. 위트는 따뜻합니다. 또한 위트는 크리에이티브입니다. 평범한 것으로부터 색다른 포인트를 찾아내어 즐거움을 주죠. 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고 늘 크리에이티브한 시각을 갖고 의미를 찾고 전달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래서 1cm 에서도 심각한 얼굴과 어려운 척 하는 단어는 던져버리고 위트로 많은 것들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마냥 위트만 계속 되는 것은 아니고 즐거움과 진지함이 반반씩 공존하지요. 인생처럼요.

 

책에는 글과 그림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재미난 장치가 들어있는데요.


책 속에 숨어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장치들은 『1cm』,『달팽이 안에 달』, 『1cm 플러스』의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량은 OECD국가들 중 가장 낮다고 합니다. 또 스마트폰 때문에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책을 외면하도록 만들기 보다 책에 대해 흥미를 느끼게 만들고 책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1cm >는 책을 좋아하는 독자부터 많이 읽지 않는 독자들까지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책이라서 가능한 여러가지를 시도해봤습니다. 페이지를 접으면 내용이 반전된다거나, 세계최초 독자 몰래카메라(?)를 숨겨놓는다거나, 다른 페이지로 건너 뛰게 만든다거나 하는 흥미로운 장치들이 그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준비한 마지막 페이지에 붙어있는 한정 일러스트 엽서도 멋진 선물인 동시에 그러한 장치 중의 하나가 되겠지요. 하나의 멋진 무대를 위해 철저하게 무대장치를 준비하는 것처럼 『1cm 』를 구입해서 첫 장을 넘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책을 덮을 때까지 총체적인 과정이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디자인되었습니다.1cm 를 읽는 것이 노래방보다 놀이공원보다 재미있을 수 있도록, 그래서 책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도록 책 한 권에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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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답게, 책 속에는 짧지만 강력한 문장을 많이 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근거 없는 낙관이 대책 없는 비관보다 낫다’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책 속에 담은 문장은 인용 없이 모두 창작하신 건지요? 두 분이 1cm 에서 마음에 드는 꼭지를 하나씩 소개해주신다면?


김 : 네 모든 내용이 순수창작입니다. 하나를 꼽기가 참 어려운데 고르자면, '하늘색이라는 고정관념'입니다. '하늘색'이라는 고정관념처럼 우리를 둘러싼 고정관념과 그것을 깨는 새로운 생각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양 : '위로의 재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책에 있는 글과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아름답습니다. 선물하기 좋은 책, 이라는 평도 있던데요.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 3명만 꼽아 주세요.


김 : 부모님, 멀리 캐나다 살아서 한국을 접하기 힘든 친구, 제 오랜 독자님께 선물하고 싶습니다 

양 : 부모님, 한결같은 오랜 친구, 따뜻한 배려로 고마운 분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김 : 1cm가 해외에 번역 수출 되었고, 벌써 1cm 플러스』도 해외판권을 얘기하는 에이전시가 많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소설은 수출되는 경우가 많지만 에세이 같은 경우는 거의 없다고 들었습니다. 1cm 플러스에는 세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생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어 글로벌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 또한 외국의 여느 일러스트레이터보다 뛰어나고 매력있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알랭드보통이 있는 영국에서 사인회를 하는게 꿈인데 현재 한국의 많은 독자분들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하게 나아갈 수 있는 첫 신호라고 믿고 있고 제 꿈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1cm나 앞으로의 작품을 통해 한국의 베스트셀러 뿐 아닌 세계의 스테디셀러로 한국 콘텐츠의 우수성과 한국 출판의 힘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양 : 사람들의 바쁘고 지친 일상에 『1cm 플러스』가 힘이 되고 잊고 있던 소중한 것은 다시금 일깨워주는 그런 책이 되어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즐겁고 재미있게 그림을 그리고 싶으며 소소하게 삶과 과정을 즐길 줄 아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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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플러스김은주 저/양현정 그림 | 허밍버드
2008년 출간, “인생이 긴 자라면, 우리에게는 1cm만큼의 ( )가 필요하다”는 독특한 부제를 달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1cm》. 카피라이터 특유의 기발한 발상과 관찰력을 재기 발랄하면서도 인상적인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어 찬사를 얻었다. 그리고 2013년 여름, 그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1cm (1센티 플러스)》라는 제목에서처럼, 첫 ‘1센티’에서 보여주었던 재치와 위트, 감성을 한층 ‘플러스’해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읽는다기보다는 보고, 느끼고, 이야기에 직접 참여하도록 이끄는 이 책은 어제와 똑같던 오늘에 청량감과 활기를 불어넣는다. 우리의 머리와 가슴을 움직여, 하루하루를 실로 새롭게 살아가도록 하는 에너지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정은길 아나운서 “품위유지비, 자기계발비도 무시 못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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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절, 첫 월급 121만 원으로 ‘내 집 마련 프로젝트’를 시작해 29살에 집을 산 정은길 아나운서. 그녀는 『여자의 습관』을 통해 “생활재테크의 6가지 원칙을 지키면 돈을 모을 수 있다
고 말한다. 첫째는 확실한 목표 정하기, 둘째는 우선순위 파악하기. 그리고 비용 절감 실천하기, 남의 돈도 아까워하기, 가치 있게 쓰기, 꾸준히 관리하기 등이다. 정은길 아나운서는 “재테크는 특별한 지식을 필요로 하는 ‘기술’이 아니라, 밥 먹고 잠자고 숨 쉬는 행위와 같이 매우 자연스러운 생활습관이자 삶 자체”라고 말한다. 여성들의 주요 소비항목인 품위유지비와 자기계발비도 꼼꼼히 따져보고 지출해야 한다고 말하며, CMA, 주식, 펀드보다 중요한 건  돈을 불러 모으는 라이프스타일이라고 강조한다.


“재테크에 관한 지식과 기술에 치여 돈과 멀어졌던 분들을 위해 노하우들을 정리했어요. 큰 맘 먹고 돈을 모아 보려고 재테크 책을 펼쳤는데 갑자기 등장하는 금융 용어와 숫자에 포기하셨던 분들이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여자의 습관』을 읽으실 땐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서 읽으셔야 합니다. 왜냐면 이건 절대 머리 아프게 읽어야 할,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책이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책을 덮을 때, 아무 생각이 안 나는 책도 절대 아니니 안심하시고요(웃음).”




어릴 적부터 계좌로 용돈을 받기 시작하고 대학교 입학 때까지 소비통제를 한 결과, 10대에 용돈만으로 700만 원을 모았습니다. 어린 나이에는 소비통제를 하긴 정말 힘들었을 텐데요. 가능할 수 있었던 목적 의식이 있었나요?

어른도 하기 힘든 소비통제를 어린 아이가 했으네, 사실 쉽지는 않았어요. 친구들이 새로 산 물건들을 자랑할 때마다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었고요. 하지만 매번 흔들리기만 한다면 절약과 저축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리죠. 돈을 모으는 일이 결코 쉬운 건 아니지만, 힘들기만 했다면 아마 용돈만으로 그렇게 돈을 모으지 못했을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독립에 대한 마음이 컸어요. 하고 싶은 일도 많았고요. 하지만 독립 후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독립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야 나도 부모님께 어른으로서 다가갈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요. 그런 마음이 들자 절약과 저축이 수월해졌어요. 아마 이때부터 원하는 게 확실하면 보다 수월하게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29세에 내 집 마련을 성공하셨는데요. 그 때 기분을 지금 떠올린다면 어떤가요? 내 집 마련을 위해 실행한 전략들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신다면?

다시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번질 정도로 좋았던 기억뿐이죠. 서른이 되기도 전에 내 집이 생겼는데, 그것도 어릴 때부터 간절히 바라던 목표를 실현했는데 얼마나 좋았겠어요. 그 순간을 맞기 위해 절약과 저축의 생활재테크를 정말 열심히 실천했어요. 몇 가지 전략들을 간단히 말씀 드리면, 늘 명확한 목표를 생각하면서 돈을 썼어요. 내 수중에 있는 돈은 내 집 마련을 위한 돈인데, 과연 지금 이 물건을 사는 게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일까를 생각하는 식이죠.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굉장히 많은 곳에서 이렇다 할 고민 없이 돈을 써왔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게 돼요. 그 밖에도 품위유지비라는 이름으로 낭비되는 온갖 지출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했고요, 나를 위한 투자라 생각하며 자기계발비 항목에 무작정 돈을 쓰는 것도 경계했어요. 내 집 마련을 위해 실행한 전략들은 사실 꽤 많은 편인데요. 효율적으로 돈을 쓰기 위한 저만의 방법들이나 소비통제를 하면서 생기는 슬럼프 극복법 등 제가 직접 실행하면서 생긴 여러 가지 노하우들은 모두 『여자의 습관』에 자세히 나와 있어요.


책을 보니, 저축을 생활화하고 있지만 경조사비는 절대 아끼지 않는다고 하셨는데요. 이 외에도 후하게 쓰는 지출 항목이 있나요?

자기계발을 위해 쓰는 돈도 경계할 정도니 그 어떤 항목도 후하게 쓰는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경조사비 등 사람 도리를 하는 돈에는 인색하지 않으려 노력하죠. 한때 제가 관대하게 돈을 썼던 분야는 자기계발비였는데요. 이 역시 한번만 더 고민하면 굳이 돈이 들지 않더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사회생활 연차가 늘수록 많이 알게 되더라고요. ‘마음껏 써도 되는 돈이란 없다’가 제 생각입니다. 다만 어떤 목표를 위해 돈을 모았으면 반드시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돈을 모으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면 절대로 안 된다는 걸 항상 잊지 않았으면 해요.


지금의 남편과 연애시절부터 데이트 통장을 만들어 사용하셨다고요. 두 사람의 소비 관념이 다르면 쉽지 않은 시도인데요. 부부의 생각 차이로 오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생각의 차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결혼 준비 단계부터 충분한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결혼 준비 시간을 줄이는 대신, 앞으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동의 목표가 생겼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절약과 저축의 생활재테크가 꼭 필요하다는 합의가 이루어졌죠. 생각의 차이는 얼마든지 좁힐 수 있어요. 공동의 목표만 있다면요.


결혼준비도 알뜰하게 하셨을 것 같아요. 예비 부부들에게 결혼을 준비할 때, 이것만은 명심해라 라고 소개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남들과 비교하지 말았으면 해요. ‘남들도 이 정도는 한다는데’ ‘세상에 한번뿐인 결혼식인데’ 이런 생각은 돈 낭비를 부추기기만 하거든요. 우리 부부에게 진짜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확실히 안다면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저희는 혼수, 예물, 예단 등을 과감히 생략했어요. 무조건 새 것을 사는 대신 서로 쓰던 물건들을 많이 가져왔고요. 저는 제가 쓰던 화장대와 엄마가 쓰지 않는 장식장과 그릇들을, 남편은 자기가 쓰던 책상과 어머님이 쓰지 않던 전기그릴 등을 가져 와서 살림 장만에 드는 비용을 많이 낮췄어요. 이렇게 줄인 비용은 고스란히 집 장만에 쓰였죠. ‘남과의 비교 금지’가 제가 알뜰하게 결혼을 할 수 있었던 핵심 노하우입니다.


저자님의 가계부 작성법도 궁금합니다. 노하우를 알려주신다면?

우선 가계부 맨 앞장에 목표를 적어요. 저에게는 내 집 마련이나 대출금 청산, 세계여행 경비마련 등이 목표였는데요. 항상 가계부 맨 앞장의 목표를 보면서 지출통제의 의지를 다졌어요.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답니다. 가계부는 자세히 기록한다고 좋은 게 아니에요. 많은 양의 정보를 쓰다 보면 쓴 내용을 활용하기도 전에 쓰다가 지쳐서 1~3월만 빼곡한 가계부를 갖게 될 거예요. 가계부는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처럼 쓰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모든 지출을 항목별로만 기록하는 거죠. 아파트 관리비가 수도세, 전기세, 난방비 등으로 나뉜 것처럼 가계부도 교통비, 대출금, 식비, 용돈, 보험료 등으로 큰 줄기만 한 달 단위로 쓰는 거예요. 그러면 지난 달에 비해서 이번달에 어떤 항목을 더 지출했는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부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거죠.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도 지난 달 대비 증감률을 보여주잖아요. 그런 식으로 가계부를 쓴다면 소비나 수입의 증감률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기 때문에 과소비한 부분에 대해서 금방 알아채고 소비 습관을 바꿀 수 있어요. 많은 걸 한꺼번에 담는 가계부가 아니라 꼭 필요한 정보만 담는 가계부를 쓰는 게 제 노하우입니다.


요즘은 신혼부부들이 각자 따로따로 월급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통장도 결혼해야 한다
고 하셨어요. 수입과 지출을 서로 공개하고 합쳐서 사용하고 계신데, 이 같은 방법이 유용한가요?


수입을 합치면 저축을 할 수 있는 규모가 달라져요. 혼자서 아무리 절약과 저축을 해도 한계가 있는데, 둘이 수입을 합치면 그 한계를 금방 넘게 되거든요. 그리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절약과 저축의 생활재테크를 실천하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정말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게 되는 날을 맞게 되면 그 부부는 단순한 남녀의 커플을 넘어 함께 걷는 인생을 사는 진정한 나만의 파트너가 된다고 생각해요. 다음 단계의 목표를 계속해서 설정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돈도 훨씬 더 많이 저축할 수 있고, 둘 사이의 관계를 더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는 ‘통장결혼식’을 안 할 이유가 없는 거죠.




장을 볼 때, 반드시 포스트잇을 활용하신다고요. 어떤 방법인가요?

