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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성, 지금 우리의 문제는 경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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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출판 기획자로 활동하다, 저자로 데뷔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출판 기획자로 일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또 인문학을 어려워하거나 혹은 나름 몇 번 시도를 하다가 포기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교양 수준의 인문학 안내서를 구상하다가 이렇게 직접 책을 쓰게 되었다.


1권이 호평을 받았는데, 기분이 어떤가.


인문학에 관심은 많은데 어렵게 느껴 망설이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을 위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문학 안내서가 있다면 어느 정도 호응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출판사도 나와 같은 생각이더라. 그래서 기획자의 입장에서 저자를 물색하다 여러 가지로 여의치 않아서 직접 쓰기로 결심을 굳혔다. 때마침 인문학을 향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이 생각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매우 기뻤다. 무엇보다 책의 내용만 보고 좋은 평가를 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몇몇 출판 관계자분들께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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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이미 많은 인문학 개론서가 나와 있다. 그럼에도 주현성 저자의 책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특정 분야가 아닌 인문학 전체를 전반적으로 정리해주는 책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나와 출판사의 기획 의도였으니까. 여기에 출판사에서 지어준 책 제목 또한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 같다. 굳이 책의 장점을 뽑자면 나를 닮았다는 것? 나는 학창시절부터 주로 혼자 인문학을 공부해 오면서 많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그런 어려운 봉착점들을 쉽게 풀어낸 책이다. 그래서 인문학에 전혀 관심이 없던 독자가 책을 보면, “왜 이런 것들을 이야기해야 하나?” 또는 “하나라도 더 깊이 들어가야지 줄줄이 나열하기만 했다”라는 비판을 많이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문학 공부로 고생을 좀 해봤다면, 그것이 인문학에서 가장 중요시되었던 것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며 매우 기뻐하더라. 내게 강력한 지지를 보내준 독자는 대부분 이런 분들인 것 같다. 실제 강의에서도 이제야 후련하다는 대답을 많이 듣곤 한다. 



보통 인문학 개론서는 가장 첫장에 그리스 사상을 다루는 게 보통이다.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은 프로이트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출판쟁이인 거다. 철학부터 시작한다면 흥미를 유발하기 힘들다고 생각했고, 이는 출판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래서 책의 시작을 심리학으로 할 것인가, 회화로 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인문학 분위기를 좀 더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심리학이라고 판단했다. 심리학 중에서도 프로이트를 먼저 내세운 것은 프로이트야말로 심리학을 매우 신비롭고 흥미로운 분야로 인식시키며 대중화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출판 기획자로 활동했고, 쓴 책이 모두 독서 내공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했을 것 같다.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 좋아하는 사상가나 작가가 있다면 함께 소개 부탁한다.


사춘기 때 고독을 많이 느끼며 특별한 이유도 없이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방황의 이유나 삶의 이유를 찾고자 심리학이나 철학을 들척이던 것이 계기다. 하필이면 그때 형이 30권이나 되는 철학 전집을 사다놓아, 그 책이 내 몫이 되고 말았다. 가스통 바슐라르와 소쉬르를 좋아한다. 또 좀 구닥다리같이 느낄지 모르지만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칸트와 다윈을 생각한다. 소설가는 아멜리 노통브, 한국 소설 중에 제일 열심히 읽은 건 전동조의 『묵향』 같다. (웃음)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 관심사와 관련하여 읽는 책이나, 저술 계획이 있다면 알려 달라.


최근에는 신화와 진화심리학, 정신과 예술의 관계에 대하여 관심을 쏟고 있다. 이런 것들과 우리가 가진 상식이 역사의 어느 부분에 속하고, 어떻게 융화되어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이를 통해 이제까지는 볼 수 없었던 좀 더 색다른 세계사를 선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이 2권까지 나왔으나, 아직 중국, 인도 쪽은 다루지 않았다. 앞으로 다룰 계획은 없나?


위에서 말한 세계사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중국, 인도, 한국 등의 신화와 사상 등이 다루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반면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동양 편을 의미한다면, 동양에 대해서도 언제나 관심을 놓지 않고 있는 만큼 언젠가 소개하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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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중요하다, 는 사회적 인식과는 반대로 현실에서는 갈수록 인문학 전공자가 사라지고 인문학 도서를 찾는 사람이 줄어든다. 서점의 인문학 코너에 가면 자기계발서 류의 책이 인문학 저서인 양 둔갑하는 사례도 있고. 인문학이 마케팅 용어로 사용되는 추세가 더 많아지는 느낌이다. 한국에서 인문학의 위상, 어떻게 보나.


위상을 높여라 높여라 한다고 높아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위상을 높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지 않을까? 하나는 오늘날 갑자기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가 우리나라에서 나타나 세계를 놀라게 하고 주름잡는 것이다. 순전히 우연을 바라거나 그 기초 기반이 중요하겠다. 나머지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친근하게 생각하면서 인문학의 수용층이 넓어질 테다. 수용층이 넓어야 자연스럽게 그 깊이도 더해진다. 실제 인문학이 번성하기 시작한 시기도 활자와 종이가 급속도로 증가한 르네상스 시대부터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인문학이 다양한 쓰임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부정적인 부분보다 바람직한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독자들과 더 친근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하여 더 좋은 계기로 만드느냐는 것인데. 확실한 것은 수용층이 넓고 두터워진다면 자연스럽게 인문학도 깊이를 더할 것이라는 점이고, 그러다 보면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석학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나.


인문학은 고민하고,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보기에, 현재 우리의 고민은 무엇이고 그에 대한 답을 어떻게 찾을 수 있겠나.


우선 경제적인 고민이 가장 큰 것 같다. 우리나라도 이제 고도성장이 멈춘 데다가 세계 시장마저 그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 하루빨리 대안을 찾아야겠지. 가장 쉽게는 독일과 스웨덴 같은 좀 더 안정적인 경제 모델을 연구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미국식 경제 모델은 자본주의 폐해를 오롯이 안고 있는 모델이라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지 안을까? 그리고 어쩌면 자본주의를 좀 더 변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최근 청년실업과 관련해서는 젊은이들이 빨리 현실을 인지하는 게 좋다. 정부도 물론 실업률을 낮추는 데 노력해야겠지만, 저성장이 가져오는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제는 늘 청년창업도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정치적인 면에서는 변화를 원하면서 변화를 택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다들 정치를 비판하고 바꿔야 한다고 말하지만, 전작 그 결정권인 선거에서는 아무도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어느덧 2013년이 흘러가고 있다. 2013년에 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 2014년에 하고 싶은 일, 한 가지씩만 말해 달라.


되돌아보니 올해는 정말 한 일이 없다. 더위 속에서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2』를 쓴다고 낑낑대던 일만 떠오른다. 내년에는 책 쓰는 것 말고도 뭔가 근사한 일을 하나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이런 질문 줘서 감사하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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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한센인 할머니의 시, 삶을 치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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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한센인이 60년 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삶의 이야기를 시 11편에 담아 담담히 구술하는 동안, 그 이야기를 듣는 상대자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다시 글로 옮기면서 김성리 저자는 가슴 먹먹함과 눈물 아른거림을 어떻게 견뎠을까? 한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그것도 오랜 고통의 시간 속에 꽁꽁 묻혀 있었던 상처투성이 마음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가?

 

“할머니의 자작시들, 그리고 저자가 적재적소에 인용하는 아름다운 시(詩)들은 한센병이라는 단단한 갑옷 뒤에 숨겨진 한 여인의 해맑은 영혼을 비춰주는 투명한 거울이 되어준다. 한하운과 김춘수를 비롯한 수많은 시인들이 노래한 ‘타인의 아픔’은 할머니의 말 못할 아픔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어주기도 하고, 할머니의 아픔과 우리의 아픔을 함께 어루만지는 따스한 엄마의 손길이 되어주기도 한다.”(정여울, 문학평론가)

 

저자의 담담한 글로도 담기지 못한 할머니의 정서와 필자의 마음을 더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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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동안 어떤 심정이었나요.

 

저를 만난 할머니는 당신의 삶을 조금씩 내려놓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생을 떠나기 전에 마음 한구석까지 비우려 했었던 것 같아요. 60년 동안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내는 마음이 어땠을까요? 할머니는 이야기 도중이나 시를 읊을 때 머리가 아프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특히 밤에 혼자 누워 “지난날을 생각하며 시를 지으면 머리가 아프고 기운이 없어서 다음에는 안 한다 해야지” 하고 다짐하지만 또 생각하게 된다고 했죠. 할머니는 기를 소진하여 두통이 올 정도로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칡넝쿨처럼 헝클어진 자신의 생을 정리하여 반듯하게 뉘어 놓고 가시고자 했던 건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아팠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글을 쓰다가 여러 번 멈추고 멍하니 앉아서 할머니를 생각했습니다. 한 줄 써놓고 밖으로 나가서 그냥 걸어 다녔던 적도 여러 번입니다. 심지어 한 편의 글을 쓰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린 적도 있습니다. 만약, 내가 할머니를 만나지 않았다면, 만났더라도 할머니가 자신의 삶을 드러내게 도와드리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아직 살아 계실지 모른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들과 마쓰시타(연인이자 아들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할머니가 그 모진 삶을 이어온 동앗줄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왜 진작 이것을 몰랐을까요? 할머니가 저에게 당신의 삶을 내려놓고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할머니를 만나는 내내 아팠던 것은, 할머니의 고통이 저에게 옮겨 와서였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는, 그런 차원의 아픔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몰랐다는 자책에서 오는 아픔이었죠. 그리고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죄의식에서 아마 제가 살아 있는 동안은 벗어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할머니는 저에게 눈물입니다.


이 책을 쓴 계기가 할머니의 말씀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할머니가 자신의 생애 이야기와 시를 남기시려고 한 것은, 어떤 이유였을까요?

 

할머니는 한센병이 발병하던 19세 무렵에 이미 연인 마쓰시타(당시 대학생)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습니다. 해방 후에 마쓰시타가 일본으로 귀국하자, 미혼모로 아이를 낳았죠. 젖먹이였던 아이를 도저히 혼자 키울 수 없어서 입양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때, 할머니는 한국이 아닌 일본으로 아이를 보낸 거죠. 아들이 장성하면 병든 어미는 말고 일본에서 친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이 아들을 평생 동안 그리워했습니다. 당장이라도 할머니는 알아볼 수 있다고 했죠. 할머니는 아들에게 당신은 “너를 버리지 않았다. 잊지도 않았고, 너를 살리려고 입양 보냈다”, 이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에게 당신의 일을 소설로 쓰고, 그 소설이 일본에서도 출판되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또 만일 아들이나 마쓰시타가 책을 통해 당신을 찾아오게 되면, 병든 몸으로는 만날 수 없으니, 당신이 죽은 후에 출판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가난과 병환으로 오랫동안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없었던 사람이 시를 쓴다, 쉽지 않은 일일 텐데요. 할머니의 시는 어땠나요.

 

할머니는 자신이 이 세상에 살았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했습니다. 할머니는 자의식이 강하고 자존심도 대단한 분이었죠. 그래서 그분의 삶은 더 처절했습니다. 할머니는 사는 것도, 죽는 것도, 그 어느 것도 할머니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3번에 걸쳐 생을 마감하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은인들의 손길에 구조되었습니다. 할머니가 저를 만나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시를 쓴 것은, 발병 이후 당신의 의지로 행한 첫 사건이었습니다. 저와의 만남 자체, 그리고 저와 함께한 시간들은 할머니에게는 사건이었죠.

 

『꽃보다 붉은 울음』이라는 제목에는 할머니의 슬픔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의 기억 속에서 가장 화려하고 예쁘게 남아 있는 10대는 꽃처럼 살고 싶어 하던 소녀였습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지만, 넉넉한 살림이어서 당시(일제 강점기) 부산고녀에 다녔었죠. 일본인 대학생이 1년 넘게 구애하며 쫓아다닐 정도로 고왔고 순수했습니다. 그 10대가 끝날 무렵부터, 할머니의 삶은 질병으로 인해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할머니의 감정인 슬픔, 고통, 비애, 분노, 절망, 회한 등을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했죠. 그런데 할머니는 시에서 당신의 삶을 “핏자죽이 어린 길”이라 했습니다. 핏자죽 어린 길을 걸어가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을까요? 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을 말할 때 “피를 토한다”라고 하지요. 할머니의 울음은, 피를 토하다 못해 붉게 물들었을 울음입니다. 그 울음은 60년의 시간을 지나서 시로 재현되었습니다. 할머니의 시에는 60년의 시간과 60년의 슬픔과 60년의 눈물이 담겨 있죠. 할머니의 시는 할머니의 삶입니다. 저에게 할머니의 삶과 시는 꽃보다 아름답고 꽃보다 더 붉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제목을 “핏자죽이 어린 길”로 하고 싶었는데, 제목이 너무 선명하여『꽃보다 붉은 울음』으로 했습니다. 


편집자는 저에게 『꽃보다 붉은 울음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만, 그것은 미당 서정주의 시 「문둥이」에서 직접 표현된 것이라서 많이 망설였습니다만, 할머니의 삶을 그보다 더 잘 나타내는 것은 없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문디’라는 표현은 경상도 지역에서 흔히 하는 말이지만, 결코 (한센인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중의 하나가 ‘문디’입니다. 그런 시에 나온 표현이기 때문에 할머니의 삶에 더 적합한 표현으로 고쳐서 제목으로 정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할머니는 자신의 생애를 말로써, 시로써 풀어놓고 가셨습니다. 그렇다면, 할머니는 과연 고통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얻었을까요?

 

할머니가 처음에 구술한 시에서 당신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손톱만한 벌레만도 못한’ 사람으로 비하했습니다. 그렇지만 만남이 지속되는 동안, 온몸의 기를 소진하여 두통에 시달리면서도 시를 생각하고, 저에게 그 시를 들려주는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 시를 생각하는 그 과정 자체가 스스로 자기 삶의 매듭을 푸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두통에 시달리면서도 시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것입니다. 저에게 시를 읊어주고 그 시를 다시 저의 목소리로 들으면서 할머니는 과거를 정리하고,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부정했던 그 과거의 시간들을 서서히 받아들이지 않았을까요.


할머니 이야기는 잠시 두고, 본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간호학과를 나와서 간호사로 일하다가 다시 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아주 어릴 때 꿈이 두 개였습니다. 시인이과 간호사. 중학생 때 스스로 꿈을 정리했습니다. 시를 쓰는 간호사가 되기로. 근데 간호사는 되었는데 시인은 되지 못했네요. 시를 공부하고 시의 치유력을 발견하면서 가장 먼저 한센인을 떠올린 건 아마도 간호사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을 거라고 봅니다.

 

종합병원에 근무할 때 정형외과 병동에 5년 정도 있었습니다. 그때 치료는 끝났으나 온전한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을 많이 봤습니다. 더 큰 충격은 퇴원을 하신 분 가족의 초대로 그 분 댁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오랜 병상생활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아내와 어린 딸을 사랑했던 환자가 거의 폭군처럼 되어 있었습니다. 병원의 아빠 병상 옆에서 돌을 지내고 간호사실을 들락거리며 귀여운 말썽을 일으키던 아이는 겁에 질려 아빠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아내는 죽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환자분은 내내 침대에 누워 스스로는 휠체어에 탈 수도 없고 대소변도 자유의지로 처리하지 못하는 자신을 향해 무서운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습니다.

 

그 가족과 휠체어에 의지해 퇴원하던 6살의 진아, 치료 후의 삶이 더 고통스러웠던 많은 환자분들은 저에게 지금도 고통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가 그 분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었을까요? 그럼에도 할머니를 찾아간 것은 그 분들과 달리 한센인들은 추방과 격리, 그리고 감시의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답이 좀 길어졌네요. 제가 알고 있는 의학적인 지식과 인문학적인 시선에서 볼 때 한센인들만큼 고통스러운 삶은 없을 겁니다.

 

독자가 이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이 책은 한센병을 앓았던 한 여인의 고백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온전한 삶을 살고 싶어 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여느 삶과 같이, 할머니의 삶을 존중하고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아이를 품에 안고 키우면서 살고자 합니다. 너무나도 단순하고 당연한 일이죠. 이 평범한 일상을 누리기는커녕, 평생 가슴에 묻어야 하는 비밀로 간직할 수밖에 없었던 한 여인의 삶입니다.


어머니로 살았지만 어머니로 살 수 없었고, 아내로 살았지만 여자일 수 없었던 분입니다. 배우처럼 자신의 삶을 낯설게 살다가 생애 마지막 나날에 비로소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들려주었던 분입니다. 시 쓰기라는 도구를 통해서였지만, 그것은 단지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누구든 자신의 진짜 내면을 들려주고자 한다면, 자연히 소통의 언어는 따라올 것입니다. 할머니에게는 그것이 시였고, 삶이었습니다.

 

가장 딱딱한 질문이라 가자 끝에 물어보네요. 지금 연구 주제로 삼은 “치유 시학”에 대해서 말해 주세요.

 

아뇨, 딱딱한 질문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죠. 살아가면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삶의 문제를 시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치유 시학”입니다. 시를 읽거나 시를 쓰거나 또는 서로 시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자신의 문제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고통의 기억은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고 위로를 받아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또렷하게 살아나지요. 하지만 그 기억이 현재 나의 삶을 흔들지 않으면 그 고통은 치유되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완전한 치유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고통의 기억을 안고 사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치유의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제가 시를 공부하니 시가 치유의 길을 인도하는 하나의 별이 되는 것이지요. 만약 춤을 잘 춘다면 춤으로, 노래를 잘 부르면 노래로 치유의 방법을 찾았을 겁니다. 숲길을 걷기만 해도 마음이 얼마나 편안해집니까. 시만 우리들의 삶을 치유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치유되지 않는 고통도 없습니다. 어떤 기억이, 어떤 경험이 계속 괴로움을 준다면, 그것들을 피하지 마세요. 모른 척하시지도 말구요. 마주 보고 이야기 나누면 고통도 나의 것이 됩니다. 하지만 맨 얼굴로 나의 고통을 들여다보는 건 쉽지 않으니까 그때 시를 읽어도 좋구요, 노래를 들어도 좋습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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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독해력 떨어지는 학생들, 어려운 고전과 친해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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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술』을 청소년에게 소개하려고 마음먹은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생들에게 독해 연습을 시켜보면 단순한 독해 기술의 습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문제집을 많이 풀고 EBS방송교재를 반복 학습하고 교과서를 외우면 어느 정도 성적을 얻을 수는 있지만 실제로 최상위권의 성적을 얻기는 어려워요. 제가 보기엔 그건 근본적으로 독해 능력의 한계였습니다. 근본적인 독해 능력을 향상시키지 않고서는 논술이든 수능이든 수행평가든 제대로 해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근본적인 학습 능력을 키워주자고 생각하고 적절한 참고서적을 찾던 중 모티머 애들러의 책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은 좋은 책이지만 쉬운 책은 아닙니다. 서양의 고전을 예로 들어 더 어렵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리 실정에 맞게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덧붙이자면, 이 책은 단순히 시험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즐겁게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성찰의 과정입니다. 어떻게 하면 독서를 통한 성찰을 잘 해낼 수가 있을까에 대한 안내서로 기획했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독해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어떤 수준인가요.

 

학생들 전체를 놓고 보면 학교 성적이 어느 정도인가와 상관없이 실제로 책을 읽는 능력은 매우 낮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제 학년의 권장도서의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합니다. 중심내용 요약은 물론이고 읽는 것조차 벅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학생들 옆에서 읽어줘야 공부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문자를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소리로 들려줘야 입력이 되는 경우입니다. 스스로 요약하라고 하면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읽으면서 생각하라고 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거나 졸린다고 합니다. 10명 중에 1명 정도나 제대로 읽을 줄 아는 것 같습니다.


 

컴퓨터, 비디오게임, TV등 독서를 방해하는 매체는 끊임없이 있었는데요. 이러한 책의 적들보다 스마트폰은 더 강력한 것 같습니다. 책과 스마트폰의 관계를 어떻게 보나요?


이전에도 컴퓨터나 게임, TV 등이 학습을 방해하고 독서 활동은 저해한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매체는 특정 장소에만 있었기 때문에 그 장소를 떠나면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었죠. 예를 들어 이전에 지하철은 사람들이 문고판 책이나 신문을 읽는 장소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죠.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책 읽는 시간을 빼앗긴 거죠. 책 읽는 시간을 잠식당하는 것 뿐 아니라 끊임없이 주의력을 분산시킨다는 점에서도 스마트폰은 독서에는 그다지 호의적인 매체가 아닙니다. 독서는 일정 정도 이상의 시간과 주의집중력을 요구하는데 스마트폰은 그걸 방해하지요.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계속 스마트폰이 울린다고 생각해보세요. 제대로 감상이 될까요?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가장 강력한 집중력 방해자인 겁니다.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죠.


어떻게 책과 친해졌나요? 주로 읽는 책 분야와 영향을 받은 사상가나 작가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이었습니다.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아직 시가지가 형성되지 않은 지역이라 주변에 집도 없고 친구도 없고 놀 수가 없었죠. 그때는 TV도 저녁 6시에야 시작했으니 길고 긴 방학동안 심심해 죽을 지경이었죠. 그때 아버지께서 세계문학전집 50권을 사주셨습니다. 읽고 또 읽고 책 속에서 살았죠. 그리고 또 위인전 20권, 다시 문학전집 50권……. 그렇게 책에 취미를 붙였습니다. 그 후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남들이 읽지 않는 두꺼운 책을 골라서 읽는 재미며, 읽은 책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주며 으스대던 일이며, 책을 통해 키워진 배경지식으로 퀴즈대회에서 상을 탄 일 등이 즐거운 독서의 바탕이 된 것 같습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이지만 한때는 소설만은 일부러 멀리하기도 했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허황된 이야기를 지어낸 거라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소설이 인생을 압축해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소설은 현실을 더 잘 들여다보게 해 줍니다. 어린 시절 독서 경험 중에는 『갈매기의 꿈』,『어린왕자』,『데미안』,『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등이 기억에 또렷하게 남는 작품입니다. 어린 시절 꿈이 물리학자였던 관계로 문고판 과학서적도 많이 읽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당시로는 파격적인 책이었던『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읽고 상당히 빠져들었던 기억도 나네요.

대학시절은 현실비판적인 책들을 주로 읽었고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이후에는 어떤 책을 읽힐 것인가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책들을 읽게 되었습니다. 철학이나 교육과 관련된 책들을 즐겨 읽습니다만 수학 과학 분야의 교양서도 좋아합니다. 공자나 플라톤, 부처의 말씀은 여러모로 생각해볼 것이 많은 귀한 이야기입니다.


교육 일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요즘 교육계의 화두는 무엇일까요?


학교가 아닌 학원에서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교육 일선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봅니다만, 제 나름대로 교육문제에 대한 생각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상황은 가정교육은 방기되고 중고등학교에서는 결과 중심의 과잉 경쟁. 지나치게 빠른 학습속도와 과잉학습으로 학생들의 행복권이 침해되고 있습니다. 저는 교실에서 학습의 진정한 의미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즐거운 책읽기, 자신의 적성과 취미에 맞는 미래를 위한 학습, 호기심을 해결하는 탐구와 함께 몸과 마음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교실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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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교육과를 졸업했습니다. 윤리를 전공한 계기가 있다면요.


우연이 겹쳐 인생이 만들어지는 거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지망했던 학과는 국어교육과였습니다. 당시 국어 선생님께서 너무나도 열성적으로 가르쳐 주시면서 『한국문학사』『대학』『중용』『금강경』『퇴계집』 등을 읽으라고 하시곤 했습니다. 저는 그런 다양한 독서 경험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학생들과의 친밀한 교류가 가능한 과목으로 국어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아쉽게 1차는 탈락하고 2차에 윤리교육과에 합격하여 윤리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다닐 때는 그다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는데 졸업하고 학원에서 국어와 사회, 역사와 논술, 윤리와 사상을 나름대로 가르치면서 새삼 윤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윤리와 사상’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 개인의 삶은 어떻게 음미되고 성찰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묻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입장에서 서양철학과 동양철학, 한국철학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에 대해 살펴보면서 제 자신의 전공에 대해 다시 발견하고 있습니다. ‘윤리와 사상’은 교과서대로 가르치는 것보다는 논술이나 토론, 자신의 성장을 위한 방편으로 삼을 때 더 의미 있는 교과가 된다고 봅니다.
 
한국은 성인들의 독서량도 많지 않습니다. 독서량이 많지 않은 데에서 오는 사회적인 문제, 이런 게 있을까요?


가치 있는 생각과 인생에 대한 성찰이 꼭 책으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창의적인 생각이 넘치고 사회와 개인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풍요롭게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굳이 책이 필요할까요? 하지만 깊이 있는 성찰과 창의적인 생각이 부족한 사회에서 책이 푸대접을 받는다면 그 사회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비해 비만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은 체중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겠죠. 과거에 비해 창의적 사고와 성찰이 더욱 필요해진 정보화 시대의 환경에서 깊이 있게 사고하는 힘을 길러주는 무언가가 없다면, 독서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그 사회는 활기를 잃게 될 겁니다. 저는 정보의 양보다는 성찰의 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양만 많은 독서보다는 깊이 있는 독서가 성찰을 이끌어낸다고 봅니다. 다만 성찰하고 반성하는 독서란 이미 많은 독서량을 바탕으로 두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일단은 많이 읽은 사람이 더 잘 읽겠지요. 많이 읽는 사람이나 반성적으로 읽는 사람들은 일단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수용하고 검토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들이죠. 독서량이 적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의사소통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닐까, 결과적으로 의사소통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퇴보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책, 독서에 관심이 많을 것 같습니다. 꽤 오래 전부터 전자책이 출판계에서는 화두인데요. 전자책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전자책을 좀 사용해보았습니다만 종이책의 질감만큼의 친밀감이 없더군요. 사람이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종이책은 대면적 느낌을 전달합니다. 그런데 전자책은 그런 느낌이 없어서 간략한 정보를 얻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편입니다. 물론 전자책은 그 장점이 있는 만큼 종이책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분야에서는 분명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제공하고 간단히 휴대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린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겠죠. 하지만 종이책의 역할을 다 대체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책이 주는 장서로서의 만족감, 질감을 주지 못하는 것도 애서가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요소일 것입니다.


지금 혹은 앞으로 쓸 책은 무엇인지요.
 
지금 쓰고 있는 책은 플라톤에 대한 소개서입니다. 플라톤만큼 독재자, 전체주의자들이 애용했던 사상가는 없습니다. 하지만 플라톤이 가장 미워한 사람도 그런 독재자, 참주들이었습니다. 아이러니죠.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플라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플라톤의 문제의식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는 책입니다. 그리고 독서의 기술을 고전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써보려고 합니다. 이번 『독서의 기술, 책을 꿰뚫어보고 부리고 통합하라』가 실생활에 필요한 책들을 주로 다루었다면 다음에는 독서의 기술은 영혼을 가다듬고 인생을 성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고전들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해 제 나름의 방법을 제안해보는 책이 될 것입니다.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독서의 기술』을 읽는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일단 『독서의 기술, 책을 꿰뚫어보고 부리고 통합하라』는 학생 혼자 읽기보다는 부모님이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책입니다. 그 이유는 이 책은 한 번 보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해서 봐야 할 실용서이기 때문입니다. 수학교재는 부모님이 함께 읽고 풀기가 어렵지만 이 책은 부모님이 읽고 아이에게 적절한 지도를 해 줄수록 그 효과가 커지는 책입니다. 혼자서 반복하기를 바라기보다는 함께 읽고 점검해주시면 더욱 좋겠지요.
 

일단 전체 내용을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1,2장의 내용은 제대로 읽기의 기본원리를 학습하는 것입니다. 3장은 분야별 적용이고, 4장은 좀 수준 높은 통합적 읽기입니다. 따라서 먼저 1,2장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서 읽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기간은 1, 2주 정도 잡으시면 됩니다. 각 장별로 1주 정도 계획을 잡고 하루에 30~40분 정도 4~5일에 매일 한 꼭지씩 요약하면 됩니다. 그러고 나서 3주차에는 3장 각 분야별로 읽기를 연습해봅니다. 흥미 있는 분야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지막 4장 통합적 읽기는 쉬운 부분이 아닙니다만 적극적으로 시도해본다면 방학을 알차게 갈무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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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작가, 7번 국도를 소설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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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이 궁금합니다.


글쟁이에게 작품이란 골방에서 혼자 낳은 아기 같은 존재입니다. 게다가 저의 첫 장편소설이라서 그런지 ‘산후우울증’ 같은 게 찾아왔어요. 남자가 뭘 안다고 그런 얘기를 하냐 하겠지만, 비유적으로 그렇다는 말입니다. 대학 선생 노릇을 하고 있는지라 학기말 성적처리로 바빴고, 이제는 성적 이의 신청에 시달릴 차례입니다. 글쓰기와 교수 행위를 병행하다보니까 서로 부딪치는 문제가 많지만, 어느 하나를 부차적으로 놓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글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죄짓는 것이고, 아이들을 생각하다보면 글이라는 본령을 놓치기 십상이니까요. 


늘 벼랑입니다. 하나를 쓰고 나면 또 허공에 매달려 있는 느낌입니다. 공중에 다리를 놓고 있는 느낌이랄까. 또 디딤돌을 찾아야겠지요. 거기에 매달려 살다보면 비루한 생도 조금 더 연장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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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이라는 제목으로 책이 이미 나와 있는 상황이라, 제목을 고민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 제목을 고집하신 이유가 있다면.