결혼 초기에는 장을 볼 때 사고 싶은 것과 사야 하는 것의 차이를 잘 몰랐어요. 당연히 식비로 불필요한 지출이 생겼고, 끝까지 먹지 못하는 식재료가 발생했죠. 곰곰이 문제점을 생각해봤더니 우리 집에 어떤 음식들이 있는지를 제가 잘 몰랐더라고요. 가지고 있는 식재료만 100% 파악해도 굳이 장을 보러 갈 필요가 없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냉장고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집에 있는 음식들을 모조리 적어보았어요. 꽤 많은 음식의 양과 종류에 놀랐던 기억 나네요. 그렇게 식재료가 모조리 파악되자 그 재료들을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요리를 바로 옆에 또 다른 포스트잇을 붙이고 메모하기 시작했어요. 상당히 많은 요리의 응용이 가능하더라고요. 모든 음식을 파악하고 요리를 해먹으면 다 떨어진 식재료, 꼭 사야 하는 음식들을 정확히 알게 되요. 그 역시 포스트잇에 붙여 관리하는 방법으로 식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어요. 외식비는 만들어 먹는 요리에 따라 어느 게 더 효율적인지가 달라지겠지만, 제 경우엔 예외입니다. 저희 부부는 이유 없는 외식은 하지 않거든요. 외식에도 ‘A라는 목표를 이루면 B라는 식당에서 외식하기’ 이런 원칙을 두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외식을 하지 않아요. 만들어 먹는 것보다 외식이 더 저렴할 수 있다는 것이 저희 부부에겐 적용이 되지 않네요.


육아를 위한 재테크 준비도 철저하실 것 같습니다. 출산 계획이나 육아 대책 어떻게 세우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당연히 생활재테크의 측면에서 바라봐야죠. 제가 자란 스타일 자체가 큰돈 들이지 않았던 케이스라 저 역시 육아에 무조건 돈을 쓰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자녀가 없기 때문에 이렇다 할 대책이라고 말씀드릴 게 없어 아쉽네요. 아직까지 육아를 위해 따로 돈을 모으고 있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세계여행을 떠나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여행 시기는 대략 언제쯤으로 계획하고 있나요?

세계여행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어요. 올해 10월 중순에 떠납니다. 루트는 미국 횡단을 시작으로 남미를 거쳐 아프리카, 중동, 유럽을 돌아 한국에 돌아오는 10개월 코스에요. 여행 스타일은 당연히 초호화 럭셔리 풀 패키지 여행이 절대 아니고요. 빠듯한 예산을 가진 대학생이 배낭여행을 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가장 정확할 것 같네요. 좋다는 거 다 먹고 남들 봤다는 거 다 보는 여행이 아니라, 저희 부부의 인생 터닝 포인트인 세계여행인 만큼 많은 것들을 느끼고 공유하고 생각하는 시간으로 채워 보려고요. 여행하면서 알뜰하게 여행하는 기술이나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노하우를 쌓게 된다면 바로 알려드릴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돈은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것도 중요합니다. 노년이 되면 모은 돈을 어떻게 쓰고 싶나요.

저는 부자가 되고 싶어서 돈을 모으는 게 아니에요. 누가 더 부자로 살다가 죽느냐가 우리 인생과제가 아니듯, 돈만 열심히 모으는 것만큼 의미가 없는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돈은 쓰기 위해 모으는 거죠.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노년의 제 모습이 그리 풍족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다만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은 간절합니다. 돈이 많아서 행복한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거든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원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절약과 저축의 생활재테크가 평생 계속되리라 봅니다. 지금처럼요. 생활방식이 노년이라고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해요.


현명한 재테크를 위해 꼭 필요한 전략들만 소개하신다면.

책에서 밝힌 원칙이 6가지 있어요. ‘확실한 목표를 정한다, 우선순위를 파악한다, 비용 절감을 실천한다, 남의 돈도 아까워한다, 가치 있게 쓴다, 꾸준히 관리한다’ 이렇게 총 6가지인데요. 이 중에서도 딱 3가지만 고른다면 ‘확실한 목표, 남의 돈 아끼기, 꾸준히 관리하기’입니다. 누구에게든 명확히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확실한 목표가 중요한 이유는 돈을 쓸 때 우선순위를 가릴 수 있게 해주고, 귀찮은 여러 가지 일에도 몸을 움직이게 해 비용 절감을 잘 실천하게 해주기 때문이죠. 그리고 내 돈 아까운 줄 알면서 남의 돈 아까운 줄 모르는 사람은 돈을 일관되게 모으기가 어려워요. 내 돈이 아깝듯 남의 돈도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더 돈을 잘 모을 수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사람 도리를 하는 돈은 아끼지 않기 때문에 가치 있는 돈 쓰기도 잘하기 마련이고요. 마지막으로 중요한 재테크 전략은 바로 꾸준히 관리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지금 돈 관리를 잘 해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입니다. 가계부를 쓰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돈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꾸준히 파악하며 돈도 수월하게 모을 수 있습니다.


재테크 노하우를 제외하고, 아나운서로서 여성으로서 갖고 싶은 또 다른 습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는 습관을 갖고 있는 분들이 참 부러워요.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을 하는 사람들 말이죠. 그런 활동의 하나로 책을 쓰기도 했지만, 특히 온라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소통의 달인들이 가진 습관들을 갖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저도 그런 습관을 갖기 위해 노력을 해보려고요. 제 책을 읽은 독자 분들, 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과 소통을 하고 싶어서 블로그(http://blog.naver.com/silverway6)를 개설했어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꼭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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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습관정은길 저 | 다산북스
10대 때 용돈만으로 700만 원을 모으고 29살에 1억을 모아 내 집 마련에 성공, 결혼 후에는 2년 6개월 만에 아파트 대출금을 다 갚은 똑소리 나는 아나운서 정은길의 생활재테크 이야기. 재테크를 달리 바라보고 삶의 패턴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1억 모으기와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다. 어학연수를 가서도 현지에서 돈을 벌어 가져간 돈을 고스란히 들고 귀국한 당찬 여자, 살림과 일에서도 늘 ‘저비용 고효율’의 원칙을 고수하여 세계여행 경비까지 마련한 생활재테크 달인의 노하우를 이제 당신의 삶에도 적용해보자.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김영훈 의학박사, 맞벌이라고 외벌이보다 아이 키우는 데 불리하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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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아이의 뇌를 주제로 여러 가지 책을 냈습니다. 이번에 쓴 『공부 의욕』은 기존에 낸 책과 어떤 점에서 같고,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기존의 책이 공부에서의 뇌의 역할과 뇌를 활성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 책은 아이가 공부할 때, 공부를 하고자 하는 욕구를 어떻게 불러일으킬 것인가에 관한 것입니다. 기존에 쓴 책이 공부의 기술을 주로 다루었다면 이번 책은 주로 공부의 동기에 대하여 다루었습니다. 뇌를 기반으로 하였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책과는 같지만 공부에 의욕을 일으킬 수 있는 뇌의 기능과 실천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다릅니다. 


의학도 시절, 소아청소년과 외에도 다양한 전공을 고민했을 텐데요. 현재 전공으로 마음을 굳힌 계기가 있나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강원도 평창이라는 곳에서 3년간 공중보건의 생활을 했습니다. 그 때 아이를 낳았고 아이를 양육하고 교육할 시간이 많았습니다. 아이가 신생아였을 때부터 아이 목욕시키기, 기저귀 갈기, 분유 먹이기, 재우기 등을 경험했습니다.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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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이것만 알아도 병원에 오지 않았을 텐데’, 이런 생각이 든 적이 있나요. 


부모가 스파링파트너가 되어야지 아이를 잘 키우고, 공부의욕이 없는 무기력한 아이로 만들지 않습니다. 스파링 파트너에게는 두 가지 철칙이 있습니다. 첫째는 선수 대신 링에 올라가는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 대신 해결해주는 해결사가 되어서는 안 되며 지지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공부를 하고 공부의욕이 생깁니다. 둘째는 선수의 꿈과 스파링파트너의 꿈은 같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꿈은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위험이 없는 직업인데 아이의 꿈은 자기가 좋아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적인 일이라고 한다면 부모는 아이와 갈등할 수밖에 없으며 제대로 지지해주기 어렵습니다. 부모와 아이의 꿈을 가능하면 일치시켜야 합니다.  


이번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이 ‘당근과 채찍을 버려라’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아는 상식과 반대되는 말인데요.


진정한 의욕은 외부에서 오지 않습니다. 내부에서 솟아납니다. 아이라고 다를까요. 오히려 아이야말로 내적 의욕에 따라 모든 행동이 좌우됩니다. 부모는 아이가 어릴 때 내적 의욕의 씨앗을 뿌릴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외적 동기로 행동을 할 수 있지만, 올바른 행동을 함으로써 기분이 좋아지면, 결국에는 보상 없이도 올바른 행동을 합니다. 올바른 행동이기에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행동하는 것을 내적 동기라고 합니다. 부모역할은 이런 내적 동기를 유발하는 것입니다. 내적 동기는 열정과 실천력을 강화시켜 줍니다. 물론 아이가 무기력해 자신의 의사로 행동을 하지 않을 때는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여 의욕을 북돋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외적 의욕을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라도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는 방식은 아이가 자발적으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애정을 바탕에 두고 바르게 사용하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는 당근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아이가 하고 있는 일이나 한 일에 대해 부모가 느낀 점을 전하면 됩니다. “열심히 하는구나”“성실하네”“고마워”라는 말 정도로 충분합니다. 여기서 당근을 주면 아이가 주체적으로 하고 있는 일에서 부모가 주도권을 쥐게 됩니다. 그러면 아이는 의욕을 잃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외벌이 부부보다 아이를 돌보는 데 불리한 것 같습니다. 맞벌이 부부를 위해 조언해 주신다면?


맞벌이 엄마가 흔히 빠지는 함정이 아이에 대한 죄책감입니다. 곁을 지켜줘야 할 엄마가 아이 떼놓고 돈 벌러 간다는 사회적 편견에서 엄마 자신 역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솔직하게 말하면 항상 아이와 함께 지내는 전업주부보다 엄마 노릇을 잘 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늘 곁에 있다고 좋은 엄마가 되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더 잘 자란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은 자립심이 높고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능력도 뛰어납니다. 맞벌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부가 얼마나 화목한지, 부모가 어떤 인품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맞벌이 엄마는 육아와 일 양쪽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 모두를 망가뜨리고요.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줄인다거나 풀 수 있는 뾰족한 방법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없거든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자투리 시간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하루 일과를 죽 적어보세요.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간을 찾아보세요. 1시간에서 10분까지, 찾아보면 시간의 틈새가 보일 겁니다. 그 시간만큼은 나만의 시간으로 비워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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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공부 의욕을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한국의 공교육이 그런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뾰족한 해법이 있진 않겠지만, 현재 한국의 공교육이 해결해야 할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학교선생님은 내적 동기의 중요한 모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아이의 자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면 아이들은 호기심이 있고 모험적인 일을 좋아하고 독립적으로 학업을 숙련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더 내적 동기화되고 자신들이 더 유능하다고 믿으며 더 창의적입니다. 선생님이 창의력이 높은 아이들을 키우려면 아이들에게 호감을 보이고, 관심을 가며, 만족해하고, 열성적이고, 예의바르고, 전문성이 있어야 합니다. 선생님들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믿음을 통해서 감화를 주어야 합니다.


하이이트(Highet)는 아이들에게 내적 동기를 일으키는 훌륭한 선생님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첫째,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을 알고 좋아합니다. 

훌륭한 선생님은 그 교과목에 대해 교과서에 있는 것 이상으로 그리고 시험에 나오는 것 이상으로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그 교과목을 좋아해서 그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해나가야 합니다. 

둘째,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훌륭한 선생님은 아이들을 좋아해야만 아이에게 적극적입니다. 아이와 의사소통을 잘하고 동기부여를 위한 노력에 집중합니다. 

셋째, 학과목 외에도 많은 것을 압니다.

훌륭한 선생님은 자신이 가르치는 교과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보여준다고 해서 다른 과목이나 세상사에 대해 어두워서는 안 되며 오히려 다른 영역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넷째,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창의성에 미치는 모델링 효과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교실에서 창의성을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이 그들의 일을 즐겨야만 하며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책에서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회복탄력성’을 얘기해 주셨는데요.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회복탄력성’ 기르는 방법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적당한 스트레스는 학업 성취도 높입니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과도하면 그것 또한 공부의욕을 떨어뜨립니다. 

첫째 화를 조절합니다. 실제로 화가 나고 슬프고 짜증이 나는 등의 감정이 우리에게 머무르는 시간은 90초 정도입니다. 화가 났을 때 계속 화가 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화가 나는 감정을 그대로 놔두기 때문입니다. 화가 나는 감정을 여러 방법을 통해서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상태로 만든다면 화가 계속 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분노나 슬픔 등 부정적 정서가 나타났을 때 대처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풉니다. 심호흡도 도움이 되며 천천히 걷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둘째 잘 먹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고 힘이 들수록 영양가 있는 슬로우 푸드를 먹어야 회복이 빠릅니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을 골고루 섭취합니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보라색 과일, 카로틴이 풍부한 빨간색 과일, 비타민 C가 풍부한 노란색 과일이 좋습니다. 블루베리, 토마토, 귤, 딸기, 고구마 같은 음식을 먹습니다.

셋째 가족과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아군에 둘러싸여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 아무리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하더라도 다해결됩니다. 아무리 실망스러운 일이 일어나도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상황을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공부 방법이 있을 텐데, 예나 지금이나 독서는 기초적인 공부 방법입니다. 아이에게 어떤 책을 어떻게 읽혀야 하나요?


아이의 뇌에는 인간이 진화하면서 조물주가 이미 만들어 놓은 경험기대적 발달인 시각, 청각, 언어 등의 신경회로가 들어있습니다. 독서는 경험의존적 발달로서 이들 기존의 신경회로를 사용해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아이는 독서를 할 때마다 새로운 시냅스와 신경회로를 만들어 냅니다. 아이가 독서를 하면 집중력, 기억력, 시각, 청각, 언어를 담당하는 신경회로가 작동을 합니다. 그리고 뇌는 신경회로를 통하여 단어가 주어지면 지식저장소를 자극해 관련 단어를 여러 개 끄집어냅니다. 배경지식에 따라 풍부한 어휘 레퍼토리와 그에 관련된 연상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독서를 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독서는 많이 하면 할수록 독서가 재미있어지고 많은 배경지식이 쌓여 더 효율적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시기는 6년 내내 언어의 뇌인 측두엽이 주로 발달하므로 독서의 경쟁력이 두뇌의 경쟁력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책을 읽을 때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필요가 있으며 자기가 좋아하거나 잘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깊이 읽어서 유능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전공 서적 외 주로 읽는 책이 있나요? 채널예스 독자를 위해 책 추천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양한 주제로 책을 읽는 편입니다. 요즘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는 창의성인데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미셸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에코의서재),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창의성의 즐거움>(북로드)이 창의성과 창의적 인간에 대한 윤곽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최근 태아프로그래밍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애니 머피 폴의 <오리진>(추수밭)이 과학적이고 대중적인 시각으로 태교의 오해와 진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공부와 뇌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데 대니얼 윌링햄의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부키)는 뇌기반 교육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에게 오리엔테이션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처럼 부모교육이 필요한 때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핵가족 사회여서 육아멘토를 구하기도 어렵고 맞벌이 부모가 많아서 아이의 양육이나 교육에 전념할 시간도 많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빠의 참여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으며 부모에 대한 교육도 강화되어야 합니다. 물론 국가에서도 부모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체계가 잡혀있지는 않습니다. 저는 저술, 강연회, 부모상담, 자문 등을 통하여 부모교육을 체계화시키고자 하며,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디지털기술과의 융합을 통하여 부모들을 기쁘게 하고 변화시키는데 일조를 하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해외의료봉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10년 가까이 해왔는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해외의료봉사를 할 생각입니다. 최근 몇 년간 아이의 그림책에 대한 감수와 길잡이 책을 쓸 기회가 있었는데 그림책에 대한 공부를 더 해 볼 생각입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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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의욕김영훈 저 | 베가북스
부모는 아이의 공부 때문에 전전긍긍이지만, 정작 아이는 무기력하다. 아이가 그 어떤 것에도 흥미를 못 느끼고, 어찌어찌 노력해도 성적이 지지부진한데다, 매사 소극적이라면, 당장 아이의 ‘공부의욕’부터 찾아줘야 한다. 수많은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과 학부모 강연을 통해 최고의 자녀교육 멘토로 인정받는 김영훈 박사는 이 책에서 국내 최초로 뇌와 공부의욕의 연결고리를 찾아 과학적으로 접근하였으며, 공부의욕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전략으로 공부의욕 7법칙을 제시한다. 또한 저자가 청소년 뇌과학 분야에서 이룩한 30년간의 연구 성과를 고스란히 담아, 아이의 의욕에 관한 모든 것을 명쾌하게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아파트 공화국? 단지 공화국이 우리 삶을 망쳐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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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한국사회』는 단지 공화국에 갇힌 대한민국의 일상을 담은 책이다. 박인석 교수는 한국사회를 읽는 키워드 ‘아파트 공화국’을 ‘단지 공화국’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공공간의 환경 개선 없이 사유 단지 개발을 장려하는 이른바 ‘단지화 전략’으로 일관하는 주택정책 속에서 박인석 교수는 “비판 받아야 할 것은 아파트라는 주거형식 자체가 아니라 ‘단지 만들기’로 일관해온 정책과 이로 빚어진 도시 상황이다. 정확한 문제 지적과 비판 속에 문제를 개선하고 아파트를 좋은 집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인석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

“문제의 핵심은 아파트가 아닙니다. 아파트든 타운하우스든 ‘단지’로 지어지는 집이 문제의 주인공입니다. 설사 단독주택 동네라도 담장을 둘러친 단지로 만들어진다면 도시공간과 격리되기는 마찬가지고 여기에 사는 사람들이 시민들의 공간, 시민들의 도시에서 관심이 멀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파트라도 얼마든지 좋은 집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를 비롯한 유럽의 유수한 도시들을 채우고 있는 5~6층 건물들이 대부분 아파트라는 것을(아파트단지가 아니라 아파트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3년 전, 지은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박인석 교수는 집 짓기 과정을 『아파트와 바꾼 집』에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박 교수 역시, 아파트(단지) 생활 22년 끝에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다’는 꿈을 이룬 것이다. 이웃들과 서로의 마당을 견주며 세 번째 가을을 맞고 있고 있는 지금. 박인석 교수는 “지금의 집에 만족하고 있지만 마당을 갖춘 단독주택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집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여름에 덥지 않고 겨울에 춥지 않은 집, 적정한 비용으로 지을 수 있는 집,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으면서 품격 있는 집, 동네 환경에 보탬이 되는 집이어야 좋은 집이라고 생각한다. “단독주택 중에는 이런 조건을 갖추지 못한 집들도 많습니다. 또 반드시 단독주택이 가장 좋은 주거형태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좋아하는 주거유형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아파트도 얼마든지 좋은 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그런 좋은 아파트가 우리 곁에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지요.”



획일적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 모습

아파트를 “열악한 도시 환경이라는 사막 속에 자리 잡은 사설 오아시스”라고 명명했습니다. 이 오아시스는 영원한 것이 아닐 텐데요.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아파트가 가장 효율적인 주거 방식이라는 개념은 과연 깨질 수 있을까요?

한국사회에서 아파트(단지)가 가장 좋은 집이라는 생각은 환상이나 착각이 아니라 사실이라 해야 합니다. 동네의 생활편익시설 수준에 관한 한 아파트(단지)와 경쟁할만한 동네와 집이 한국에는 별로 없기 때문이지요. 좋은 동네와 좋은 집을 가늠하는 일차적인 조건은 당장의 생활에 필요한 공간이나 시설의 양과 수준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도시 환경이 좋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아파트단지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고 아파트가 가장 좋은 집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도시에 공원, 생활체육시설 등 생활편익시설이 많아지고 환경이 좋아져서 일반 소필지 지역에서도 아파트단지에 견줄만한 생활환경을 갖춘 동네가 늘어나야 사람들의 평가와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문제는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한국의 여건에서는 아파트단지가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좋은 해결방식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이러한 생각이 문제 상황의 개선을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오해와 편견을 줄이고 객관적인 안목을 갖는 시민들이 많아지도록 아파트단지가 갖는 문제와 다른 대안들을 밝히고 알리는 일이 전문가들과 언론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의 다양한 아파트 사례 중에, 대한민국에 적용하기 가장 적합한 아파트 형태는 어떤 구조입니까.

외국의 어떤 특정한 주거형태가 한국사회에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한국에는 한국의 기후와 주거문화에 알맞은 아파트가 따로 있을 것이고 이것을 우리 한국사회의 여건 속에서 만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지향해야 함직한 부분적인 특성들만을 거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대규모 자족적인 단지보다는 가급적 소규모 단위로 나누어 개발하고 공공공간(도시가로)과 직접 접속하는 생활공간을 늘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발코니가 본연의 형태를 되찾아 집집마다의 개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점입니다.


그 동안 도시, 주거 건축의 담론이 부동산 개발 문제에만 편중됐다고 지적하셨는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주지하듯이 부동산 개발은 한국경제 압축성장의 주요한 수단이었으며 국가경제와 건설기업들에게 중요한 영향 요인이자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특히 모든 주택을 개인이 구매하는 시장주택으로 공급하도록 한 주택정책 속에서 부동산 경기와 집값은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시민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여건 속에서 건축과 집에 관한 관심이 부동산 개발과 재산가치적 측면에 편중된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할 만합니다. 물론 그러한 여건 속에서라도 시민들의 생활공간이 갖는 또 다른 측면의 성격과 의미를 천착하며 시민적 논의 대상으로 부각시켜야 할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전문 분야와 언론의 책임 또한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비판과 자성이 있어야 할 부분입니다.



아파트 단지의 폐쇄적인 담장

택배기사들이 아파트 출입을 못하게 해서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주거환경을 해친다는 이유로 주차를 못하게 하는 거죠. 아파트의 폐쇄문화, 어떻게 보십니까.

임대 아파트단지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아파트단지는 모두 분양 아파트단지이고 고급 아파트단지일수록 정도가 심해집니다. 아파트단지는 본질적으로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한 사람들의 집단입니다. 도시 공공공간 환경이 열악한 상태로 방치된 속에서 사유재산으로서 놀이터, 주차장 등 생활기반시설을 갖춘 주거지를 자기 돈으로 구입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재산인 주차장 등 편익시설이 주변지역 사람들에게 점유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단지를 둘러싼 담장은 그러한 경계심의 발로입니다. 고급 단지일수록 담장이 높아지고 심지어 경비원까지 내세워 출입을 통제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또한 아파트단지는 거주자들에게 자신들 집의 재산가치 상승에 대한 공통 욕구를 갖도록 만들게 마련입니다. 주민들이 단지 내부 환경을 가꾸고 지키려는 욕구가 강한 것은 단지 환경을 살기 좋게 만들려는 욕구도 있지만 자신들의 재산가치를 높이려는 욕구도 동시에 작용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욕구가 단지별 폐쇄성으로 연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최근 개봉한 영화 <숨바꼭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이고, 단지화에 대한 문제가 드러납니다. 이웃들 간의 격리 단절 문제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영화는 아직 못 봤는데 꼭 봐야겠습니다. 아파트단지가 도시와 단절되는 것보다도 더 흔히 지적되는 문제가 단지 안에서도 집집마다 소통과 교류가 부족한 채 단절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단독주택 동네보다 훨씬 많은 집들이 벽을 맞대고 이웃하여 모여 사는 단지가 왜 이웃 간 단절이 더 심한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아파트가 개인들의 차이를 드러낼 여지가 없는 형식으로 설계되고 지어진다는 데에 있습니다. 모든 집의 발코니 창, 현관문이 모두 똑같고 외부에서 집 안 삶의 표정을 한 치도 볼 수 없도록 막혀 있습니다. 아파트에서는 누구인가 남의 집을 계속 쳐다본다면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려는 것으로 의심받기 마련입니다. 볼 것이 없는 곳을 보고 있으니까요. 교류는 ‘다름’과 ‘차이’의 만남입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부딪고 만나야 교류로 이어지는 법입니다. 똑같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교류가 쉽사리 일어나지 않습니다. 제복 속 개인들의 서로 다른 개성과 인격을 감지하기 전까지는. 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파트보다 단독주택 동네에서 이웃 간 교류가 활발한 것은 집집마다 모습이 다를 뿐 아니라 마당, 창문 화분대 등 사는 사람들의 ‘다른’ 삶의 내용을 드러내는 장치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안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높은 담장을 친 고급 단독주택 동네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겠지요. 아파트라고 집집마다 서로 다른 삶의 모습을 드러내는 장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현관 앞, 발코니 등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문제는 한국 아파트에는 이러한 장치가 없다는 것이지요.


한국은 땅이 좁아서 아파트단지를 많이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대해, 도시별 인구밀도를 살펴보면 유럽 대도시와 비슷한 수준이고 고밀개발을 해야 할 만큼 땅이 부족한지에 대한 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왜 우리는 아직까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까요?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총 밀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고, 서울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고밀도 도시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을 강조하는 것은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집중해 있는(따라서 다른 지역은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한국 특유의 상황을 무시한 것이며, 시민들의 생활공간환경은 지역별로 다른 여건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상식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도시들 중 많은 곳에서 인구 감소를 걱정해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말입니다. 아마도 여기에는 고밀개발 정책의 당위성을 주장하려는 태도가 작용하였을 것이고, 모든 가치판단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사회의 상황도 작용하였을 것입니다.



도쿄 시티코트 오오지마의 연도형 단위주거

“단독주택 시대가 온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근거 없고 막연한 주장입니다.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단독주택을 많이 지을 것 아니냐”고 하지만, 시민들의 집에 대한 요구는 단순히 기호 변화에 따라 독립적으로 변화해가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의 집값과 환경수준에 따라 요구의 방향이 달라질 것입니다. 지금처럼 양호한 단독주택 동네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즉 아파트(단지)와 비슷한 값으로 비슷한 환경수준을 갖춘 단독주택을 짓거나 구입 할 수 있는 동네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단독주택에 대한 요구와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도시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오히려 “역시 아파트단지가 답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도시의 일반적인 환경수준이 개선되어서 아파트단지와 경쟁할만한 단독주택지가 늘어날 때 비로소 단독주택 시대가 가까워질 것입니다.


최근 LH 아파트 건설 50주년 기념단지 공모전 심사위원을 맡으셨는데,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셨나요? 아파트 설계와 문화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나요?