알랭 드 보통의 동명의 책이 있습니다. 같은 서명을 써도 될까 망설였지만, 그대로 쓰기로 했습니다. 책 제목은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누구에게나 태어나면서 타의에 의해 이름을 부여받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인터넷에 ‘여행의 기술’이라고 검색을 해도 그 사람 책에 대한 정보에 묻혀버립니다. 사실 이것조차도 이미 예상했던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記述(description)과 技術(technique)의 중의성을 노린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자폐아 아들을 둔 아버지가 생의 막다른 지점에서 아들과 7번 국도를 따라 여행을 떠나는 이야깁니다. 소설에서 여러 차례 동반 자살을 암시하고 있지만, 여행의 과정을 통해 “하나의 길은 세상의 모든 길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길을 향합니다. 이렇게 記述된 여행이 생의 여러 지점을 연결하는 하나의 技術이었던 것입니다.


이 소설을 쓴 계기가 있었나요.


이 작품엔 실제 제 생의 많은 부분들이 침윤되어 있습니다. 작고 약한 몸으로 평생 억척스럽게 일을 해야 했던 어머니, 상징적으로 이미 죽어버린 아버지, 집안의 빈자리를 채우며 나를 먹이고 입혔던 누나, 그 안에서 시름시름 앓듯 살아온 나, 그리고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내 아들.

책 맨 뒤에 실려 있는 ‘작가의 말’의 첫 문장. “죽지 않으려고 이 글을 썼다.”는 말은 듣는 이에 따라서는 엄살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정말 죽지 않기 위해, 조금 더 살아가기 위해, 살아갈 이유를 찾기 위해, 이 글을 쓴 것입니다. 살아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아프고 고된 일입니다. 나그네가 어디서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여행은 생의 상징입니다. 7번 국도를 따라 가는 여행길에 점점이 놓여 있는 상처의 지도가 생의 풍경이라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그 로드무비는 계속됩니다. 우리는 모두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는 나그네이지요.



작품의 배경이 7번 국도입니다. 7번 국도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손꼽히는데, 작품의 배경을 7번 국도로 설정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님과 7번 국도와의 인연, 특별한 게 있을까요.


7번 국도는 푸른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길입니다. 그러나 그 길은 외로운 길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4차선 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지만, 얼마 전만 해도 좁다란 2차선 길이 굽이굽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우리 국토의 여윈 등줄기를 매만지듯 그 길을 달리다 보면, 양 옆으로 놓인 푸른 바다와 높은 산은, 막막하고 답답하고 외로운 정서를 부조합니다. 너무도 아름다워서 죽고 싶은 곳이 바로 그곳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7번 국도 변에 있는 소읍 같은 도시인 강릉은 제 청춘의 유적이기도 하고, 포항은 해병대 장교였던 형에게 잠시 얹혀있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7번 국도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젊은 날의 한때를 보냈고, 그럴수록 생은 더 후미진 곳으로 나를 이끌어가게 되었지요. 태어나자마자 떠나버린 서울은 고향일 수 없고, 대학원 공부를 위해 다시 올라간 그곳에서의 삶은 지독하게도 가난하고 고단했습니다. 이 시절을 단편 「에움길」에 은유적으로 그려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물귀신처럼 내 발목을 잡고 놓아 주지 않고 있는 곳은 강릉입니다. 남들은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산다고 부러워하지만, 가족들을 이곳으로 끌고 왔을 때는 절망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직장을 얻었고 그 덕으로 입에 풀칠하고 살고 있으니, 외로움조차도 때에 따라선 황홀합니다. 서울과 그 언저리에 모여 사는 다른 글쟁이들과는 달리, 내가 있는 곳은 한없이 낮은 생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곳입니다. 여기서 제 생의 자리를 짚어본 것이 바로 장편 『여행의 기술』이고, 그 압점들을 연결하는 여행을 Hommage to Route7이라는 부제에 담았습니다. 


7번 국도와 함께 대학, 강단이 소설을 지탱하는 공간인데요. 한국 대학, 특히 국문학과 역사학을 비롯한 인문학이 구조적 위기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실제 강단에 서는 입장에서 어떻게 느끼나요?

인문(humanity) 혹은 인문학(humane studies)이란 말이 수식어처럼 번져나가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인문이라는 사유 없이도 잘만 돌아가고 있어요. 기업에서도 인문, 광고에서도 인문, 예술에서도 인문, 정치에서도 인문, 교육에서도 인문, 다 인문이라는 말을 붙이고 있지만, 정작 거기에 인문의 본령은 없습니다. 대학에서도 인문은 그저 교양수준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자기계발서와 같은 허접한 수신서에도 인문이라는 레테르를 달고 있으니, 가히 역겨운 수준이지요. 사회는 비인문학적으로 질주하는데, 인문 운운하는 것은 인문이라는 것이 그저 레시피의 한 양념 그 이상도 아하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대학생들도 인문학이라고 하면 무슨 인생담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네, 좋은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자기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스팩, 취업 등일 뿐입니다. 고민하려 하지 않고, 방황하려 하지 않고, 어른들이 가르쳐준 대로 안정된 직업과 직장이라는 좁은 문을 향해 질주합니다. 그러니 다수의 패배자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고, 이들은 사회적인 동맥경화를 일으키며 만년 준비생으로 젊은 날을 소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나 소설은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강의실에서 문학을 이야기하면 약빠른 아이들은 토익문제를 풀거나 자격증 수험서를 펼쳐놓습니다. 강의는 ‘올림픽 정신’인지 ‘참가’에만 의의를 두는 것이지요. 종종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비효용적 혹은 비실용적 독서를 하라!” 젊은 날, 생의 본질에 대해 혹독하게 답을 구하려는 노력없이, 잔재주만 익혀 사회에 나가면, 거대한 노름판 같은 사회에서 돈 놓고 돈 먹기만 하다가 죽게 되니까, 본질을 물어야 된다고 말입니다. “글의 이치, 곧 문리(文理)를 터득하면 여러분의 생이 보다 살찌고 두터워집니다.”라는 말도 쓸데없이 덧붙이지만, 아이들에겐 역시 스팩이 가장 중요할 뿐이고, 대학 입장에서도 취업 잘 되는 과가 효자입니다. 


이 지경에서 인문이라는 말이 참 구차스럽고 안쓰러울 뿐입니다. 직업적으로는 실용에 봉사해야 하지만, 전공적으로는 문사철을 말해야 하는 내 자신이 타락한 안수집사 같다는 생각입니다. 인문학을 한번 믿어봐, 라고 떠벌이면서.


소설 속에서 ‘죽음’, 그것도 자연사가 아닌 죽음이 자주 등장합니다. 현대사회에서의 죽음, 어떻게 보나요?


참으로 거창한 질문입니다. 요즘 시대가 ‘자살을 권유하는 사회’이고 보니, ‘술 권하는 사회’가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입니다. 빚더미에 앉게 된 가장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해고 노동자가, 인생사의 부침에 시달리던 연예인이, 학업성적에 좌절한 학생이, 친구들의 왕따를 견디지 못한 아이들……. 많은 이들이 이렇게 속절없이 우리 곁을 떠납니다. 어쩌다가 세상이 이 지경이 되었냐고 우리는 한탄합니다. 그러면서도 나만은, 내 자식만은 괜찮겠지 하며 살아갑니다.


물론 누구나 반드시 죽게 되어 있습니다. 인생은 바로 그 죽음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숭엄한 것이지요. 나는 죽음 때문에 생이 불안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실존주의에서 말하는 죽음에의 자각을 바탕으로 미래로 나아간다는 ‘기투’라는 개념이 나에게 조금의 지적 감동도 주지 못한 것은, 죽음은 언젠가 담담히 받아들이면 되는 것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죽음이 갑작스럽게, 그것도 자의에 의해 결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죽을 의지로 살아야지, 하는 말은 삶에 절망한 자에게 아무런 위안도 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오죽했으면 죽었을까, 라는 말이 더욱 설득력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에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다시 우리는 인문의 본령을 재호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예외적인 누군가는 창 밖에 눈이 녹기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챕니다. 광폭하게 달리는 열차를 멈추고, 기차 밖으로 나가 땅을 딛을 수 있기 위해서, 우리는 내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눈이 아니라 체제 밖을 응시하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잘 가라, 미소』도 그랬지만 『여행의 기술』도 어두운 소설인데요. 본인의 글쓰기를 두고, 갈수록 뻔뻔해지는 세상에 맞서 자신의 글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표현했습니다. 이런 창작관이 지금도 유효한지요.


이 어둠이 내가 배운 문학의 자리입니다. 문학은 언제나 재앙의 기억을 형상화합니다. 아도르노(T. W. Adorno)는 『미학이론』에서 예술은 “세계의 어두운 것과 죄악을 자신의 내부에서 수용”하며 “세계로부터 받은 고통의 흔적”을 떠맡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고통의 언어’입니다. 고통(suffering)은 문학이 갖는 비합리적 자리입니다. 어둠이 있다면 이를 극복하고 광명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요. 그러나 문학은 어둠을 더욱 깊은 어둠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어둠이 사라지기를 희원합니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부정의 변증법과 통합니다. 


사이비 예술은 도저한 절망의 자리에서도 뭔가 달콤한 희망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문학은 강한 부정의 정신에서 출발합니다. 먹을 것이 넘쳐나도 배고프다고 외치는 사람이 진정한 시인이라고 했습니다. 주린 자는 반드시 있을 것이고, 그 젖과 꿀이 재앙 그 자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를 보세요. 겉으로 볼 때는 어디에 빈곤의 흔적이 있습니까? 어디 더러운 곳이 있습니까? 그것을 보기 위해서는 빌딩 뒷골목을, 폐수가 흐르는 맨홀 뚜껑을 열어야만 하지요. 


사람들은 나에게 말합니다. 재미있고 유쾌한 얘기를 쓰라고, 그래서 널리 읽히고, 드라마로 영화로 대박이 날 작품을 쓰라고 말입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런 재주가 있는 사람은 그렇게 쓰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내 문학의 밑자리는 그렇게 화려한 파티를 부정합니다. 예쁜 케이크와 고급 와인과 고상한 웃음이 나는 불편합니다.


창작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나요?


나는 어딘가에 쉽게 빠지는 체질입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상황이든 그것을 운명적으로 느끼고 그것과 사귑니다. 다재다능하거나 잡기에 능한 사람은 절대 아닙니다. 음식으로 말하면 섞어 먹는 것을 싫어합니다. 가령 맥주가 당기면 몇 달 동안 맥주만 마시고, 소주가 당기면 계속 그것만 찾습니다. 정신없이 한 상 차려 놓은 것보다 일품요리가 더 좋습니다. 스파게티가 당기면 어디 가나 그것만 찾고, 회가 당기면 그것만 먹으려 합니다. 편식이 심하고 쉽게 홀릭(holic)이 되는 스타일입니다. 이렇게 하나에 빠지면 일정 기간 잘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과도한 열정이 여기에 소비되곤 하는데, 이런 것이 일상이나 창작의 압박감을 견디게 해 줍니다. 


원고청탁을 받는 것은 자발적인 채무자가 되는 일입니다. 소설 창작뿐만 아니라 평론도 겹하고 있어서, 한 계절에 적어도 서너 편 이상의 글을 써야 하는 형편입니다. 글을 쓸 때는 절대 담배를 물지 않습니다. 산만해질 뿐만 아니라 집중도 잘 되지 않습니다. 손을 깨끗이 씻고 정갈한 마음으로 몇 시간이고 앉아 있습니다. 화장실 가는 것도 귀찮아서 물도 잘 마시지 않습니다. 한 번 글을 쓰면 밑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끈질기게 책상에 앉아 있습니다. 오직 글에만 빠져 있는 것입니다. 이런 집착이나 편집의 상태가, 현실의 나를 망각하게 해주니까 그것 자체로 탈출구가 됩니다. 


그 사이 사이, 나는 걷습니다. 출퇴근할 때도 일부러 걷고 시내버스를 타며 사람들과 거리를 구경합니다. 지구 끝까지라도 갈 기세로 하염없이 걷습니다. 차오르는 슬픔이 있어도, 걸으면 그 마음이 엷어집니다. 걷는 건 나에게 하나의 기도(祈禱)입니다. 내가 사는 곳은 동쪽으로 걸어가면 늘 푸른 바다와 만날 수 있습니다. 바다는 먹물 같은 내 슬픔을 무한정 받아줍니다. 여기서는 바다가 친구고 어머니고 스승입니다.


2013년 기억에 남았던 일은?


첫 장편 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일입니다. 그리고 다시 벼랑에 섰다는 것이 그 두려움의 시작이겠지요. 


2014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내년에는 모든 일을 다 잘 하겠다 생각하지 말고, 일의 경중을 두어야겠다 싶습니다. 평론 작업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좀 인색해져야겠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소설 창작에 쏟아붓고자 합니다. 인생에는 늘 때가 있는데, 지금이 아니면 소설을 많이 남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더 넓은 타자들의 세계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그리하여 사유의 넓이와 깊이를 얻어가는 기쁨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습니다. 나를 파먹는 자학이 아니라 넓은 공감으로 이해로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그 역사적 연원을 캐는 작업에 보다 큰 공을 들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맥락에서, 식민지 시대의 한 단면을 우리 시대의 현실과 맞세우고 연결짓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특히 1930년대의 사회사를 집중적으로 공부하여, 그 시대의 본질을 2000년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 앞에 데려오려 합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본질적으로 20세기의 상흔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2014년이 가기 전에 또 하나의 장편이 나올 수 있을 겁니다. 북한의 김정남이 아니라 작가 김정남이 먼저 떠오를 수 있는 날이 오려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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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독자를 사로잡은 최고의 소설

- 『28』은 하나의 물음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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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작가 펭귄, 남편 메브와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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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부럽네.” 웹툰 <펭귄 러브스 메브>를 보는 독자들의 마음이다. 메신저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영국 남자 ‘메브’와 한국 여자 ‘펭귄’. 메브의 서울 여행 가이드를 핑계로(?) 대면하게 된 두 사람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한 듯 서로의 동반자가 됐다. 네이버 웹툰에서는 ‘펭러메’로 통하는 펭귄 작가의 첫 번째 단행본 『펭귄 러브스 메브 in the UK 1』이 출간됐다. 웹툰작가 ‘펭귄’과 그녀의 영국인 남편 ‘메브’의 유쾌한 일상을 그린 『펭귄 러브스 메브』는 2010년 5월 연재를 시작해, 현재 ‘영국 생활’을 그린 시즌3으로 독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단행본 『펭귄 러브스 메브 in the UK 1』에는 ‘펭귄, 메브와 함께하는 영국 여행’을 비롯해 ‘메브의 스카우트 이야기’ ‘영국식 팬케이크 레시피’ 등 웹툰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펭레메’에 중독된 웹툰 독자들은 단행본이 나오자마자, 구입 인증샷을 올리기에 바쁜 요즘이다.

펭귄 작가는 왜 ‘펭귄’이 되었을까? “어느 날 제가 펭귄 그림이 그려진 스웨터를 입었는데, 메브가 저랑 닮았다고 해서 생긴 별명이에요. 만화를 구상하던 중 필명으로 사용하게 된 거죠.” 1년의 한국 신혼 생활을 거쳐, 2012년 2월부터 영국에서 새 기분으로 신혼을 즐기고 있는 펭귄 작가에게 이메일 인터뷰를 청했다. 웹툰 속 주인공인만큼 유쾌함이 가득한 답장. 역시, 마냥 부러울 따름이다. 왜? 읽어 보시라. 




남편 메브는 내가 원하는 직업을 갖고 일하는 걸 기뻐해요

대학교 때 이과생이었다고 들었어요. 웹툰작가가 될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하셨다고요. 휴학을 하고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요?

딱 그 시기에 가장 진지하게 물었던 것 같아요. ‘미래의 난 무엇일까?’에 대해서요. 전에는 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가지고 접근하니까, ‘지금 당장 시작해야지!’ 하는 용기가 나왔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많은 청소년들이 그렇듯, 그림은 ‘어른이 되어서 취미로 가질 수 있는, 특출한 재능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편이 더 나은 것’이라고 분류했던 것 같아요. 그림으로 성공한다는 건 쉽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으니까요. 그림을 제외하면 그 때는 (지금은 어떻게 그랬나 싶지만) 과학이랑 수학을 좋아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과로 진학하게 됐던 거죠.

어떻게 보면 남편 ‘메브’와 만났기 때문에 웹툰을 그릴 수 있게 된 건 아닐까, 싶어요. 만약 메브를 만나지 못했더라도 웹툰에 도전했을까요?

글쎄요. 가끔 생각해보는데요. 메브를 만나지 않았더라도 웹툰은 했을 것 같아요(웃음). 아마 조금 더 늦게 도전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지금까지 데뷔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요.

마감 스트레스는 없나요? 매일 새로운 소재를 찾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요.

아직 만화를 그리는 게 즐거워서요. 지금까지 360화가 넘게 이야기가 나왔는데, 정말 소소한 이야기들이지만, 즐거운 이야기들이라서 계속 그릴 수 있는 것 같아요. 독자 분들을 너무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도움이 돼요. ‘이런 이야기를 그리면 좋아해주시겠지’ 하는 생각보다 내가 그리고 싶은 만화를 그리니까, 좀 더 오래 그릴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의식을 하지 않으니까 꾸밈없는 이야기를 그릴 수 있는 것 같고요. (물론 그 속에서도 가끔 꾸며진 이야기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요^^) 늘 의식하고 있는 부분은 “만화 속에 진정성을 담자”는 거예요.

웹툰에 영어 자막을 싣고 있잖아요. 남편 메브가 많이 도와주나요?

연재처 담당자님께 원고를 보내기 전에 메브가 체크를 해줘요.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수정을 하고 마감을 끝내는데요. 메브가 봐줘도, 가끔 단어 스펠링이 틀린다든지, 살짝 어색한 문맥 같은 게 연재된 다음에 발견되기도 해요. 주로 먼저 발견한 독자들이 댓글로 알려주시기도 하고요(웃음). 악플이라고 얘기하기는 좀 그럴 것 같기도 한데, 예전에 몇 번 “영어가 순 엉터리다”라고 약간의 막말을 하는 분들도 계시긴 했어요. ‘메... 메브가 체크해 줬는데?’ 싶어서 좀 당황스럽기는 했었죠(웃음). 그래도 크게 부정적인 반응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내가 그렸지만 참 잘 그렸다, 감동적이다. 재밌다’고 생각한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288, 289화 행복을 찾아서’ 를 좋아해요. 메브와 함께하면서 가장 큰 위기를 겪은 순간이었어요. 그 전까지는 메브가 그렇게 힘들어하는 걸 본 적이 없었거든요. 뭐든 다 씩씩하게 잘하던 메브였는데, 그 때 처음으로 ‘아, 메브가 GTP 코스를 선택한 게 잘못된 선택이었구나’ 생각했어요. 둘 사이에서 처음으로 잘못된 뭔가를 느낀 거죠. 그 말은 그 때까지 계획했던 것들이 다 무너지는 걸 의미하는 거잖아요. 그저 코스가 힘들다는 게 아니라 영국에서 Secondary school(중고등학교) 선생님을 하는 게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기 때문에 일단 코스를 그만뒀어요. 다시 생각해 봐도 옳은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남편 메브는 만화 속 자신의 캐릭터에 만족하나요? 가장 열독하는 애독자겠지요?

물론이죠. 영어 자막 때문에도 무조건 보죠. 가끔 본인의 바보 같은 모습이 나오면 ‘으아앙’ 거리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죠(웃음). 그리고 만족의 수준이 아니라 본인의 이야기가 만화로 그려지는 걸 너무 좋아해요. 귀엽게 봐주시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생겨서 기뻐하는 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제가 원하던 일이 직업이 된 사실이 더 기뻐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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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배우자?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사람을 만나세요

메브와 온라인 친구였다고 들었어요. 메브가 한국에 왔을 때, 서울 관광 가이드를 해주면서 친해졌다고요. 메브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2008년 2월이었어요. 오랫동안 MSN 메신저로 얘기를 했지만, 만난 건 처음이었어요. 첫인상은 ‘와! 키가 크고 머리가 진짜 작다. 외국인이다’였어요. 온라인으로 알던 사람을 실제로 만난 건 처음이었고, 그 때는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좋은 인상을 줘야지’하는 마음이 제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우리가 연애를 해서 결혼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어요. 물론 메신저로 대화 나눌 때도 좋은 사람이라는 게 확실히 느껴져서 만난 거지만, 실제로 봤을 때도 굉장히 젠틀하고 착했어요. 만나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점점 장난끼도 늘어났던 것 같아요. 가까워지니까 메브도 스스로를 오픈해서 자신의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 제겐 다 좋았던 것 같아요. 장난을 많이 치는 성격이지만 어른스러워야 할 때는 정말 진지하거든요. 한 번도 ‘아~ 이런 점은 정말 맘에 안 든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어요. 적어도 기억에 남는 큰 단점은 없네요(웃음).

국제 커플의 연애는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의사소통의 문제는 없었는지.

또래치고는 어릴 때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해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처음엔 지금보다 영어 실력이 부족했으니, 의사를 전달하는 게 지금처럼 쉽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크게 문제는 없었어요. 그래서 관계가 계속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제가 네이티브 수준은 아니라서 가끔씩 답답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뭐,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진득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들으니까, 다 괜찮았던 것 같아요.

메브와 결혼을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딱히 어느 순간에 ‘이 남자와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둘 다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결혼은 이 사람이랑 하는 거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우리 나중에 결혼하면” 같은 대화들 나누면서, 서로가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미혼인 독자들에게 “이런 배우자를 만나라!” 조언을 해준다면?

음. ‘책임감을 가진 사람, 착한 사람, 술, 도박, 여자 문제 일으키지 않는 사람’ 이런 기본적인 중요한 조건들은 일단 다른 켠에 두고요.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사람’을 만나라고 말하고 싶어요. 불 같은 성격을 컨트롤 하도록 노력하게 만드는 사람, 마음속에 화가 생기면 그걸 잠재워줄 수 있는 사람, 미래나 인생에 대한 옳은 방향을 찾는 걸 도와줄 수 있는 사람, 나 스스로에게 더 만족할 수 있게 힘을 북돋아주는,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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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행 오시면 ‘파파돔’은 꼭 먹어 보세요

영국에서의 신혼 생활은 어떤가요? 한국에서 보낸 신혼과는 다를 것 같아요.

이제 영국에 온지 2년 정도 됐어요. 메브가 한국에서 사는 방법을 계속 배웠던 것처럼, 저도 하나 하나 배워가고 있는 중이에요. 아직까지는 뭔가 여행을 온 것 같고, 재미있어요(웃음). 주위에 외국인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딱 2년까지가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메브는 태권도를 좋아하잖아요. 펭귄 작가님은 영국의 어떤 문화를 좋아하나요?

영국 축구를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축구를 너무 좋아했어요. 메브와 처음 만난 그 날도 메브가 본인이 응원하는 고향 축구팀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응원 목도리를 선물로 줬어요. (지금 와서 얘기하는데 그 때 줄까 말까, 진짜 고민했다고 하더라고요. ^^ 본인도 하나밖에 없던 거라) 가끔 토요일에 메브와 동네 펍에 가서 맥주를 한잔 마시며 축구 중계를 보는 게, 제가 좋아하는 일 중에 하나에요. 영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포츠가 축구 외에도 크리켓, 테니스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저는 펍에서 사람들과 다같이 중계를 보는 게 정말 재밌어요. 스포츠를 하는 건 안 좋아하지만, 보는 걸 정말 좋아해요(웃음).

블로그를 보니, 메브와의 일상을 담은 동영상, 레시피도 올리고 있던데요. 요리 웹툰을 그릴 계획은 없나요?

원래 제일 처음에 <펭러메>를 그리기 시작할 때부터 ‘요리만화를 그려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 너무 재미있는 요리 웹툰이 많아서 선뜻 나서기가 약간 좀 망설여져요. 조금 겁나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요리 웹툰’ 정말 그리고 싶어요(웃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요.

『펭귄 러브스 메브 in the UK 1』에 영국여행기가 부록으로 실렸는데요. 영국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런던에 가시는 분들이라면 여러 마켓에 가보시길 추천하고 싶어요. 빅벤, 런던아이, 버킹엄 궁전 같은 유명한 곳들도 좋지만, 마켓에 가면 영국 내에서 소개되는 세계의 다양한 음식과 여러 가지 신, 중고 물품들을 정말 신나게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어요. 영국 내의 인디안 레스토랑, 인도 음식점에서 인도 카레를 먹어보시는 것도 추천해요, 한국에서도 인도 음식 전문점이 곳곳에 있기는 하지만 영국에서 인도 카레가 정말 인기 있는 음식이거든요. 한국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아요. 특히 ‘파파돔’이라고 하는 식전 에피타이저는 한국에서 본 적이 없는 음식인데요. 하아... 이건 꼭 먹어보셔야 해요. 정말 맛있어요. 그리고 위에서 말씀 드린 대로 주말에 축구 경기가 있는 커다란 펍에 찾아가서 저녁을 먹으면서 축구경기를 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어요. 영국의 문화가 확 느껴지니까요. 여행을 오실 때는 방수가 되는 따뜻한 잠바는 필수 입니다. 4월, 5월에도 날씨가 맑았다 흐렸다 눈 왔다 비 왔다, 오락가락 날씨가 정말 안 좋아요.

요즘 즐겨보는 웹툰, 좋아하는 만화가는 누구인가요?

즐겨보는 만화는 정말 많은데요. 요즘은 특히 네이버에서 연재되고 있는 SIU 작가님의 <신의 탑>과 현용민 작가님의 <웃지 않는 개그반>, 두 만화를 아주 좋아해요. 좋아하는 만화가도 역시 많지만, 두 분만 뽑자면 하일권 작가님과 일본의 오다 에이치로 작가님이에요. 두 분 만화를 볼 때면, 저도 모르게 “와”하는 탄성을 지르게 돼요.

근래 읽었던 책 중에 인상 깊게 읽은 책 2권만 소개해주세요.

하나는 외주 작업을 기회로 읽게 된 그레임 심시의 『로지 프로젝트』. 오랜만에 읽은 로맨틱 소설인데요. 마지막까지 결말이 궁금해서 엄청 빨리 읽었어요. 읽고 나니까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게 있더라고요. 풋풋하고요. 다른 하나는 메브가 선물로 사준 스티븐 호킹의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예요. 짧고 쉽게 썼다는데, 아하…(한숨). 다 읽는 데까지 정말 오래 걸렸어요. 하지만 읽고 나면 뭔가 똑똑해진 느낌이 들고(ㅋㅋ) 뭔가 우주와 과학에 대한 묘한 경외감 같은 게 느껴져요. 과학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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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러브스 메브 in the UK 1펭귄 글,그림 | 애니북스
한국 여자 펭귄과 영국 남자 메브, 두 부부의 유쾌하고 달콤한 일상을 담으며 수많은 ‘펭귀니’들을 보유한 인기 웹툰 〈Penguin loves Mev〉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책에서는 영국으로 건너가 살게 된 펭귄 부부의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한국에서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여 신혼 생활을 보내던 부부는 2012년 2월 영국으로 옮겨가게 된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펭귄은 하루아침에 외국인 가족들과 낯선 문화 속에서 살게 된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 펭귄과 메브 부부의 하루하루는 새로운 생활에 대한 설렘과 즐거움, 그리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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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류신 “공간을 사랑하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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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이 책을 소설가 구보 씨와 산책자 발터 벤야민에게 바친다’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류신 문학평론가에게 있어, 그리고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에게 있어 ‘구보’와 ‘벤야민’은 어떤 의미를 가진 인물들일까? 그 궁금증을 풀어줄 실마리는 작품 곳곳에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했다. 많은 문학적 인물들과 사상가가 있는데, 왜 ‘그들’이여야만 했을까?


ⓒ 백다흠

산책자는 구경꾼이 아니다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왜 굳이 ‘서울’이어야만 했을까요?

저는 서울에 살지 않습니다.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하지만 대학 진학 이후 거의 매일 서울에 머물러 있었죠. 25년 넘게 고향과 타향을 시계추처럼 오갔죠. 저는 서울에 살지 않지만 서울을 살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제게 서울이란 도시는 매정하고 생경했습니다. 제 유년의 추억을 공유하지 못하는 서울의 풍경은 무의미했습니다. 탁한 공기와 들끓는 소음과 현란한 간판이 싫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매일 서울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불가피한 현실이죠. 서울은 살기도 힘들지만 떠나기도 힘든 곳입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 보았죠. 서울을 내 삶과 밀착시키자. 서울을 탈출할 용기가 없다면 이 속된 도시를 감수하고 받아들이자. 그래서 처음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서울의 거리를 걸었습니다. 거리 답사가 서울을 이해하는 첩경이라고 생각했죠. 서울의 풍경을 온몸으로 품고, 진심으로 느끼고 싶었습니다. 서울이라는 필연적인 운명을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서울에 대한 저의 애증의 기록입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구보씨와 발터 벤야민을 많이 떠올렸습니다. 책머리에서도 밝히셨지만, 브레히트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구보가 적은 ‘산책하기’라는 문장을 보니 더 큰 존재로 다가왔어요. 이 책을 관통하는 ‘산책’의 의미와 그 산책이 이루어지는 ‘서울’에 관해 간략하게 설명 부탁 드립니다. 또한, 구보 씨와 발터 벤야민으로 상징되는 ‘산책자’의 모습도 어떻게 표현하고자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산책자는 구경꾼이 아닙니다. 산책자는 비록 거리의 대중들과 함께 있지만 집단의 일부가 되기를 거부하는 도시 속 유목민입니다. 산책자는 도시의 유니크한 노마드입니다. 보들레르는 파리의 대로를 걷는 산책자를 근대의 대도시를 형상화하는 예술가이자 시인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산책자 구보 씨는 보들레르의 후예입니다. 산책자는 도시를 배회하면서 도시의 풍경 속에 잠재된 ‘사유이미지’를 수집하는 거리의 예술가, 즉 도시 관상학자입니다. 공간을 그냥 통과하는 자는 행인일 뿐입니다. 공간을 하나의 텍스트로 독해하려는 자가 바로 산책자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왜 산책자로 ‘구보 씨’의 시점을 택하셨나요?