이번 공모전은 원론적으로는 한계가 있는 공모전이었습니다. 도시계획에 의해 1000호가 넘는 아파트단지 조성을 전제로 구획된 대규모 아파트용지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설계해야 하는 공모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바람직한 아파트 설계’를 위해서는 주거용지를 구획하는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다른 접근이 있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 속에서도 이번 공모전은 한국 아파트 설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LH의 세심한 진행으로 새로운 설계 개념을 담은 많은 설계안들이 출품되어 한국 아파트 설계를 한 단계 진전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당선안은 ‘자족적 단지설계의 탈피’, ‘주변 도시공간에의 융합’ 등 공모전이 요구한 설계방향을 충족하는 참신한 설계안이었습니다. 특히 이러한 새로운 설계를 한국 아파트가 지켜온 주요한 주거성능들인 남향, 개방적 외부공간 등을 유지하면서 이루어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되었습니다. 외국 어느 도시에서도 없었던, 한국적 여건에서 진전시킨 새로운 설계였습니다. 이러한 설계노력이 도시계획 단계에서의 새로운 접근과 연결된다면 보다 큰 진전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인가구가 늘어 나고 있는 환경에서는 어떤 주택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제까지 1인가구 증가에 대한 대응은 원룸주택 등 ‘작은 집’을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1인가구는 단순히 ‘식구 수가 적은 소규모 가구’가 아니라 생활방식과 주거공간 요구 자체가 일반 가족과는 다른 가구로 보아야 합니다. 최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공유주택은 이러한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공유주택은 침실, 화장실 등 개인생활에 필수적인 공간만 개인공간으로 설계하고 휴게공간, 주방, 식사실, 샤워실 등을 공유시설로 하는 주택입니다. 작은 부엌과 작은 침실공간뿐인 원룸주택에 비해 훨씬 딜럭스한 시설공간들을 향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설의 공유를 통해 옆집 다른 개인들과 다양한 교류를 기대할 수 있는 주택형식입니다. 또 다른 중요한 고려 대상은 늘어나는 노인인구입니다. 몇 년 후면 65세 이상 노인이 20%를 넘어설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언제까지 노인주거를 ‘실버시설’로 대응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거의 모든 동네와 모든 집에 노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렇다면 노인용 주택이나 케어시설은 모든 동네에 필수적인 시설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모든 집에 어린이가 있다고 간주하고 모든 동네에 어린이집을 두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모든 동네에서 어린이 케어시설과 어울려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듯이 노인 케어시설과 어울려 사는 것이 당연한 동네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성미산마을과 같은 마을 공동체는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마을 안에 공공시설을 많이 만들고 주민들이 서로 나눈다면 주택 문제도 다소 해결되지 않을까요.

성미산마을은 공동육아, 생협 등 생활상의 공통 관심사와 공통 일거리를 소재로 마을공동체를 일구어가는 곳으로서, 주민들의 일상생활 활동과 함께하는 공동체적 노력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매우 귀중한 사례입니다. 그러나 주민들 스스로 공동시설을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성미산마을은 열성적인 마을리더들과 주민들이 마을마당이나 대안학교, 어린이집 등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공동시설은 어렵습니다. 성미산마을만큼의 공동시설을 만드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이례적인 경우라 해야 합니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통해 공공시설 일부를 스스로 만들어낸다면 박수를 보내야 할 일이긴 하지만 그것을 보편적 해결책으로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공공시설은 공공이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오히려 이를 통해 마을공동체 활동을 북돋워야 합니다. 공공시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생활공간의 형식입니다. 마을공동체가 보다 많아지고 보다 활발해지려면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담는 생활공간이 공동체 노력을 북돋우고 손쉽게 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성미산마을 공동체가 아파트단지가 아니라 소필지 지역에서 일구어졌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민들이 각자의 일상생활 속에서 서로 만나고 어울리는 것을 도와주는 공간구조입니다. 아파트단지 역시 이러한 공간형식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지금처럼 공동체 활동을 오히려 제약하는 공간형식으로는 곤란합니다.


결국 우리가 살 길은 ‘단지 해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단지개발 정책은 공공공간 환경을 개인부담으로 넘기는 것입니다. 공공공간 환경 개선은 국가가 담당해야 하는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단지개발에 익숙해져 있는 정부와 공무원들의 자세, 즉 정부예산은 최소로 투여하고 사업자 부담으로 기반시설을 확보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자세를 바꾸어야 합니다. “정부예산으로 그 많은 일반 주거지 공공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여기는 태도를 고쳐야 합니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많은 선진국들이 이미 해온 일입니다. 효율적인 단지개발을 목표로 한 개발관련 법규를 개선하는 일, 일반 주거지의 공공공간 환경 개선과 개별적인 주택들의 개선을 정책 우선순위로 전환하는 일 등 정부가 서둘러야 할 일은 너무 많습니다.



도쿄 다마뉴타운의 개방형 발코니



아파트 발코니가 바뀔 때, 아파트 단지 담장이 바뀔 때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하셨는데, 내 집 마련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우리 국민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집 없는 시민들이 ‘내 집 마련’을 가장 큰 소망으로 꿈꾸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요. 아파트 문제는 시민들, 즉 수요자들의 의식개혁을 촉구하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정부의 주택정책이 바뀌고, 아파트단지 설계기준과 법규들을 바꾸어서 시민들이 아파트값에 포함된 발코니 확장비용을 다 부담하고도 마치 공짜로 집 크기를 늘린듯한 허위의식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 아파트단지 담장을 쳐야만 안심이 되는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정작 시민들에게 바라야 할 일은 시민들 모두의 자산인 도시 공공공간 환경, 광장과 가로공간, 골목과 공원의 환경수준에 관심을 갖고 그 개선을 위해 정부가 보다 노력하도록 촉구하는 일일 것입니다. 공공공간이 좋아질 때 아파트 담장이 필요 없어지고, 내 집, 내 단지의 환경만을 유일한 삶터로 여기는 시민들의 생활이 비로소 바뀔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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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한국사회
박인석 저 | 현암사
아파트 단지라는 생활공간이 우리의 도시와 일상을 가두었다면, 공간 구조의 변화를 통해 우리네 삶터를 회복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저자는 말한다. 2013년 현재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살게 되었을까? 압축성장 이후 아파트는 급팽창한 중산층과 현대적인 주거환경의 상징이 되었다. ‘재테크 수단’이나 ‘구별 짓기’의 상징으로 여전히 추앙받고 있는 아파트, 어쩌다 일상을 획일화하고 도시 안에서의 소통을 단절하는 아이콘이 되었을까? 이 책은 편하지만 편할 수만은 없는 한국 아파트의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며, 나아가 서로 만나고 부딪는 도시를 이루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심사위원, 노희영이 밝히는 좋은 음식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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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 동안 인류는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왔다. 그중에서 변하지 않는 게 있으니, 바로 ‘먹는다’는 행위다. 흔히 의식주라고 하지만, 입지 않고, 집 없이도 연명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먹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 무엇을 먹을까, 하는 고민은 인류 존재와 함께 시작했고 인류가 종말을 맞이하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리얼리티 서바이벌 포맷이 음식으로까지 확산됐다는 점은 당연하다.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마스터 셰프 코리아’는 여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랬듯, 참여자의 도전과 사연에 많은 시청자가 감동하고 재미까지 느꼈다. 또 하나의 재미 요소는 심사위원이다. 각자 음식철학이 또렷한 심사위원의 존재는 ‘마스터 셰프 코리아’를 한층 더 재미있게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출연 중인 노희영 CJ 브랜드 전략 고문이 요리 에세이, 『히노스 레시피』를 출간했다. 노희영은 청담동의 누벨퀴진 레스토랑 ‘궁’, 도산 대로의 카페 ‘느리게 걷기’, 유기농 레스토랑 ‘마켓오’, ‘그릴 H’, ‘트라이베카’,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과 WEST 식품관, 호면당 등을 론칭시켰다. 이러한 여러 가지 브랜드를 만들면서 있었던 다양한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Hino's Recipes』책을 출간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책을 5~6년 전부터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집필을 시작한 것은 2년 전쯤이에요. 사람들이 소장하고 싶을 만한 요리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백설 쿡북 시리즈」, 「SWEETS」, 「BEEF」, 「DAILY PARTY」를 기획해서 출간하면서, 제가 그동안 만든 식품?외식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와 레시피, CJ 브랜드 이야기를 담은 책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는 제가 구상하는 일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고, 본인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열정 넘치는 동료들이 많아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에요. 브랜드 개발부터 레노베이션, 엔터테인먼트, 문화 사업까지 다양한 일을 하다 보니, 이제까지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렸던 제 삶도 되돌아 보며 정리하고 싶어졌다고나 할까요? 특히 젊은이들에게 일은 즐기며 할 때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것과 그래야만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책으로 알려주고 싶었죠.


직함이 ‘브랜드 전략 고문’이잖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요?

제 일은 범위를 나누는 게 큰 의미가 없어요. CJ그룹 내의 모든 사업은 ‘Lifestyle’이라는 이름으로 엮여 있습니다. 저는 외식, 문화, 식품 브랜드 작업과 마케팅&홍보까지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죠. 이 모든 사업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함께 연계하기도 하고, 더 재미있는 작업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지요. CJ 푸드월드와 같은 복합화 프로젝트도 만들고, 서로 다른 분야의 사업에서 공통 분모를 찾아내서 시너지 마케팅을 기획하기도 합니다.


요즘 관심사가 있다면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으로 대표되는 스칸디나비아 라이프스타일이에요. 이들 나라는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일찍 깨우쳤죠. 그래서 이들에게는 삶을 대하는 태도부터 디자인, 교육법까지 여유롭고 안정적이며 실용적인 마인드가 배어있습니다. 소박한 것이 얼마나 더 아름다운지, 내려 놓는 것이 움켜쥐고 있는 것 보다 얼마나 더 자유로운지 아는 사람들이죠. 장대한 자연과 낮은 인구 밀도, 궂은 날씨의 환경을 살아오면서 집과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은 사람들이기도 하고요.

심플한 생활과 여유로운 사고방식은 디자인에서도 나타나 실용적이고 안락한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을 완성시켰고, 교육 또한 주입식으로 가르치기 보다는 자상함과 따뜻함으로 아이의 자율과 선택을 존중하고, 아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어 주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요. 이러한 교육방식은 최근 국내에서도 ‘스칸디맘’, ‘스칸디대디’라는 이름으로 화제가 되고 있고요. 제 책상에도 『Nordic Light: Modern Scandinavian Architecture』, 『Scandinavian Classic Baking』과 같은 관련 책이 있고, 한 권씩 읽고 있는 중입니다.


작가님의 서재, 또는 작업실에 이름을 붙인다면 어떤 타이틀이 어울릴까요?

제 사무실에는 현재 제 관심사가 모두 모여 있어요.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모아 놓고 매일 들여다 보며 연구하고 궁리하거든요. 그러니 타이틀을 붙인다면 “나의 관심사, 그 모든 것” 이라고 하고 싶어요.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브랜드를 키우는 작업은 더 힘들지 않나요.

브랜드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은 그 브랜드다움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특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의 장점을 찾아내어 개발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그 내용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 내어 브랜드에 생명을 불어넣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여 제품, 디자인,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게 풀어내야 하죠. 얼핏 듣기에는 당연한 말이지만 실제로 기업에서 이렇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브랜드 기획과는 별개로 만들어 낸 제품에 이름만 붙이는 경우도 많이 있고, 디자인 콘셉트도 제품개발부터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고요. 그러다 보니 브랜드, 제품, 디자인, 그리고 마케팅 방향까지 다 따로 노는 경우가 많죠.

본질을 들여다보고 그 본질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레노베이션의 핵심인데, 긴 시간 변질되어 있다 보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이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특히 기존 방식에 익숙한 내부 조직원을 설득하는 일이 소비자를 설득하기 보다 더 힘든 경우가 많아요. 이럴 때는 고객의 반응으로 입증하는데요. 요즘의 소비자들은 매우 똑똑하고, 가격 대비 만족도에 민감하고, 더 좋은 제품에는 놀라울 정도로 빨리 반응합니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는데요. 음식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단순하게 맛만 심사하는 게 아니라 그 요리를 사업적 또는 소비자 입장에서 평가합니다. 맛이 좋아도 상품성이 떨어진다면 점수를 깎을 수밖에 없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 대비 만족도’, 그리고 그 음식을 대량생산해 낼 수 있는지도 고려합니다. 음식을 1인분 만들 때와 10인분을 만들 때는 소스의 양 뿐만 아니라, 물의 양, 화력까지 달라지거든요. 이런 과정을 지켜보며 음식을 만든 셰프가 오너 셰프로서 적합한지, 아니면 시스템 키친 셰프로서도 발전 가능한지까지 평가합니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를 보면 굉장히 냉철한 카리스마도 보여주지만, 자주 눈물을 흘리기도 하던데요. 도전자의 어떤 모습을 볼 때 눈물이 흘렀나요.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을 볼 때 가장 마음이 움직여요. 혹시라도 그 열정이 꺾일까 안쓰러워질 때도 있고요. 원래 잘 울기도 하해요. (웃음) 도전자들의 다양한 사연을 들으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답니다. 환경이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요리에 대한 진정성으로 도전하는 그들을 볼 때면 현재의 제 모습을 되돌아보게도 되고요.


책에 “모든 새로운 음식은 추억에서 나온다”라는 내용이 있는데요. 노희영 고문이 앞으로 새로운 음식을 내놓는다면 가장 큰 영향을 줄 추억은 무엇일까요?