박태원의 구보 씨 는 1930년대 경성을 거닐었던 한국 최초의 ‘플라뇌르’, 즉 거리 산책자입니다. 발터 벤야민의 영혼을 가진 한국 국적의 도시 산책자 시점이 필요했는데, 구보 씨가 맞춤한 적임자였습니다. 현실에 편입되지 못한 예술가의 고독, 도시의 일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 행복한 삶에 대한 소시민적 욕망 등을 체현하는 인물로 구보만 한 인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구보 씨가 발터 벤야민에게 ‘공중’에 띄우는 편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구보 씨가 발터 벤야민을 ‘수호천사’라고 일컫는 부분도 흥미로웠는데요. 저자께서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다루고자 한 발터 벤야민이 궁금합니다.

독일군의 프랑스 점령을 피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미국으로 망명하려던 중 국경 통과가 저지되자 1940년 9월 26일 밤 스페인 국경 마을 포르부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유대계 철학자 발터 벤야민, 그가 죽기 전까지 13년 동안 심혈을 기울였던 프로젝트가 바로 ‘아케이드 프로젝트’입니다. 그는 19세기 초반 산업 자본주의의 여명기 프랑스 파리에 등장한 새로운 쇼핑 공간인 아케이드를 미시적으로 탐사함으로써 자본주의의 기원을 천착했죠. 벤야민 철학의 매력은 이전의 학자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거리, 건축, 일상의 자질구레한 사물들을 관상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데 있습니다. 그는 작고 사소한 일상의 풍경 속에서 자본주의의 내부 작동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대도시 삶의 원칙을 해석하는 단초를 찾았습니다.

저는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2013년 ‘여기 지금’ 서울의 맥락으로 소환해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쓰고 싶었습니다. 벤야민의 눈으로 서울의 아케이드를 탐색하고 서울의 상가에서 벤야민이 머금었을 사유이미지를 따라 그려 보려고 애썼죠. 도시 관상학자 벤야민처럼, ‘서울의 얼굴’인 서울의 거리에서 현대인의 실존 양식을 식별하고 우리시대 문화의 양상과 특징과 운명을 판독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의 거리를 걸었습니다. 이 책이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21세기 서울 버전으로 읽히길 소망합니다.

벤야민은 개념으로 사고하기보다 경험으로 사유했습니다. 강단 철학자라기보다 도시 산책자였죠.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세계철학학회가 열렸을 때 벤야민은 학회장에 참석하지 않고 폼페이 시내를 걸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 벤야민이 좋습니다. 벤야민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학자입니다.

인물들에 관해 명확해지니, 시점을 돌려 공간을 묻고 싶습니다. 구보 씨가 살고 있는 곳은 ‘영등포’입니다. 특별히 영등포로 설정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마지막 인터로그에서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 줍니다’라는 말, 그리고 ‘구보에게 사는 곳을 확인시켜 주는 곳은 버스 정류장이었다’라는 구절로 보아 영등포가 가지는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구보의 우울한 이미지와 영등포라는 공간이 어느 정도 부합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게 영등포는 서울의 촌스러운 변방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강서 최대 상권으로 부상하면서 일대가 개벽하고 있습니다. 전근대적인 서울과 포스트 모던한 서울이 공존하는 점이 지대가 영등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주인공 구보가 사는 아파트의 이름을 장미 아파트로 설정했습니다. 지은 지 17년 된 브랜드가 없는 아파트죠. 이 장미 아파트 주변으로 최첨단 주상 복합 건물이 영등포의 요지를 차지해 나가고 있다고 묘사했습니다. 재개발의 욕망으로 늘 공사 중인 작금의 서울의 풍경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에는 참으로 많은 문학 작품들이 나옵니다. 이 중에서도 ‘서울’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작품을 좀 더 깊게 읽기 위한 길잡이가 있을까요?

서울을 사는 젊은이들의 내면 풍경을 이해하기 위한 단편소설집으로 김미월의 『서울 동굴 가이드』,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비행운』황정은의 『백의 그림자』를, 시집으로는 조동범 시인의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 사건』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조동범의 시집은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씨앗 역할을 톡톡히 한 책입니다.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선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정독하길 권합니다. 그레임 질로크의 『발터 벤야민과 메트로폴리스』도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아요.


ⓒ 백다흠

시와 회화, 문자와 그림 사이의 연관성을 추적한다

역시, 많은 작품들이 술술 나오네요. 위의 작품들을 읽어보고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아무래도 독서의 기본이 남다르신 것 같습니다. 독서에 남다른 애정이 있으실 것 같아요.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를 봐도, 스크린만 보면 잠이 들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리 지루한 소설을 읽어도, 책장을 넘기면 정신이 말똥말똥해졌던 것 같아요. 문자 텍스트를 통해 머릿속에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일, 요컨대 독서를 통한 상상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먼저 이미지를 던져 주는 영화보다 문자를 통해 스스로 이미지를 조합해 나가야 하는 독서 행위를 더 좋아합니다. 가장 열심히 책을 읽었던 건 독일 유학 시절이었습니다. 브레멘 대학 도서관 3층 열람실 구석자리에서 책을 읽다가 물끄러미 쳐다보던 호수를 잊을 수 없습니다. 집중과 방심이 가장 아름답게 교차되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큰 프로젝트를 끝내셔서 또 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하셨을 것 같습니다. 요즘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가요?

시와 회화, 문자와 그림 사이의 연관성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시가 말하는 그림이라면, 그림은 말 없는 시다.’ 텍스트와 이미지의 유사성과 문학과 회화의 친연성을 최초로 직관한 그리스 시인 시모니데스의 잠언이, 최근 제가 붙잡고 있는 화두입니다. 이시영, 이기인, 임선기, 장석원, 강기원, 김언희, 조인호, 서상영, 김충규 시인 등의 시 세계를 알브레히트 뒤러, 반 고흐, 에곤 실레, 마크 로스코, 마르셀 뒤샹, 프란츠 마르크, 르네 마그리트, 프란시스 베이컨 등의 그림과 연동하여 새롭게 해석하는 평론을 쓰고 있습니다. ‘시처럼, 그림처럼’, 제 세 번째 문학 평론집 제목으로 품고 있는 모토입니다.

요즘 색채론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스물일곱 살에 요절한 독일 시인 게오르크 트라클의 시에 나타난 일곱 가지 색, 즉 검은색, 흰색, 푸른색, 붉은색, 황금색, 자주색, 녹색의 상징성을 연구하기 위해서죠. 색의 제국을 구축한 그의 시 세계에 빠져 있습니다. 색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괴테의 『색채론』을 꼼꼼히 읽고 있습니다. 더불어 미술과 문학의 경계를 탐색한 레싱의 역작 『라오콘』도 정독 중입니다.

저자님께 ‘글쓰기’란 어떤 의미인가요?

러시아 천재 무용가 니진스키가 남긴 일기 가운데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나는 울고 싶은데 신은 내게 쓰라고 명령한다.” 저는 저의 내면을 지배하는 독재자가 제게 쓰라고 명령할 때 씁니다. 그래서일까요, 글을 쓰면서 늘 쩔쩔매곤 합니다. 글을 쓸 때 행복하다고 느껴 본적은 거의 없습니다. 실존의 허기로 늘 울고 싶었습니다. 울지 않기 위해 씁니다.

마지막으로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본문 상세 페이지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화두는 공간입니다. 공간은 인간 실존 양식을 해독하는 실마리입니다. 독자들에게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일상 공간에 대해 애정을 갖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공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 발품을 팔아 걸으며 그 공간의 풍경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필요합니다. 남산타워에서 올라가 서울의 야경을 본다고 진짜 서울을 알 수 없습니다. 서울의 맨 얼굴은 거리입니다. 아케이드죠. 그리고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보는 상상력도 공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죠. 예컨대 이 책의 주인공 구보는 63빌딩을 한강을 굽어보는 황금빛 드레스를 입은 서울의 여신으로 해석하고, 대형 쇼핑몰이 입점해 소비 공간으로 전락한 서울역을 롯데아울렛역으로 보며, 세종문화회관의 거대한 기둥을 6개월 이상 헬스클럽에서 운동한 근육질의 다리로 새롭게 읽습니다. 공간은 인간에게 주어진 불변의 조건이 아닙니다. 스스로 새롭게 상상해 창조하는 우리 삶의 토대입니다. 공간은 실존의 근거입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공간, 일상을 영위하는 공간을 사랑하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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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류신 저 | 민음사
발터 벤야민식 서울 탐방기.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에서 모티프를 얻어, 서울의 일상을 미시적으로 탐사하고, 다양한 문화 텍스트를 풍성하게 인용하며 도시 읽기를 시도했다. 독문학자이자 문학 평론가인 저자는, 서울 곳곳에 스며든 문학의 기억을 끌어내며 그 사회 문화적 함의를 해독한다. 책은 주인공 ‘구보’가 2013년의 어느 날 아침 집을 나서면서 시작되고, 자정을 지나 귀가하면서 마무리된다.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처럼 21세기의 구보도 하루 동안 서울 거리를 산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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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만, 1억 원으로 집을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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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 김병만이 1억원 예산으로 2층짜리 단독주택을 지었다. 누가 봐도 ‘살고 싶은’ 집이다. 혹자는 명함만 걸친 거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지만, 그가 최근에 낸 책 『집 꿈꾸다 짓다 살다』를 읽다 보면 그 말이 쏙 들어간다. ‘1억 주택’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병만은 설계부터 완공까지 104일 동안 직접 참여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설계부터 완공까지 한 채의 집을 짓는 모든 공정에 그의 손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정글에서의 집짓기가 ‘임시 초막’이라면, 집짓기 프로젝트는 ‘효율적인 보급형 주택’이다.

어릴 적 『톰 소여의 모험』에서 주인공이 나무에 집을 짓는 장면을 보고 그 역시 나무 위에 제법 비슷한 집을 따라 지은 적이 있다. 김병만의 아버지는 목수였다. 덕분에 어릴 때부터 미장과 벽돌 쌓기, 우물 파기까지 제대로 배웠다.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개그맨 동료들과 함께 개그전용관을 짓겠다는 포부를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건축대학원에도 진학했다. 개그맨으로 국내외를 오가는 바쁜 활동을 하면서도 기회가 오자 놓치지 않았고, 결국 꿈을 이루었다. ‘내 집을 내 손으로’라는 꿈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꾸기 위해 김병만은 이번 집짓기 프로젝트의 목표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1.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국민주택이 될 수 있는 진짜 제대로 잘 지어진 ‘표준주택’을 지어보자.
2. 짓고 싶은 사람을 위한, 품질과 가격이 모두 착해서 누구나 지을 수 있는 ‘싸고 좋은 집’을 지어보자.
3. 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친환경적이며 관리비도 적게 드는 ‘고단열 1억 주택’을 지어보자.
이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건축주들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모듈러 설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구조와 공법, 지붕, 유지관리비를 낮추기 위한 단열과 난방, 그리고 집을 마무리하는 창과 방수까지 하나하나 비교하고 고민해가며 선택했다. 약 백일 후, ‘한글주택’ 1호가 세워졌다. 『집 꿈꾸다 짓다 살다』에는 1억 원대 예산으로 제법 괜찮은 집을 완공하는 전 과정을 기록했다. 프로젝트 기획부터 효율적인 설계, 주택의 기능적 역할을 고려한 시공, 자연을 담은 인테리어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며 좌충우돌 부딪혔던 모든 과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족장’으로 정글을 오가며, ‘건축주’로서 집 설계에 참여하고, ‘일꾼’으로서 공사현장에 몸담으며 이뤄낸 도전기다. 김병만에게 집을 짓게 된 계기, 책 『집 꿈꾸다 짓다 살다』를 쓴 이유를 서면으로 물어봤다. 김병만에게는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에 이어 벌써 두 번째 책이다.




김병만 씨에게 ‘집’이란 어떤 존재입니까?

서울의 첫 보금자리 옥탑방부터 지금의 아파트까지 집은 늘 따뜻한 쉴 곳이 되어주었습니다. 하지만 마음 속에 항상 ‘마당 있는 집’, ‘나만의 집’을 꿈꾸며 살았습니다. 여기 가평에 지은 한글주택은 저의 꿈이 녹아있는 드림하우스입니다.

처음 ‘1억 주택’을 짓자고 제안이 왔을 때 수락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스스로도 1억 주택 프로젝트가 쉽지 않으리라 보셨을 텐데요.

‘1억 주택’ 프로젝트 취지가 좋았어요. 책을 쓰게 된 계기와도 맞물리는 부분인데, 많은 사람들이 집에 대한 꿈을 꾸잖아요. 그 꿈을 함께 꾸고 싶었어요.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서 땅을 밟고 살길 바라는 뜻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나만의 집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도 쓰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하루아침에 집을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빡빡한 스케쥴 속에서 어떻게 프로젝트에 참여하셨나요?

스케줄이 비는 시간마다 틈틈이 가서 집을 짓는데 힘을 보탰습니다. 전문가분들이 많이 가르쳐 주셔서 힘든 줄 모르고 일을 했던 것 같습니다.

단열과 난방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신 걸로 보입니다. 다른 집과의 차별점이 있다면?

한겨울 난방비가 15만 원 정도 나옵니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고단열 주택입니다. 창문과 현관문을 단열에 우수한 제품으로 사용했습니다. 오픈하우스 때 건축업을 하시는 분들이 와서 어느 브랜드 제품인지 궁금해 하실 정도였습니다.




단순히 기획이나 보조로 참여만 한 게 아니라 설계 검토, 굴삭기, 거푸집 설치, 콘크리트 타설 등 소위 ‘노가다’ 일에 직접 뛰어드셨어요. 어릴 때 경험이 도움이 되셨나요?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집을 지을 때랑은 A부터 Z까지 전혀 다릅니다. 건축 전문가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집을 짓는 시간은 제게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집을 짓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요?

예상했던 건축 기간보다 길어졌는데, 날씨 때문입니다. 장마철에 잦은 비로 집을 짓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집이 완공되고 실내 인테리어도 직접 손을 보셨는데요. 디자인이 아주 세련되고 예쁩니다. 원래 감각이 있으신지요?

과찬이십니다. 저는 실용적이고 심플한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제한된 예산과 시간 속에서도 훌륭하게 집을 완성했는데요. 일반인이 볼 때에는 ‘김병만이니까 성공했지, 내가 과연 가능하겠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요?

집을 짓는 공법 자체가 누구나 쉽게 지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지을 수 있을 정도로 건축 현장은 안전하고, 집짓는 방법 역시 심플합니다. 모듈형 주택이 가진 장점이지요. 저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절대 어렵지 않습니다.




김병만 씨가 박정진 대표에게 ‘좋은 집의 기준’에 대해 물어보셨는데요. 김병만 씨가 생각하는 좋은 집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집이죠. 눈과 비를 잘 막아줄 수 있는 그런 집이 좋은 집 아닐까요? 그리고, 에너지 절약을 할 수 있는 그린하우스라면 더욱 좋겠죠.

어릴 적 『톰 소여의 모험』을 읽고 정글에서 집 짓는데 도움을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또 다른 도움을 받은 책도 있나요?

매번 정글을 가기 전에 그 지역과 관련된 책을 읽습니다. 그 나라에 관한 책부터 정글 생존에 필요한 서적들을 정독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미 제가 정글에 있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집값 하락과 전세난 때문에 대한민국 서민들이 힘들어 하는데요. 1억 주택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네. 한글주택이 대안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한글주택은 전세비용으로도 충분히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예스24 독자들에게 책을 쓴 소감 및 앞으로의 계획을 부탁드립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집 꿈꾸다 짓다 살다』을 통해 제가 집을 지으며 느낀 점들을 팬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새로운 프로그램(SBS에서 기획 중)을 통해 집을 짓는 과정을 보여드릴 예정인데요.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저자 소개] 김병만 (개그맨)

1975년생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다 희극배우의 꿈을 안고 상경, 1996년 연극 ‘나 쫄병 맞아?’로 데뷔했다. 2002년 KBS 17기 공채로 개그맨이 되면서 태권도, 합기도, 우슈, 검도 등의 무술을 바탕으로 ‘달인’, ‘무림남녀’, ‘불청객’, ‘풀옵션’ 등의 코너로 한국식 슬랩스틱 코미디의 새장을 열었다. 2010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남자 최우수상, 2009년 제21회 한국PD대상 코미디언 부문 출연자상, 2009년 제4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예능상 등을 수상하여 재능을 인정받았다. 대학로에서 5년 동안 각종 연극 무대에 섰다. 드라마 ‘종합병원’, ‘친구, 우리들의 전설’, ‘다함께 차차차’ 등과 영화 ‘평양성’, ‘선물’,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라듸오 데이즈’, 그리고 김연아와 함께 ‘키스앤크라이’ 등에 출연하며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희극배우의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 ‘정글의 법칙’에서는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10여개 이상 오지에서 촬영했으며, SBS 설특집 ‘주먹 쥐고 소림사’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최근 『집 꿈꾸다 짓다 살다』를 통해 1억 원대에 집 짓는 방법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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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꿈꾸다 짓다 살다김병만,박정진 공저 | 드림데이
김병만이 직접 설계부터 완공까지 참여한 ‘한글주택’ 1호가 세워졌다. 이 책은 1억 원대에 제법 괜찮은 집을 완공하는 전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프로젝트의 처음 기획부터 효율적인 설계, 주택의 기능적 역할을 고려한 시공, 자연을 담은 인테리어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며 좌충우돌 부딪혔던 모든 과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족장’으로 정글을 오가며, ‘건축주’로서 집 설계에 참여하고, ‘일꾼’으로서 공사현장에 몸담으며 이뤄낸 도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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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 한국경제 논설위원이 말하는 인문학,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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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는 원래 밀접했던 인문학과 경제학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시도다. 책의 저자인 오형규 논설위원도 인문학과 경제학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온 글쟁이다. 그는 대학에서 국어국문과를 전공하며 문학평론가를 꿈꾸었다. 그리고는 졸업 후 경제기자가 되었다. 현재 <한국경제> 논설위원으로 각종 경제 현상을 해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자장면 경제학』, 『치명적인 금융위기, 왜 유독 한국인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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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논설위원이면서, 오랫동안 경제신문 기자로 활약했습니다. 경제를 인문학과 접목해야겠다고 결심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인문대(국어국문학과)를 나와 경제기자가 됐습니다. 기본적으로 양쪽 다 관심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2006년부터 2년간 고교생 대상 경제-논술신문(한경 생글생글) 제작을 맡으면서입니다. 경제와 논술을 연결짓는 기획을 자주 했는데, 논술에서 요구하는 분석적ㆍ창의적 사고와 경제학적 사고가 잘 들어맞더군요. 인문학이 사람에 천착한다면, 경제학은 사람의 행동에 천착하거든요. 이런 관점을 확장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고, 때마침 『괴짜경제학』,『경제학콘서트』와 같은 일상의 경제학이 붐을 이뤄 제 생각에 확신이 섰습니다. 첫 결실이 2010년에 쓴 『자장면 경제학』이고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문과 경제의 만남, 이라는 시도는 좋지만 쓰기는 쉽지 않은 소재입니다. 원고를 쓰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사실 6개월의 집필 과정에서 정말 고생이 많았습니다. 쓰면 쓸수록 인문학과 경제학 모두 지식이 얕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한 권 두 권 참고도서를 찾다보니 작년에 줄잡아 70~80권은 읽었습니다. 글을 쓰려면 쓰는 분량의 최소 10배 이상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영국병과 일본병 그리고 한국병을 다뤘는데요.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요.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 위에서 두 세대 만에 팔자를 고친 세계 몇 안 되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소득 2만 달러까지는 숨 가쁘게 달려왔는데 그다음 도약을 위한 힘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더구나 저출산 고령화로, 미래를 위한 전환점을 만드는 것은 갈수록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래왔듯 한국인은 어려울 때 힘을 발휘하는 독특한 DNA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힘을 한데 모을 리더십과 팔로십이 절실한 때입니다.


이 책은 경제 이론과 함께 역사, 문학, 사회학 등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청소년이 읽기에도 부담이 없을 듯한데, 좀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경제학 책을 소개한다면?


독자층을 고교생부터 대학생, 그리고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으로 잡았습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계기로 스스로 더 공부하고 싶다고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경제학 쪽으로는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추천합니다. 쉬운 책으로는 『경제학 콘서트』나 행동경제학에 관한 『충동의 경제학』을 권합니다. 국내 저자로는 연세대 한순구 교수의 『경제학 비타민』이 우리나라 사례가 나와 쉽게 읽힙니다. 제대로 된 교양을 얻으려면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관점에서 씨줄과 날줄이 촘촘한 책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매트 리들리의 『이성적 낙관주의자』는 제가 집필하는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문학 쪽에는 어떤 책이 있나요?


인문학 자체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특정 도서를 추천하는 것이 좀 외람된 점이 없지 않습니다. 시중에 다양한 인문학 입문서가 있지만 과연 인문학을 제대로 안내하는 것인지 의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인문학도 학원에서 가르칠 수 있다는 식이어서 아연실색하게 됩니다.


적어도 대학생 수준이라면 우선 다독(多讀)을 권합니다. 이리저리 엮어놓은 해설서가 아니라 고전을 정독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철학과 신화에선 『철학이야기』『그리스로마 신화』로 시작하고, 역사는 『로마인 이야기』를 꼭 읽기 바랍니다. 역사를 보는 안목을 넓힐 수 있습니다. 서울대 주경철 교수의 『히스토리아』 등 다양한 저작들도 역사의 진면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문학 쪽에서는 동서양의 고전을 가급적 많이 읽기 바랍니다. 고전이 그냥 고전이 된 게 아닙니다. 문학평론가식으로 표현한다면 “반드시 주목에 값할 것입니다.”


주로 하이예크를 비롯한 주류 경제학의 이론을 소개했습니다. 비주류 경제학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경제학을 주류-비주류로 나누는 것은 이제 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주류도 한때는 비주류였고, 비주류가 주류가 되기도 합니다. 그때그때 시대의 맥락에 따라 달라집니다. 역사에 남은 경제학자나 경제이론은 경제학이라는 큰 강의 지류와도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마르크스도 당시 주류 경제학과 각을 세웠지만 그의 자본주의 분석은(비록 결론이 잘못됐지만) 누구보다 탁월했습니다. 요즘 각광받는 행동경제학은 주류 경제학에서 불편해하지만, 머지않아 주류 자리를 꿰찰 수도 있습니다. 


경제학은 주류-비주류 구분보다는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가짜 경제학은 경제학을 가장한 정치 또는 종말론적인 사고방식을 가리킵니다. 세상이 끊임없이 나빠지고 있다고 주장할수록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가짜 경제학자들은 현상과 운동의 내밀한(보이지 않는) 법칙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눈에 보이는 것만을 전부인 것처럼 주장합니다. 이를테면 한때 인구폭발, 자원고갈론은 1970년대만 해도 주류 이론이었습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그것이 틀렸음이 드러났어도 그 영향력은 여전히 가지 않고 있습니다. 불완전한 인식과 착시에 따른 오류를 경제학으로 부를 수는 없습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논의가 사회를 뜨겁게 달궜는데요. 저마다 목소리도 다르고,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운 듯합니다. 오랫동안 언론계에 종사하면서, 고급 정보를 많이 접했을 텐데,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경제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사실 요즘은 가치 혼돈의 시대입니다. 보수 정당이라는 새누리당은 좌클릭하며 빨간점퍼로 바꿔입고, 중도진보 정당이라는 민주당은 거꾸로 우클릭하며 파란색을 씁니다. 정치가 정당의 이념과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표에 도움이 되는지만 따지는 정치공학이 난무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경제민주화도 혼란스럽고, 이를 보는 관점도 천차만별입니다. 기회의 균등에서의 경제민주화라면 환영하지만 결과의 평등을 경제민주화로 여긴다면 경제에도 복지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보면 타당한 것도 있지만 겉보기엔 그럴싸한데 심각한 부작용이 걱정되는 것도 뒤섞여 있습니다. 온갖 규제정책을 경제민주화라는 라벨을 붙여 밀어붙인다면 유감스럽게도 의도와는 정반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정책이 있을 테고, 기업은 저마다의 전략으로 경제활동을 펼칠 것 같습니다. 2014년, 개인이 현명한 경제 활동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 경제상황은 고속으로 달리던 자동차가 속도가 급격히 줄어 승객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같은 시속 40㎞여도 정지했다 출발할 때와, 80㎞로 달리다 감속했을 때의 느낌은 정반대일 것입니다. 2014년 경제가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전망입니다. 하지만 개개인이 피부로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오랜 침체를 지나 희미하게나마 회복 기미가 엿보입니다. 부동산 건설 분야는 내수의 20%를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경기의 바로미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년간 지키는 것이 급선무였다면, 앞으로는 지켜가면서 기회를 포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트렌드 변화, 가까운 미래의 변화를 감지하는 안테나를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좀 더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장래를 예측하고 미리 대처해야 합니다. 학과를 고를 때는 지금 당장이 아닌 10년 뒤 유망 업종을 염두에 두고, 창업을 한다면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거대한 사회 변화 트렌드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지금 좋은 것이 5년, 10년 뒤에도 좋은 경우는 드문 게 보통입니다. 그만큼 한국 사회는 변화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책에 담은 다양한 화제를 보면서 관심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기자라는 직업은 항상 세상 모든 일이 관심사여야 합니다. 후배 기자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것이 금주의 박스오피스 1위, 베스트셀러 1위, 시청률 1위가 뭔지 정도는 알고 있으라는 것입니다. 제 관심사를 굳이 꼽는다면 우리 사회의 갈등구조와 이중성입니다. 예컨대 왜 사람들은 생각과 말이 다른지, 양극단의 이념갈등과 진영논리가 횡행하는 이유가 뭔지, 괴담이 왜 그렇게 쉽게 번지는지 등에 대해 궁금합니다.


앞으로 나올 책이 궁금합니다.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를 쓰면서 워낙 고생을 해서인지, 또 뭔가를 쓰겠다는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라톤 마니아들이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에 중독되듯이, 책을 쓴다는 것은 라이터스 하이(writer’s high)를 줍니다. 고생스럽지만 한 권의 책으로 결실을 맺었을 때의 쾌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의 시즌 2를 쓰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상당 기간 공부와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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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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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오형규 저 | 한국문학사
개개인의 일상생활이나 실제 사회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학, 사회과학, 과학, 대중문화에 스며 있는 경제학의 원리를 읽어내고자 하는 책이다. 경제학은 선악의 구분이나 흑백논리를 초월해 오랜 인간 행동과 사회구조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학은 어떤 현상의 이면을 들춰내는 수단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인간에 대한 탐구 및 성찰로서의 인문학과,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으로서의 경제학은 결코 동떨어진 영역일 수 없다.

 




입시 준비로 바쁜 청소년,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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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위주로 교육 커리큘럼이 짜인 한국에서는 인문학보다는 영수 교과목이 우선이다. 자연스레 청소년이 읽을 만한 인문학 책도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10대에게 권하는 인문학』은 어떤 책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쌓아야 할지 모르는 청소년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굳이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인문학 공부를 하겠다고는 했으나 시중에 나온 책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성인에게도 괜찮은 책이다.

이 책은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5명이 함께 만들었다. 그중 1장 ‘인문학’과 5장 ‘신화’를 쓴 김용민 연세대 독어독문과 교수에게 청소년과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연세대 인문학연구원은 매년 봄과 가을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강좌를 여는데요. 대학에서 청소년 강좌를 연 계기가 있나요?

최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문학강좌가 많아졌지만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었습니다. 자아형성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인문학인데 대학입시 준비 때문에 인문학의 고전을 접할 기회가 없는 것이 안타까워 청소년 강좌를 열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인문학강좌를 들으면서 우리는 누구이고, 삶의 의미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입니다.

대학생을 주로 가르치다 중고등학생을 만난 소감은 어땠나요.

대학생을 상대로 강의를 하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려니 처음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 조금 당황했어요. 하지만 강의실에 들어가 학생들의 진지한 자세와 눈빛을 보니 힘이 났습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인문학강좌를 들으러 온 학생들이라 그런지 모두들 진지하고 열심히 강의를 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조금 어려운 내용도 잘 이해하고 나중에 질문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이런 기회를 자주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문학은 청소년들에게 다르게 생각할 기회를 준다고 했는데, ‘다르게’라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과목에서는 문제가 있으면 그에 맞는 정답이 있다고 가르칩니다. 우리의 삶에는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죠. 때로는 하나의 문제에 여러 개의 정답이 있는 경우도 있고요. 인문학은 바로 그것을 알려주는 학문입니다. 1 더하기 1이 2가 될 수도 있고, 0이 될 수도 있으며 3일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수많은 사례로 알려줍니다. 세상의 사물이나 사건은 어느 한 면만 보아서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가 됩니다. 여러 측면에서 다양하게 바라보아야 종합적인 실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인문학을 배우면 세상을 깊고 그리고 넓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기를 수 있습니다.