얼마 전에 네덜란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그때 간 ‘De Kas’라는 레스토랑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1927년에 지어진 온실을 개조해 만든 레스토랑인데, 레스토랑 앞 가든에서 직접 재배한 그날그날 싱싱한 식재료로 메뉴를 만들어요. 때문에 아예 메뉴판도 없고, 와인리스트만 있더라고요. 셰프이자 농부인 오너가 직접 각종 채소들을 키워서 만들어 내는 요리들은 자연 그대로의 음식이 얼마나 그 자체로 훌륭할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제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이것이 지금의 트렌드인지, 또는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회귀 본능인지는 자문해보는 중인데요. 어쨌든, 현재 제가 가장 관심있는 것은 가장 근본이 되는 자연, 농업, 그리고 농부의 마음이거든요. 예전처럼 꾸며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은 이제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자연 재료 그 자체, 그것을 가꾸고 만들어 내는 과정, 그 과정에 담긴 농부나 셰프의 진심 등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 론칭한 ‘계절 밥상’이라는 외식 브랜드도 이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탄생했는데요. 농가에서 식재료를 직접 공급받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쌈 채소, 감자 보리밥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콘셉트로 만들었어요. 농가와 직접 연계해서 레스토랑 안에 ‘계절 장터’를 만들어 고객들이 요리도 먹고, 직접 재료도 사면서 농부의 손길과 마음까지 함께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고요.


스타 셰프를 만날때마다 “당신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라고 묻잖아요. 스스로 생각하는 노희영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저의 경쟁력은 변덕과 집요함입니다. 지루함을 못 견디는 특유의 성격이 끊임없는 도전을 가능하게 하죠. 트렌드도 원래 사람의 변덕과 싫증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고요. 물론 그냥 변덕과 싫증에서 끝나면 아무 것도 만들어 낼 수 없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디테일에 대한 집요함입니다. 제품 맛이나 디자인을 리뉴얼할 때 제 집요함은 상상을 초월해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힘들어하지만 저는 그 집요함이 고객을 감동시킨다고 확신합니다. 고객의 입장이 되어 최고의 만족도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현재를 의심하며 더 좋은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집요함이야말로 제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끝으로 독자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현대인들에게 직업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가족이나 그 어떤 것보다도 “나”라는 존재와 직결되어 있는 것이 직업이니까요. 나라는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직업은 그 자체가 나의 삶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직업이 행복하지 않다면 일을 하는 시간을 견딜 수 없을뿐더러 삶의 가치와 시간적 효용의 측면에서도 헛된 낭비를 하는 셈이죠. 일은 좋아서 해야 합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얘기하고 싶어요. 일은 미쳐서 할 때 진화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고요. 그래야만 내 삶이 행복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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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노스 레시피 Hino's Recipes노희영 저 | 포스트페이퍼
식문화 분야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며, 대한민국 음식문화를 선도하고있는 CJ그룹 브랜드전략 고문 노희영의 푸드 에세이. 노희영의 어릴 적 경험과 기억에서 비롯되는 따뜻한 음식이야기로 서문을 여는 이번 에세이북은, 지난 30년간 음식에 취해 살아 온 노희영의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함께 브랜드 레너베이션의 노하우, 글로벌 식문화 트렌드 그리고 노희영의 비법이 담긴 26개의 레시피를 공개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황윤정, 같은 유럽인데 길거리 디자인은 왜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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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디자인은 다 다르다』는 유럽의 디자인을 다룬 책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디자인 중에서도 길거리 디자인이다. 저자가 방문한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의 길거리 디자인을 소개한다. 시각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학자답게 개인의 감상을 단순히 나열한 게 아니라 다양한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유럽의 길거리 디자인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역사적 맥락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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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윤정


『디자인은 다 다르다』가 첫 책입니다. ‘황윤정’이라는 저자 이름이 생소한 사람이 있을 텐데, 채널예스 독자를 위해 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현디자인연구소’에서 연구원겸 북디자이너, 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황윤정입니다. 스무살때부터 ‘한국적인 디자인’이 뭘까 고민하며 동양화도 전공하고 민화와 그래픽을 결합한 디자인 등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현디자인연구소에서 여러 인문학 공부도 함께 하고 있고요. 지금은 치열하게 잡지디자인마감중입니다.

  
『디자인은 다 다르다』는 어떻게 쓰게 된 책인가요? 


사실 책을 써야지! 하고 마음먹고 쓴 글은 절대 아닙니다. 책의 시발점은 3년전 연구원들과 함께 한달의 유럽여행을 갔을 때였는데요. 학구적인 우리 연구원들이 저마다의 전공분야인 산업디자인, 패션디자인, 건축 등을 열심히 찍더라고요. 저 혼자만 카메라만 만지작 거리고 있기 뭣 해서 그냥 닥치는대로 길거리의 그래픽디자인들을 찍어댔습니다. 찍다보니 어느순간 유럽의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나라들이 국경선만 넘으면 디자인이 확확 달라지는 걸 발견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현 디자인연구소의 대표님, 최경원 선생님께 ‘디자인이 왜이렇게 달라요?’라고 여쭈어 봤어요. 선생님은 서양역사,서양미술사,서양철학사 등을 수북하게 꺼내주시며 ‘그걸 와 나에게 묻노. 니가 여기서 찾아바라.’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3년간 현디자인연구소에서 스터디를 하며 유럽디자인이 왜 이렇게 서로 다른가에 대해 탐구를 해보았어요. 연구결과를 조그만 가제본 책자로 만들어 보았는데, 운이 좋게도 이 조그만 책자를 출판하게 됐습니다. 

 
책에는 다양한 시각 자료와 함께 역사, 문화적인 배경 지식까지 담겨 있는데요. 이 책을 쓰면서 유럽은 몇 번 방문하셨나요.
 
한달간 방문해서 찍은게 전부입니다. 스위스, 네덜란드는 채 이틀도 있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삼보일찍’(세걸음에 한컷) 촬영습관 덕에 사진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그래픽 디자인만을 배열하는 책이 아니라 문화, 역사적인 배경도 함께 아우르는 책이기 때문에 서양관련한 책과 자료 인프라가 풍부한 한국에서도 충분히 저술이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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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정


관련 분야를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에게는 예술, 하면 프랑스나 이태리가 떠오릅니다. 그래서 왠지 이 책을 펼쳤을 때도 두 나라가 먼저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책에는 독일이 가장 먼저 나옵니다. 방문한 순서순인 듯한데, 나라별로 방문순서를 정할 때 기준이 있었나요?
 
아, 사실대로 말하면 방문한 순서순이 아닙니다. 책에서는 여행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이 목차들이 방문순서인 것처럼 재편집을 했어요. 사실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으로 이어지는 책의 목차는 도식적으로 요약하자면 기능주의디자인에서 표현주의 디자인으로의 이행입니다.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는 같은 문화권에서 기능적이고 기하학적인 디자인을 즐긴다면 프랑스는 좀 더 예술, 표현주의에 가깝죠. 이 대비되는 지점을 좀 극대화하고 싶어서 일부러 책의 순서를 이렇게 편집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결국 ‘디자인은 세계유행과 상관없이 제 생긴대로 하더라.’라는 메시지를 주는 프랑스편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 본론일지도 모르겠네요. 영국은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징때문에 대륙의 디자인과는 다소 차별화되어 맨 뒤 순서로 편집했습니다. 실제로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아웃하기도 했고요.

   
유럽의 길거리를 찍으면서 특이한 일이 생긴 적은 없나요. 가령, 한국에서도 디자인이 중요한 한복집 같은 데에서는 한복과 관련이 없는 사진을 찍을 때에도 저지당하곤 합니다. 책 속에 사람을 찍은 사진도 많던데, 불상사(?)는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래픽디자인이야 벽에 있는걸 그냥 찍으면 되지만 길거리 패션사진은 소위 ‘몰카’이기 때문에 책에 사진을 넣으면서도 약간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나중에는 몰카 찍는것도 힘들어서 그냥 유럽사람들에게 ‘위 아 코리안 패션포토그라퍼’라고 말하며 당당하게 포즈를 요구했어요. 제가 부탁드렸던 분은 네덜란드의 멋스러운 노년 부부였는데 아주 흔쾌하게 ‘예스’라고 답하며 멋지게 포즈를 취해주시더라구요.

 
이 책은 디자인에 관한 교양서로 읽을 수도 있지만, 여행 에세이로도 볼 수 있을 듯합니다. 평소 여행을 즐기는 편인가요? 여행할 때 자기만의 여행 철학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사실 저는 피서나 휴양지로 떠나는 여행보다 뭔가 공부할꺼리가 있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저희 현디자인연구소는 이 여행을 ‘답사’라 명명하는데요. 연구소에서 답사를 떠나기 전 간단한 관례가 있다면, 저희는 무조건 미니답사책을 만듭니다. 책이라고 해서 거창한건 아니고요. 그냥 흑백프린터로 소책자인쇄를 해서 호치키스 제본한 미니 가이드북을 말해요. 예를 들어 경주를 간다, 하면 연구원들은 경주 유적지의 위치, 전화번호 등의 기본정보를 비롯해서 신라의 역사, 신라의 유물, 그리고 여기서 뷰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합니다. 제가 편집디자이너이니까 그 정보를 받아 간단한 사진 같은 것을 첨부해서 한권의 책으로 만들죠. 심지어 일러스트 전공인 친구를 시켜 일러스트까지 그리게 한 적이 있습니다. 여하튼 이 미니답사책은 저희가 원하는 정보만 담겨 있어 읽기에 편합니다. 현지인들도 가이드북을 보면 신기해하고 기특해하며 유물정보를 더 알려주시려고 하죠. 3년전의 유럽여행 역시 이런 동일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물자 부족에 시달린 독일이 표현의 경제성을 고려하여 직관적인 길거리 디자인을 발전시켰다는 지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도 불과 얼마 전까지는 물자 부족에 시달렸고, 주변 강대국에 껴서 생존했다는 점에서 독일과 지정학적으로는 비슷해 보이는데요. 한국의 길거리는 조금 어지러워 보입니다. 한국의 길거리 디자인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같은 물자부족 국가였던건 맞지만, 한국과 독일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이 현재의 모습으로 흘러온 데에는 사회적인 이유뿐이 아니라 역사적인 이유, 문화의 DNA적인 부분이 함께 복합적으로 결합되어서인데요. 한국은 독일과 다르게 경제적인, 기능적인 디자인이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어지럽게 보이는 것’ 역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독일은 뭐든 딱딱 들어맞고 규칙적이고 정확한걸 좋아하지만 우리는 약간은 허술하면서도 유연한, 엇박의 디자인이 잘 맞아요. 문화사적으로도 조선의 민화라든지 민요라든지 또는 가구나 건축을 보더라도 꼭 아귀가 칼같이 들어 맞는 직선적인 디자인은 찾기 힘들어요. 오히려 독일은 일본에 가깝죠. 한국의 길거리 디자인은 어떻게 보면 어지러울 수 있는데, 또 어떻게 잘 추려서 발전된다면 독일과는 또 다른 매력의 길거리 풍경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네요.   

 
오세훈 서울시 전 시장은 임기 중 디자인 서울이라는 프로젝트를 실행했습니다. 이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도시 디자인’의 중요성을 일깨운 계기였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서울 길거리의 디자인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무언가를 인위적으로 어떻게 하려하지 말고 가만 두는게 가장 현명한 길인것 같습니다. 유럽디자인도 그랬지만, 사실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나라 문화와 역사와 사회가 우러나오는게 가장 좋은 디자인이죠.
 
시리즈로 책이 나와도 흥미로울 법합니다. 이번에는 유럽 편이었으니, 다른 지역을 주제로 쓰실 계획은 없나요.
 
틈틈이 중국과 일본도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면요. 중국과 일본을 다룬 동아시아편도 나와도 재밌을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길거리 그래픽디자인이지만 정말 일본은 너무 아기자기하고 일본적이고, 중국은 정말 스케일 큰 대륙의 디자인을 선보이거든요. 색 쓰는 법도 다르고, 또 디자인의 비례감도 다르고요. 암튼 재밌을것 같습니다.
 
디자인, 미술이 관련 분야를 잘 모르는 일반인에게는 접근하기 어렵게 느껴집니다. 초보자도 쉽게 볼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동시에 즐겨 있는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의 그래픽디자인』 책이 입문서로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저도 많이 참고하기도 했고.. 50인의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디자인역사도 흐름을 잡을 수 있는 좋은 책이죠. 답사갈때마다 즐겨 읽는 책은 『김봉렬의 한국건축이야기』입니다. 한국의 고건축을 역사,사회,문화사적으로 꿰어 해설해주는 정말 튼실한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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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칼럼니스트 현정, 교육적인 책인데 19세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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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에 이어 두 번째로 낸 책이 『나를 만져요』인데요. 전자책으로만 『나를 만져요』를 출판한 이유가 있나요?

 

웅진출판사에서 ‘달밤’이라는 전자책 브랜드를 내면서 나온 첫 번째 책입니다. 제가 쓴 첫 번째 책이 종이책으로도 나왔지만 전자책도 많이 팔렸다고 하더라고요. 전자책으로 다루면 괜찮을 소재라 새로운 시도를 해 봤어요. 그렇다고, 종이책을 안 내겠다는 건 아니고요. 반응이 좋으면 종이책으로도 낼 거예요.

 

이전에 낸 책과 이번에 낸 책의 묘사 수위가 비슷한데요. 전작은 안 그랬지만 『나를 만져요』는 19세 등급을 받았습니다.