책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했습니다. 인문학적 소양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10대 청소년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요?

인문학적 소양이란 인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문학, 어학, 역사, 철학, 사회학, 심리학 등에 관한 폭넓은 지식과 이해를 지니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거창해 보이고, 그 많은 지식을 어떻게 다 습득하라는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사실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인문학의 지식이 광대하고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성찰과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인문학적 소양이란 그런 지혜를 배우는 것입니다. 인류의 고전 대부분이 인문학에 속합니다. 쉬운 고전부터 차근차근 접근하면 인간과 사회 그리고 우리의 삶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지혜를 얻을 수 있고 우리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에는 고전문학부터 시작하여 역사, 철학 등으로 관심을 넓혀가는 단계적 방식을 활용해도 좋을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지난 몇 십 년 동안 우리나라는 고도성장기를 달려오며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인간적인 가치를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너무 발전, 발전 하다보니 우리가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인지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인지 모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인간과 인간의 삶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지요.

또 다른 차원에서 보자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현재의 위기상황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제1세계의 산업을 모방하고 따라잡기만 하면 됐지만 이제부터는 우리 스스로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단계에 도달하였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만들지 않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한데 인문학이 바로 그것을 가능케 해줍니다. 그래서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주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부모님이 자녀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10대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1세기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사회가 될 것입니다. 예전에는 회사 상사나 지도자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팀원 각자가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실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상황을 잘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 청소년들은 대학입시 때문에 학교에서 그런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님들이 이 부분을 채워주셨으면 합니다.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공연도 함께 다니고, 여행도 같이 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게 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회를 많이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1993년도부터 대학에서 강의를 했는데요. 1990년대 초반의 대학(생)과 2010년대 초반의 대학(생)은 차이가 클 듯합니다.

1990년대는 우리 사회가 오랜 군사정권의 독재시대를 끝내고 민주화를 이룬 시기였기에 학생들의 사회참여 의식이 매우 높았습니다. 바람직한 사회가 무엇인지 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그 이후 1998년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사회의 이슈가 민주화가 아니라 경제가 되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의 열풍이 불면서 경쟁이 심해지자 사회보다는 개인을 더 우선하는 경향이 늘어났습니다. 취업난까지 겹치며 요즘의 대학생들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정치의식이나 사회의식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요즘의 대학생들 역시 예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아름다운 꿈을 꾸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방황하고, 열심히 미래를 준비합니다.

대학생은 청소년의 미래이기도 한데요. 대학생들이 가장 안타까울 때는 언제인가요?

청소년기도 그렇지만 대학시절은 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어요. 많은 것을 꿈꾸고, 많은 것을 경험하며,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준비를 하는 시기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그리고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현실이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꿈을 꾸고 그것을 실현해보려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학입시와 취업 때문에 많은 것을 유보하고 실용적인 지식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좀 더 젊은이답게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이나 사회가 인정하는 직업이 아니라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그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감명 깊게 읽은 책 중, 청소년들에게 꼭 읽으라고 권하고픈 단 한 권의 책을 꼽는다면?

청소년기는 자신의 자아에 눈뜨고 성인이 되어가는 시기입니다. 세상이 온통 불합리하게 보이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고,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이럴 때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주인공이 비슷한 고민을 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바로 그런 소설입니다. 주인공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과 세상을 배워가는 과정을 함께 경험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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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게 권하는 인문학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저 | 글담
청소년 시기에는 자기계발이 아니라 ‘자기 찾기’가 필요하다는 인문학의 정신에서 출발하여, 인문학이 무엇인지, 청소년 시기에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인문학은 어떻게 공부하면 좋은지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문학 안내서이다. 문학, 역사, 철학, 신화, 언어학 등 인문학의 핵심 분야에 대해 중고등 교과와 연계하여 쉽게 설명하였다. 모범답안이 없거나 정답이 여러 개인 인문학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상상력을 발휘해 스스로 생각해서 자기 생각을 만들어가도록 구성하고 집필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설민석 “한국사 특강, 인상 깊은 출연자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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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 웃으며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순간 정적이 흐를 때가 있다. 한국사 퀴즈에 줄곧 오답만을 말하는 출연자를 볼 때다. 그들만을 탓할 수 없다. 나 자신도 선뜻 정답을 외치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알아야 마땅하지만 선뜻 공부하기가 쉽지 않은 한국사.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의 저자이자, 19년간 한국사 강의를 해온 설민석은 “서점에서 눈에 띄는 한국사 책 한 권만 읽어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은 ‘대국민 한국사 바로 알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한 책이다. 한국사를 인물, 사건, 문화유산 등 3개 장으로 구분해 ‘인물 편’은 단군왕검부터 왕건, 세종, 안중근까지, ‘사건 편’은 조선의 건국과 임진왜란, 북한 도발사, 5공의 3S 정책까지, ‘문화유산 편’은 석굴암 본존불부터 탑, 화폐, 세시풍속 등을 담고 있다. 올해로 한국사 강의 19주년을 맞은 설민석 저자는 늘 ‘재밌고 쉬운 역사 교양서’를 펴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적 이슈가 오르내리고 있는 지금. 우리 땅 독도를 지키기 위해, 위대한 독립투사 안중근 의사를 함부로 폄하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모든 세계지도에 ‘일본해’가 아닌 ‘동해’라는 바른 명기를 위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드리기 위해, 한국사 책에 관심을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제게 유일한 소명이 있다면, 바로 ‘한국사의 대중화’입니다. 어렵고 딱딱하고 지루하게만 느꼈던 우리 역사를 좀더 많은 대중들이 가깝고 친근하게 느끼기를, 쉽고 재미있게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이지요. 이 책이 그 작은 디딤돌이 되길 소망하며, 온 국민이 한국사 전문가가 되는 그날까지 제 미약한 힘을 보태겠습니다.”




한국사, 2017학년도부터 수능 필수과목 지정

지난해 <무한도전> ‘TV 특강’ 출연으로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번 책 제목에도 ‘무도’가 들어가는데, 뜻은 ‘무지 쉽고 도움 되는’의 약자입니다. <무한도전> 방송 후,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조금 높아졌는지 궁금합니다.

확실히 방송의 힘을 간과할 수는 없어요. 인기가 많은 공중파 예능이 전면으로 한국사를 건드려 주니, ‘우리의 역사를 이렇게 몰라도 되는 것인가’ 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죠. 그런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겠습니다만, 한국사가 2017학년도부터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되기도 했고요. 높아진 관심을 가장 체감하는 건 실질적으로 저에게 들어오는 요청들인데, 과거에는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한 입시용 강의 요청이 일색이었다면 지금은 초등학생 저학년부터 학부모, 일반 기업체 임원에 이르기까지. 한국사 강의를 듣고 싶어하는 연령층이 참 다양해졌다는 거예요. 주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고요.

<무한도전>뿐만 아니라, <공부의 비법> <되면 한다! 열혈 교실> 등 방송 출연을 많이 하셨는데, 만나본 출연자들 가운데 가장 열성적으로 역사 수업에 임한 스타는 누구였나요?

아무래도 하하 씨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2012년, 2013년, 무려 2번이나 <무한도전>에서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었거든요. 사실 처음 만났을 때 하하 씨는 역사적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어요(웃음). 하지만 촬영을 하면 할수록 태도가 진지해지고, 정말 진심으로 몰입해서 듣고, 감동하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하하 씨가 지난해 방송에서 저를 소개하며, 우스갯소리로 ‘저 같은 똥멍청이를 승리로 이끌어 주신 분’ 이라고 했었는데요(웃음). 전 하하 씨가 현재 역사에 관심이 없는 일반 대중들의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봐요. 그런 하하 씨가 쉽게 듣고 재미있게 이해했다면, 역사와 친해지는 길이 그리 어렵지 않은 게 아닐까요?

<무한도전> ‘TV 특강’에서 유재석 씨를 ‘태조 왕건’ 같은 스타일이라고 하셨는데요. 가장 훌륭한 리더십을 가진 왕은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세종대왕입니다. 리더십이란 것은 지도자의 여러 가지 면모를 통해 발현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소통과 포용이 중요한 면모라고 생각하거든요. 강력한 권력으로 휘어잡을 수도 있고, 제재나 회유로 압박을 가할 수도 있겠지만, 소통과 포용만이 진정한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세종은 신하들이나 백성들에게 항상 귀를 기울이고 의견을 들었으며, 신분에 상관없이 능력에 따른 등용으로 개혁을 실천했고, 파벌을 만들거나 적을 두지 않았던 진정한 리더십의 소유자였죠.

수험생이 아니더라도, 한국사는 전 국민이 알아야 할 역사이기도 합니다. 상식, 교양으로도 마땅히 알아야 할 한국사는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오늘날 역사를 접할 수 있는 매체와 루트는 너무나 많이 열려 있어요. 최근 서점가를 둘러보면 일반 대중을 위한 쉽고 재미있고 잘 쓰여진 역사책들이 많거든요. 가벼운 마음으로 한 권씩 도전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사극 드라마나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나면, 호기심이 일게 마련이거든요. ‘뭐야 진짜 저런 일이 있었다고?’ ‘근데 저 사건은 왜 저렇게 된 거지?’ 그때 거기서 멈추지 말고, 한걸음만 더 나아가 보세요. 인터넷 검색도 좋고, 책을 찾아보셔도 좋아요. 저 같은 사람에 물어보는 방법도 있겠죠. 그렇게 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역사 이야기에 어느새 빠져드는 체험을 하실 겁니다. 나만의 역사 마인드맵이 완성되어 가는 거죠.

책 속 ‘의자왕과 삼천궁녀의 진실’을 보면, 의자왕이 삼천궁녀를 거느렸던 호색한이었다는 것은 기록에도 존재하지 않는 역사의 오류였다지요. 이외에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대다수가 잘못 알고 있는 한국사는 무엇인가요?

우선 거북선에 대한 오해인데요, 사람들이 거북선을 어느 날 이순신이 짠하고 만들어서 공개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거북선이 처음 만들어진 시기는 한참 거슬러 올라가야 돼요. 왜냐하면 《태종실록》에는 1413년(태종 13년)에 한강에서 거북선과 가상 왜선이 해전 시범을 보였다는 기록이 있고, 2년 뒤인 1415년에도 ‘거북선이 수많은 적에 충돌해도 적이 우리를 해칠 수 없다’는 설명이 나오거든요. 그리고 윤봉길 의사가 도시락 폭탄을 던졌다고 알고 있는 경우도 상당히 많지요. 실제로 던진 건 물통 모양 폭탄이었고, 도시락 폭탄은 자결용으로 가져갔지만 터지지 않았어요. 또한 문익점이 목화씨를 붓두껍에 숨겨 들여왔다고도 알고 계시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고려 말, 조선 초의 기록에는 그가 목화씨를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왔다’거나 그냥 ‘얻어 갖고 왔다’ 라고만 되어 있거든요. 붓두껍 전설은 문익점이 목화씨를 들여 온 사건을 더욱 극적으로 부각시키고픈 후세 사람들의 의도가 낳은 전설인 셈이죠. 홍길동 역시 소설 속 멋진 주인공 정도로 알고 계시지만 실존 인물입니다. 조선 연산군 때 활약했던 농민무장대의 지도자였죠.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많은 역사 인물에 매료되었을 것 같은데요. 저자님이 가장 존경하는 역사 인물은 누구인가요?

세 명 정도를 꼽아볼 수 있는데요, 조선 전기와 후기를 대표하는 성군인 세종과 정조, 그리고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 이에요. 하지만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세종을 말할 것 같아요. 세종은 익히 알고 있다시피 정말 무수히 많은 업적을 남겼죠. 하지만 제가 세종을 가장 존경하는 이유는 바로 그 수많은 업적들의 밑바탕에 깔린 애민정신 때문이에요. 백성을 정말 사랑한 왕이었거든요. 한글을 만든 것도 백성을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일이었죠. 당시 조선에서 글을 안다는 것은 권력, 그 자체를 의미했어요. 양반들은 한글이 창제되고 백성들이 쉽게 글을 알 수 있게 되는걸 원하지 않았죠. 글을 안다는 것은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이는 곧 정신의 깨우침을 의미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양반들은 우매한 민중이 깨어나선 안 된다고 봤어요. 본인들의 기득권을 위협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세종은 한글창제 이유에서도 밝혔듯이 이런 백성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셨죠. 백성들이 죄를 짓는 것은 글을 몰라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보신 분이에요.




가장 도움이 됐던 한국사 책은 ‘교과서’

19년간 한국사 강의를 해오고 있는데, 어릴 적부터 역사,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어릴 때부터 꼭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거나,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은 아니었어요(웃음).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제와 되돌아보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건 어쩌면 필연적인, 운명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대사를 강의할 때면 빼놓을 수 없어서 간혹 언급하곤 하는데, 제 부친이 4.19혁명 당시 학생대표를 지냈던 ‘설송웅 대표’거든요. 그렇다 보니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역사적 사실들을 가까이서 고스란히 보고 듣고 느끼며 자랐죠. 격정의 현대사를 지나오신 아버지의 자취가 어린 마음에 상처가 되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제 안에서 자연스럽게 역사의식이 흐르도록 해주었습니다. 때문에 이 일은 제게 어떤 꿈이나 계기로서가 아니라 매우 자연스럽게 찾아온 것 같아요.

수학능력시험, 한국능력검정시험, 공무원시험 등 ‘한국사’ 과목에서 자타공인 최고의 선생님으로 유명하신데요. 스타 강사가 되기까지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도 궁금해요.

매일매일의 힘을 믿는, 말 그대로 꾸준함의 기적을 믿는 사람이에요. 반짝이는 재능도 그것을 갈고 닦을 지구력이 없다면 한 순간만 빛나고 말거든요. 지금까지 근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정말 쉼 없이 강의해 왔습니다. 정규 커리큘럼이 없어도 무료 특강이라도 개설해서 감을 잃지 않고 꾸준히 강의하면서 학생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어요. 현장에서 직접 소통하는 감을 잃는 순간 강의의 생생함은 바래지고 말거든요. 그리고 이에 밑바탕이 되는 건 철저한 자기관리라고 생각해요. 하루도 안 빠지고 운동하고, 목 관리하고 심지어 음주, 흡연도 전혀 하지 않습니다. 내가 흐트러지는 순간 그 여파는 고스란히 강의에, 그리고 학생들에게 전해지니까요.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책이 있나요?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으실 지 모르겠지만 사실 교과서에요. 저는 수능 한국사 강의를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가장 많이 보고 분석한 책이 우리나라 교과서거든요. ‘에이 무슨 교과서가’ 하고 비웃는 분이 계실지 모르지만 교과서라는 건 가장 정제되고 검증된 공통 해설서에요. 한국사를 공부하는데 이것만큼 기본이 되고, 소중한 자료는 없죠.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계속해서 반복해 읽으면 새로운 맥락과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답니다. 활자 중독 수준이었던 세종도 아버지가 그만 좀 읽으라고 책을 다 치워버리자 오래 전에 읽고 싫증이 나 버려뒀던 책 한 권만 반복해서 읽었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고 하죠. ‘전엔 몰랐지만 자꾸 읽으니 매우 좋은 책이구나. 이래서 책은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구나.’

지겹지 않은 강의, 재밌는 강의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우리 학생들이 역사를 멀리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막연히 역사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인데요, 학생들이 이렇게 느끼게 된 데에는 전적으로 우리 어른들, 더 정확히는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역사라는 것은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거든요. 우리와 아주 밀접하고 가까운 이야기지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좀 더 생생하고 재미있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국민들이 역사공부는 멀리하지만 사극영화들은 흥행을 이어가고 있잖아요? 전달 방법을 달리하면 충분히 대중에게 녹아들 수 있다는 것이거든요. 제가 추구하는 것이 스토리텔링 강의인데요, 눈에 그려지듯이 생생하게, 그리고 현재와의 비교나 비유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한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반복을 통한 복습을 가장 강조하죠. 사실 공부란 것은 계속적으로 보고,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니까요. 특히 한국사 같은 경우는 반복된 학습으로 전체적인 흐름과 맥락을 체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입시 공부란 것은 어쨌든 아주 명확한 목적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그 목적을 잃지 않고, 그 목적에 부합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어쨌든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이 수험생의 목적이잖아요? 그렇다면 내가 그 시험의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출제자의 눈을 갖는 것이죠. 그래야 주어진 시간에 원하는 방향으로 효율적인 학습을 할 수가 있거든요. 시험에 나올 것을 분석해서 공부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요.

한국사 강의를 하면서 보람된 순간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주로 하는 강의가 수능 강의이기 때문에 ‘선생님 덕분에 성적이 많이 올랐어요’ , ‘좋은 대학에 들어가게 됐어요’ 이런 말을 들으면 기쁘고 보람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말은 ‘선생님 덕분에 역사에 흥미가 생겼어요’ 혹은 ‘역사를 정말 싫어했었는데 재미있어졌어요’라는 말이에요. 저로 인해 역사적 사건들이 궁금해져 찾아보게 되고, 서점을 지나치다가 역사 코너에서 발길이 멈춰 서게 된다면, 인터넷 서핑으로 흔한 가십거리만 클릭하던 학생들이 역사적 이슈를 한번 더 눌러보게 되었다면, 그것만큼 뿌듯한 일이 또 있을까요? ‘역사 대중화’를 소명으로 삼고 있는 제게, 제가 역사와 가까워 지는 매개체가 되어주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가장 보람되고 뿌듯합니다.

요즘은 팩션 사극이 유행입니다. 한국사 강사로서 팩션 사극이 트렌드가 되는 방송 드라마를 어떻게 보시고 계시나요? 또한 가장 재밌고 유익하게 보았던 사극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극, 물론 자주 봅니다. 관심이 많기도 하고, 직업이 직업인지라 새로 나오는 사극 영화, 드라마들은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챙겨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역사를 대중에게 친숙한 소재로 활용하고, 그로 인해 역사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환영하는 편이지만, 분명히 경계해야 하는 것도 있어요. 역사적 배경이 무지하거나, 올바른 역사관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팩션 사극을 접하게 되면 그 내용이 온전히 사실일 거라고 믿을 수가 있거든요. 때문에 상상으로 이야기의 맥락을 확장시킬 순 있지만, 왜곡 시키거나 오류를 전달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재미있게 보았던 사극들은 꽤 많은데요, 최근 가장 흥미롭게 보았던 사극은 영화 <관상> 정도가 생각이 나네요. 영화를 보고 나서 관련 배경을 궁금해 하는 학생들이 많아 제가 직접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강의를 찍어 유튜브에 무료 콘텐츠로 올리기도 했었죠.

책 속에 역사학자, 철학자의 글귀를 소개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님이 가장 좋아하는 글귀, 명언이 있다면?

머리말에 싣기도 했는데,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사학자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다들 많이 알고 계시는 경구지요.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 알아야만 하는 이유는 역사란 단순히 과거에 갇힌 학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온 길을 되짚어 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교훈을 얻고, 미래를 대비할 수가 있거든요. 자각과 반성이 없다면, 그리고 그로 인한 교훈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에 옮길 수 없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이 인간입니다. 역사를 모르고, 소중히 하지 않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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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설민석 저 | 휴먼큐브
19년째 한국사 한 과목을 학생과 대중에게 가르치고 있는 설민석 선생. 그는 역사라면 어렵고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일반인들이게 19년째 한국사 강의를 해온 노하우를 집약하여 누가 읽어도 쉽고,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자 했다.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 은 바로 그 결과물로서, 한국사를 인물/사건/문화유산 3개의 장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윤광준 “구본형 선생은 이상적 낭만주의자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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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경영 사상가’ 故 구본형의 저서가 출간됐다. 구본형 저자가 암 투병 과정에서도 마지막까지 방송했던 EBS 라디오 <고전읽기>를 엮은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허클베리 핀의 모험』까지, 『삼국유사』에서 『다산문선』까지, 구본형에게 변화경영의 화두를 안겨준 동서양 문학과 철학 고전 17편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출간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저자의 메시지를 생생하게 살리는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들은 EBS 라디오 <고전읽기> 총 83시간, A4 1,000여장(원고지 8,000매) 방대한 분량의 녹취 작업을 했다. 동시에 구본형 소장이 남긴 604편의 「구본형 칼럼」 과 375편의 「마음편지」 에서 해당 고전의 내용을 취합했다. 라디오 방송 과정에서도 암 투병을 했지만,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19주 동안 방송을 진행한 故 구본형. 결국 방송 하차 후 5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는 왜 고전 읽기를 지속했을까?
“나는 독자들의 피와 영혼과 정신의 어느 부분을 건드려 그들 역시 알 수 없는 환상과 내면의 열정 속으로 선동하길 원한다. 그리하여 자신 속에서 위대한 힘을 감지하게 만들고 싶다. 인생을 낭비하는 것을 치욕으로 여기고 자신을 탄생시키지 못하는 불임을 극복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책임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묻지도 않은 채, 든든한 밥그릇 하나 챙겨두는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이들에게 그 쩨쩨함의 끝을 묻고 싶다. 마흔이 넘어 제2의 인생을 건설해야 하는 시점에서 여전히 망설이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더 기다리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프롤로그 中)
2013년 4월, 세상을 떠난 故 구본형의 목소리가 그리운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출간을 기념해, 오랫동안 그를 따르고 ‘구본형의 전작주의자’를 자처한 사진작가 윤광준에게 구본형을 대신한 인터뷰를 제안했다. 故 구본형 저자와의 첫 만남부터 끝인상,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을 읽은 소감까지. 윤광준은 구본형 저자를 “보통사람의 꿈을 실현했던 특별한 사람, 2000년대 대한민국을 움직였던 멋진 남자, 의외로 소심하고 따뜻했던 사람”으로 추억한다.

“사실 구본형 선생을 만나면 별 재미는 없어요(웃음). 워낙 진지하고 근엄한 분이라 별로 죽이 맞지 않았어요. 노는 즐거움과 재미를 말씀하시는 것만큼 즐기지 못했던 거죠. 같이 술 마시다가 10시도 안 돼서 ‘내일 아침 원고를 써야 하니 여기서 끝내자’라고 했던 분이지요. 또 평소 음악을 듣고 싶어 하셨어요. 좋은 오디오 들여 놓으라고 했더니 음악에 빠져 작업을 방해할 거라며 거절했던 일도 있어요. 자기 절제가 대단했던 분입니다. 만났던 시간들의 단상들이 이젠 그리움으로 바뀌는 듯해요.”




그의 유려한 문장, 접근의 다양성에 매료됐다

故 구본형 저자와의 첫 만남이 궁금합니다.

1998년 구본형 선생의 첫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의 독자로 처음 선생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다니던 직장(웅진출판)을 무작정 때려치웠을 때에요. 미래의 불안과 선택의 모호함 사이에서 고민했었죠. 선생의 저서는 대단한 충격이었습니다. 지금 나의 모습이 객관적으로 그려졌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 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1%의 생존확률을 위해 공포의 바다를 헤쳐 나가야 하는 이유는 정당했습니다. 구본형 선생의 강렬한 선동은 희망으로 다가왔고, 언젠가 구 선생을 직접 만나고 싶었습니다. 당시 얼굴도 모르는 저자를 내 마음대로 ‘멘토’로 삼았는데, 이후 출간된 구 선생의 저서는 빠지지 않고 찾아보는 전작주의자를 자처했습니다.

구본형 저자는 작품 속에서는 날카롭지만, 온화한 미소로도 유명하셨는데요. 첫 만남의 인상은 어떠했나요?

구 선생을 직접 만났을 때는 2007년입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개정판을 낼 때 내가 사진작업을 맡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지요. 그렇게 마음의 멘토는 9년 만에 현실의 인물로 다가오게 됩니다. 깔끔한 학자풍의 선생은 머릿속에 그리던 강인한 선동가의 인상이 아니었습니다. 조금은 실망했다고나 할까요. 조근조근한 말투와 상대에 대한 배려가 넘쳐 조심스럽기도 했습니다. 우선 저지르고 보는 나의 스타일과는 전혀 다르더군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나와 구본형 선생은 ‘변화와 개혁’이란 목표의 공감에서 의기투합했습니다. 먼 선배라는 느낌에서 가까운 친구 같은 친근감으로 바뀌는 데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겉으로 보이기에도 두 분의 성격이 달라 보였어요. 어떻게 친해지셨나요?

그리던 ‘멘토’를 만난 감동을 전달했고 함께 여행을 했습니다. 지나온 이력을 서로 나눴고 중년 남자의 관심과 고민을 함께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후 선생과 지속적으로 교류했습니다. 함께 밥 먹고 술 마시고 음악 들었습니다. 암 투병 중 병원으로 문병 갔던 게 마지막이었지요. 끝까지 자세를 흩뜨리지 않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스스로 말하던 사상가의 기품을 잃지 않았던 거지요. 내게 구 선생은 처음과 마지막이 똑 같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구본형 저자의 전작주의자를 자처했다고 하셨는데, 친분을 쌓은 후, 출간 전에 서로에게 초고를 보여주시기도 하셨나요?

하하하! 저자들끼리 초고를 돌려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책이 나오면 격려해 주셨고 새로운 접근의 신선함을 높이 사주셨습니다. 분야가 다르지만 나 역시 세상을 새롭게 보아야 할 필요를 끊임없이 역설했습니다. 방식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변화와 개혁’으로 수렴된다는 점이 우리 둘의 공통점이라 생각합니다. 구본형 선생의 유려한 문장을 좋아했고 접근의 다양성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선생에게 들은 최고의 찬사는 “사진장이가 어떻게 글이 더 좋냐?”였어요. 내겐 욕이 되는 말이기도 하지요.

이번에 출간된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은 세계문학고전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고전의 가치를 말하려면 끝도 없을 텐데, 고전독법을 말하는 수많은 책 가운데 이 책의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고전을 접근하는 방법이야 얼마나 많겠어요. 이 책의 감동은 만들어진 과정 때문에 더욱 살갑게 다가와요. 방송 내용의 녹취를 풀어 텍스트화 하고 원전의 해석을 곁들인 책이잖아요. 전 고전문학의 내용이 구본형화 된 부분을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요. 구 선생의 생각과 주장이 고전문학을 통해 입증 된다고나 할까요. 현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고전의 재해석 과정인 것이죠.

하늘에서 구본형 저자가 이 책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요?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분들의 편집이 빛나는 책이기도 한데요.

구본형 선생이 살아계셨다면 아마도 이런 류의 책은 내지 않았을 것 같아요. 자존심 센 선생이 고전의 해설로는 만족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훌륭한 제자들은 선생이 하지 못한 부분을 메꾸어 준 듯해요. 3자의 입장에서 외려 선생의 의중을 객관화시켜 줍니다. 어떤 부분은 더 명확한 전달 효과가 있어요. 그야말로 ‘정보의 재구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더했다고나 할까요. 이번 책은 편집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줍니다. 읽는 내내 감탄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고전과 구본형 선생이 권투를 하는 데 심판이 지켜보는 구도에요. 구 선생의 비장한 각오를 보는 듯해 재미있기도 해요. 그런데 가끔 구본형 선생의 주장이 은근한 압력으로 느껴져 숨 막히기도 해요. 주먹을 꽉 쥐고 내내 긴장해야 할 것 같은 중압감 때문이지요. 어쩌겠어요. 구 선생의 독특한 교주 스타일인데(웃음).

구본형 저자는 ‘고전’을 두고, “불완전한 인간에게 작가가 진실한 언어의 창을 던지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고전의 가치를 어떻게 느끼시나요?

클래식은 오래 되어서 좋은 것이 아니고, 여전히 좋은 것이 오래 되었을 뿐입니다. 시간을 통해 변하지 않는 것의 위대함을 인정하고 느끼는 일이 중요합니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건 커다란 위안이지요. 변화의 내용을 비추어볼 레퍼런스니까요. 예전에 읽은 고전들은 다시 읽어 볼 필요가 있어요. 달라진 내가 어느 만큼의 간극으로 벌어져 있는 지 확인될 테니까. 결국 고전은 자신을 비추는 투명한 거울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인간본성의 의문들은 세월을 겪고서야 정리되곤 합니다. ‘나는 무엇인가’ ‘어디에 있는가’ ‘어디로 가는가’ 풀리지 않는 근원적 내용들이지요. 제 삶의 이력들을 고전이란 거울에 비추어 보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인생의 선배들이 겪었던 삶의 내용들은 곧 따라가는 자의 몫이기도 한 탓입니다. 고전은 거울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맑고 투명한.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에 소개된 고전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는다면.

「탈무드」 와 「그리스인 조르바」 에요. 삶의 지혜를 실천하는 지침서 역할은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잘 다가오지 않던 내용들이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지는 느낌이랄까요. 인간의 모습을 이토록 세세하게 까발린 촌철살인의 내용들은 드물어요. 쉬운 비유로 인간 본성의 가장 깊숙한 부분까지 헤집어 놓는 울림은 압권이지요. 특히 「탈무드」 의 돈에 관한 내용은 놀랍습니다. 밑줄 쳐가며 읽었던 부분이지요. 「그리스인 조르바」 는 언제 읽어도 통쾌합니다. 조르바는 항상 자유를 말하지요. 몸과 마음이 원하는 곳으로 떠나라고 끊임없이 선동하는데 넘어가지 않을 재간이 없어요. 자신의 순수한 욕망을 실현하는 일이 우선인데 창백한 지식인들은 고민만 하고 있어요. 행동의 삶이 더 큰 가능성으로 다가오는 반전의 카타르시스가 최고의 매력이 아닐까 해요.