 

다소 아쉽습니다. 쓴 책 2권 모두 교육적이에요. 청소년, 젊은 친구들이 알아야 하는 내용인데요. 어떤 이유에서 19세 판정을 받았는지 잘 모릅니다만, 출판사로부터 19세 등급을 받았다고 들었을 때는 대한민국에서 섹스칼럼니스트의 입지가 좁구나 싶었습니다. 차라리 소설을 쓸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비도덕적이고 외설적인 장면이 등장하는 소설도 많은데, 그 작품들이 다 19세 등급을 받지는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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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에 섹스 칼럼니스트가 되겠다는 결정을 했잖아요. 계기가 있었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섹스앤더시티’를 즐겨보다 보니 캐리 브래드쇼처럼 연애에 관해서 글을 써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연애할 때 일기를 쓰잖아요. 개인 블로그에 글을 썼는데 그때 반응이 좋았어요. 특히 이별했을 때 쓴 글에 공감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렇게 블로그를 운영하다, 칼럼을 쓰자는 제안을 받게 되었지요. 그렇게 매주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책을 내보자는 제안이 왔어요. 제가 특출나게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은 해본 적은 없어요. 성실함을 보고 그런 제안해주셨다고 생각해요. 빛나는 재능보다는 성실함이 기회를 만든 것이 아닐까 싶어요.

 

‘현정’으로 이름을 사용하잖아요. 보통 여성주의자들이 성을 빼고 이름만 쓰곤 하는데요.

 

정치적 의미로 쓰는 건 아닙니다. 본명이 너무 흔하디 흔한 이름이라서요. 차별화된 이름을 쓰고 싶었는데 가명이나 필명을 쓰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섹스라는 소재를 쓰며, 가명이나 필명을 쓰면 숨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래서 '현정'이라고 성만 뺀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즐겁게 섹스를 할 수 있는지에 관해 책 2권을 썼습니다. 성에 관한 담론이 활발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섹스를 할 만한 환경이 구축되지 않은 문제도 있는 듯해요. 성욕이 왕성한 젊은이들에게는 공간이 없잖아요. 집값이 비싸니까요. 그렇다고 섣불리 독립하거나 계속 모텔을 전전할 수도 없고요. 돈을 벌기 시작하고부터는 생업 활동에 바쁘잖아요. 결혼하고 자식을 낳은 뒤에는 양육에 힘을 쏟고요.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 즈음 성에 관한 담론이 활발하게 쏟아지는 것 같아 보였죠. 하지만 자유로운 섹스 그 이상을 넘어선 삶의 자세로써 섹스를 다루는 것까지는 오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한국사회가 여러모로 경직되어 있는 탓이겠죠. 다들 남들과 다른 속도, 다른 방향으로 사는 걸 두려워합니다. 저도 완벽하게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죠. 하지만 섹스를 소재로 글을 쓰면서 하면 되는 것이니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섹스도, 연애도, 관계도 모두 공부가 필요하고 그 바탕에는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더군요. 생의 목표가 잘못 되어있다면 섹스를 즐길 수 없는 게 당연하겠죠. 획일화된 삶의 자세로는 늘 남들과 비교만 하고 후회하다 끝나겠죠.

 

계층양극화는 섹스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사회에서 섹스를 해도 무방하다고 용인된 20대에 삶을 꾸려나가기가 버거워 연애를 포기하고 섹스리스를 견디는 젊은이들이 많죠. 섹스가 음란한 행위라도 되는 듯 금기시하기에 생기는 10대의 성문제와는 또 다른 문제죠. 그런데 섹스하지 않는 삶에 대해 더 잘 살기 위해서 욕망을 억누르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든지, 우선순위가 아닌 문제로 취급한다면 분명히 사회적 문제가 될 거라 생각해요. 누구나 사랑을 받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긍정 받고 싶어합니다. 섹스야말로 사랑과 긍정을 느낄 수 있는 행위이고 그런 섹스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행복해지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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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가끔 상담 내용을 공개하잖아요. 상담 내용 중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궁금합니다.

 

헤어졌는데도 관계를 쉽게 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많은 사람이 물어봐요. 결별을 인정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다른 사람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할 용기가 안 생기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끝난 관계를 더 꽉 쥐려고 합니다. 하지만 모래를 꽉 쥐면 쥘수록 모래가 빨리 빠져나가잖아요. 그럴 때는 놓아야죠. 손바닥을 벌리면 새로운 모래를 올릴 수 있듯, 끝난 관계는 놓고 정리하라고 조언해요.

 

유독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나요.

 

기억에 남는다기보다는 변하는 풍토를 느껴요. 상담을 4년 가까이 했는데요. 초반에는 원나잇에 관한 상담은 주로 20대 후반으로부터 받았는데요. 요즘은 그 연령대가 많이 낮아져서 20대 초반이 그런 질문을 많이 해요. 연애를 하지 않고, 성생활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죠. 일반화해서 받아들이는 건 무리가 있겠으나, 요즘 소위 말하는 사랑은 여러모로 가치가 옅어진 느낌입니다. 사랑은 헌신이나 배려가 일부 필요한 활동인데 그런 건 싫고 쾌락만 추구하고 싶은 거겠죠. 연애하며 감정을 소모하는 것도 겁을 냅니다. 상처받는 걸 극도로 두려워하는 인상을 받아요. 발끝만 살짝 담가보려는 것 같아요. 연애는 단지 좋기만 한 행위가 아닙니다. 서로 낯선 두 사람이 만나 합일을 이뤄나가는 과정인데 고통이 뒤따라는 게 당연하죠. 아플 수 있어요. 물론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런 말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누군가는 그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고 망가질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연애나 사랑은 성장동력을 얻고 자아성찰을 하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두 발을 모두 담그고 모험을 떠나보길 바랍니다.

 

섹스가 몸으로 하는 행위잖아요. 그러다 보니 성담론을 주도하는 게 의학이죠. 이런 쪽으로 따로 공부하시나요?

 

생물학적인 섹스가 아니라 감정적인 섹스를 주제로 쓰는지라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정보를 습득하는 정도입니다. 궁금한 게 생기면 저도 찾아보고 의사선생님을 만나면 물어보곤 하죠. 생리학적인 질문이 오면, 전문가를 찾아 가도록 조언합니다. 어설프게 제가 조언을 했다가 잘못되면 안 되잖아요.

 

상담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권위가 필요할 것도 같은데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저 다정한 두 귀를 가진 사람입니다, 스스로를 상담사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다만 이 분야가 워낙 누군가에게 터놓기 힘든 사적인 영역이다 보니 차라리 누군지도 모르는 저에게 털어놓는 게 편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상담 메일을 보내고 거기에 답변하다 보니 상담을 시작하게 된 것이죠. 지금까지 제가 써 온 글이 경험을 화려하게 뽐낸다거나 훈장질을 하고 있진 않습니다. 저와 제 주변의 실수와 실패를 기록하고 있죠. 담담하고 솔직하게 공감 가능하면서도 여성들이 읽기에 감성적이고 남자들이 읽기에도 충분히 감각적이기에 제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해주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특별히 더 나은 사람이거나 더 많이 배우고 알아서 이런 일을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20대에 몰랐던 걸 지금은 30대이니 아는 거죠. 물론 경험을 했다고 알게 되는 건 아닙니다. 저는 어떤 관계든 치열하게 고민했고, 입은 상처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직면하려고 했답니다. 그래서 이제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도 잘못되거나 틀리지 않게 된 것이죠. 뭐 다시 실수하게 되더라도 반성하고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사실 제가 받는 상담 사연 대부분이 엄청난 장문이에요.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의 상황이 정리가 되잖아요.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생겨요.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도 그 글 속에 이미 답을 가지고 있어요. 그저 제게 "이게 맞는 거죠?" 하고 물어볼 뿐이죠. 그러면 저는 공감하고 다독여주고 그 결정에 대해 용기를 북돋아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주로 어떤 책을 읽나요? 추천할 만한 책이 있다면요.

 

제게 책 읽기는 휴식 같은 거라 말랑한 책을 주로 봐요. 제가 좋아하는 책은 아니 에르노가 쓴 『단순한 열정』입니다. 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글쓰기를 하는 작가입니다. 그 책은 어떻게 보면 외설적이라 할지도 모르지만 진짜 깊은 사랑을 해본 여성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차 있어요. 그리고 실비아 플러스가 쓴 『벨자』를 추천합니다. 문장이 날이 선 듯 예민하고 우울해서 읽어 나가는 게 괴로울지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호물밭의 파수꾼』, 『위대한 개츠비』가 남자들이 많이 읽는 성장소설이라면 여성을 위한 성장소설은 『벨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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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섹스란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이 제일 어려운 건데 말이죠. 섹스는 사랑 받고 사랑하고 싶은 욕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에게 섹스는 생식차원을 뛰어 넘은 문제가 되었습니다. ‘섹스가 무엇이다’라는 질문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차라리 좋은 섹스가 무엇인지 스스로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섹스는 저의 첫 번째 책 『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이나 이번에 새로 나온 『나를 만져요』를 통해서 답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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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저자 김원기, 한국인은 왜 불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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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주로 주식투자에 관한 책을 썼습니다. 이번 『울림』은 좀 다른 책 같습니다.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던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올라올 수 있었던 비밀이 바로 ‘울림’입니다. 꿈 꾸고 원하는 일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울림의 힘을 이용해야 합니다. 하루에도 수십번, 수백번 울림을 반복하면 꿈만 꾸던 일들이 실현되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자기암시가 아닙니다. 울림을 반복하면 우선 눈빛이 바뀌고, 말과 행동, 생각이 바뀝니다. 이 책은 ‘내 가슴에서 쿵쾅거리는 울림을 어떻게 세상으로 내보낼 것인가’, ‘울림이 돌아와 어떻게 내 인생을 행복과 성공을 이끄는가’에 관한 책입니다. ‘모든 문제의 답은 이미 내 안에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밝히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울림’이라는 책 자체가 세상에 보내는 저의 울림인 셈이지요.

 

‘울림’은 명상 에세이, 자기계발서 느낌이 나는 책인데요. 이 책을 쓴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여러 가지 일들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돈, 자녀, 사업과 직장문제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지요. 돈이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인 세상입니다. 결국 문제는 항상 발생하기 마련이고, 이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냐에 행복과 성공이 달려 있습니다. 거창한 목적을 두고 이 책을 쓴 것은 아닙니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동심원이 퍼져나가듯,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책 자체가 세상을 향해 제가 보내는 울림인 셈이지요. 그 메시지가 종소리처럼 울려퍼져서 희망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책 속에 성공한 사람을 많이 소개했는데요. 이 중에서 특별히 롤모델로 삼는 사람이 있는지요.


워렌 버핏과 정주영입니다. 먼저 워렌 버핏은 제가 주식투자에 실패해 삶의 의지를 잃었을 때 다시 일어설 용기와 비책을 들려준 사람입니다. 워렌 버핏의 책으로 그의 투자행태를 접하게 되었고, 거기서 영감을 얻어 ‘신가치투자’라는 비책을 만들었습니다. 워렌 버핏은 영적 스승이지만, 한편으로는 넘어서고자 하는 목표이기도 합니다. 닮고 싶고 넘어서고자 하는 경쟁자(스승)가 있다는 사실은 저를 깨우는 원동력이죠.


故 정주영 회장의 일화 중, 500원짜리 지폐를 들고 영국으로 건너가 지폐 속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며 조선소를 세울 차관을 들여온 이야기가 있습니다. 탁월한 사업수완보다는 그의 ‘울림’에 관심이 갑니다. 울림이야말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최초의 원동력이죠. 간절히 원하지 않으면 세상의 어떤 일도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그는 울림을 너무나 잘 실천한 인물입니다. 그가 보낸 울림은 메아리가 되어 다시 돌아와 후진국이던 대한민국을 잘사는 나라로 만드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책으로 돈, 성공, 행복, 건강, 나눔을 이야기했습니다. 이 중에서 한국인이 가장 챙기지 못하고 있는 게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한국은 비록 소득이 증가했지만 행복지수는 OECD 34개국 중 32위입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경쟁사회에서 물질만 추구합니다. 부유해졌으면 행복해야 하는데, 남과 비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죠. 산에 올라 “나는 행복하다”고 울림을 보내면 메아리가 다시 들려줍니다.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 여러번 반복하여 들려줍니다. 큰 소리로 외치면 큰 소리로 화답합니다. 행복은 결국 작은 울림에서 시작됩니다. 돈, 성공, 명예, 외모, 성적, 실적 모두 동일한 원칙이 적용됩니다. ‘나는 왜 행복하지 못한가’를 알지 못해도 좋습니다. ‘행복하다’는 울림을 보내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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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노동부터 시작해서 안 한 일이 없다고 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책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소설 속 한 페이지 같은 저의 어린시절입니다. 6개월 동안 산에서 소를 키우며 외롭게 지냈습니다. 빗물을 받아마시고, 그 물로 밥을 짓고, 산에서 캔 나물로 반찬을 삼았습니다. 밤이면 무서워 움막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소변을 참으며 잠을 청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나’라며 눈물을 훔친 적도 많았지요.  저에게는 아직도 생생한 기억입니다. 적막에 둘러싸인 산에 있다 보면, 심장의 두근거림도 들릴 정도였죠. 그때 저는 작은 소리가 얼마나 멀리 가는지 본능적으로 깨달았습니다. 나의 작은 울림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깨달은 계기가 되었다고 할까요. 외로웠던 저는 사람의 소중함, 사람들과 함께 가는 행복이 얼마나 큰 것인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다고 들었습니다. 최근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최근 가슴을 적신 책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장영희 교수의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입니다. 그녀는 다양한 지식과 지혜를 독자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달하는 재능을 타고났어요. 소소한 생활 속 이야기가 모두 감동의 소재입니다. 책이 정말 감동적이고 따뜻해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가끔 펼쳐서 밑줄을 그어놓은 부분을 읽곤 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주식투자를 했는데, 개인이 주식으로 돈 벌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원칙으로 투자를 하셨나요.