이상을 향한 지속성이 있는 사람, 구본형

평소에 ‘변화경영 사상가’ 구본형 저자의 모습은 어떻게 느끼셨나요?

구본형 선생은 이상적 낭만주의자에요. 이상을 혼자 독점하지 않는 매력이 중요합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이상을 품고 사는 일을 버거워 해요. 이상이란 당장 해결되지 않는 가능성일 뿐이거든요. 보이지 않는 가치가 현실을 이끈다는 사실을 잊고 삽니다. 구본형 선생은 반대에요. 이상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이 창조적 삶의 내용으로 바뀐다는 확신을 갖고 있지요. 좋은 것을 보지 못하고 회의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강한 자극입니다. 구 선생은 아마 매우 답답했을 거에요. 실용에만 눈을 돌리는 이들에게 더 큰 가능성을 일깨워주고 싶었던 거지요. 처음엔 선동했고 시간이 가면서 실행의 방법들을 제시했고, 나중엔 통합의 이상을 설파했습니다. 난 구 선생의 이상을 향한 지속성을 매우 높이 사요. 세속의 영화는 단속적이지만 이상을 향한 접근은 멈출 수가 없어요. 이상은 혼자 품고 있는 것 보다 모두가 공유할 때 더 큰 가능성으로 커집니다. 보통 사람이 특별하게 바뀔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끈기뿐이에요. 구본형 선생은 보통사람의 꿈을 실현했던 특별한 사람이지요. 더욱 큰 기쁨이란, 자신과 똑같은 보통사람의 희망을 실현시키는 역할에서 온다는 걸 이미 알고 계셨을 겁니다. 위가 아니라 아래를 향한 관심과 애정이 구 선생의 진면목이라 봅니다.

대개 어떤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시나요?

자신의 가능성을 닫고 사는 사람은 활기가 없어요. 직접 부딪쳐 보지 않고 머리로 세상을 재단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이지요. 확신이 있어 자신의 가능성을 믿는 게 아니에요. 희미한 가능성을 끌어올려 행동이 덧붙여지면 확신으로 바뀌는 것이지요. 시도의 무모함이란 없다고 봐요. 실패 때문에 무모하다고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보이지 않는 확신은 생각하지 않는 게 이상해요. 확신은 실패를 먹고 크는 생물 같은 거라고 봐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우선 들이대 보는 인간상이 나는 좋아요. 세상의 미친놈들은 바보가 아니에요. 직접 부딪혀 얻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야심가들이란 사실을 사람들은 몰라요. 짧은 인생에서 남의 것에 기대지 않은 제 왕국 하나 세운 이들은 성공한 거지요.

구본형 저자의 저서 중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이 있다면.

단연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에요. 16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내용들이 기억납니다. 나의 절박함이 묻어있어서 더욱 강렬하게 남아있을 지도 몰라요. 이 책 읽고 나서 대책 없이 직장 때려치운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거든요.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당시 구본형 선생의 이미지는 거의 체 게바라 급이었어요.

최근에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시도한 일이 있나요?

주변의 관계와 쓸데없는 행사 참여를 결별했어요. 사회적 존재로서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시작한 거죠.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허비했는지 혼자 처박혀 돌아보니 알겠더라고요. 동창회, 술 먹는 모임, 경조사, 체면 때문에 거절 못하는 행사 초대 등등. 의도된 단절과 고립을 자처했지요. 이유는 단 하나에요. 내게 남아있는 시간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점.

안정을 버리고 자유를 얻으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자유를 얻으면 안정이 그리워져요. 자유는 누구도 나를 챙겨주지 않으니까요. 허나 안정의 상태가 간절하진 않아요. 안정으로 바꾼 자유가 더욱 크게 다가 올 테니까요. 자유는 최소한의 것으로 줄인 안정으로 키우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불편을 참아낼 약간의 뻔뻔함만 있으면 되니까요. 살아있는 모든 것은 안정 될 수가 없어요. 불안과 공포를 숙명처럼 달고 사는 게 당연한 거예요. 안정의 상태가 불안과 공포를 모두 녹여 줄까요? 어떤 선택이라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그렇다면 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자유가 훨씬 매력적일 수 있지요. 단 한 번뿐인 인생을 남의 것으로 채운 안정은 필요 없어요. 거칠고 투박한 그다지 매끄럽지도 않은 나만의 인생이 더욱 소중합니다. 중요한 점은 안정을 버리고도 해 볼 것 은 다 해봤다는 사실이에요. 해 봤다, 못해 봤다 두 개의 차이는 인생의 허망함조차 전혀 다른 내용으로 바꾸어 놓는 힘이 있어요.

앞으로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을 읽을, 예비 독자들에게 살짝 힌트를 준다면? 어떻게 읽으면 좋을 책인가요?

고전을 우회적으로 접근시키는 힘이 이 책의 미덕이에요. 나와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고전의 의미가 구본형 선생의 해석으로 조립되는 탓입니다. 두꺼운 고전의 중압감을 버리고 친절한 가이드가 안내하는 핵심 포인트만을 보여주는 효과지요. 편하게 읽으십시오. 그리고 묵직해진 머리를 정리해 보십시오. 책갈피를 꽃아 놓고 반복해 읽어도 좋고 무심코 펼친 페이지부터 읽어도 좋습니다.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책에 담긴 내용 모두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모든 이에게 필요한 정수들이란 사실입니다. 후학은 선학의 발자국을 따라 걷게 마련이지요. 앞으로 벌어질 고민의 내용들은 미리 알고 대처해도 됩니다. 하나의 확신을 위해 들였던 구본형 선생의 시간과 노력은 보통사람들의 희망을 현실로 바꾸어 놓을 듯합니다.

윤광준 저자의 새 책도 기대됩니다. 올해 출간 계획은 없으신가요?

2014년 3권의 출간 계획을 잡아놓았습니다. 다섯 차례의 유럽 취재 여행을 거쳐, 쓰여질 내용들입니다. 올해부터는 더 다채로운 관심을 책으로 옮기려고 합니다. 사진과 아날로그, 디자인과 생활용품. 보고 듣고 알게 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나의 체험과 섞어 풀어낼 이야기들입니다.


[관련 기사]

-“변화는 설렘이다”, 구본형 소장과 함께한 남도기행 이야기
-직장인이여, 독보적인 프로가 되라 - 『구본형의 필살기』 구본형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어떻게 발견할까 -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구본형
-그리스인들의 행복과 불행의 기준은 달랐다 - 박경철, 구본형
-폐암으로 사망한 故 구본형 소장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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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의 마지막 수업구본형,박미옥,정재엽 공저 | 생각정원
이 책은 암 투병 과정에서도 그가 마지막까지 방송했던 EBS FM 라디오 「고전읽기」 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에게 변화경영의 화두를 안겨준 동서양 문학과 철학 고전 17편을 담고 있다. 여기 소개된 고전들은 도전, 젊음, 성장, 사랑, 자유, 관용, 화해, 운명,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꼭 필요한 고민과 가치들을 담고 있으며, 이는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과 꿈벗들에게 평소 소개한 책들이다. 저자의 수업을 듣지 못했던 독자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수업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북유럽, 원래는 미운 오리새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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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전문가 김민주가 쓴 『북유럽 이야기』는 북유럽 입문서다. 입문서라 하면 보통 역사를 위주로 설명해서 과거 이야기를 다루지만 이 책은 과거의 북유럽보다는 현재의 북유럽에 초점을 맞춘다. 덕분에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가 흥미롭게 읽을 요소도 많다. 저자인 김민주 대표는 마케팅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면서 최근 북유럽과 관련하여 다양한 강의를 하면서 저자 및 역자로 활동했다.




최근에 『북유럽 이야기』를 냈습니다. 어떻게 지내셨나요?

창조경제를 추진하려면 자신에게 익숙한 것에만 너무 골몰하면 안 되고 이질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고 이질성과 자신의 영역을 새로운 방법으로 결합을 해야 합니다. 저는 트렌드와 마케팅 컨설팅 회사의 리드앤리더의 대표로 지난해에 창조경제와 문화예술 트렌드, 북유럽 기업인 이케아에 관해 강의를 많이 했습니다. 지금 현재 『그림으로 보는 자본주의』 책을 집필 중이고 앞으로 우주생물학을 비롯하여 『우주 자본주의』 에 관한 책도 쓰고 싶습니다.

북유럽식 교육, 북유럽식 인테리어 등 한국에도 북유럽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의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가 이제 서유럽, 미국, 일본, 중국에 대해서는 많이 알기 때문에 그동안 잘 모르던 북유럽을 향해 관심이 생겼습니다. 더구나 북유럽은 1인당 소득수준이 높으면서 복지수준도 매우 높고, 투명성, 양성평등, 윤리성 등 진짜 선진국이 갖추어야 조건을 구현한 국가입니다. 또 최근 들어 북유럽 신화를 다룬 영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핀란드 교육, 스칸디맘, 핀란드 헬싱키를 배경으로 한 영화 <카모메 식당>, 북유럽 스릴러 소설, 럭셔리 유모차 ‘스토케’, 홈퍼니싱 기업인 이케아의 한국 진출 등 여러 이슈들이 북유럽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고 봅니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별개로, 김민주 대표가 북유럽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궁금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북유럽 같은 사회체제를 정말 갖출 수 있을지가 궁금했습니다. 현재 피상적으로 나타난 북유럽 국가의 장점 말고, 국민들의 의식구조, 역사의식,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정, 합리적 의사결정, 문화적 유전자가 어떻게 작용하여 지금의 북유럽을 만들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쓰고 나서 든 생각은 안타깝게도 우리나라가 10~20년만에 북유럽 같은 국가가 되기는 매우 힘들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국민의 의식구조, 사회 체제, 문화적 유전자가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제 예상이 빗나가기기를 정말 바랍니다.

50개 키워드로 북유럽을 설명했는데요. 넣고 싶었는데, 빠진 키워드도 있나요?

책에 더 담고 싶은 토픽이 있었는데 50개로 압축하느라 아쉽게 뺐던 키워드가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국부펀드, 스칸디나비아의 원주민 사미족, 근대 스웨덴의 영웅 국왕 구스타프 바사, 근대 생물분류학의 아버지인 칼 린네, 나찌와 북유럽의 관계, 북유럽의 바이오산업, 우리나라의 북유럽 사회체제 구축 가능성이 바로 그런 키워드들입니다.

우리에게 북유럽은 성숙한 시민 사회, 복지 국가로 인식되는데요. 반면 지나친 세금 부담으로 성장 동력을 잃고 정체되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북유럽은 어떤 상황인가요?

북유럽 특히 스웨덴이 세계로부터 가장 많이 부러움을 샀던 시기가 1960년대 후반이었습니다. 그 후 지나치게 높은 세금으로 기업가와 부자들이 외국으로 이탈하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스웨덴은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스웨덴은 국가경쟁력 약화로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았지만 그후 스웨덴 정책 담당자는 세금 수준도 상당히 낮추고 무차별적인 복지보다 일을 하도록 유도하는 생산적 복지체계를 갖추어서 현재 다시 부러움을 받는 국가로 변모했습니다. 현재 스웨덴은 국가경쟁력, 삶의 질, 창조경제 등 여러 지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유럽은 추리소설과 함께 아바를 비롯한 팝 음악과 메탈 등 다양한 대중문화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입니다. 북유럽의 소프트파워가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추리소설이 대중에 저변을 넓히려면 1인당 소득이 2만 5천 달러를 넘어야 한다고 합니다. 소설 작가의 지적 능력은 물론이고 독자의 지적 능력 역시 높아야 합니다. 북유럽은 글로벌화가 매우 많이 진행되어 있어 국민 대다수가 영어를 잘 구사하며 음악 작사 또한 영어로 많이 만들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이 용이합니다. 또한 스톡홀름은 음악 산업에 지원을 많이 해주는 것도 북유럽 소프트파워 강세의 이유입니다.

책에도 소개한 것처럼 북유럽에 수많은 세계적인 기업이 있습니다. 트렌드, 컨설팅 전문가로서 주목하는 기업이 있나요?

무엇보다도 이케아 기업을 들 수 있습니다. 이 회사의 본사는 과도한 세금을 피해 네덜란드에 있지만 이케아의 영혼을 담는 디자인 작업실과 교육 시설은 여전히 스웨덴에 있습니다. 북유럽에는 디자인 감각이 탁월한 생활소품, 주방용품 브랜드로 이딸라, 아르텍, 피스카스, 세계 1위의 막강한 해운기업인 머스크, 그리고 고령화 추세에 적합한 보청기기업인 오티콘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북유럽에 간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스웨덴에 가면 우선 발렌베리버거를 먹고 싶습니다. 발렌베리 가문은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스웨덴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파워도 막강하고 스웨덴사람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이 가문 사람들은 검소하기로 유명한데, 이들이 집에서 먹는 햄버거는 매우 소박합니다. 그래서 발렌베리버거를 파는 스웨덴 카페에 가서 이 버거를 먹고 싶습니다. 또 북유럽에는 바이오 클러스터 중심으로 바이오산업이 매우 발달해 있는데 바이오 기업들을 방문해 그 경쟁력의 비결을 알고 싶습니다.

북유럽, 이케아, 창조경제를 주제로 자주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강의에서 전하는 주된 메시지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014 2월 현재 우리나라에는 창조경제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지만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은 어느 정도 잡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1년 전인 2013년 초반만 하더라도 과연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어떤 사례가 이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정부관료,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낮았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 교수도 우리나라의 창조경제 이슈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피력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현상이 안타까워 창조경제의 개념과 사례, 그리고 이케아를 비롯한 북유럽기업을 이와 연결하여 강의했습니다.

현재 집필 중인 『그림으로 보는 자본주의』 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원래 전공이 경제학이기 때문에 그 전부터 자본주의의 역사에 관한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제가 그림을 좋아합니다. 기존에 수많이 나온 그림으로 자본주의를 생성, 발전, 유지하는 데 기여한 것들을 추려내어 책을 쓰고 있습니다. 예들 들면, 석유, 기계, 철도, 자동차, 전기, 플라스틱, 커피, 주식회사, 금융, 럭셔리, 시장, 유태인은 자본주의 발전에서 매우 중요한데 이를 잘 묘사해주는 그림들을 찾아 글로 설명하는 방식이지요.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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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뛰어 넘는 스웨덴의 침공 - 아바(ABBA)
-대낮 같은 밤에 마시는 술의 맛은… - 핀란드의 백야
-<카모메 식당>속 북유럽, 우리 곁에 의외로 가까이 있다
-‘스토리’와 ‘묘사’가 담긴 음악 - 그리그, <페르 귄트 모음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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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이야기김민주 저 | 미래의창
이케아, 스칸디맘, 북유럽 디자인, 북유럽 인테리어, 북유럽 교육혁명, 북유럽 복지모델, 북유럽 여행까지. 북유럽은 우아한 백조의 날갯짓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본서는 바이킹, 이케아, 레고, 안데르센 같이 우리에게 낯익은 키워드부터 카모메 식당, 북유럽 스릴러, 아바, 발렌베리, 카렌 블릭센과 뭉크, 칼 라손 등 한 번쯤 들어본 키워드를 엄선해 북유럽의 역사와 문화, 사회를 들여다본다. 세계적 파워 브랜드인 H&M, 앵그리버드, 칼스버그, 볼보, 에릭슨, 뱅앤드올룹슨, 모두 북유럽에서 나왔다. 놓칠 수 없는 북유럽의 매력. 책으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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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임 “카레가 만병통치 요리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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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는 한국인이 즐기는 대표 음식 중 하나이다. 맛도 좋지만 건강에도 유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효능과 요리법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대한암예방학회는 2007년 ‘암을 이기는 한국인의 음식 54가지' 중의 하나로 강황 속에 많이 들어 있는 커큐민을 선정했다. 강황은 카레의 주원료이다. 카레는 치매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2007년 한 의학저널에서는 재미 한인 과학자 김진영 박사와 건국대학교 한예선 박사팀의 연구 결과 카레 속에 들어 있는 강황이 치매 환자에게 나타나는 독성 물질로부터 신경 세포를 보호하는 능력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내용을 소개하였다. 이외에도 카레는 간과 위장 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카레는 싸다. 집 앞 마트에서 1,000원이면 인스턴트 카레를 구입할 수 있다. 조리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끓는 물에 집에 있는 만만한 채소를 하나씩 투척하고 마지막에 카레가루를 넣으면 그만이다. 요리 초보자가 쉽게 도전할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만찬장에서 한국음식을 소개하였고 노르웨이대사관 주관 월드컵개최국 홍보로 한국음식을 선보였던 이종임 교수는 최근 펴낸 『기적의 건강식 카레』에서 카레의 효능과 더불어 새로운 카레 요리 53가지를 소개한다. 우리가 가장 흔히 먹어 온 카레라이스 외에 각종 찜과 구이, 샐러드 등 레시피가 아주 다양하다. 이교수는 카레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꾸준히 섭취하면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종임 교수는 MBC, SBS, KBS, 푸드채널에서 요리프로그램 진행하였고, 다양한 국내외 음식 관련 행사를 개최하였다. 현 한양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이고 사단법인 대한식문화연구원과 수도요리학원 원장이다. 저서로는 『MBC 오늘의 요리』, 『SBS 이종임의 싱싱메뉴』, 『어린이 성인병』, 『식탁 위의 혁명』, 『웰빙요리』, 『남편을 90살까지 살리는 매일반찬』등이 있다. 이종임 교수를 채널예스에서 서면으로 만났다.




카레의 역사를 알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카레라고 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Curry(커리)입니다. 이 단어의 뜻은 ‘향기롭고 맛있다’입니다. ‘여러 향신료를 섞은 소스’를 뜻하기도 합니다. 카레의 원조국가인 인도에서는 더운 열대지방 특성상 부패를 막고 입맛을 돋우기 위해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여 자극적이고 강한 향을 지닙니다. 인도는 ‘마살라’라고 하는 페이스트 형태의 소스를 이용해 독특한 카레 맛을 냅니다. 이 마살라는 혼합하는 재료의 비율이 각기 달라 각 가정마다 고유의 레시피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국인이 인도를 식민지화하면서 영국인에 의해 설립된 C&B라는 회사에서 영국인에게 맞는 카레소스를 개발하여 전 세계적으로 카레가 널리 펴져나갔습니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시대에 영국으로부터 카레를 수입해 고기에 채소와 카레가루를 넣은 카레소스를 밥 위에 얹어 덮밥처럼 즐기는 카레라이스가 탄생했습니다. 서양 음식에서 출발한 카레가 어느새 일본의 대중 음식으로 발전되어 1월 22일을 카레의 날로 정하고 학교 급식으로도 제공되면서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국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나라는 1940년경 일본을 통해 카레가 들어왔으며 지금은 우리나라 카레 외에도 인도식, 태국식, 일본식 등 다양한 카레 요리가 대중화되었습니다.

평소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며 가정요리 전문가로도 활동 중이신데요. 카레에 푹 빠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일본 유학 시절 카레를 즐겨 먹었습니다. 일본 카레 특유의 달달하고 진한 맛을 좋아했습니다. 현재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카레요리를 먹어온 지 10년이 넘습니다. 이러다보니 어쩌면 카레가 저의 일상식이 되었네요. 그러던 중 지난 해 봄 TV 조선의 프로그램 <속설 검증쇼 속사정>에서 ‘가장 좋은 항암요리’로 카레를 선정하는 것을 보고 카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카레는 다양한 효능뿐만 아니라 맛있고 손쉽게 만들어 다양한 음식으로 활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책을 내자는 제안을 받고 1년 만에 『기적의 건강식 카레』를 출간했습니다.

카레를 즐겨 먹는 인도인들은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의 발생률이 미국인의 4분의 1이라는데요. 인도인들이 유난히 카레를 자주 먹는 이유가 있을까요?

카레는 식재료가 상하기 쉬운 열대 지방에서 음식을 안전하게 먹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카레는 다양한 향신료 가루를 배합한 것으로, 특유의 향이 음식의 불쾌한 냄새나 맛을 가릴 수 있으며 식물의 타감작용을 이용하여 음식의 소독 효과도 지니고 있습니다. 인도에서 카레를 섭취하게 된 이유로는 인도 지역의 기후 조건으로 인한 작물의 재배에 알맞기 때문입니다. 인도 동북부 아삼 지역은 세계 최대 차의 주산지일 뿐만 아니라 강황의 주산지이기도 합니다. 인도인들은 강황을 가루로 내어 카레의 주원료로 사용합니다. 강황은 음식뿐만 아니라 인도식 한방에서 약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카레의 주성분인 ‘강황’의 효능에 대해 알려주세요.

카레는 15-20여 가지의 향신료를 혼합하여 만든 것으로, 노란 빛깔을 내는 강황 속 커큐민 성분이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트린다고 알려져 있고요. 항산화작용을 통해 암 예방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정평이 난 상태입니다. 또한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고 우울증 치료에도 효과적이라고 보고되었습니다. 위장 기능 개선 효과는 두말할 필요도 없으며 뇌를 활성화시켜 치매 예방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흡연, 혈관, 고혈압, 당뇨, 간암, 변비, 대장암, 갱년기, 위암, 탈모, 뇌줄중, 노안, 유방암, 치매 심지어 방사성 물질 해독 등 다양한 증상별 약선 카레 요리를 책에서 소개해주셨는데요. 얼핏 보면 카레가 만병통치 요리처럼 느껴집니다.

카레는 절대 만병통치의 요리는 아닙니다. 각 질환에 도움을 주는 식재료를 선택하여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카레와 접목시키면 더욱 시너지 효과가 있기 때문에 카레요리를 활용해보라는 의미로 메뉴를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좋은 카레를 생활 속에서의 꾸준히 섭취하는 것입니다.

카레가 정말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나요?

고추, 카레, 마늘, 생강 등 우리가 익히 아는 매운 음식은 섭취 후 열 발생을 통해 생체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여 체중이 빠질 수 있습니다. 특히 카레 속 커큐민은 지방 조직에서 지방을 분해시켜 체중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카레가 신체 내부의 장기 온도인 심부 체온을 높이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카레요리는 보기보다 아주 간단한데요. 책에 소개된 다양한 카레요리법 중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요즘 먹기 좋은 가정식 카레요리로 봄나물조개카레전(본문 p.156 참고)을 소개합니다. 냉이를 연한 것으로 준비하여 다듬고 씻어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친 다음 물에 헹궈 물기를 짭니다. 그런 다음 냉이를 송송 썹니다. 여기에 조갯살을 씻어놓습니다. 양파는 2cm 길이로 채를 썰고 홍고추와 풋고추는 어슷하게 얇게 썹니다. 다음으로 생수에 달걀을 풀고 우리밀가루와 강황카레페이스트를 넣어 반죽을 합니다. 이 반죽에 앞에 썰어놓은 재료와 조갯살을 넣습니다. 팬이 달구어지면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불을 줄인 다음 앞에 반죽한 재료를 한 스푼씩 떠 둥글게 전을 부친 다음 초간장을 곁들여냅니다. [TIP]각종 빵에 강황카레페이스트를 스프레드로 활용해도 좋습니다.

한국과 인도, 일본의 카레는 비슷한 듯 보이면서도 다른데요. 나라별 카레 특징은 뭘까요?

인도의 카레는 15가지 이상의 향신료와 허브를 갈아 혼합하여 만든 페이스트 형태의 소스입니다. 붉은색, 노란색, 갈색, 그린색의 되직한 소스를 이용하여 난(nan)이라고 하는 빵과 바스마티쌀로 만든 쌀밥과 함께 즐겨 먹습니다. 향이 매우 강하고 자극적입니다. 일본의 카레는 싱겁고 달고 싱싱한 맛에 매콤함을 더해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인스턴트 카레는 가루보다 블록 형태인 고체를 사용하여 고기와 채소를 큼직하게 써는 것이 특징입니다. 소스는 묽은 편이고 색깔이 진합니다. 쌀밥에 곁들인 카레라이스에 돈가스 등을 곁들여 먹으며 우동국수에 곁들인 카레우동으로도 즐깁니다. 한국의 카레는 강황의 함유량이 다른 나라보다 많아 노란빛을 띠며 고기와 채소는 잘게 썰고 소스는 약간 걸쭉한 편입니다.

요즘처럼 바쁜 직장인과 학생은 소위 ‘3분 카레’라 부르는 인스턴트 음식을 먹곤 하는데요. 시중에서 판매하는 인스턴트 카레는 많이 섭취해도 괜찮을까요?

음식은 영양과 효능이 좋은 식재료로 집에서 정성껏 만든 음식이 가장 건강에 좋습니다. 카레가루도 시중의 인스턴트 식품을 사는 것보다 제가 책에서 소개한 강황카레페이스트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두고 이용하면 좋습니다. 인스턴트 음식은 단지 간편하고 싸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을 권하고 싶지만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 되겠지요.

앞으로 활동 계획을 알려주세요.

『기적의 건강식 카레』출간 후 어머니이신 하숙정 님과 저, 그리고 딸 박보경 교수가 함께 전통 한국 음식을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한, 3대가 함께하는 음식 책의 출간을 준비 중입니다. 또한 한국조리기능장협회의 한식팀장으로서 앞으로도 한식 세계화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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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건강식 카레이종임 저 | 도어즈
요리 초보자가 처음 도전하는 대표 요리가 바로 카레다. 이 책에서는 카레하면 우리가 가장 흔히 먹어 온 카레라이스 외에 각종 찜과 구이, 샐러드 등 새로운 카레 요리 53가지를 소개해 신개념 카레 음식을 개발하는 데도 최선을 다했다. 또 부록으로 ‘증상별 약선 카레 음식 20가지’를 소개해 일반론에서 더 들어가 개별 질병에 도움이 될 만한 카레 요리를 추천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면, 이 말만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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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30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학업 문제로 자살을 선택하는 끔찍한 시대, 부모들은 불안하다. 마냥 기다릴 수도, 그렇다고 보챌 수도 없다. 쏟아지는 자녀교육서를 읽다 보면, 자책만 하게 된다. 모든 게 부모의 탓인 것만 같다. 부모의 자존감이 아이의 자존감을 좌우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자존감은 오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부모의 자격』의 저자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은 “부모들이 힘들어하는 건, 자녀의 성적표를 부모의 ‘체면 성적표’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부모는 과연 제대로 자녀를 보고 있는 걸까?

전작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으로 화제를 모았던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의 신간 『부모의 자격』은 최효찬, 이미미 부부가 함께 집필한 책이다. <주간경향>에 ‘우리 모두가 행복한 교육’ 시리즈로 연재했던 글을 모았다. 고3이 된 아들을 키우면서 두 부부가 실천했던 자녀교육, 공교육의 문제점 등을 담았다. 책에서 저자는 “자녀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는 일에서 진짜 교육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절제된 사랑으로 자녀에게 선택권을 주고, 스스로 길을 찾게 하는 조력자가 되라고 부모에게 조언한다. 과잉교육으로 부모와 자녀, 모두가 지친 이 시대에 저자는 “성적이 아닌, 자신만의 재능을 발견하고 스스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 이것이 바로 행복한 교육의 시작”이라고 당부한다.




아이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라

에듀 푸어, 교육피로사회라고 말하는 요즘이다. 아이의 성적 고민만큼이나, 부모의 불안도 점점 커지고 있다. 스스로 부족하다는 죄책감을 갖는 이 시대의 부모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무얼까.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는 조급해지면 지는 것이다. 불안한 교육환경에서는 부모가 불안감을 떨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육은 폭풍 성장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랫동안 지켜봐 주고 관심을 갖고 기다려주면 저절로 효과가 나타난다. 불안할 때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행복이고 축복이라는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면, 서로 소중한 존재로 여기게 된다. 지금은 다 큰 아이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참 어린 아이였다는 걸 깨달을 때가 많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가슴 시리게 그리운 시간이라는 걸, 나중에 깨닫게 되면 후회할 수 있다.

좋은 부모 콤플렉스는 모성 본능이 강한 어머니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잉 사랑은 홀로서기에 치명적인 독이 되는데, 부모의 변화로 인해 아이가 긍정적으로 변한 경우도 많을 것 같다.

책에 소개된 사례들 중에서, 엄마가 마음을 내려놓자 아이가 스스로 길을 찾고, 엄마도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된 케이스가 있다. 아이는 대부분 고3이 시작되면,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하든지 또는 졸업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하게 된다. 그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힘들지만, 부모가 기다리면 결국 자녀는 제정신을 차린다. 애완견을 싫어하던 엄마가 애완견을 키우면서 아들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았더니, 고3부터 공부한 아이도 있었다. 또 성적이 안 나와 지방대학을 간 학생이 오히려 사회생활을 더 잘한 사례도 있다.

부모의 교육관이 일치하지 않으면, 아이는 혼란스러워한다. 이럴 때 부모는 어떻게 타협점을 찾는 게 현명한가.