‘신가치투자’가 바로 저의 투자원칙입니다. 신가치투자는 순풍에 돛단 듯 편안한 마음으로 투자하게 해주는 기법입니다. 저는 이를 ‘다락방의 기적’이라 하는데, 투자실패 후 4개월간 다락방에서 먹고자며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에 매진해 얻어낸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저는 간절한 울림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마땅한 재테크 수단도 없고 주식시장도 여전히 신중론이 우세합니다. 일본식 장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고요.


주식의 400년 역사를 보면 우상향을 그리고 있습니다. 상승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는 뜻이지요. 비록 그 과정에서 숱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상승은 계속되었습니다. 주식시장을 발전시키고 변화시킨 원동력은 신기술입니다. 시대를 잘 읽어내야 합니다. 지금까지 IT가 세상을 지배했다면, 이제는 초전도체, 우주, 나노, 바이오가 새로운 산업이 될 것입니다. 주식은 미래가치 즉 “꿈”입니다. 즉 미래를 읽는 기술이 반드시 접목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농업혁명, 산업혁명, IT혁명이라는 3개의 물결을 넘어 이제는 제4의 물결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계속되는 한 주식시장의 성장도 계속됩니다. 그러므로 향후 새로운 미래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지를 꾸준히 관찰하면 돈의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돈을 벌고 싶다’는 울림도 큰 몫을 합니다.

 

책 속에서 가장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 강조하고 싶은 자세는 무엇인가요.


제가 만났던 신사 이야기입니다. 25년 전 홍대에서 노점을 할 당시, 남은 물건을 와서 사주던 신사가 있었습니다. 물건을 다 팔아야 집에 갈수 있다는 저의 마음을 헤아렸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울림’의 시작이었습니다. 그의 울림이 제 마음에 와닿았고, 저는 이후 제 마음의 울림이 누군가에게 가닿도록 했습니다. 울림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고, 누군가를 통해 계속 반복되고 커지는 신비로운 비밀을 알게 된 일이었습니다. 그가 저에게 보낸 울림을 세상에 다시 더 크게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자세는, ‘감사, 겸손, 사랑’입니다. 모든 행동과 말, 생각에는 감사와 겸손, 사랑이 밑바탕을 이루어야 합니다. 성과를 빛나게 하고, 행복을 더 깊게 만드는 비밀입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감사, 겸손,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제가 가는 곳곳에 액자로 만들어 붙여놓았습니다. 실천이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앞으로 계획에 관해 말씀해 주십시오.


책에도 소개한 바 있지만, ‘나의 원동력’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내 주변 사람들을 부자로,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부자가 되도록 돕고 싶습니다. 또한 책을 통해 저의 울림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 울림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라며, 다시 돌아와 저도 더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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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박향 소설가, 행복한 사람이 소설 속에서 무슨 할 말이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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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박향은 1994년에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20여 년 가까이 문단 활동을 이어온 기성 작가다. 2010년 쓴 장편 『얼음꽃을 삼킨 아이』를 비롯하여 2012년 소설집『즐거운 게임』을 발간하는 등 최근에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지속했다.

 

그런 그녀가 세계문학상에 도전한 이유는, 지방 작가이기에 느꼈던 한계 때문이다. 서울과 비서울 간 격차가 큰 한국에서 부산을 기점으로 문단활동을 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 무엇보다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컸다.

 

2013년 제9회 수상작인 『에메랄드 궁』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녀의 시선은 변함이 없다. 전작인 『얼음꽃을 삼킨 아이』를 지배했던 어두운 분위기는 다소 옅어졌으나 상처 많은 인물이 이야기를 가득 채운다. 장사가 잘 안 되는 한 모텔을 배경으로 루저라 불릴 만한 사람이 등장한다. 빚을 내 모텔을 샀지만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텔 주인, 집안이 허락하지 않은 사랑 때문에 신생아와 함께 모텔을 떠돌아야 하는 젊은 부부, 자녀가 반대하여 모텔에서 만나야 하는 노년 연인, 모텔 청소로 하루를 버티는 중년의 여성, 모텔에서 몸을 판 돈을 모아 자식을 찾겠다고 모텔 주위를 배회하는 이상한 여인...... 이들 모두가 상처받은 인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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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궁』이 책으로 나온 뒤 반년이 흘렀습니다. 어떻게 지냈나요?


조금 바쁘게 지냈습니다. 문화잡지의 인터뷰 요청이나 짧은 소설 청탁도 받았고, 토론회나 작가와의 만남도 몇 번 했고요. 얼마 전에는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부산에 있는 영광도서라는 서점에서 일반 독자와 독서토론회도 했습니다. 라디오 출연을 위해 서울에 간 적도 있었네요. 처음엔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닥쳐서 바쁘고 얼떨떨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지방신문으로 등단해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여 각종 문학상에 도전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잖아요. 세계문학상을 받은 뒤, 주변 반응은 어땠어요?


부산에는 훌륭하신 선배 소설가, 동료들이 많습니다. 부산소설가협회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지요. 산행이나 바둑 대회 등을 하며 친근한 가족으로, 때론 회원의 작품을 읽고 날카롭게 토론하고 비판하는 경쟁자이자 조언자로 서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수상 소식을 듣고 모두들 한마음으로 기뻐하고 축하해 주셨습니다. 축하받느라고 정말 ‘한턱’을 많이 냈습니다. 제가 상을 받은 것이 오늘도 열심히 쓰고 있을 등이 시린 지역의 작가들에게 작은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랍니다.


『얼음꽃을 삼킨 아이』가 아픔 가득한 성장소설이고, 에메랄드 궁』에도 애절한 사연을 묘사하셨는데요. 두 작품 모두 차갑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얼음꽃을 삼킨 아이』는 표지부터 차가워요. 문학관이 궁금합니다.


제 소설 속의 인물들은 대체로 불행한 사람입니다. 행복한 사람이 소설 속에서 무슨 할 말이 있을까 하는 것이 문학에 대한 평소 생각입니다. 현대 사회의 질병, 또는 시대의 아픔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들, 해체되어 너덜거리는 가족관계 속에서 홀로 상실과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가는 현대인이 주로 제 소설의 인물이죠. 특히 『얼음꽃을 삼킨 아이』는 1970년대의 가족, 개인, 사회, 국가가 저지르는 폭력에 관해 말하고자 한 소설입니다. 개인과 가족, 국가 차원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력과 상처가 모두 수희를 향해 덤벼드는데, 수희는 적극적으로 여기에 맞섭니다. 잘못된 현실과 역사에 대항하는 연약한 개인의 몸부림이죠. 그러니 표지의 여린 아이가 차갑게 보일 수밖에 없겠네요.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요?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나요.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은 유명한 작가나 철학자가 아닌 바로 아버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께서 무언가를 쓰거나 읽으면서 밤을 보내는 모습을 종종 보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냉면 대접 만한 아버지의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곤 했죠. 아버지가 무엇을 쓰시는지 항상 궁금했지만 그것을 들춰 보지는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글을 쓰면서 살아야겠다는 운명 같은 것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버지는 엄마의 지청구를 들으면서도 항상 책을 전집으로 구입했습니다. 엄마는 집도 좁은데 책이 무슨 소용이냐고 잔소리를 하며 앞서 사들인 책들을 다락방으로 옮겨 놓곤 했어요. 사방이 못 쓰는 물건들과 책으로 둘러싸인 다락방에 엉덩이를 붙일 만한 작은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저는 책들 속에 빠져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읽다 보면 쓰고 싶어지기 마련입니다. 그 읽기의 시간들이 나를 쓰기로 이끌었고, 아마 초등학교 시절부터 뭔가를 쓰기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부터 소설가적 기질 같은 것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초등학교 시절, 점심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언제나 저를 중심으로 빙 둘러앉았습니다. 저는 공책 뒷장을 찢어 그림을 그려가며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을 좋아했어요. 이야기는 저의 창작품이었는데, 그 가운데는 다락방 천장까지 빼곡하게 들어차 있던, 아버지가 사놓으신 세계명작 동화들에서 떼어내 표절한 다음 내 상상력과 섞어서 만들어낸 이야기들도 일부 있었습니다.  


소설을 처음 쓴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그때 나는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친구와 매우 친하게 지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비밀을 나누며 쉬는 시간만 되면 팔짱을 끼고 교정을 돌아다니는 게 일이었죠. 그 친구에게는 불치병을 앓는 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친구는 학교에만 오면 전날 밤 동생의 가슴 아픈 투병담을 나에게 자세히 알려주며 눈물짓곤 했습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친구와 함께 울곤 했는데, 제 눈물 속에는 슬픔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글로 쓰고야 말겠다는 열망에 들떠 있었습니다.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일주일이 지난 후 제 글쓰기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 때 원고지 60매의 소설이 완성되었고, 저는 그 당시 유명한 학생 잡지에 소설을 투고했습니다. 당선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때, 친구의 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죠. 


동생의 죽음으로 친구는 학교에 오지 않았고, 저는 현실의 죽음 앞에서 고통을 한낱 글로 표현한 제 행위에 자책감을 느꼈습니다. 친구 동생의 죽음이 마치 제 탓인 것만 같아 그 며칠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했죠. 그리고 소설은 보기 좋게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낙선 소식을 듣고 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떨어져서 얼마나 다행이야. 그 친구를 볼 낯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야……. 그 후로도 저는 오랜 시간 동안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소년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소년의 죽음이 제 머리와 가슴에 알 수 없는 무늬를 새겼다는 것을 느꼈죠. 그가 나에게 무언가를 준 것이었습니다. 글쓰기의 작은 씨앗 같은 것을요. 결국 문학이란 상처와 결핍으로 시작한다는 것을 저는 아마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지방에서 문학하는 데 어려움도 있기는 하지만, 이로울 때도 있을 듯합니다. 더구나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부산인지라, 글감을 구하기에 괜찮은 공간일 것 같아요. 실제로 어떤가요?

부산국제영화제가 유명하기는 하지만 정작 영화제 때에는 영화를 잘 보지 않습니다. 우리 집에서 멀기도 하거니와 복잡하고 어수선한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서요. 영화는 조용할 때 가서 보는 편이에요. 영화와의 관련성보다 부산은 충분히 다양한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 도시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글의 소재를 찾기가 어렵지는 않겠죠. 『얼음꽃을 삼킨 아이』에도 남부민동이라는 부산의 지역이 나오는데, 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많이 와서 살았다고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 부모의 고향이 북한인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그런 지역의 특수성을 무시할 수는 없겠죠. 부산이 산과 강,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라 영화 촬영지로는 둘도 없는 곳이겠으나 전반적인 문화의 측면에서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시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게 현실입니다. 특히 문학이나 출판 쪽의 지원은 문화 전반의 10%는커녕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이니까요.


창작하면서 오는 스트레스는 어떤 방식으로 푸나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다른 취미활동은 거의 없는 편이고요, 스트레스가 쌓일 때에는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시간을 보냅니다. 여행을 향한 로망이 있긴 하지만 직장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늘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 들어 정작 방학 때가 되면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하지요. 마음 편하게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품고 삽니다.  


소설과는 다소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만, 오랫동안 교육 일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바가 많을 것 같아요. 처음 교단에 섰을 때보다 한국 교육이 나아진 점, 퇴보하고 있는 점이 있을까요?


1980년대 중반 경남 밀양에서 교직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도시의 초등학생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순박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행운을 경험했죠. 1990년에 부산으로 돌아와서 지금까지 근무를 하면서도 그 시절은 늘 마음 한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상 유지는 뒤처짐의 다른 말이라는 관념이 주입된 어린이들을 보면서 현 시대의 아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그림자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의 노예가 되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독서를 권유하기가 미안하기도 하고요. 


지금은 우리 때, 혹은 1980년대보다 문학소녀, 문학청년의 수가 급감했다는 것을 느낍니다. 독서가 일반화될 때 좋은 작가도 탄생하고 문학 선진국으로 발돋움도 할 수 있을 텐데 암기와 문제 풀이 요령에만 집중해야 하는 현 교육 현실을 보면 별로 나아진 점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학급당 학생 수가 반으로 줄고 학생에 대한 선생님들의 관심도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면에서는 발전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별로 중요해 보이지도 않는 교사의 업무는 수배로 늘어났고, 수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업무 해결에 신경을 써야 할 때도 많습니다. 누구나 인문고를 가고 대학을 졸업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성화로 인해 교육이 획일화되고, 내 아이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관념이 팽배하여 오히려 아이들의 다양성을 존중해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자들이 선생님이 쓴 소설을 읽고 와서 질문한다거나, 사인해 달라는 요구는 없었나요. 

도서관에 있는 책을 보거나 신문을 보고 아이들이 찾아와 도화지에 사인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직 초등학생이라 책을 읽지는 못해서 책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경우는 없지만,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보는 아이는 있습니다. 사실 그럴 때는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물론 이제는 성인이 된 옛 제자들이 새 책의 출간이나 수상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하고는 끼리끼리 모여 초대를 하곤 합니다. 제게는 더없이 고마운 독자들이지요.


소설가로서 박향, 교사로서 박향,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를까요?

교사라는 직업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저는 사실 가벼운 욕설도 잘 못하는 사람입니다. 『에메랄드 궁』을 보고 엄마가 그러시더라고요. 어떻게 이렇게 상스러운 욕을 책에다가 했느냐고요. 그 욕이 그 부분에서 필요해서 했을 뿐인데, 엄마로서는 딸이 욕설을 책에다 썼다는 것을 이해하실 수 없으셨던 거겠죠. 그 말을 듣는데 얼굴이 확 달아오르더라고요. 욕설을 쓰면서 이 장면에서 어떤 욕설이 어울릴까 이것저것 찾아보며 고민한 사람은 소설가 박향일 테고, 엄마의 말에 얼굴이 달아오른 사람은 교사 박향이겠지요.


차기작이 궁금합니다.

다음 작품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연애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덜 말랑말랑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 될 것입니다. 얼마 전 「육포 냄새」라는 단편소설로 제가 현진건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올해는 아마 저에게 행운이 몰린 모양이라고 주변에서 부러워하네요.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써왔던 소설들이 민중의 궁핍의 현장을 객관적으로 형상화한 현진건 선생님의 소설들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앞으로의 제 작품들 역시 현대인들의 상실과 외로움, 절박한 현실에 대해 고민하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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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도쿄에서 발견된 토막 시체를 다룬 미스테리, 가와이 간지의 『데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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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대상’ 대상을 수상한 가와이 간지의 『데드맨』이 출간되었다. 일본 정통의 신인추리문학상인 이 상의 수상작이 국내에서 출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와이 간지의 작품 중 최초로 번역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2012년 수상 당시 평단으로부터 “최고의 형사 추리물”, “기발하고 독창적인 작품”, “예기치 못한 반전”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새로운 인기 작가의 탄생을 예고한 가와이 간지. 



『데드맨』으로 제32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하셨는데요, 당시 기분이 어땠나요.


내가 만든 이야기가 책이 되어 서점에 진열된다니. 이건 그야말로 꿈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지금도 서점에서 제 책을 보면 절로 웃음이 지어집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출판될 줄이야.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어서 이번 한국어판 출간은 그야말로 뜻밖의 기쁨입니다.


각 시체 부위를 접합시켜 새로운 인간을 만든다는 설정이 공포소설의 원조라 불리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킵니다.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창조한 새로운 생명체가 괴물이라는 것을 깨닫는데요. 이 작품도 과학기술을 향한 맹신에 경종을 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소설을 구상한 계기는 무엇인지요?


‘시체의 각 부분을 모아 접합해 되살린다’고 하는 불사(不死)에 대한 동경을 담은 매력적인 일루션(illusion)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예로부터 이러한 설정을 지닌 여러 작품이 나왔습니다만, iPS 세포(유도만능줄기세포)가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이 비정상적인 설정에 리얼리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작품은 토막 연속살인사건이라는 섬뜩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인간을 향한 사랑이라는 휴머니즘적 요소가 공존합니다. 이 작품에서 담고자 한 가장 큰 주제는 무엇인가요?


첫눈에 사랑에 빠진 남녀가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기억을 읽고 헤어지게 되었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 두 사람은 또 사랑에 빠지게 될까요? 『데드맨』에 담은 몇 가지 주제 가운데, 이것이 제가 가장 사랑하는 주제입니다.


이 작품은 피해자와 가해자, 선과 악의 고전적인 대립 구도를 깨뜨리고 있습니다. 특히 범인은 섬뜩할 정도로 잔인하면서도 애처롭고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하는 인물입니다. 이런 인물을 창조해낸 까닭이 있나요?


범인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여섯 사람을 죽여 토막을 냅니다. 그만한 정념과 각오를 지닌 인물이라면 동시에 다른 사람에 대한 깊은 배려와 자기희생적인 헌신의 마음, 그리고 대가 없는 사랑을 두루 지닌 인물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작품은 두 개의 시점으로 서술됩니다. 연속살인사건의 담당 형사인 가부라기를 중심으로 한 3인칭 시점과 ‘데드맨’인 ‘나’의 1인칭 시점이 그것인데요. 두 개의 시점을 교차 서술함으로써 기대한 효과가 있는지요?


데드맨의 시점을 1인칭으로 설정한 것은 마치 독자 자신이 ‘되살아난 시체’인 것처럼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나 자신도 작품을 쓰면서 실제로 시체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야 했는데, 제게는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나머지 부분은 객관적인 시점으로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3인칭으로 묘사했습니다. 그 결과 마지막 장면은 주관(1인칭)과 객관(3인칭)이 역동적으로 교차하는 특이한 구성을 갖게 되었고, 덕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긴박감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데드맨』은 가진 자와 빼앗긴 자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희생자들은 모두 부유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고, 권력층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 일본의 사회적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 소설은 어디까지나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 사회 비판이나 풍자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게 목표였다면 다른 더 효과적인 수단이 있겠죠. 다만 현재의 사회문제에 대한 분노는 이야기를 쓰는 중요한 동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는 이야기를 쓰는 글쟁이로서 늘 약자의 편이며, 정의를 호소하고 싶습니다.


 ‘나’가 입원하고 있는 병원에서 자작나무를 내려다보며 감상에 젖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자작나무의 새하얀 나무줄기와 푸른 하늘이 선명하게 대비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냅니다. 이 작품 속 중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등장하는 자작나무 숲은 어떤 상징을 가지고 있나요?


저는 늘 ‘영상’을 의식하고 글을 씁니다. 독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정경이 언어 이상으로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전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바라본 자작나무는 짧지만 행복했던 ‘꿈’의 상징이었죠. 형사 가부라기는 ‘그’의 그런 마음을 알 리 없지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자작나무가 아름답다고 느낀 순간 가부라기에게도 ‘그’의 마음이 틀림없이 전해질 거라고 상상했습니다. 


본문 중에는 인간 실존에 관한 흥미로운 질문이 나옵니다. “뇌사 상태에 빠진 남자와 병에 걸린 남자가 있다. 병에 걸린 남자의 뇌를 뇌사 상태인 남자에게 이식하는 경우 살아 있는 사람은 누구이고, 죽은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인데요. 지금으로선 당장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 같지만, 충분히 고민해봄 직한 인상적인 질문이었습니다. 더불어 이 질문은 인간의 실존에 관한 물음과도 직결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무엇이 나를 나답게 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고 생각하나요?


‘나는 누구인가?’라는 실존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누구건 상관없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또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유전자의 명령에 거스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생물 가운데 이것이 가능한 존재는 인간뿐일 테니까요.


평소 좋아하는 영화나 소설 또는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나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시마다 소지입니다. 소설이 지닌 여러 가지 한계를 파괴했고, 저로 하여금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 밖에도 미스터리 소설계의 선배인 아야츠지 유키토, 오츠 이치, 요코야마 히데오, 교고쿠 나쓰히코, 다카하시 가쓰히코, 야마다 마사키의 작품을 즐겨 읽습니다. 어렸을 때는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 로버트 A. 하인리히, 레이 브래드버리, 필립 K. 딕 등의 SF 소설을 즐겨 읽었습니다. 


다음은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있나요? 선생님의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릴 한국 독자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두 번째 작품도 일본에서는 이미 출간되었습니다. 제목은 『드레곤플라이』인데 『데드맨』에서 활약한 형사들이 다시 등장합니다. 이 소설은 댐 공사 때문에 수몰될 예정인 마을에 거대한 잠자리가 출현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또 12월에는 『데블 인 헤븐』이라는 세 번째 작품이 출간됩니다. 도쿄 만에 일본 최초의 카지노가 생기는데, 그 배후에서 무시무시한 음모가 진행된다는 근미래 소설입니다. 주제에 대헤서는 미리 설명하기보다 꼭 읽고 뭔가를 느껴주시면 좋겠습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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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원장, 어젯밤 꿈을 알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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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많은 책을 냈습니다. 이전에 쓴 책과 비교하면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은 어떤 책인가요?

 

정신의학에서 꿈은 진단 및 치료에 너무나 중요한 자료인데 현대인들은 그 의미나 중요성을 잘 몰라요. 로또다 태몽이다 등 경제원칙에 끼워 맞추려 하는 풍조가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석양의 초원을 보며 매장된 석유를 떠올리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매우 미천한 경험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학계의 비난을 받을 각오를 하고) 출간하였습니다.
 
시중에는 과거로부터 전래된 꿈 해몽과 관련한 책도 많고, 나름대로 이쪽 분야 전문가도 있는데요. 꿈 해몽과, 정신분석학에서 바라보는 꿈 분석. 어떻게 다른가요.

 

세간에서 일컫는 해몽은 주로 속세의 기준으로 봤을 때 살아남는 것(SURVIVAL)에 의미를 두는 것 같습니다. 반면 꿈 분석은 심리적 성장 (THRIVAL)의 에너지를 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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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의학에서 꿈 분석은 어떤 위치에 있나요. 어느 정도로 발전했는지 궁금합니다.

 

거의 모든 정서 불안이나 우울은 감정을 처리하는 신경기능의 이상에서 비롯됩니다. 꿈은 감정의 소화 기능을 담당하는 우리 몸의 자연치유기능, 이란 것이 여러 논문에서 입증되어 있습니다. REM 수면 (주로 꿈을 꿀 때 수면 상태)에서 착안한 EMDR이란 기법도 이미 트라우마의 치료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유형의 꿈을 읽다 보면, 자신의 꿈을 해석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 책을 읽고 자신의 꿈을 해석해 보려고 마음 먹은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꿈 해석 입문서가 있을까요?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은 다들 아실 테고, 고 이윤기 선생님이 쓰신 『그리스 로마 신화』. 『인간과 상징』 등 이부영 선생님의 분석심리학 시리즈, 고혜경 선생님이 번역하신 저서들, 마지막으로 이무석 선생님의 『정신분석으로의 초대』를 추천합니다.

 

꿈에 관해서도 여러 가지 속설이 있잖아요. 조상이 나오면 길몽이라든지, 치아가 빠지면 지인이 죽는다든지. 이런 속설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나요.

 

좋은 질문입니다. 낭설이긴 하지만 결국은 맞습니다. 조상이 나온다는 것은 내면의 지혜나 현재 지친 자신을 달랠 수 있는 능력을 찾으려 한다는 신호이며, 이 빠지면 누가 죽는다는 해석 또한 낭설입니다만 분석학적으로는 간접적으로 타당해요. 무슨 말인고 하니 이가 빠지는 꿈은 현재 자신을 성장시킬 그 무언가를 목전에 두고 고군분투한다는 뜻이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스트레스가 분노나 죄책감, 혹은 그로 인한 걱정 같은 것이에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걱정만 의식에 남겨지고, 주변에 누가 죽으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보통은 꿈을 꾸고 꿈의 내용을 잊는 경우가 많은데요. 유독 생생한 꿈이 있습니다. 일어나서도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꿈은 어떤 의미인가요. 개인적으로는 피곤할 때 숙면을 취하면 꿈이 기억나지 않지만, 낮잠을 잔다거나 잠을 못 이루다 겨우 잠들어서 꾼 꿈은 생생합니다. 몸 상태과 상관이 있을까요.


딱 떨어질 정도로 정비례하진 않아요. 하지만 꿈은 영화 「내니맥피」에 나왔던 마법사와 같아서 필요하면 남아 있고 필요 없으면 사라져요. 비록 휘발성도 강하지만 생생하게 기억난다면 그만큼 꿈에서 느꼈던 감정 혹은 기운을 충분히 일상에서 곱씹어보라는 말일 거예요.



 

본인이 꾼 꿈을 스스로 분석하나요? 최근에 꾼 인상 깊었던 꿈과 그 꿈의 의미를 소개해 주세요.

 

저는 꿈을 굉장히 많이 꾸는 편인데요. 어떤 때는 꾸면서 스스로 셀프 모니터링(?)도 합니다. 그래도 무의식의 힘은 무한대라서 내 맘대로 안 되죠. 최근 꿨던 꿈 중에 기억에 남는 건 너무너무 화가 났을 때 꿈에서 쓰나미가 덮치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분노가 정리될 무렵 아주 화창한 하와이의 해변가를 거니는 꿈을 꾸었어요. 꿈을 깬 그 당시에도 그 정도 기분까지는 아니었는데 대략 30시간이 지나니 하와이 꿈을 꾸던 기분으로 돌아오더군요. 르네 마그리트가 말한 “일상이 꿈의 반영이다”를 서문에 인용한 이유도 바로 이런 배경이죠. 드물지만 예지몽을 꾸는 분들도 간혹 계십니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10여 년 진료 및 상담을 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인의 심리 상태가 이렇게 변해 왔다, 라고 할 만한 게 있을까요?

 

과거가 갈등의 시대였다면 현재는 결핍의 시대입니다. 

 

다양한 분야 중 정신과를 전공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라디오 및 TV 활동도 많이 하셨잖아요.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개할 수 있나요?

 

그래도 세상에는 따뜻함이 있을 것이라 믿었어요.  그 믿음대로 선택했어요. 인상 깊은 에피소드라기보다는 그래도 내가 활발히 활동하는 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구나, 라고 느끼면 참 뿌듯해요. 라디오 <두 시의 데이트>를 하면서 실시간으로 고맙다는 문자가 쇄도할 때나 팟캐스트 방송으로 삶의 색채를 찾았다고 하셨을 때는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죠. 단 한 분이라도 참나(TRUE SELF)를 느낀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평소에 주로 읽는 책은 어떤 분야인가요. 좋아하는 저자나 작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전 지금도 작가가 아니라 사람이란 유기체가 잘 지낼 수 있는 매뉴얼을 퍼뜨리는 의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책을 흥미 위주로는 잘 보지 않아요. 난독증이 심하기도 하고... 심리학과 제 전공파트인 의학서적 및 저널을 주로 많이 봅니다. 즐겨 읽는 책을 몇 가지 소개해 보자면 김혜남, 이무석 선생님의 책은 무조건 좋아해요. 배우면서 깨달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치료가 되는 책들이지요. 스님들께서 쓰신 불교 서적도 많이 봅니다. 『삶이 값진 것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를 쓰신 월호스님의 책을 가장 좋아합니다. 또 비트겐슈타인, 에리히 프롬 책들은 다 좋아하지요. 만화는 『펫숍 오브 호러즈』를 좋아해요.  한때 D 백작처럼 사는 게 꿈이었는데 현실은 에이스 벤츄라요.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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