우리의 경우, 아빠는 인성교육을 강조했고 엄마는 “그래도 공부를 많이 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터라 의견 충돌이 다소 있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갈등을 많이 겪었다. 엄마의 의견에 따라 전학을 갔는데, 아빠 입장에서는 이건 아닌 것 같았다. 아빠는 인성을 맡고 엄마는 공부를 맡으면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아이가 원해야 한다는 것과 가정의 경제력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만 공부 이외의 예체능의 경우, 아이가 원하지 않아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선행학습 금지법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어떤 법이 생기든, 명문대를 향한 부모들의 환상이 깨지지 않는 한 실효성은 없을 듯하다. 특목고나 자사고가 있는데, 선행학습을 하지 않을지 의문이다.

부모의 덕목은 자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져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법륜스님 말씀대로 어릴 때는 밥 안 먹는다고 고집을 피우면 지게 되고, 청소년 때는 집 나간다고 하면 부모가 질 수밖에 없다. 더 커서는 죽어 버린다고 하면, 부모가 어쩌겠나? 어차피 이길 수도 없는 일인데, 자식을 이기려고 하지 말고 이해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자식이 공부를 잘하는 것으로 부모가 덕을 보려는 경향이 있다. 부모는 늘 자식에게 손해 보는 존재이지, 자식의 덕을 보려고 해서는 안된다.

자녀에게 하면 좋을 말,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면.

자녀를 믿어주고 인정해주는 말이 제일 좋은 말이다. 그런 말에는 어떤 아이도 다 마음을 연다. 자녀에게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집 나가라”인 것 같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무척 속이 상할 때 “꼴보기 싫다”면서 이런 말을 할 때가 있을 거다.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착각은 무엇일까.

흔히 자녀교육은 부모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가 선택을 미리 해놓고 자녀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가 억지로 하게 되고, 결국 효과는 없었다. 우리 부부도 처음에는 부모의 선택을 강요했는데, 그러다 아들에게 선택권을 돌려줬다. 그랬더니 아들은 책임감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애를 썼다. 자기가 선택했기에 그 결과도 책임도 자기 몫인 걸 아는 거다.

자녀의 능력을 정확히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 하지만 부모는 언제나 자기 자식을 최고로 여긴다.

상담을 하면서 안타까운 점이, 모든 부모들이 “내 자식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성적이 안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개중엔 정말 머리 좋은 애들 있다. 하지만 수능이라는 시험이 대단히 어려운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성실한 아이들이 잘 보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 성실이라는 것도 타고난 능력일 수 있다. 또 머리가 안 좋은 애들도 사실 많다. 문제는 부모가 내 자식이 머리가 안 좋다는 걸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부에 재능이 없다”는 소린데, 노래를 못한다거나 운동을 못한다는 건 잘 받아들이면서, 공부에 재능이 없다는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행복하지 않은 엄마는 자녀에게 집착한다

최효찬 저자는 세계의 명문학교를 취재하기 위해 6개국 20개 학교를 방문했다. 6개국 학교의 문화와 우리나라의 교육 문화는 어떻게 달랐나?

무엇보다 외국 학교는 규율이 엄격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절과 인성교육도 지식교육 못지 않게 강조되고 시행되고 있었다. 하나같이 체육시간이 활성화 되어 있었는데, 비바람이 치는 추운 날씨에도 럭비를 하는 학교도 있었다. 체육시설이 태릉선수촌에 버금갈 정도로 훌륭했다. ‘지덕체(智德體)’가 아니라 ‘체덕지’라고 할 정도였다. 우리나라는 ‘지덕체’도 아니고 ‘지지지’ 교육이다. 지지지 교육으로는 글로벌 인재를 키워낼 수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 아들도 고등학생이 된 이후 거의 운동을 못하고 있다.

자녀경영연구소장 아빠, 영어전문학원장인 엄마의 교육법이 궁금하다.

최효찬: 엄격함과 자애로움이 51대 48를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부모와 자식 관계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체육이나 음악 등을 한두 개 씩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고 했는데, 우리나라 환경에서 참 어려웠다. 다행히 수영과 스키는 잘한다. 피아노를 배우게 했는데 지속되지 못했다. 늘 운동을 하라고 했는데, 그게 잔소리가 됐을 수 있다.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스스로를 컨트롤해 나가는 능력’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키우려고 했는데, 때로는 잔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이미미: 성적 때문에 아이와의 관계가 나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키웠다. 또 어릴 때부터 존댓말은 꼭 쓰게 했다. 고등학생 남자 아이들이 엄마한테 반말을 하는 게 안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엄마를 약간 만만하게 보는 나이에 반말까지 쓰면, 감당하기 더 버거워지기 때문이었다. 아들과는 친구처럼 잘 통하는 편이다. 아들은 나를 좋은 엄마라고 표현한다. 아빠는 좀 엄한 편이라, ‘엄부자모’인 것 같다.


이미미 저자는 대학생 때부터 과외를 하며 아이를 가르쳤고, 8년째 영어전문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교사로서 갖고 있는 교육 철학은 무엇인가.

『부모의 자격』과 같은 책을 썼다고 해서 마냥 너그러운 선생님은 아니다. 무지하게 공부를 시킨다(웃음). 부자 부모를 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게 아니라면, 공부를 잘하는 건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특히 남자는 몸으로 때워서라도 살수 있지만, 여자들의 경우 능력을 갖춰야 당당하게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할 이유를 찾게 만든다. 부모가 하면 잔소리인 말을, 자기를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 하면 받아들인다. 공부는 해야 할 이유를 알고, 즐거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자기를 이해한다고 생각할 때, 아이들은 마음의 문을 열고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 성적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최효찬 저자는 『부모의 자격』이외에도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현대 명문가의 자녀교육』등을 펴냈고, 현재 자녀경영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자녀경영연구소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기업이 경영을 하듯이, 자녀도 경영의 마인드를 접목해야 한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자 설립한 연구소다. 전통사회에서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아니어도 자녀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핵가족이 보편화된 요즘에는 부모만이 자녀교육의 주체다. 동서고금의 자녀교육 사례들을 연구해서 이를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접목할 수 있게 그 방안들을 소개하고 있다. 명문가의 자녀교육과 독서교육이 그 중의 하나다.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와 같은 곳에서 동영상 강의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사회의 조직과 기관의 재교육에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새로운 자녀교육 트렌드와 또 『부모의 자격』과 같이 우리 사회의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분석하고 공론화하는 일도 한다. 교육은 지식과 인성의 두 축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지식만 강조하는 기형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 자녀경영연구소는 인성을 중시하는 교육을 표방한다. ‘먼저 인간이 되어라’는 말이 있듯이 상식적인 인간,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인간이 많아지는 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다. 퇴계 이황이 말한 ‘선인다(善人多), 즉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연구소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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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서 아이한테 이것만은 꼭 지키는 것이 있다면?

최효찬: 아들과 유대감을 많이 갖고, 내 생각과 인생을 잘 보여주려고 한다. 또한 아들의 생각과 인생도 잘 보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아들과 함께 1박2일로 도보여행을 다녀 왔다. 아들이 올해 고3이 되어 도보여행을 가는 게 부담이 된다고 해서, 처음에는 2박3일로 잡았다가 하루를 줄였다. 도보여행을 가는 게 중요한 것이지, 며칠을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들에게 카톡이나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꼭 경어체를 쓴다. 이것만은 처음부터 줄곧 지켜오고 있다. 아들에게 화가 날 때에도 경어체를 쓰면, 이내 소중한 아들이 되곤 한다.

이미미: 아이에게 자유를 많이 주는 편이다. 아주 큰일이 아닌 이상 하고 싶다는 걸 막지는 않는다. 뭐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해보는 게 인생공부라고 생각한다. 신용카드도 줘서 쓸 만큼 알아서 쓰게 한다. 많이 믿어주니까 친구들이 부러워한다. 그런데 아들은 또래보다 훨씬 돈을 아껴 쓴다. 얼마 전에 아들의 친구가 너무 간섭하는 엄마와 갈등이 생겨서, 집을 나와 우리집에 함께 있었던 적이 있다. 우리 아들이 친구의 엄마에게 가서 “저희 부모님처럼 100% 믿어주세요. 그러면 알아서 조절하고 더 자제심을 발휘해요”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아들은 나에게 “정말 쿨한 엄마”라고 하지만, 나는 꽤 보수적인 사람이다. 노력하는 거다. 쿨해야 요즘 아이들과 통할수 있다. 자식을 키우는 건 도를 닦는 일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부터 아빠와 도보여행을 떠났다. 도보여행의 장점은 무엇이었나.

함께 걷는 것 자체가 장점이다. 걷다 보면 아빠와 아이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일심동체가 된다. 걸으면서 주변 사물들을 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잠시 자신만의 사색에 빠져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아빠가 아들과 함께 자는 것이다. 요즘은 자녀가 대부분 자기만의 방이 있어 부모와 함께 자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이와 함께 자는 것도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알프스를 여행하고 강렬하게 마음에 남아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를 ‘시간의 점’이라고 했다. 도보여행을 하다 보면 아빠나 아이나 모두 자기만의 ‘시간의 점’을 만들게 된다. 돈으로도 결코 살 수 없는 것이다. 도보여행을 하면서 아빠와 아이가 함께 걸으면 더 친해질 수 있다. 도보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워밍업 기간이 필요하다. 아이와 도보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도 자주 하고 배드민턴과 같은 운동도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

『부모의 자격』을 읽을 예비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미미: 아이를 키우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는 학습지를 포함해서 11개나 학원 과외 시킨 적도 있다. 역사답사팀에 들어 전국을 같이 다니기도 했고 이런저런 체험학습 등 아마 시켜보지 않은 게 없을 정도다. 아이에 대한 욕심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사람들은 남의 자녀들이 공부를 잘해서 잘된 얘기들만 전하며 불안을 증폭시킨다. 『부모의 자격』은 굉장히 솔직하게 쓴 책이다. 가슴으로 쓴 글이기 때문에 자녀교육을 힘들어하는 부모들이 읽으면 좋은 나침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최효찬: 부부관계가 원만하고 엄마가 행복한 가정에서는 자식에게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자녀에 대한 집착은 행복하지 않은 엄마에게서 생긴다. 그런 점에서 엄마에게 꼭 필요한 게 취미활동이다. 또한, 엄마가 자녀에게 아빠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할 일이다. 집안을 불행하게 만들고 가족간의 화목을 깨는 첫 번째 요인이기 때문이다. 자녀의 아빠에 대한 생각은 엄마의 입이 좌우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돈도 쥐꼬리만큼 벌어오는 주제에’ 이런 말은 결코 해서는 안 된다. 대신 “아빠만큼만 살아라”라고 말한다면 모두 행복한 가정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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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격최효찬,이미미 공저 | 와이즈베리
자식 문제로 상처받은 대한민국 부모를 위한 리얼 공감 스토리. 요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의 고민과 바람직한 자녀교육의 길을 모색하는 책.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에서 ‘명문가의 위대한 유산’을 강의한 자녀교육 멘토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 소장은 지금 대한민국을 ‘교육피로 사회’로 정의하며, 붙잡을수록 멀어지는 요즘 아이들을 이해하고, 부모의 욕망을 내려놓아 자녀 스스로 길을 찾도록 응원하라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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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동양고전에서 찾는 자녀 교육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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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신학기다. 많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식을 딸, 아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한다. 잘 가르친다고 소문난 학교와 학원을 알아보고, 좋은 교재를 찾아본다. 맹자의 어머니처럼 학군을 위해 다른 곳으로 이사가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부모님이 직접 자녀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려는 노력은 덜하다. 한 학자의 말처럼 대한민국은 '피로사회'라서 직접 교육하기에는 너무 바쁜 사회여서일까?

 

많은 부부가 맞벌이인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겠으나, 그간 제대로 무엇을 가르칠지 잠시라도 고민해본 부모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초등 고전 읽기 혁명』을 쓴 송재환은 “우리가 정작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이며 “그 답을 다른 곳이 아닌 동양 고전에서 찾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것이 그가 『부모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를 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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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고전 읽기에 관한 책인데요. 이번 책에 관해서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책 제목이 많은 것을 이야기합니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두 번은 꼭 해 봄직한 고민을 다루었습니다. 바로 ‘부모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주제입니다. 요즈음 부모들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보다는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방법적인 측면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합니다. 이것은 선후가 바뀌었다고 봅니다. 우리가 정작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입니다. 무엇이 정해지면 방법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이 책은 이런 측면에서 자녀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를 다룬 책입니다. 그 답을 다른 곳이 아닌 『논어』,『맹자』,『소학』과 같은 동양 고전에서 찾아 제시했습니다.

 

처음에는 수학 학습에 관한 책을, 최근에는 고전 읽기에 관한 책을 냈습니다. 저술 주제를 바꾼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초창기에는 『수학 100점 엄마가 만든다』,『초등공부불변의 법칙』과 같이 공부법에 관한 책을 많이 저술했습니다. 그런데 공부법을 연구하면 할수록 내려지는 결론은 ‘공부는 독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였습니다. 자연스럽게 독서에 관심이 많아졌죠. 독서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아이들이 잘못된 독서 습관에 빠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무조건 많이 읽으면 좋다는 식으로 읽을 가치도 없는 책을 다독하고 속독하더라고요.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고 개선시키기 위해 제가 관심 가졌던 부분이 바로 ‘고전 읽기’입니다. 고전읽기에 관심을 갖다보니 자연스럽게 동양 인문 고전을 많이 접하게 되었는데 어떤 고전보다 동양 고전이 매력이 있더군요. 정말 반복해서 읽고 또 읽어도 항상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매력과 머리를 시원하게 하는 묘한 마력이 동양 고전에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빠른 속도로 책을 쓰시는데요. 혹시 비결이 있을까요?

 

글쎄요. 제가 1년에 한 두 권 정도를 내고 있는데요 다작이라면 다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다작할 수 있는 원동력은 사고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책을 많이 읽으면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글은 책을 많이 쓴 사람이 쓰는 것이 아니라 사고력이 있는 사람이 쓸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철저하게 사고력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사고력은 어디서 왔을까요? 매일 매일 읽는 책읽기에서 왔다고 생각합니다. 제 독서 습관은 한 마디로 ‘많이 읽되 많은 것을 읽으려고 하지 말라’입니다. 저는 매일 성경을 읽는 습관이 20년 동안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습관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제 사고력을 키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을 매일 꾸준히 반복해서 읽는 것이 저의 책 쓰기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문에 나온 소와 울타리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일정한 울타리 안에 있는 소와 그냥 방목되어 있는 소 중 어떤 소에서 우유가 더 많이 나올까요? 자유롭게 방목한 소가 스트레스도 덜 받아서 우유가 더 많이 나올 것 같죠? 아닙니다. 일정한 울타리 안에 있는 소가 우유가 더 많이 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일정한 울타리가 소에게 엄청난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 예화를 들은 것은 요즈음 부모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함입니다. 요즈음 부모들은 자녀에게 마땅히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치는 것을 아이를 속박하는 것으로 여깁니다. 자녀에게 잘못된 것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은 속박일 수 없습니다. 소에게 울타리와 같은 역할을 해서 오히려 자녀를 안정감 있게 잘 자라게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비행 행동을 일삼을 때 교사가 혼을 내지 않으면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선생님, 차라리 저희를 왜 안 혼내세요? 저희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말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겉으로는 그렇지 않을지라도 울타리와 같이 일정한 경계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부모는 그 경계선을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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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에서 다양한 동양 고전을 인용했는데요. 특별히 좋아하는 구절을 공개한다면?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구절을 좋아합니다.

 

子曰 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
자왈 비례물시 비례물청 비례물언 비례물동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라.”『논어』「안연편」

 

이 구절은 우리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구절일 것입니다. 공자가 가장 사랑했던 제자 안연(顔淵)이 스승인 공자에게 인(仁)에 대해서 묻자 공자가
“자기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다.”
라고 답합니다. 그 유명한 극기복례(克己復禮)를 말한 것이죠. 그러자 안연이 극기복례를 실천할 수 있는 좀 더 구체적인 방법을 여쭙자 공자는 이렇게 말해준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라.”
이 구절이야말로 이 시대 부모들이나 자녀들에게 꼭 새겨야 할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너무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구절만 우리가 가슴에 새기면서 살아도 이 사회가 훨씬 더 건강한 사회가 되리라 믿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기에 좋을 것 같아요. 책이 나오기 전에 자녀들과 함께 읽어 보셨나요? 자녀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나오기 전에는 못 읽어 보았습니다. 책이 나온 후에는 책을 보여주었더니 책이 이쁘다고 하더군요. 저는 매일 저녁 식구들이 둘러앉아 성경을 조금씩 읽어갑니다. 읽고 자기 생각이나 느낌 등을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때 다루어지는 내용과 이 책의 내용이 거의 일맥상통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제 자녀들은 이 책의 내용을 매일 조금씩 읽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인상적인 대목이 ‘독서’를 강조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독서를 강조하는 교육 책이 많습니다만, 갈수록 한국인의 전반적인 독서량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어떤가요?

 

학생들의 독서량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책을 좀 많이 읽는 편이지만 고학년으로 갈수록 점점 독서량이 떨어집니다. 독서량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독서의 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아이들이 점점 만화책이나 판타지에 쏠림 현상이 심각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책읽기는 중독성이 아주 강해서 한 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게다가 아이들의 이해력, 사고력, 상상력, 창의력 등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의 사회는 빈부 격차 이상으로 사고력의 빈익빈부익부도 심각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녀에게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을 부모와 함께 읽는 것이 절실해지는 요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교육을 둘러싼 많은 이슈가 있지만, ‘사교육, 조기교육’이 그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교직에 계시면서도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데요. 양가적인 감정이 동시에 느껴질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사교육과 조기교육의 병폐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병들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자도 지적한 문제이지만 우리가 배우는 목적을 인격 수양이 아닌 출세에 목적을 둬요. 어떤 사람인가를 따지기 이전에 우리는 스펙을 먼저 따지는 사회가 되다 보니 이제는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와 같은 생각은 헌신짝처럼 버려진 현실이 되었습니다. 너도 나도 어떤 사람이 되느냐는 관심이 없고 얼마나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남보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느냐만을 따지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보다 좀 더 앞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결과로 나온 것이 바로 조기 교육과 사교육 열풍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조기교육과 사교육은 답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서두르다 타고난 것마저 잃게 됩니다. 꽃봉오리 억지로 벌린다고 꽃이 일찍 피는 것이 아닙니다. 꽃만 망가지고 말 뿐입니다.


선생님께서도 어린 시절이 있었을 텐데요. 어떤 분위기에서 자라셨나요. 지금과 비교하면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라든지 부모님, 학교 선생님 등은 어떤 편이었나요.

 

저는 완전한 시골 농촌 마을에서 자라났습니다. 지금도 하루에 서너번밖에 버스가 드나들지 않는 시골입니다. 그러다 보니 공부에 대한 압박은 거의 받지 않고 자랐습니다. 다만 저희 부모님은 교육에 대한 열정이 특심해서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공부 안 하면 논으로 밭으로 데리고 가서 일을 시켰습니다. 농사일 하기 싫어서 공부하는 척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당시 학교는 공부의 처음이자 끝인 장소였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내용이 다였고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가 전부였죠. 지금 돌이켜 보면 행복한 시절이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볼 때 그 때 독서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만약 그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들 중에서 나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책을 읽게 했더라면 제가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굳이 부모가 아니라도, 보통 성인이 읽기에 좋은 동양 고전을 3권만 추천해 주신다면? 추천하시는 이유도 함께 알려 주세요.

 

『논어』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동양철학은 논어의 주석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동양철학은 논어를 빼놓고는 논할 수 없습니다. 동양철학의 원류라고 할 수 있을만합니다. 동양철학의 입문서이자 동시에 최고봉이라 할 만 합니다. 송나라때 건국 재상까지 올랐던 조보라는 사람은 무학이었지만 재상의 반열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가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책을 열심히 읽어서인데 이 사람은 독특하게도 책을 한 권 밖에 안 읽었습니다. 그 책은 다름 아닌 논어입니다. 평생 논어만 읽은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평생 논어만 읽었는데도 일국의 재상이 됩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명심보감』도 읽어야 할 책입니다. 이 시대에 정말 어린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정말 필요한 책이 바로 『명심보감』이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알고 배워야 할 내용들이 이 한 권에 다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정말 금과옥조 같은 내용들로 가득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학교의 도덕 교과서 다 없애고 이 책을 읽히는 것이 훨씬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자녀를 사람을 먼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은 최고의 책입니다. 자녀를 제대로 사람을 만들고 싶다면 오늘부터라도 자녀와 같이 앉아서 명심보감을 읽어볼 것을 강력 권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채근담』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서양에 탈무드가 있다면 동양에는 채근담이 있습니다. 그만큼 이 책을 읽을 읽으면 인생의 지혜가 생깁니다. 예화 하나 하나가 정말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깨닫게 해 줍니다. 지식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하지만 깨달음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삶의 깨달음을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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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송재환 저/김시천 감수/정가애 그림 | 글담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늘 부모는 불안하고, 자책과 후회를 반복하게 된다. 이 책은 이 난제의 답을 동양고전에서 찾았다. 자녀교육이 어렵기는 옛 선현들도 마찬가지였다. 맹자는 “군자는 자신의 자녀를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들이 오랜 수학(修學) 끝에 깨달은 자녀교육의 지혜가 동양고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들은 자녀교육의 시작부터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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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흑향 노경원, 내가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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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내가 저렇게 예쁘게 웃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고3 시절, 1년 만에 외국어 영역 점수를 14점에서 91점으로 끌어올린 공부법이 네이버 메인에 소개되며 주목을 받았던 ‘소유흑향’ 노경원. 어려운 가정형편을 딛고 대학에 입학, 매 학기 성적우수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던 그녀는 대학생활 중 혼자 힘으로 12개국을 여행했다. 등록금을 벌기에도 어려운 상황에서 여행통장을 만들어가며, 세계를 누빈 노경원. 누구보다 치열하게 20대를 보냈던 그녀는 현재 플로리다에 거주하면서 승무원으로서의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스무 살 때부터의 여행기를 정리하고, 압축하고, 삭제하고, 더듬어가는 과정이라서 였을까요. 지나간 세월만큼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마침표를 찍고 나니 시원섭섭해요. 몇 번이나 재독을 하고 수정을 해도 늘 후회라는 감정은 밀물처럼 떠밀려 오기 마련이라, 그저 지금은 예쁜 책을 한 권 더 선물 받을 수 있다는 충만함과 감사함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부끄럽고 조악하고 미숙하기 그지 없는 글이지만, 그래도 제 여행기를 이렇게 책으로 남길 수 있다는 기적을 행운으로 여기면서 말이에요. 혹시나 책을 기다려주신 분들께도 부디 밉지 않은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런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회색빛 도시


여행통장에 얼마나 진지해질 수 있었는가

『그럼에도 여행』은 전작 『늦지 않았어 지금 시작해』와는 다른 색깔의 책인데요. 첫 책과는 다른 감회가 있을 것 같아요.

『늦지 않았어 지금 시작해』가 세상에 나왔을 때는 무척 시원섭섭했어요. 그때는 마치 ‘대학 생활’이라는 추억을 기억의 서랍 속에 조심스레 넣어두는 기분이었거든요. 돌이켜보면 그건 ‘아, 이제 정말 끝이구나.’ 하는 아쉬움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마침표를 찍는 후련함의 이면에는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같은 것들이 존재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출판하게 된 『그럼에도 여행』에는 그런 두려움이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단어, 문장, 표현, 원고의 내용 등 실질적인 부분들에 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원고의 마지막 문장을 쓰는 순간, 왠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두근거림이 더 크게 들려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제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게 다가와요.

왜 ‘그럼에도’ 여행일까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했던 여행이 대다수였거든요. 좀 더 큰 의미로 본다면 수많은 내면의 두려움들을 이겨내야만 했던 여정이었다고 할까요. 아마도 ‘만약에‘와 물음표가 끊이지 않는 위태롭고 혼란스러운 종류의 불안이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제 선택은 떠남이었기 때문에, 그 고민의 과정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책 제목을 선택하고 싶었어요.

여행통장을 ‘꿈을 위한 저축’이라고 표현했어요. 학생이 여행만을 위해 통장을 만들고 저금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을 텐데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일종의 ‘다짐’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과의 약속처럼요. 그때의 저는 필사적으로 ‘어떤 계기’를 찾고 있었거든요. 여행을 향해서 점점 더 고조되는 그 뜨거운 감정을 가시적인 무언가에 담아내고 싶기도 했고요. 입금할 돈이 없어도 적어도 2주일에 한 번씩은 꼭 잔액을 체크하면서 전반적인 흐름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여행, 그리고 그 꿈을 실현시켜줄 여행통장에 얼마나 진지해질 수 있었는가.’ 였던 것 같아요.

여행의 우선순위는 항상 ‘걷기’ 였다고요. 걷는 여행이 왜 매력적인가요?

걷는다는 행위 속에서 느껴지는 속도감과 자유로움이 좋아요. 버스를 타면 너무 빨리 지나쳐버리는 길거리 풍경들도 걷다 보면 느긋하게 즐길 수 있잖아요. 어디를 갈지, 얼마나 갈지, 어떤 속도로 갈지, 멈춰 설지 다시 걸을지 등등의 선택도 온전히 내 자신에게 귀속되어 있어서, 그 자유로움에서 오는 경쾌함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계획대로 하지 않아, 더욱 의미 있었던 여행도 있었을 것 같아요.

사실 ‘계획대로 하지 않았다’기보다는,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몇 개 있어요. 아무리 꼼꼼하게 체크해도 결국 인생이라는 추는 바람에 이리저리 휘둘리기 마련인 건지, 꼭 하나 둘 해프닝이 생기곤 했거든요. 예컨대 출국을 거절당했던 타이베이 여행, 성이 사라져 버렸던 히메지 여행 등이 그런 경우였다고 생각해요. 물론 예상과는 전혀 다른 현실과 마주하다 보면 아쉬움도 남고, 후회도 남기 마련이지만 신기하게도 그와 상응하는 잊지 못할 추억이나 교훈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대 청춘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여행지를 꼽는다면?

글쎄요. 단 몇 개의 여행지만을 골라서 ‘베스트’라고 명하기가 어렵네요. 하지만 굳이 꼽자면, 교통이 편리한 곳으로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운전 면허가 있고 금전적인 여유가 있다면 차를 렌트해서 여행을 다닐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럴 수 없는 20대들이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때문에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이동에 제약이 없는 런던, 뉴욕, 파리, 도쿄 등을 추천하고 싶어요.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상황이 허락하지 않아 여행을 떠나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결국 자신에게 맞는 그 ‘상황’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돈이 생기면 떠나자’라고 다짐할 수도 있고, ‘휴가 때 떠나자’하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각자 짊어지고 있는 삶과 고민의 무게는 천차만별로 다르기 때문에,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자신만의 기준과 목표와 가치를 정립하고 다듬어나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내가 여행하고 싶은 곳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 것도 분명 필요했다. 나아가 아무리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곳, 갈 수 없는 때, 갈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한다는 것도 납득해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그저 ‘나중에’, ‘다음에’라는 흐린 말들만으로 점철된 삶을 살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나는 가고 싶은 곳이 생기고, 시간적 여유가 되며, 금전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세 가지 조건이 전부 다 충족될 때 여행을 떠나자고 생각했다.”


리스본, 그림같은 리스본의 전경. 그날의 따스한 햇살이 사진에서도 묻어나오는 것 같다.


내 선택의 기준, 후회할 것 같은가

각 챕터마다 여행, 인생에 대한 명언이 실려 있는데요. 최근 가장 와닿았던 글귀는 무엇인가요?

벨이 말했다고 알려져 있는 짧은 문구에요. “When one door closes, another will open(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힘든 일이 많았을 때, 내 앞의 모든 것이 굳게 닫혀있는 것만 같을 때 큰 위안이 되어주었거든요. 반드시 다른 문이 열릴 것이라는 실낱 같은 믿음이라도 없으면 도저히 삶을 지탱해나갈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왠지 꼭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다른 문구로는 제가 좋아하는 법구경도 있어요. “슬픔이 있으면 기쁨이 있고,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있다. 지나간 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기다리지도 말라. 오직 현재의 한 생각만을 굳게 지켜라. 진실하게 굳세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최선의 길이다." 비슷한 맥락이고 왠지 조금은 처연하지만, 더 현실적이라서 좋아요.

만약 여행 경험이 없었더라면, 지금은 어떤 인생, 어떤 사람이 되었을 것 같나요?

평행 우주가 정말로 존재해서 이 세상에 수많은 ‘내’가 살아간다는 상상을 자주 했어요. 영화 <도니 다코>처럼 미래와 과거가 만나기도 하고, 현재와 미래가 바뀌기도 하면서 결국 그 시간의 흐름들이 모호해지는 그런 기묘하면서도 환상적인 이야기를 동경하기도 했지요. 이 세상 어딘가에는, 혹은 이 지구 어딘가에는 다른 선택을 한 제 자신(들)이 또 살고 있지 않을까 하고 늘 생각했거든요. 직접 만나볼 수는 없겠지만 개중에는 학창 시절 정말 좋아했던 남자친구와 결혼을 한 자신도 있고, 독신으로 살면서 열심히 일하는 자신도 있고, 교수가 되어 연구에 전념하는 자신도 있고, 안타깝게 사고로 죽고 만 자신도 있어요. 결국 그 모든 자신들은 선택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으로 영원히 남아있기에, 그런 상상을 할 때마다 지금 내가 내리는 결정 하나하나가 굉장히 묵직하고 무겁게 느껴지기도 해요. 사실 죽음은 어떤 예고도 없이 찾아올 테니 열외지만요. 어쨌든 여행을 다니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수천, 수만 가지도 넘는 그 미래의 가능성들 중에서 하나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그와 동시에 여행을 다니고, 국제 결혼을 해서 미국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자신을 꿈꾸며 동경했겠지요.

10대 청소년들의 학습 멘토로 활동했고, 지금은 20대들에게 많은 공감을 주고 있어요. 살아가면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 선택의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단 하나의 기준은 ‘후회할 것 같은가?’였어요. 책에서도 적었지만 제 삶은 사실 여행이든 삶이든 모두 불규칙적이고 가변적이고 즉흥적인 것뿐이라서 그 어디에도 규칙성이나 정립된 수식 같은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불완전한 삶의 순간 속에서도 등대처럼 꼿꼿하게 서 있는 규칙 같은 건 발견할 수 있었거든요. 마치 우주라는 카오스 안에서도 행성의 궤도나 공전 같은 코스모스가 존재하는 것처럼요. 제게는 결국 그 기준이 바로 ‘후회의 정도’ 였다고 생각해요.



베이징, 만리장성은 산 위라 무척이나 추웠지만 또 그만큼 행복했다.
어린 시절에 꿈꿔왔던 공간에 내 두 발로 서 있을 수 있다는 희열도.


미래의 방향키를 단단히 붙잡고 조절하는 중

플로리다의 일상은 어떤가요?

예뻐요. 그리고 따뜻해요. 겨울이 사라져서 처음 1년은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한 겨울이 무척 좋습니다. 하늘과 바다는 시릴 만큼 푸르고, 사람들은 여유로워요. 하지만 삶은 결국 롤러코스터처럼 제 인생을 바닥으로 던져버리다가도, 다시 최고조로 상승시키는 걸 반복하기 때문에 이 평화로운 시간들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느 순간 눈코 뜰새 없이 바빠질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지금은 그저 몇 년 만에 맞이하는 긴 하루하루에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답니다.

3월 말부터 승무원 교육을 받는다고요. 승무원은 어떻게 지원하게 되셨나요?

승무원이 되고자 하는 꿈을 오랫동안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저 한국에 자주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직업에 대해서 하나 둘 알아가게 되었던 것 같아요. 여행을 하면서 자주 비행기를 타다 보니 대략적으로 어떤 느낌일 거라고는 테두리는 그려 나갈 수 있었지만, 안에 넣을 수 있는 지식은 전무한 상태였거든요. 게다가 내가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마지막에 남는 사람이 되어서, CJO(Current Job Offer)를 받게 될 거라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아무렴 어때’하는 생각으로 이곳 저곳 이력서를 넣어본 게 시발점이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합격을 하고 트레이닝 초대는 받았다고는 해도, 결국에는 수습기간, 스케줄 조정, 베이스 시티, 연봉, 근로 환경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민해보고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지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새로운 가족이 생겼기 때문에 더 많은 대화도 필요할 것 같고요. 나아가 ‘다른 방향의 미래’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진지하게 제 미래의 방향키를 단단히 붙잡은 채 조절하고 있답니다.

올해 여행 계획은 세우셨나요?

여름에 미국을 종단해 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운전 면허를 딴 지 이제 1년이 채 안돼서 횡단까지는 아직 무리고, 종단이라고 해도 플로리다에서 뉴욕까지만 생각하고 있어요. 애틀랜타, 신시내티, 필라델피아 등 중간중간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들려볼 생각이고요.

다독가로도 유명하신데요. 최근 인상 깊게 읽은 책이 궁금합니다.

김영갑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 크리스토퍼 듀드니의 『세상의 혼』, Blaine Harden의 『Escape From Camp 14』,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인상 깊게 읽었어요. 4권 책 모두 감동과 환희와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이었어요. 특히 『그 섬에 내가 있었네』는 책을 읽는 내내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앞으로의 인생 계획을 물어봐도 될까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을 쫓는 모험』에 이런 대화가 나와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지?”
“제대로 말할 수가 없어.”
“진짜 말하고 싶은 건 제대로 말할 수 없는 법인 가봐.”
‘앞으로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다른 이에게 툭 던지는 조언’만큼이나 두렵고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아무리 다듬고 정리해도 도저히 글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막연함과 아득함이 존재하고, 내가 지금 적고 있는 글에 대한 선명한 책임감도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막상 내일 하루조차도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데, 미래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10년 정도가 흐르고 서른 중반에 접어들어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분야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게 아니라서,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범인에 가깝다 보니) 내게 주어진 한정된 삶 자체가 그 해답에 대해서 하나 둘씩 알아가는, 길고 긴 여정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뿐입니다. 너무 추상적이라서 눈살이 찌푸려질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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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여행노경원 저 | 시드페이퍼(seed paper)
『그럼에도 여행』 은 전작에서 다뤘던 여행 파트를 기본으로 하여 더욱 가깝고 심도 있게 접근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열망만 가득하고 무엇 하나 이뤄놓은 것도, 이룰 수도 없었던 평범한 10대에서, 방황을 마치고 혼자 힘으로 12개국을 여행하며 세계 곳곳에 청춘의 발자국을 찍는 20대가 되기까지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완벽하게 성공한 어른들의 이야기가 아닌, 여전히 나아가고 있는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청춘의 특권으로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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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
-밤삼킨별 김효정 “좋아하는 일에 오랫동안 기웃거리다 보면”
-플라멩코를 배우러 10년 만에 스페인으로 떠난 여인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섹스 칼럼니스트 현정, 교육적인 책인데 19세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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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에 이어 두 번째로 낸 책이 『나를 만져요』인데요. 전자책으로만 『나를 만져요』를 출판한 이유가 있나요?

 

웅진출판사에서 ‘달밤’이라는 전자책 브랜드를 내면서 나온 첫 번째 책입니다. 제가 쓴 첫 번째 책이 종이책으로도 나왔지만 전자책도 많이 팔렸다고 하더라고요. 전자책으로 다루면 괜찮을 소재라 새로운 시도를 해 봤어요. 그렇다고, 종이책을 안 내겠다는 건 아니고요. 반응이 좋으면 종이책으로도 낼 거예요.

 

이전에 낸 책과 이번에 낸 책의 묘사 수위가 비슷한데요. 전작은 안 그랬지만 『나를 만져요』는 19세 등급을 받았습니다.

 

다소 아쉽습니다. 쓴 책 2권 모두 교육적이에요. 청소년, 젊은 친구들이 알아야 하는 내용인데요. 어떤 이유에서 19세 판정을 받았는지 잘 모릅니다만, 출판사로부터 19세 등급을 받았다고 들었을 때는 대한민국에서 섹스칼럼니스트의 입지가 좁구나 싶었습니다. 차라리 소설을 쓸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비도덕적이고 외설적인 장면이 등장하는 소설도 많은데, 그 작품들이 다 19세 등급을 받지는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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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에 섹스 칼럼니스트가 되겠다는 결정을 했잖아요. 계기가 있었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섹스앤더시티’를 즐겨보다 보니 캐리 브래드쇼처럼 연애에 관해서 글을 써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연애할 때 일기를 쓰잖아요. 개인 블로그에 글을 썼는데 그때 반응이 좋았어요. 특히 이별했을 때 쓴 글에 공감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렇게 블로그를 운영하다, 칼럼을 쓰자는 제안을 받게 되었지요. 그렇게 매주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책을 내보자는 제안이 왔어요. 제가 특출나게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은 해본 적은 없어요. 성실함을 보고 그런 제안해주셨다고 생각해요. 빛나는 재능보다는 성실함이 기회를 만든 것이 아닐까 싶어요.

 

‘현정’으로 이름을 사용하잖아요. 보통 여성주의자들이 성을 빼고 이름만 쓰곤 하는데요.

 

정치적 의미로 쓰는 건 아닙니다. 본명이 너무 흔하디 흔한 이름이라서요. 차별화된 이름을 쓰고 싶었는데 가명이나 필명을 쓰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섹스라는 소재를 쓰며, 가명이나 필명을 쓰면 숨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래서 '현정'이라고 성만 뺀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즐겁게 섹스를 할 수 있는지에 관해 책 2권을 썼습니다. 성에 관한 담론이 활발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섹스를 할 만한 환경이 구축되지 않은 문제도 있는 듯해요. 성욕이 왕성한 젊은이들에게는 공간이 없잖아요. 집값이 비싸니까요. 그렇다고 섣불리 독립하거나 계속 모텔을 전전할 수도 없고요. 돈을 벌기 시작하고부터는 생업 활동에 바쁘잖아요. 결혼하고 자식을 낳은 뒤에는 양육에 힘을 쏟고요.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 즈음 성에 관한 담론이 활발하게 쏟아지는 것 같아 보였죠. 하지만 자유로운 섹스 그 이상을 넘어선 삶의 자세로써 섹스를 다루는 것까지는 오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한국사회가 여러모로 경직되어 있는 탓이겠죠. 다들 남들과 다른 속도, 다른 방향으로 사는 걸 두려워합니다. 저도 완벽하게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죠. 하지만 섹스를 소재로 글을 쓰면서 하면 되는 것이니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섹스도, 연애도, 관계도 모두 공부가 필요하고 그 바탕에는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더군요. 생의 목표가 잘못 되어있다면 섹스를 즐길 수 없는 게 당연하겠죠. 획일화된 삶의 자세로는 늘 남들과 비교만 하고 후회하다 끝나겠죠.

 

계층양극화는 섹스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사회에서 섹스를 해도 무방하다고 용인된 20대에 삶을 꾸려나가기가 버거워 연애를 포기하고 섹스리스를 견디는 젊은이들이 많죠. 섹스가 음란한 행위라도 되는 듯 금기시하기에 생기는 10대의 성문제와는 또 다른 문제죠. 그런데 섹스하지 않는 삶에 대해 더 잘 살기 위해서 욕망을 억누르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든지, 우선순위가 아닌 문제로 취급한다면 분명히 사회적 문제가 될 거라 생각해요. 누구나 사랑을 받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긍정 받고 싶어합니다. 섹스야말로 사랑과 긍정을 느낄 수 있는 행위이고 그런 섹스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행복해지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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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가끔 상담 내용을 공개하잖아요. 상담 내용 중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궁금합니다.

 

헤어졌는데도 관계를 쉽게 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많은 사람이 물어봐요. 결별을 인정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다른 사람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할 용기가 안 생기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끝난 관계를 더 꽉 쥐려고 합니다. 하지만 모래를 꽉 쥐면 쥘수록 모래가 빨리 빠져나가잖아요. 그럴 때는 놓아야죠. 손바닥을 벌리면 새로운 모래를 올릴 수 있듯, 끝난 관계는 놓고 정리하라고 조언해요.

 

유독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나요.

 

기억에 남는다기보다는 변하는 풍토를 느껴요. 상담을 4년 가까이 했는데요. 초반에는 원나잇에 관한 상담은 주로 20대 후반으로부터 받았는데요. 요즘은 그 연령대가 많이 낮아져서 20대 초반이 그런 질문을 많이 해요. 연애를 하지 않고, 성생활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죠. 일반화해서 받아들이는 건 무리가 있겠으나, 요즘 소위 말하는 사랑은 여러모로 가치가 옅어진 느낌입니다. 사랑은 헌신이나 배려가 일부 필요한 활동인데 그런 건 싫고 쾌락만 추구하고 싶은 거겠죠. 연애하며 감정을 소모하는 것도 겁을 냅니다. 상처받는 걸 극도로 두려워하는 인상을 받아요. 발끝만 살짝 담가보려는 것 같아요. 연애는 단지 좋기만 한 행위가 아닙니다. 서로 낯선 두 사람이 만나 합일을 이뤄나가는 과정인데 고통이 뒤따라는 게 당연하죠. 아플 수 있어요. 물론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런 말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누군가는 그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고 망가질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연애나 사랑은 성장동력을 얻고 자아성찰을 하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두 발을 모두 담그고 모험을 떠나보길 바랍니다.

 

섹스가 몸으로 하는 행위잖아요. 그러다 보니 성담론을 주도하는 게 의학이죠. 이런 쪽으로 따로 공부하시나요?

 

생물학적인 섹스가 아니라 감정적인 섹스를 주제로 쓰는지라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정보를 습득하는 정도입니다. 궁금한 게 생기면 저도 찾아보고 의사선생님을 만나면 물어보곤 하죠. 생리학적인 질문이 오면, 전문가를 찾아 가도록 조언합니다. 어설프게 제가 조언을 했다가 잘못되면 안 되잖아요.

 

상담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권위가 필요할 것도 같은데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저 다정한 두 귀를 가진 사람입니다, 스스로를 상담사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다만 이 분야가 워낙 누군가에게 터놓기 힘든 사적인 영역이다 보니 차라리 누군지도 모르는 저에게 털어놓는 게 편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상담 메일을 보내고 거기에 답변하다 보니 상담을 시작하게 된 것이죠. 지금까지 제가 써 온 글이 경험을 화려하게 뽐낸다거나 훈장질을 하고 있진 않습니다. 저와 제 주변의 실수와 실패를 기록하고 있죠. 담담하고 솔직하게 공감 가능하면서도 여성들이 읽기에 감성적이고 남자들이 읽기에도 충분히 감각적이기에 제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해주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특별히 더 나은 사람이거나 더 많이 배우고 알아서 이런 일을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20대에 몰랐던 걸 지금은 30대이니 아는 거죠. 물론 경험을 했다고 알게 되는 건 아닙니다. 저는 어떤 관계든 치열하게 고민했고, 입은 상처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직면하려고 했답니다. 그래서 이제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도 잘못되거나 틀리지 않게 된 것이죠. 뭐 다시 실수하게 되더라도 반성하고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사실 제가 받는 상담 사연 대부분이 엄청난 장문이에요.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의 상황이 정리가 되잖아요.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생겨요.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도 그 글 속에 이미 답을 가지고 있어요. 그저 제게 "이게 맞는 거죠?" 하고 물어볼 뿐이죠. 그러면 저는 공감하고 다독여주고 그 결정에 대해 용기를 북돋아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주로 어떤 책을 읽나요? 추천할 만한 책이 있다면요.

 

제게 책 읽기는 휴식 같은 거라 말랑한 책을 주로 봐요. 제가 좋아하는 책은 아니 에르노가 쓴 『단순한 열정』입니다. 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글쓰기를 하는 작가입니다. 그 책은 어떻게 보면 외설적이라 할지도 모르지만 진짜 깊은 사랑을 해본 여성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차 있어요. 그리고 실비아 플러스가 쓴 『벨자』를 추천합니다. 문장이 날이 선 듯 예민하고 우울해서 읽어 나가는 게 괴로울지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호물밭의 파수꾼』, 『위대한 개츠비』가 남자들이 많이 읽는 성장소설이라면 여성을 위한 성장소설은 『벨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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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섹스란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이 제일 어려운 건데 말이죠. 섹스는 사랑 받고 사랑하고 싶은 욕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에게 섹스는 생식차원을 뛰어 넘은 문제가 되었습니다. ‘섹스가 무엇이다’라는 질문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차라리 좋은 섹스가 무엇인지 스스로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섹스는 저의 첫 번째 책 『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이나 이번에 새로 나온 『나를 만져요』를 통해서 답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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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소설가, 옌롄커에게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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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쓴 소설은 현실과 불화하기로 유명하다. 근작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마오의 사상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출간과 동시에 판금조치와 함께 전량 회수되었다. 『딩씨 마을의 꿈』은 AIDS에 집단 감염된 한 마을을 다루면서 중국의 모순을 풍자했다. 근작인 『사서』에서도 그의 펜이 향한 곳은 부조리한 구조였는데, 중국에서는 금기인 문화혁명이 그 대상이었다.

 

이번에 한국에 소개되는 『풍아송』도 마찬가지다. 중국 지식계와 지식인의 모습을 비꼰 탓에 출간과 함께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풍아송』은 촉망받던 고전학자가 부조리한 구조 탓에 타락해가는 모습을 담았다. 600쪽에 조금 못 미치는 긴 분량인 만큼, 소설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대학 내 정치의 문제, 학문에서조차 고전이 외면 받고 대중문화가 환영 받는 세태, 도시의 욕망을 흉내내는 농촌, 그밖에도 다양한 소재가 이야기 속에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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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학은 봄 학기 개강 시즌입니다. 이와 관련해 대학 얘기로 서문을 열어볼까요. 이 책의 주요한 테마는 ‘나의 시골과 대학’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셨지요. 『시경』과 대학, 어쩌면 양커 교수의 텅 빈 강의실처럼 고전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오늘날 대학은 어떤 곳일까요.

 

『시경』은 중국 최초의 시가집으로서 중국 최초의 시들이 보존되어 있는 책입니다. 중국 문학과 문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대학은 교육이 가장 먼저 실현된 곳으로 문과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대학교육은 『시경』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풍아송』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교육 그 차제이자 중국 문화의 뿌리입니다. ‘나의 시골과 대학’이라고 말했던 것은 문학이든 교육이든, 아니면 ‘대지’든 간에 모두 ‘나의 것’, 나 개인만의 독특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것들에 근거한 모든 인식이 타인의 것이 아닌 나 자신의 것이라는 뜻이지요. 이 소설에서 『시경』의 상실 혹은 『시경』이 설 수 있는 자리의 상실을 쓴 것은 교육과 문화의 뿌리의 단절 즉, 중국의 현실과 전통문화의 단절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양커 교수의 텅 빈 강의실은 중국 문화에 대한 현대화의 대항할 수 없는, 홍수 같은 충격을 상징합니다.

 

이 소설은 ‘귀향’에 대한 염원‘에서 나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원래 이 책의 제목도 ‘귀향’이었지요. 『풍아송』에서도, 『물처럼 단단하게』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바러우, 즉 ‘고향’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 작품의 원래 제목은 『집으로 돌아가다』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집은 감정적 의미에서의 ‘고향’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철학적 의미에서 ‘집이 없이’ 떠돌아다니는 정신의 상태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귀향은 ‘바러우산맥’이라는 문학적 지리공간과 무관합니다. ‘바러우산맥’은 모옌의 ‘둥베이향’처럼 저의 문학적 지리지의 세계입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기’는 ‘집이 없음’에 대한 감정적, 철학적 추구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나중에는 작품 제목을 『풍아송』으로 바꿨습니다. 첫째는 이런 제목이 소설의 문체에 있어서 더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지식인 분위기에 더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풍아’는 중국문화에서 거의 지식인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한국 독자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이 제목을 그대로 유지해주신 ‘문학동네’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독자들께서도 『풍아송』의 열독을 통해 중국의 지식인과 『시경』 풍아송의 시편들, 그리고 중국의 현실 속에서의 ‘풍아’가 보여주는 미묘한 연관성을 이해하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문화대혁명 이후 현재도 상산하향 즉, 하방운동과 관련된 지식인들의 귀향 소식을 종종 접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소설에서 양커 교수는 고향으로 도피하다시피 내려갑니다. 현재 중국 지식인들이 생각하는 하방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이 책에서 말하는 ‘귀향’과 문화대혁명 시기의 ‘하방’이나 ‘하향’은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풍아송』에서의 ‘귀향’은 정신적이고 도피적이지만 스스로 선택한 것입니다. 하지만 문혁 시기 ‘지식청년들의 하향’과 1957년에 있었던 지식인들의 대규모 ‘하방’은 혁명이자 징벌이었지요. 문혁 시기에 도시에서 이루어진 청년들의 상산하향은 일종의 ‘붉은 혁명’이었습니다. 혁명이라는 명예로운 이름으로 취업의 어려운 현실을 해결하려 했던 것이지요. 또한 1957년의 ‘반우파투쟁’과 ‘하방’은 혁명의 이름으로 지식인들을 ‘적’이나 개조의 대상으로 취급했던 운동입니다. 전자는 문학작품에서 종종 지식인들의 정신적 쇠퇴로 묘사되고, 후자는 순수하게 혁명과 피혁명의 현실적 재난으로 묘사되곤 하지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 책 출간 당시 벌떼 같은 쟁론에 휩싸였다고 했습니다. 그때 당시의 상황이 좀더 궁금합니다. 일각에서는 ‘베이징 대학’을 겨냥했다는 비난도 있었지요.

 

맞는 말씀입니다. 확실히 그랬지요. 『풍아송』이 출간된 뒤에 발생한 쟁의는 처음과 끝이 없습니다. 이 책이 출간되기 전에, 출판사 여섯 곳을 거치는 동안 모두들 일부 삭제와 개조를 요구했습니다. 저도 기본적으로 삭제와 개조에 동의했지요. 중국에서 출판된 『풍아송』은 사실 부드럽고 연약합니다. 날카로운 부분이 전혀 없지요. 하지만 뜻밖에도 출판되자마자 엄청난 풍파를 몰고 왔습니다. 어떤 사람은 베이징대학을 겨냥해서 썼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이것이 심각한 모욕으로서 중국 지식인들의 이미지를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지요. 이 모든 게 실은 쟁론의 구실에 불과합니다. 진정으로 독자들과 비평가들을 불쾌하게 했던 건 베이징대학이다 아니다가 아니라, 지식인에 대한 비판과 풍자였습니다. 그들은 내 작품이 그들의 존엄을 손상시켰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작품이 갓 발표되었을 때, 저에 대한 적지 않은 비판과 쟁론의 글들이 쏟아졌습니다. 이러한 쟁론과 비판을 통해 저는 아주 분명하게 제가 ‘쟁의의 대상이 되는 작가’라는 점을 체감했습니다. 무엇을 쓰든, 어떻게 타협하고 어떻게 고치든 간에, 저는 항상 특수한 조사와 쟁의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기초하여 적지 않은 글에서 『풍아송』은 ‘나 자신의 나약함’을 쓴 ‘나 자신의 정신적 자서전’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머리에 오줌을 갈기는 말이었지요. 이렇게라도 해서 저에 대한 쟁론을 줄이고 사람들이 저에 대한 쟁론을 위해 인터넷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모두들 마음을 가라앉히고 저의 작품을 새롭게 읽으면서 점차 『풍아송』과 중국 지식인 사이의 내재적 연관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내친 김에 한 가지 더 밝히자면, 한국에서 출판된 『풍아송』은 타이완본을 가지고 번역한 것입니다. 덕분에 한국 독자들께서는 “저의 완전한 『풍아송』”을 읽으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천쓰허가 말한 ‘괴탄’ 사실주의, 또는 이 책의 한 띠지에서는 ‘황탄현실주의의 대사 옌롄커’라는 표현도 있던데요. 흔히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마술적 리얼리즘과 비견하거나 부조리 문학과 비교하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이런 견해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저의 소설이 부조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의 부조리는 카프카의 부조리와 다르고 남미의 마술적 풍격과도 다릅니다. 독자와 비평가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창의성이 없이 이론에 의지하여 저의 작품을 평가한 표현에 지나지 않습니다. 천스허 교수의 ‘괴탄현실주의’라는 표현은 수용합니다. 하지만 이를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뭉뚱그리는 것은 곤란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나중에 ‘신실주의’라는 용어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풍아송』의 부조리와 괴탄은 사실 제가 말하는 ‘신실주의’와 다름없습니다.

 

이 작품 『풍아송』에서 한 축의 긴장은 『시경』의 체제를 변주했다는 점일 텐데요. 이 고전을 읽지 않고도 재밌게 읽히는데, 왜 이 형식을 차용한 건지, 내용과의 연관성에 대해 좀더 듣고 싶습니다.

 

제가 보기에 대부분의 경우 소설은 ‘무엇을 쓰는가’보다 ‘어떻게 쓰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날 한 작가가 ‘무엇을 쓸 것인가’만 고려하고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는 분명 훌륭한 작가가 아닐 겁니다. 이러한 문학관에 기초하여 저의 거의 모든 소설작품은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문제에 천착하고 있습니다. 『풍아송』을 『시경』의 문체와 구조와 결합시키지 않았다면, 절반의 의미를 잃었을 겁니다. 게다가 소설의 주인공 역시 『시경』을 연구하는 교수지요. 이 때문에 『시경』을 이용해 『풍아송』의 틀을 구성한 건 물이 흘러 도랑을 이루듯 대단히 자연스런 일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어떤 의미에서는, 이 소설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이 이야기나 인물이 아니라, 바로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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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 주인공 양커 교수는 아주 수동적이고 무기력해 보입니다. 첫 장면만 하더라도, 아내와 부총장 리광즈의 불륜 현장에서 뜻밖에도 무릎을 꿇지 않습니까. 직접적으로 투쟁하고 싸우는 인물 대신 이런 인물을 중심인물로 내세운 이유가 궁금합니다.

 

양커는 대단히 소설적이 인물이지요. 그를 이러한 디테일로 표현한 건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울러 이런 독특한 성격을 돌출시킴으로써 독자들에게서 분노와 동정, 조소와 가련함의 정서를 유도하고자 했지요. 하지만 지식인으로서의 양커를 바라보면, 그와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히려 중국의 모든 지식인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비판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가정과 사랑, 사회와 역사, 그리고 현실에 대한 포기가, 바로 오늘날 중국 지식인들의 가장 두드러진 병폐이지요. 권력과 물질적 이익에 대한 두려움과 탐욕, 아부가 중국 지식인들의 일상적인 행태가 되어버렸습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셈이지요. 이런 문제들을 문학에 구체화하기 위해 형상화한 것이 바로 양커라는 인물입니다. 이 소설이 많은 사람들을 불쾌하게 하고 쟁론을 유발하게 된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지요.

 

선생님의 작품에서 주로 ‘정치-혁명’와 ‘성-해방’이 아주 큰 작품 테마입니다. 여성을 중심인물로 내세운 작품이 있는지요? 또는 선생님 작품에서 여성은 어떤 역할을 할까요?

 

저는 『물처럼 단단하게』에 나오는 샤홍메이가 가장 중심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발표한 『작열지(炸裂志)』의 주인공 주잉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절대 중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여전히 남성입니다. 중국은 남성이 중심이 되는 세계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최근에 저는 줄곧 어떻게 하면 문학작품 속에 더 많은 여성들을 더 잘 묘사해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질문을 해주신 데 대해 특별히 감사의 뜻을 밝히고 싶습니다.

  

2008년 채널예스 인터뷰에서 문학을 하게 된 계기를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어느 나라든 가난한 작가지망생은 생활을 위해 돈을 벌다보면 노동에 지쳐 글쓰기와 점점 멀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28년간의 군인 복무와 작가 생활 사이에 어떤 긴장이나 상호보완성 같은 게 있었을까요?

 

이건 아주 복잡한 문제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업무관계에 있어서는 군대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전업작가’ 제도가 있습니다. 이런 제도하에서 저는 전업작가로서 상당히 특별한 보수와 주거, 의료 혜택을 누렸지요. 이런 게 저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해주면서 글쓰기에 전념할 수 있게 해줬어요. 이건 좋은 면이고, 안 좋은 면도 있습니다. 생각과 정신이 군대의 체제 및 사상과는 대립되는 것이지요. 군대는 제가 ‘혁명’과 ‘주선율’, ‘애국주의’를 쓰기를 원했지만, 이것이야말로 제가 가장 의심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회의하는’ 마음으로 세계를 바라보는데, 군대와 사회는 세계의 모든 것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것을 요구했지요. 바로 여기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겁니다. 제가 결국 군대를 떠난 것도 이런 갈등을 조절하거나 용인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쓴 『레닌의 키스(受活)』라는 작품은 오늘날의 중국에 대한 회의로 가득차 있습니다. 군대와 체제에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지요. 이리하여 저는 군대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한 것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군대에 감사하고, 저의 운명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28년 동안의 군대생활과 그 단련이 없었다면 오늘날 저의 문학과 글쓰기도 없었을 겁니다.


⇒ 채널예스 인터뷰 보기

 

많은 작품이 외국에 소개되었고, 세계 여러 곳에서 강연도 하시고 계십니다. 곧 문학창작론 관련한 책이 나온다고 하여 기대가 큽니다. 각 나라별로 반응하는 독자들의 지점도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작가님의 작품이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어디인가요? 기억나는 독자의 질문이 있다면요?

 

최근 몇 년 동안 외국 여행이 많아졌습니다. 이것이 저의 글쓰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도처에서 강연을 하다 보니 저의 글쓰기 정력이 분산된 면도 없지 않지요. 최근에 저는 작년에 미국의 10개 대학에서 가졌던 강연의 권고를 정리하여 『침묵의 숨결―내가 경험한 중국과 문학』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이 책에서 저는 글쓰기에 대한 저의 사유를 총결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출간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아주 대담하게 객관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와유(臥遊)와 강연을 줄이고 이 모든 경험을 저의 글쓰기로 되돌리려 합니다.

 

번역과 관련하여 말씀드리자면, 제 작품은 20여 종의 언어로 번역되어 약 25개 국가에서 출판되었습니다. 국외에서 출간된 판본이 70종 가까이 되지요. 하지만 이것이 어떤 성공이나 문학적 가치를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한 작가의 문학적 가치는 시간이 증명하는 것이지, 번역본의 수량과 세계적인 영향력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번역으로 따지자면 아시아 작가 가운데 무라카미 하루키가 최고 아닐까요? 그보다 성공적인 작가가 어디 있겠습니까? 저의 작품이 가장 큰 환영을 받고 있고 저의 작품을 가장 잘 이해하는 나라는 프랑스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에서 출판된 제 작품은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7, 8권 정도입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시장이 더 좋고 제 작품을 받아들이는 독자들이 훨씬 많습니다. 예컨대 한국에서도 곧 출간될 『연월일』은 프랑스 중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고, 『레닌의 키스』는 분량이 많고 이야기와 플롯이 매우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번역상을 수상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5년 동안 매년 2천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지요. 또한 『사서』는 프랑스 페미나문학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중국에서는 ‘민감성’ 때문에 출판되지 못한 이 책이 프랑스에서는 거의 모든 독자와 매체, 연구자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지요. 게다가 심의 주요 대상도 소설의 내용이 아니라 예술성과 창의성이었습니다. 또한 이 소설은 영국의 맨부커상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물론 번역, 출간되어 큰 환영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20년 넘게 작품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20년 동안 작가로서, 작품을 쓰면서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크게 세 가지 변화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원래 저의 글쓰기는 대단히 사실주의적이었습니다. 완전히 리얼리즘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갈수록 글쓰기가 복잡해졌습니다. 부조리와 모던, 포스트모던, 마술적 리얼리즘, 유머, 꿈 등 다양한 요소와 기법을 구사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모든 주의와 형식으로부터 벗어났습니다. 저 스스로 느끼기에는 아주 뚜렷한 ‘신실주의’의 방향과 실천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쓰고 어떻게 쓸 것인지 좀더 확실히 의식하고 있는 셈이지요. 둘째, 더이상 출판이 안 되더라도 문학을 위한 글쓰기를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이것이 그리 큰 일이 아니겠지요. 하지만 중국에서는 ‘자유로운 글쓰기’라는 게 아주 긴 과정과 작지 않은 희생을 거쳐서 간신히 얻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셋째, 저는 자신을 소설가라고만 생각지 않습니다. 최대한 ‘지식인’으로서의 사유와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설사 지식인이라는 이름이 제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 해도 말이지요.

 

작가님은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글쓰기로 유명합니다. 작가 중에는 시대가 변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비판과 저항보다는 인류애라든지 조화와 공동체를 강조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옌롄커 작가님은 어떤 작품을 쓰실지,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작가-지식인이 지켜내야 할 가장 큰 소명이 있다면, 그것에 관해서도 말씀해 주십시오.

 

한 마디로 말해서 모든 것을 회의(懷疑)하는 것입니다. 과감하게 의문을 던지는 것, 이것이 지식인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비판적인 글쓰기 자세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영원히 관심을 갖는 것은 중국의 현실과 그 현실 속에서 사는 가장 연약한 사람들이거든요.

 

이 책에 이어 곧 나오게 될 『레닌의 키스』 출간에 대해 잠깐 한국 독자에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현재 『레닌의 키스』는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번역본이 출간되었습니다. 각국 독자들이 무척 좋아하면서 작품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지요. 이 책이 최대한 빨리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 작품이 저의 글쓰기에 있어서 대표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중국의 현실에 대한 회의이자 관심으로서 소설의 상상과 창의성, 언어와 구조 등이 전부 『풍아송』과 완전히 다릅니다. 한 마디로 이 소설을 설명하라고 한다면, 그 사상에 있어서 유토피아로 인류의 유토피아를 해체했다가 다시 재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토피아가 인류에게 가져다준 재난과 곤경을 묘사하는 동시에 유토피아에 대한 인류의 의존성과 불가피성을 말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게다가 예술적 측면에서도 상상과 서사가 대단히 개인화되어 있고 심지어 배타성까지 지니고 있지요. 이 소설을 읽어보면, 이런 스토리텔링 방법 외에는 『레닌의 키스』 이야기를 더 적합하게 묘사할 수 있는 이야기 방법이 더이상 없을 것이라는 느낌이 드실 겁니다.


※ 번역/사진제공 : 김태성 번역가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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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아송옌롄커 저/김태성 역 | 문학동네
옌롄커의 장편 『풍아송風雅頌』(2008)은 출간 당시 “베이징 대학”을 겨냥했다는 비판과 더불어 대대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언론에서 대서특필하며 ‘중국 당대 문학에서 최초로 지식인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또 한번 ‘중국에서 가장 쟁의가 많은 작가’라는 화제를 불러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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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엄마와 차를 마신 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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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주일에 한 번 티타임을 가져온 가족이 있다. 유년 시절 바쁜 부모님과 주말에만 만날 수 있었던 저자의 가족은 유일하게 주말의 티타임을 통해 가족 간의 사랑과 정을 나눠왔다. 이 책에서는 엄마와 저자(조은아)가 즐긴 30여 가지의 티테이블, 레시피 등이 담겨 있다. 그녀에게 엄마와의 티타임은 단순한 대화의 차원을 넘어선다.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의견 차이를 줄여 나갈 수 있다. 이해, 배려, 신뢰를 만들어주는 것이 모녀의 티타임이다. 『인야의 티 노트』에는 모녀의 티타임 이야기와 더불어 좋은 차란 무엇인지, 차를 어떻게 마시는지 자세히 알려준다. 현재 그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차와 광동식 디저트를 이용한 자신만의 독특한 라세피를 개발하여 카페 ‘인야’를 운영하고 있다. 인야(Yinya)는 음아(飮雅)의 중국식 발음이다. 『인야의 티 노트』저자 조은아를 서면으로 만났다.




티큐레이터로 한국과 중국에서 활동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티큐레이터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미술관의 큐레이터처럼 티큐레이터(Tea Curator)는 차와 관련된 분야에서 제다(차를 만드는 일)에 관한 기술부터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 교육을 합니다. 구입 또는 수집한 차들을 감정하며 그 내용들을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하여 설명할 수 있는 차(茶)에 관한 전문가를 지칭합니다.

특별히 중국차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요?

부모님께서 커피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으셨고 녹차를 여러 잔 마시고 나면 위에 부담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하시면서 중국차 중에 발효차와 청차, 황차 등을 즐겨 드셨습니다. 중국차를 부모님이 이미 20대 후반부터 마셔오셨기 때문에 저나 동생도 어려서부터 중국차를 마시는 것이 당연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일상이 된 것 같습니다. 가끔 제게 어떤 분들은 왜 ‘중국차’에 국한 지어 이야기하는가에 대하여 의문을 갖거나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한국차가 아닌 중국차에 집중을 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한국의 차 문화를 사랑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저는 중국차를 합니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예전에 중국의 한 친구가 저에게 “왜 중국차를 공부한다고 해? 차를 공부한다고 하지”라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순간 ‘앞으로 나는 정확하게 중국차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은 모두 차를 생산하고 차를 마시는 문화가 발달하였습니다. 하지만 같은 모습으로 발전한 것이 아닌 각기 다른 모습으로 각자의 개성을 갖고 독자적으로 발전하였지요. 역사적으로 삼국의 차문화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현대의 차 문화를 살펴보면 이미 각국은 자신만의 독창적 문화를 구축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문화로 승화시켰습니다. 지금은 우리의 차 문화와 중국의 차 문화 그리고 일본의 차 문화가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흔히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요. 한국에 있을 때에는 나라의 구분 없이 차를 마셔왔습니다. 중국에서 공부를 하다보니 저는 오히려 한국의 차 문화가 얼마나 우수한지, 우리의 색을 지켜가며 얼마나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아직 우리의 차 문화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여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지요. 이제는 우리가 우리의 차 문화를 보호하고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의 차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며, 좋은 점이 있다면 받아들이고 약한 부분이 있다면 개선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차 문화는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노선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차도 유럽의 홍차들도 좋아하지만, 그 누구보다 명확하게 이야기합니다. “저는 중국차를 합니다”라고요.



무이암차를 마실 때는 자사호를 선택하는 것이 암차의 향을 부드럽게 해주고 맛에 무게감을 더한다.


한중일, 차 문화가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것 같아요.

삼국의 차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이 차 문화를 어떻게 이야기하는가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똑같이 차를 우리고 마시는 문화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두고 다례(茶禮)라고 하며 일본은 다도(茶道), 중국에서는 다예(茶藝)라고 표현을 하지요. 우리나라가 예(禮)를 기반에 둔 차 문화라 한다면, 일본은 철학적 정신을 바탕에 둔 도(道)를 중시하는 문화입니다. 끝으로 중국은 차 문화를 하나의 예술로 바라보는데, 이러한 이유에서 중국은 다예(茶藝)라고 부릅니다.

20년간 엄마와 티타임을 가지셨는데요. 이걸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아빠가 섭섭해하지는 않았나요?

가족 모두가 차를 좋아해서 차 마시는 것이 하루 일과 중 세수를 하고 밥을 먹는 것처럼 당연한 일상 중 하나라는 것이 우선 그 첫 번째입니다. 그리고 가족이 둘러 앉아 차를 마시는 시간이 기다려질 만큼 그 시간이 저희 가족에겐 큰 기쁨이고 행복이었던 것 같습니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일이나 좋은 일들, 그리고 장래 계획에 관한 그 어떤 이야기도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는 안정된 마음의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늘 좋은 결론과 웃음으로 마무리되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엄마는 티타임을 좋아하셨습니다. 그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엄마와 차를 마시는 시간이 생활의 한 부분이 되었죠. 많은 시간을 아빠와도 사실은 함께 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아빠는 직장을 다니셔야 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시간으로 함께하지 못해 토요일에나 마음 놓고 티타임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아빠는 서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티타임에 자유롭게 동참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오래될수록 쓰고 떫은맛은 없어지고 부드럽고 순한 보이차 티테이블


똑같은 차도 더 맛있게, 분위기 있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물론 차의 품질이나 우리는 시간, 방법 등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교과서 같은 방법들도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차에 대한 좋고 나쁨에 대한 편견 없이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품질이나 향, 또는 맛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좋은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굳이 끄집어 내어 분석하면서 좋다, 나쁘다에 연연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매일매일 맛있는 차를 마시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평소에는 건강하게 웃으며 생활하던 사람이 건강검진을 앞두고 몸의 곳곳이 의심이 가고 아픈 것 같은 마음이 들 수 있듯이 말이죠.

차의 품질은 적어도 세 번은 우려봐야 알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차에 해당되는 것인지요?

사실 이 이야기가 모든 차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침출 속도가 빠르고 침출력이 강한 청차(우롱차)나 흑차의 경우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녹차나 황차, 홍차 등은 정성스럽게 우린 첫 번째 잔만으로도 차의 진가를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녹차, 황차, 청차와 같은 차의 분류가 아닌 차 하나씩을 놓고 본다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책에는 ‘개완’, ‘열문’ 등 다소 어려운 용어가 많이 나오는데요. 차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용어들도 알아야 하나요?

차에 대한 용어를 이해한다면 차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를 반드시 알아야만 차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차를 즐기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점차 시간이 가면서 상대에 대해 알아가게 되는 것처럼 차를 즐기는 것 역시 그러합니다. 우선 차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이렇게 먼저 차와 익숙해진 후 이러한 용어들을 익혀가도 늦지는 않습니다. 차 역시 사실은 우리가 즐겁게 그리고 맛있게 마시면 되는 기호 음료 중 하나니까요.



건과일과 건과류, 차의 맛을 더욱 살리는 다식으로
중국에서는 각종 견과류와 과일 말린 것을 애용한다.


차와 함께 먹으면 좋은, 소위 궁합이 맞는 음식은 뭐가 있을까요?

차의 맛을 돋구는 다식 종류로 견과류, 건과일, 떡(중국에도 다양한 인절미와 설기, 증편 등이 있습니다) 등을 차를 마시는 중간에 약간의 허기가 질 때쯤 먹습니다. 차를 마시며 차 맛을 위해 다식을 일체 먹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중국에서는 차를 마시며 다식을 먹어 줌으로서 위가 보호되기도 하며 오히려 차의 맛이 더 풍부히 느껴지게 된다고 생각하므로 대부분 다식을 챙겨 먹는답니다. 차를 마시며 다식을 먹는 것이 좋으냐, 좋지 않느냐 역시 개인의 취향이니 그 또한 정답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차는 적게는 한두 잔 정도를 마시기도 하지만 몇 시간에 걸쳐 1리터가 넘는 양의 차를 마시기도 합니다. 위와 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꼭 먹는 것이 좋답니다. 성질이 평이한 포도나 고구마 등 과일이나 열매 채소 등을 말려서 먹는 경우도 있지만 떡이나 견과류 등도 좋은 다식입니다. 만약 달달한 디저트 류의 다식이 그리워진다면 보이차와 초콜릿도 추천합니다.

이제 시내에서도 전문 찻집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집이 있나요? 그리고 요즘 마시면 좋을 티를 추천해주세요.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곳 중에서 저는 ‘오설록’을 자주 찾는 편입니다. 한국 녹차를 체계적으로 그리고 현대적으로 잘 정리해둔 곳이거든요. 오설록은 무엇보다 한국 녹차를 대중에게 그리고 세계 속에 널리 알리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이런 오설록을 보면 항상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이 밖에도 삼청동에 자리잡은 ‘북스쿡스’라는 곳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전통 한옥과 서양의 차 문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 곳은 홍차에 관심을 갖는 분들에게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국차에 관련하여 신림에 자리잡은 ‘차연’도 추천하고 싶어요. 차연은 중국차를 클래식하게 즐길 수 있도록 꾸며놓은 곳인데, ‘중국의 차 문화가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껴보고 싶다면 차연에서 차 한잔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 해요.

앞으로 활동 계획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주세요.

중국차와 한국의 야생초차인 “인야&무루(YinYa&Mooru Tea)”가 중국에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유럽에도 조금씩 알려질 수 있도록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영역을 확장해나갈 것입니다. 현재 운영하는 ’인야 티 아카데미’를 통하여 좀 더 전문적이고 이론과 실질적인 경험을 두루 갖춘 실력 있는 전문 티큐레이터들을 배출해내고자 합니다. 저 역시 끊임없이 그만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마무리를 해야 할 것이고 이론을 바탕으로 한 실무, 실무를 바탕으로 한 이론을 토대로 전문성을 갖춰 다져나갈 계획입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처럼 일상 속에서 차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차 생활의 다양성과 필요성을 알게 하는 데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운남홍차라고 불리는 전홍 티 테이블


중국 무이산


민북지역 무이산 - 다른 지역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독특한 환경에서 자라는 이 지역의 찻잎은
다른 지역과는 구별되는 자신만의 색을 갖는다.


민남지역 철관음 - 민남오룡의 대표주자인 철관음


채엽 - 차나무에서 찻잎을 따는 과정. 모든 제다의 시작이자 기본이다.


동목관 - 세계 최초의 홍차인 정산소종의 고장이자 최고급 홍차 금준미의 고향
자연보호 구역으로 갖가지 동식물이 차나무와 함께 어우러져 있다.


광동 - 차나무 외에도 각종 식물들과 어우러져 차나무가 함께 생장한다.


태극차관 - 항주의 태극차관에서 볼 수 있는 태극다법.
단순히 차를 우리는 기술이 아닌 정신적 수양을 곁들인 하나의 예술이다.
중국은 차 문화를 하나의 예술로 보고 ‘다예’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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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야의 티 노트조은아 저 | 네시간
매주 일주일에 한 번 티타임을 가져온 가족이 있다. 유년 시절 바쁜 부모님과 주말에만 만날 수 있었던 저자의 가족은 유일하게 주말의 티타임을 통해 가족 간의 사랑과 정을 나눠온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시간을 저자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현재까지 20여 년이 넘게 엄마와 딸의 티타임의 형태로 지속해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 책은 저자의 티 노트를 토대로 한다. 20여 년간 엄마와 가져온 찻자리에서 나눈 삶과 차에 관한 이야기이다.

 



[추천 기사]

-왜 엄마와 함께 마시는 차인가?
-만 번을 흔들려도 견뎌야 하는 시간, 어쨌든 그게 중년(中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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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훤 “보아 오빠? 나는 베토벤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가족은 짐, 그래서 살아가는 힘이 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건강하면 열심히 공부, 피로가 쌓였다면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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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에는 많은 내용이 있었는데, 그 중에 아버지가 충격을 받은 두 줄은 다음과 같았다.

 

‘학생이 아버지를 무서워합니다.’
‘학생의 자존감이 낮습니다.’

 

『아버지 그림자 밟기』는 이렇게 탄생했다. 한일수 저자는 저 두 줄의 문장으로부터 자신이 아버지 노릇을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변하기 시작했다. 강압적인 아버지에서 자상하고 격려하는 아버지가 되기로 결심했고 실천했다. 아버지의 변화한 모습과 함께 수빈이도 활발하고 자신감 넘치는 학생으로 변했다. 성적도 일취월장했다. 전교 200등 권에서 맴돌던 수빈이는 등수를 차츰 차츰 높이더니, 마침내는 서울대에 입학할 정도로 성적이 향상됐다.

 

책의 부제인 ‘강남 엄마는 절대 모르는 전교 200등 서울대 가기’는 수빈이의 이야기다. 부제에서 나타나듯, 잘 짜여진 사교육이 특기인 강남 엄마의 전략과는 다른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책읽기다. 거기에 한의사답게 한의학적 지식을 동원해 수험생을 위한 건강법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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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인상적인데요. 제목에 담은 뜻, 제목 짓기까지 에피소드가 있으면 알려 주세요.

 

아이들 놀이 중에 ‘그림자밟기’란 놀이가 있습니다. 술래가 다른 아이들 그림자를 밟으면 술래가 바뀌는 놀이죠. 아이들은 서로 그림자를 밟고, 밟히지 않으려고 뛰면서 즐겁게 놉니다. 우리에게는 그림자를 밟으면 안 되는 분도 계십니다.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말라는 시가 있지요. 일곱 자 떨어져서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군사부일체라 했으니 아버지도 그럴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보호자, 교사, 놀이친구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보호자 노릇이야 더 말할 것이 없고요. 교사로서 아버지가 가르칠 것은 ‘사회성’입니다. 사회성은 자기 욕망을 제어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사회성은 규칙을 지키도록 하고,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금지하는 과정으로 보통 전달됩니다. 여기서 강제와 억압이 끼어들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엄하고 무서운 사람이 되는 거죠.

 

저는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키울 것을 제안합니다. 아이와 함께 부둥켜안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규칙이 있다는 점과, 그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가르친다면 억압과 강제, 금지를 통한 사회성 교육에서 자연스럽고 억압적이지 않은 사회성 훈련이 이루어집니다. 제목은 아이와 아버지가 함께 그림자밟기 놀이를 통해 가까워지고 소통하고 사회성을 기르자는 의미로 붙였습니다.

 

부제인 ‘강남 엄마는 절대 모르는 전교 200등 서울대 가기’는 이를테면 현실과 타협한 겁니다. 책을 많이 읽히게 하자는 생각에서 나온 부제죠. 이 책의 주인공인 제 둘째 아들이 중3 때 전교에서 200등 한 것도 사실이고, 결과적으로 서울대에 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공부 비법이나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부자 관계를 억압에서 격려로 바꾼 점, 아이가 어려서 이후로 책읽기에 몰입했던 점, 아빠가 한의사라서 한약을 제법 썼고, 그런 것이 조금은 도움이 됐으리라는 정도를 말씀드렸습니다. 특별한 비법은 없습니다.

 

수빈이 근황과 원장님 근황을 말씀해 주세요.

 

수빈이는 지금 서울대 인문계열에 다니고 있습니다. 수시합격자들은 1학년 때 학과가 정해지지만, 정시 합격자는 1학년 과정을 마친 뒤에 자기가 가고 싶은 학과를 정하게 됩니다. 대학 수업이 무척 재미있고, 또 어렵다고 말합니다. 교수님 수업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를 별도로 해야 할 정도라고 푸념을 늘어놓더군요. 예정이지만 1학년을 마치면 바로 군대에 가서 병역 의무를 다하고, 그 뒤로는 학업에 전념하고 싶어 합니다.

 

저는 대전 유성구 노은지구에서 두리한의원을 공동 경영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열심히 진료하고 있고요. 책이 나온 뒤로 여러 곳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와서, 당분간은 책 홍보와 강연활동에도 시간을 할애해야 할 형편입니다. 현재까지 확정된 요청이 일곱 개이고, 그 외로도 몇 군데에서 준비 중입니다. 4월 말, 5월 초에는 지역방송 출연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자녀 교육 내용이 많으면서도, 한의학적 지식을 함께 담아 인상적인 것 같습니다. 특히 어떤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까요?

 

가급적이면 보다 많은 독자가 읽어주길 바라는 것은 모든 책 쓴 이의 공통된 희망일 테지요. 저는 특히 아이가 아직 어린 젊은 아빠 엄마가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라면서 아버지(또는 어머니)에게 상처를 받은 사람들도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엄하고 무서운 아버지와 화해했고, 아이들에게는 사과했습니다. 화해와 사과로 제가 받은 상처, 제 아이들이 받은 상처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처가 트라우마로 커져서 행동과 사고를 왜곡하지는 않게 된다고 믿습니다. 우리를 가장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가족입니다만, 우리가 가장 많이 상처를 주고, 받는 사람도 가족입니다. 만일 상처가 있다면 그 상처를 준 가족과 화해하시고, 제가 저지른 잘못을 독자들께선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가장된 무관심’을 아버지의 덕목으로 꼽았는데요.

 

책에 소개한 대로입니다. 가장된 무관심이란, 실제로는 깊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 아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아이의 행동에 하나하나 비판과 충고를 가하려고 하지는 않는 것을 말합니다. 다른 말로 바꾸면, ‘내버려두되 지켜보라’이죠.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알려주겠지만, 그전까지는 서툴고 힘들어도 아이가 직접 해보면서 느끼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인 ‘내버려두되 지켜보는’ 양육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책에서, 아이가 물가에서 논다고 하면 어쩌시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물에 빠져 큰일 날 수도 있으니 아예 물가로 보내지 말아야 할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물가에서 아이가 놀 때, 아이가 물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 깊게 지켜보고, 가급적이면 같이 놀아줘야겠죠. 그렇게 주의 깊게 지켜보고 보호해주면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기장된 무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장님은 책읽기를 강조했는데요. 독서와 학교 성적 간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일까요?

 

제 경우를 봐도, 수빈이를 두고 봐도 독서는 절대적입니다. 특히 저희 때는 단순 지식을 얼마나 암기하고 있느냐와 같이 지식의 축적을 경쟁했다면, 지금은 그 지식이 어떻게 연계되고 통합해서 학문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묻는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당연히 지문이 길어지고 문제도 학과통합적으로 출제됩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독해력과 이해력일 텐데요, 독서야말로 독해능력과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 아이와 책을 싫어하는 아이가 학력으로 경쟁한다면 결과는 자명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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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과 수빈이는 한약도 성적 상승에 기여를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무작정 총명탕을 짓는 세태에 대해서는 비판적입니다. 한약을 어떻게 이용해야 수험생에게 도움이 될까요?

 

수빈이도 한약 덕을 보았다고 말하고 있지요. 제게 보낸 편지에서 한약이 건강을 지켜줬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릴게요. 건강에 문제가 없는 학생은 열심히 공부하면 됩니다. 건강엔 문제가 없지만 장시간 공부로 지치고 힘들어한다면, 적절한 보약을 쓰는 것이 도움이 되겠죠. 동네 한의원에 가시면 됩니다.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해줘야 합니다. 한약은 곧 보약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님이 많은 걸로 압니다. 한약은 치료약입니다. 제가 한약으로 치료한 수험생 사례를 길게 적은 것도 편견을 깨고 싶어서였습니다. 한약은 수험생의 건강을 지켜주는 좋은 치료제입니다. 다시 정리하면 건강하면 열심히 공부, 피로가 쌓였다면 보약, 시험만 보려면 지나치게 긴장하는 등의 수험생 클리닉에서 치료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전문한의원에 방문하기를 권합니다.

 

아침을 꼭 먹으라고 조언하셨습니다. 이외에도 수험생, 학생에게 권하고 싶은 게 있다면 알려 주세요.

 

우선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늘 잊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강한 동기가 집중력을 낳습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하시는 강의를 농담까지 모두 필기하라고 권하고 싶네요. 필기 방법은 학생에 따라 개인차가 있겠습니다만, 수업 시간에 선생님 강의를 듣지 않고 좋은 성적을 바랄 수 없습니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는 자기가 그날 해야 할 학습량을 구체적으로 정해서 반드시 분량을 채우는 것을 습관화해야 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학원이나 과외와 같은 사교육을 하는데요, 자기 수준에 맞는 진도와 선생님을 찾아야지, 무턱대고 이름이 높은 분에게 몰리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루에 삼십 분씩은 꼭 걷기나 가벼운 달리기를 하라고 권합니다. 걷기는 변비를 막아주고 머리를 맑게 해주며 집중력을 키워주는 좋은 수단입니다.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지 말고 걷기를 습관화할 것을 권합니다.

 

책에서 설명한 ‘고방’이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선 단어입니다. 짧게 설명해 주신다면?

 

중국 한나라 시절(보통 서기 200년경으로 봅니다) 장중경(본명은 기, 중경은 호)이란 분이 쓰셨다고 전하는 『상한론』(원명은 상한졸병론, 또는 상한잡병론)이란 책에 나오는 처방군을 고방이라 하고, 또는 그 처방을 이용해서 질병을 치료하는 한의사를 고방가(古方家)라고 부릅니다. 현재 한의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처방을 후세방(後世方)이라고 부르는데(사상의학을 하는 분이 쓰는 처방은 사상방(四相方)이라고 부르지요), 이것은 고방에서 비롯했다, 내지는 고방과 대비되는 처방이란 의미입니다. 고방은 질병을 일으키는 병의 원인을 직접 공격해서 체외로 몰아내는 수법을 씁니다. 땀을 내거나 토하게 하거나 대소변으로 병독을 몰아내지요. 그래서 후세방에 비해 약의 성질이 매우 강하고 공격적입니다. 한의사가 오진해서 고방을 잘못 쓰면 부작용이 매우 심각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임상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증상과 처방이 서로 부합하면 그 효과는 대단히 탁월합니다. 특히 수험생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증상 중 불안신경증, 공황장애, 집중력 저하, 각성장애, 비염 등의 질환을 잘 치료합니다. 

 

책 앞부분에서 선친을 묘사하는 장면도 뜻 깊었습니다. 가족사를 통해 한국의 근대를 짚을 수 있었는데요. 원장님께서 역사관이 투철할 것 같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어떤가요?

 

저는 80년대 초반 학번으로 대학에 다녔습니다. 당시는 군사독재에 대한 저항이 시대의 요청이었던 상황이었고요. 저 역시 부족하지만 그런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사실 좀 지나쳤다고 해야 할 겁니다. 결혼 후에 시민운동에 힘을 보탠 것 자체는 나쁘다고 할 건 아니지만, 가족과 보내야 하는 시간마저 몽땅 쏟아 부은 것은 지나쳤죠. 사실 저 스스로 정당한 일을 하니까 난 괜찮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면서 살았던 모양입니다. 그런 생활이 수빈이에게 무서운 아버지가 되고, 아이의 자존감을 꺾어버린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내고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인생은 지향指向과 관계로 이루어진다. 지향 없는 관계는 통속하고, 관계 없는 지향은 피폐해진다.” 지향이란 네가 사는 당위, 정당성, 존재 이유, 목적 등을 동의어로 갖는 말입니다. 누군가 우리에게 “넌 왜 사냐?” 물을 때 딱히 무어라고 말하기 어렵죠. 하지만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살아가는 어떤 지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삶의 지향이 사람과 관계를 잃어버리면 그 삶은 필연적으로 피폐해지게 됩니다. 우리가 사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함인데, 행복은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죠. 관계가 지향을 잃으면 만나도 그만, 안 만나도 그만인 술친구 같아집니다. 그런 관계는 통속하고 저렴하죠. 지향과 관계가 아름답게 만나는 삶이 멋집니다. 역사관을 물었는데 인생관을 답했네요. 비슷한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부족한 답변을 대신합니다.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을 상담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초기에 진료했던 환자와 최근에 진료했던 환자, 최근에 늘어난 특정한 고통이 있을까요?

 

저는 대학병원에서 전문의 과정을 할 때는 내과를 전공했습니다. 하지만 임상에 나와 보니 신경정신과 쪽이 제 취향과도 맞고, 또 그런 환자분이 많이 오시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환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자랑 같지만 저는 환자를 많이 울리는 한의사로 유명한데요, 그냥 듣고만 있어도 제 앞에서 서러움을 털어놓으면서 많이 울어요.

 

요즘 힐링과 소통이 시대적 대세입니다. 그런데 힐링이든 소통이든 내 것을 먼저 내어주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상대방에 변하라고 말하죠. 너 때문에 그래. 네가 돈 많이 벌어오면 돼. 네가 집안일을 잘하면 돼. 그런데 그게 안 됩니다. 내가 먼저 상대방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만, 상대방이 변합니다. 그래서 힐링이나 소통의 제일원칙은 내가 변할 것입니다. 내가 변해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상대방도 나를 인정하고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게 진정한 소통이고 힐링입니다.

 

너무나 많은 분들이 화가 나 있습니다. 왜 그렇게 화가 난 걸까요. 저는 사회와 국가가 제도적으로 행복한 삶, 함께 나누는 삶, 미래의 희망을 그리는 삶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개인의 문제라고 네 능력 부족이라고 떠넘길 때가 아닙니다. 긴 답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언제나 평안하시길 빕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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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자밟기한일수 저 | 유리창
아이는 밝아졌고 마침내 공부에도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 하루에 서너 권, 중학교 때 하루에 한 권 읽은 책읽기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중학교 때 전교 200등 전후 하던 아이가 상위권으로 껑충 뛰어오른 것인데, 아이는 태연하게 “책에서 다 읽은 얘기”가 문제의 지문이었고, 답이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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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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